I. 서 언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가 동양의 정신세계를 알고 이에 몰두한 이래 "경이로운 중국문학"과 "인간성과 인간정신에 대한 중국의 특성"은 사랑스럽고 값진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도피처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더욱이나 노년기의 창작활동에 있어서는 동양정신이 결정적인 요소를 이루며, 커다란 하나 속에 자연스레 융화되는 양극적 단일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신앙과 세계관에 전조화적 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년의 대표작 『유리알 유희 Das Glasperlenspiel』에는 중국적 요소가 가장 뚜렷하게 수용되었고, 이들은 다시 서양적 요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작가의 근본이념, 즉 양극적 전일사상을 대변해주고 있다.
"동방순례자들에게 Den Morgenlandfahrern"에게 바친 『유리알 유희』는 1943년에 발표되었고, 이 작품으로 헤세는 194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이는 기원 후 약 2400년경인 허구적 미래에 씌어진 장편이다. 이 이상향적인 미래소설에는 중국 정신과 지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 작가는 간단히 중국의 고전적 책들을 인용하는가 하면 그 출처에 대한 메모도 없이 그대로 베껴쓰기도 하고, 또 때로는 동양적 사상을 자기 나름대로 변형시켜 작품화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난 후 1945년에 집필한 『애독서 Lieblingslekture』에서 작가는 "중국 현인과 선인(善人)들의 도교적 이상, 그것이 없이는 전혀 더이상 살아갈 방도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까지 회상하고 있다. 헤세의 이상적 꿈이 담긴 이 장편은 도교적 이상과 더불어 세 가지의 중국 지혜가 조화 속에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중국 정신의 기본이 되는 인생교훈으로서의 유교사상과 실존적 존재론으로서의 도교철학이 보충적 역할을 하면서 서로 어우러져 있으며, 이 두 가지 정신이 바탕을 두고 있는 "변화의 책"인 『역경』또는 『주역』의 체계에 따라 전체의 작품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적 요소가 이 작품의 중심이 된 이유는 노년에 이르러 동양의 지혜 연구에 더욱 심취했던 작가가 이 장편소설의 근본사상과 작품구조를 중국 정신에서 받아드리고, 채색된 유리알을 가지고 하는 유희 역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중국적 모티브에서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두식 교수가 지적하고 있듯이 유리알 유희가 벌어지는 광장인 카스탈리엔 종단 역시 체계적으로 보아서는 카톨릭 종단과 유사성을 띄고 있다 할지라도, 헤세는 이를 선불교의 조직과 동시에 중국의 도교와 유교 조직에서 이끌어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중국 고전에 대한 R. 빌헬름의 독일어 번역판을 통해 중국의 정신세계에 깊이 젖어든 작가가 이를 『유리알 유희』에서는 어떻게 수용하고 또 어떻게 작품화하였는가를 본래의 원전들과 비교하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II. 헤세의 교육주 카스탈리엔
『유리알 유희』의 중심적 무대가 되고, 주인공 요세프 크네히트의 인생 유희가 전개되는 곳은 카스탈리엔 종단이다. 세상과 두절된 "교육주 Pdagogische Provonz"인 이 종단의 계급적 구조와 귀족적 예식은 여러가지 형식과 제도에 있어서 이미 고대 중국의 전통적 유교 조직을 그 본보기로 삼고 있다. 마리아 페터 Maria Peter는 박사논문에서 델피 사원 지역에 솟아나고 있는 성스런 샘물인 카스탈리아의 이름을 따른 헤세의 학자국 카스탈리엔의 근본원칙을 공자가 그의 고국인 노(魯)나라에 창립한 유교적 "노학교 Schule von Lu"와 비교하면서 두 교육기관의 유사한 원칙을 분석하였다. 고대 중국의 이 노학교 역시 계급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고 귀족계급 출신으로만 구성되어 있었으며, 일반 서민의 교육이 아니라 장래 높은 관직에 소명된 귀족 학생들의 교육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공자는 인(仁)을 이상의 도덕이라 하여 효제(孝悌)와 충서(忠恕)의 근거로 삼으며, 가족생활의 윤리가 국가와 천하를 평정하는 원리가 됨을 역설하였다. 이런 공자의 교육정신과 도덕은 헤세의 학자국인 카스탈리엔에서 살아가는 영재들의 생활과 교육뿐만 아니라 주인공 크네히트의 제2단계의 인생, 즉 유희의 명인으로 추대되는 과정까지를 특징지우고 있다.
카스탈리엔 종단은 정신적인 전통을 보존하고 전승하며 순수하게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엘리트들을 교육하는 데 그 임무와 역할을 다하고 있다. 공자의 학파에서처럼 헤세의 종단도 개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헤세의 카스탈리엔 조직도 그 나라의 젊은 천재적 엘리트들만을 수용하여 교육시키고, 그들은 면밀하면서도 자유스러운 교육을 받고 난 후에 카스탈리엔에서 높은 관직에 오르고 개개의 학문 및 예술 분야와 유리알 유희들을 관장하게 된다. 이 선발된 젊은이들을 교육시키는 데는 도덕적인 유교의 예의 범절과 카스탈리엔의 계율이 중요한 수단이 되는데, 이는 귀족 영재들의 외면적 행동을 규정하고 통제한다. 그러므로 유희의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는 "보다 더 중국 사람들의 제자가 되었고, 그의 은근한 예법은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고 풍자적인 요소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예의적인 면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공자의 학교에서는 물론 헤세의 카스탈리엔 학교에서도 음악교육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노래를 통해 일깨우고, 형식을 통해 굳건히 하며, 음악을 통해 완성시킨다." 라고 공자는 음악의 교육적 가치에 관해 말하였다. 헤세는 음악에 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모든 문화의 초창기 기록이나 동화나 전설은 단순히 예술적인 것을 훨씬 넘어서 음악에게 영혼과 모든 민족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동시에, 음악을 인간과 그들 국가의 남모르는 통치자나 혹은 법전(法典)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태고적 중국으로부터 희랍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주도 하에서야 인간의 이상적이고 천국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상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음악의 교육적 이념뿐만 아니라 헤세는 고대 중국의 음악철학을 대변해 주고 있는 "노(老) 음악의 대가 Der alte Musikmeister"라는 인물을 통해 진리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체험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도사(道士)의 이상도 구현하고 있다. 내면으로의 길이 그를 대립의 세계와 시간제한에 대한 명상적인 체험으로 안내하여 심오한 무의식과 모든 사물의 원천, 만유의 단일성에 대한 근원인 도로 이끌어 간다. 무한한 조화의 신비적 체험은 이 도가적 현인에게 초지상적인 명랑성을 부여해 준다. 그의 겸손과 자연성은 약한 듯 아래에 머물면서 물과도 같은 도(道)의 진정한 대변자임을 특징지울 뿐만 아니라 인생의 대립적 근본원칙을 입증해 주고 있다. 주인공 크네히트는 이 "노 음악의 대가"를 언제나 모범으로 삼고 그의 측정할 수 없는 품위와 겸손, 명인다움과 비밀을 경탄한다. 그의 영향 아래 크네히트는 수동적인 행위와 명상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며 전 자연과의 합일을 배우게 된다. 절대적으로 고요한 삶과 명상, 즉 자기 내면으로의 침잠은 이 교육주에 있는 영재들의 교육과 초월해가는 유희의 명인을 교육하는 데 극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적이고 명상적인 도교철학의 요소가 없었더라면 크네히트는 '자신에 대한 충실과 타인에 대한 선행'에 인간완성의 목표를 두고 있는 유교사상의 대변자가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헤세는 중국 사상의 양극을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에게 똑같이 적용시키고 있다. 즉 크네히트는 "형이상학적이며 도가적인 요소와 세속적이며 유가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최고의 모든 목표가" 자기 스승인 노 음악의 대가에게 구현되어 있음을 보고 배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선택된 자'인 동시에 '봉사하는 자'로서의 대립적인 크네히트의 존재가 아무런 마찰없이 서술되며, 전일적인 인간을 실현시키려는 작가의 이념이 가능해진 것이다. 양극적이면서도 서로 조화하면서 보충적 역할을 하는 공자와 노자의 영향으로 인하여 크테히트란 인물 속에서 작가는 "인생의 양극을 서로 구부리고 인생 멜로디의 이중성을 기록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헤세는 중국인들의 문화와 정신 세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카스탈리엔 교육주의 구상과 이념을 설정하고 자신의 전일적 이상을 구현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III. 중국어와 중국 정신의 연구
이 장편소설의 주인공인 유희의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는 자유스러운 연구시대와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작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어를 배우고 동양의 정신 세계를 연구하는 데 깊이 몰두한다. 중국어 분야에 있어서는 그러나 크네히트가 작가 보다 훨씬 더 깊고 광범하게 학습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헤세는 자신의 정신적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크네히트를 통해서 중국어에 능통하고 중국의 정신 세계에 통달하고 싶은 끝없는 그리움을 대리 만족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스탈리엔 학자국(學者國)의 최고 대표자인 크네히트의 중국어 및 중국 정신에 대한 연구는 주로 "동아학관(東亞學館) Ostasiatisches Studienhaus"과 "죽림(竹林) Bambusgehlz"에서 이루어진다. "동아학관"은 고대 문헌학자들이 카스탈리엔에 교육기관을 설치하던 세대로부터 거기에 부설되어 중국어를 연구하는 곳이고, 중국적 은거지인 "죽림"은 한때 카스탈리엔인(人)이었던 "노형(老兄) Der ltere Bruder"이 『역경』에 통달한 지혜로운 은거자로서 자연인 도(道)와 하나가 되어 고요히 명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곳이다. 요세프 크네히트는 먼저 중국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붓을 빨고 먹을 가는 법을 배운다. 이를 재빨리 익히고 나서는 중국 고전들을 연구하고 옛 『시경(詩經)』에서 많은 중국 시들을 외우기도 한다. 계속해서 그는 중국 문화와 중국 음악 그리고 고대 중국 건축술의 유교 의식적 도식(圖式)을 연구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원을 옳게 가꾸는 법과 수프와 차를 올바르게 끓이는 법, 일기를 예보하는 법과 음력으로 된 중국 달력을 보는 법도 익힌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관심은 무엇보다도 "변화의 책"인 『역경』을 연구하는데 쏠려 있으며, 실제적으로 이 가장 오래된 중국 고서를 철저히 이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크네히트는 몇 달 동안 죽림에 머물면서 중국적 은거자 노형으로부터 쑥대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스승과 함께 매일 쑥대 줄기를 세어 점치는 연습을 한다. 점치는 말의 문법과 상징하는 바를 연구하기도 하고, 64괘(卦)를 외우고 그에 관한 오래된 괘사(卦辭)를 읽기도 한다.
크네히트가 여러 해 동안 그렇게도 열심히 연구한 중국적 지식은 카스탈리엔 생활의 중심점을 이루는 유리알 유희의 명인으로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바로 이 역경의 체계를 유리알 유희에 이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헤세는 유리알을 가지고 하는 완전한 유희의 과정과 의미, 이념과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의도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미래적 동경의 소설에 나타난 중국적 요소와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로 전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IV. 고대 중국의 음악
음악이란 (음악의 역사와 음악적 미학과 함께) 카스탈리엔에서 행해지는 유리알 유희의 가장 본질적 예술이며, 유희의 명인 크네희트는 물론 일생동안을 예술과 학문 연구에만 헌신하는 모든 카스탈리엔인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뒤르 Werner Drr가 그의 저서 『헤르만 헤세. 그 문학에 나타난 음악의 본질』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이탈리아와 독일의 고전주의 이전의 명랑하고 맑은 음악과 더불어 고대 중국의 음악은 카스탈리엔의 문화와 특히 유리알 유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겔너 Christoph Gellner 역시 이 작품에 나타난 중국의 음악관을 비교적 상세히 논하면서 "헤세 노년의 장편을 윤리적 신학적으로 해설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유리알 유희가 고대 중국의 음악윤리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점이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이들이 논증한대로 고대의 중국 음악은 비밀에 가득 찬 유리알 유희의 의미와 이념을 구현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희의 대가들은 이를 "최고로 고귀한 태고적 본보기로" 삼아 높이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한다.
유리알 유희의 역사에 관한 "일반적 이해를 위한 서문"에서 헤르만 헤세는 고대 중국에 있어서의 음악과 음악철학, 그리고 음악과 국가간의 관계에 대하여 주목할만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옛날의 왕들'이 다스리던 전설적인 중국에서는 [...] 음악이 국가 생활이나 궁정 생활에 있어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즉 음악의 번영은 바로 문화와 도덕의 번영, 나아가서는 국가의 번영과 동일시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악장(樂長)들은 '옛 음조'들을 보존하고 순수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엄격히 신경을 써야만 했다. 음악이 쇠퇴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부와 국가가 몰락한다는 확실한 징조였다. 그러면 시인들은 하늘을 거역하는 금지된 악마의 음조들, 예를 들면 칭샹[정(鄭)나라의 소리]과 칭제[정나라의 노래]의 음조와 같은 '멸망의 음악'에 대해서 무시무시한 전설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해괴망측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만 하면 궁정에서는 금방 하늘이 어두워지고, 성벽이 흔들거리며 무너지고, 군주와 국가는 멸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을 입증시키고 음악의 근원과 본래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그리고 유리알 유희에 있어서의 음악적 본질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전기 작가인 헤세는 여불위(呂不韋: L Bu We)의 『여씨춘추(呂氏春秋): L Schi Tschun Tsiu』 중에서 음악에 관한 여러 부분을 작품에 도입하였다. 여기에서 음악이란 우주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모든 문화적 지상 생활의 비유로 이해되고 있다.
"음악의 기원은 먼 옛날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도량에서 생겨나서 커다란 하나에 뿌리를 박고 있다. 커다란 하나는 양극을 낳고, 양극은 음의 힘과 양의 힘을 낳는다.
세상이 평화롭고, 만사가 안정되고, 우주만물이 변화하는데 도를 따르면 음악이 완성된다. 욕망과 열정이 그릇된 길을 가지 않으면, 음악은 스스로 완성되는 것이다. 완전한 음악에는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완전한 음악이란 마음의 균형에서 생긴다. 마음의 균형은 공평함에서 생기고, 공평함이란 천하의 도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의 도를 깨달은 사람들만이 서로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음악은 천지간의 조화와 음양의 일치에 근거를 둔다.
멸망하는 국가나 몰락해 가는 사람에게도 물론 음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명랑하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음란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우울해지고, 국가는 더욱 위험에 빠져들며, 군주는 더욱 깊이 천박해진다. 이런 식으로 음악의 본질 역시 상실되어 버린다.
성스러운 군주들이 모두 음악을 숭상한 것은 그 음악의 명랑성 때문이었다. 기애[하(夏)나라의 걸(桀)]나 주신[은(殷)나라의 주(紂)]과 같은 폭군들은 음란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강한 음조들을 아름답다 하고 대중적 영향을 흥겹다 하였다. 그들은 새롭고도 이상스러운 음의 작용을 찾고,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를 추구했다. 그들은 너무나 과한 것을 찾았고, 도(度)와 목적을 지나쳤다.
초나라가 멸망한 원인은 그들이 마술의 음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음악이란 음란하고 도취적이긴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음악의 본질에서 동떨어진 것이다. 본래 음악의 본질에서 동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음악은 명랑하지 않다. 음악이 명랑하지 않으면, 백성이 우울해지고 생활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음악의 본질을 잘못 알고 음란한 음의 작용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평시대의 음악은 평화롭고 명랑하다. 그것은 정치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대의 음악은 격하고 분노에 차 있다. 그것은 정치가 도를 어긴 탓이다. 그리고 멸망하는 나라의 음악은 감상적이고 비애에 젖어있다. 그것은 정치가 위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관한 이 중국인의 말을 통해 헤세는 고대 중국 음악이 교육적 카스탈리엔 조직과 유리알 유희의 대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조직의 최고 대표자인 크네히트 역시 다른 그 무엇보다도 태고적 중국 음악과 그 의미를 깨닫기 위해 온 정열을 쏟으며, 결국에는 이를 자신의 경이로운 유리알 유희에 도입하게 된다.
중국 음악은 하나의 큰 음에 기원하며, 이는 밝은 양음(陽音)과 어두운 음음(陰音)을 생성시킨다. 동양 지혜의 근본어인 음과 양은 우주의 근원적 대립에 대한 철학적 용어인 동시에 헤세도 잘 알고 있는 근원적 음조에 관한 표현이기도 하다. 양음에는 여섯 개의 밝은 음(온음)이 있고, 음음에는 마찬가지로 여섯 개의 어두운 음(반음)이 있다. 바로 이 12음이 주로 고대 중국 음악의 근본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요세프 크네히트가 고대의 중국 문헌들을 연구하면서 인식하는 바와 같이 중국에 있어서의 음악이란 우주적이고 지상적인 질서의 근원이며 국가적 풍속과 조화로운 미(美)의 근본으로 찬양되고 있다. 크네히트가 열중했던 공자 역시 종종 음악과 그 이론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음악이란 시작할 때에 운율적으로 화음을 이루어야 한다. 계속 연주해 가면서 개개의 주제와 개개의 악기들이 독특하게 조화로운 속에 두드러져야 하지만, 끝까지 전체와 물 흐르는 듯한 연관을 이루며 연주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음악을 좋아하고 가르치기도 하였지만, 음악이라는 예술의 자체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와 국가의 안녕, 사회적 도덕과 풍속 그리고 인간 존재의 완성을 위한 필요수단으로서의 음악을 추구하였다. 그에게 있어서의 음악이란 인간을 교육하고 내면적 감정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교육주 카스탈리엔에 있어서의 음악 역시 인간을 형성하고 유리알 유희를 연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자의 음악관과 너무나 흡사하다. 고대의 중국 음악에서 가장 성공적인 유희의 탄생을 이끌어내게 됨으로서 카스탈리엔 사람들, 특히 유희의 명인은 이를 그들의 "본보기"로 찬양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은 말도 문자도 없이 음표라는 상징적 기호로만 표현되고 있어서 카스탈리엔인은 물론 전 세계의 교양인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카스탈리엔 생활에 있어서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음표로 나타내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의 이런 특성은 문어(文語)로 된 중국어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V. 중국어의 상징성
카스탈리엔의 학자들과 유리알 유희의 명인들은 그들의 학문적 예술적 새로운 사상의 내용을 표현할 수 있기 위하여 그 어떤 새로운 기호언어 혹은 상징언어를 몹시 갈망한다. 그러한 언어란 바로 요세프 크네히트가 통달해 있는 중국어이다. 헤세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중국어를 읽고 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기 때문에, 그는 이 미래적 동경의 책인 『유리알 유희』에서 그의 정신적 화신인 크네히트로 하여금 중국어를 학습하고 연구하여 그에 통달하게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는 작중에서 파리의 어느 한 중국학자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말하고 있는데, 즉 국제적인 학자어 내지 학문어로 중국어 문자와도 비슷한 상징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시대의 정신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도처에서 그들의 새로운 사고 내용의 표현수단에 대한 열망적인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 새로운 정신적 체험을 확고히 포착하고 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나 새로운 기호언어를 꿈꾸었다. 그 시절에 파리의 어느 한 학자가 쓴 '중국인의 경고'라는 제목의 글이 특히 이 점을 파고들어 그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의 필자는 [...] 그의 학문분야, 즉 중국 문헌학에 있어서 아주 명망 높은 학자로서, 학문이나 정신 교육이 아무리 훌륭한 태도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국제적 기호언어의 창조를 포기한다면, 얼마나 큰 위험에 빠지게 될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국제적 기호언어는 옛 중국어 문자와 비슷하여, 개인적인 공상이나 발명자의 힘을 전혀 제외시키지 않으면서 가장 복잡한 것까지도 도식적인 방법으로 표현해 낼 수 있으며, 또 세상의 모든 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과 더불어 헤세는 중국의 상징언어를 초국가적, 초민족적 학자어에 대한 모델로 삼고 있다. 이는 말하고 듣는 언어가 아니라 문자로 씌어진 상징적 기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G. 콜러가 "카스탈리엔과 중국"이란 논문에서 옳게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어는 음성기호나 알파벳으로 된 표음문자가 아니라, 문자기호로 이루어진 표의(表意)문자이다. 문자 하나하나가 직접적으로 하나의 생각을 나타내고 확정시킨다. 글자마다가 하나의 사물, 하나의 개념, 하나의 특성, 하나의 행위 등등에 대한 상(像) 또는 상징이다. 맥길대학의 중국인 독문학자 아드리안 시아 Adrian Hsia는 이렇게 관념의 연합력이 풍부하고 융통성이 강한 최고로 상징적인 언어가 바로 중국어라고 규정하며, 이를 "우주적 언어 Universalsprache"라고까지 명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방언이 극심한 중국 제국의 여러 지방이나 일본 또는 한국에서 온 한자(漢字)를 아는 학자들은 실제로 음으로 된 말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상징적인 중국어 문자를 통해서는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어의 특성을 쭈앙 잉 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국어는 기호언어이다. 중국어에는 알파벳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 천가지의 서로 다른 글자가 있다. [...] 본질적으로 중국어에 있어서는 명사, 대명사, 형용사 등이나 동사가 변화하지 않는다. 모든 말[言]들이 그때그때마다 변화될 수 없는 기호로 이루어지며, 이 기호가 상황에 따라 명사, 형용사, 부사 또는 심지어 동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고도의 신축성을 보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문법적 강결성에는 그 책임도 있다. 그 상관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중국어 텍스트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편 사랑의 시와도 같은 매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기서는 한 남자가 한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남자에게 정을 주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낼 수 가 없다. 또 다른 차이점은 유럽인들이 행하는 것처럼 하나의 말을 알파벳으로 한자한자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글자는 하나의 글자로 머물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자기가 한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한 손가락으로 다른 손바닥에 그 글자를 쓴다. 모든 글자가 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과는 반대로 유럽인들은 귀로 듣는 사람들이며, 그들 언어에 있어서는 음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헤세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각 나라와 문화의 경계선을 초월하여 상호 이해할 수 있는 도식적 표현이 풍부한 기호언어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어는 어느 정도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
중국의 상징어와도 유사한 고도로 발달된 기호로 된 언어가 신비로 가득 찬 유리알 유희 구성의 법칙과 문법을 서술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의 음악학자는 유리알 유희를 위해 새로운 언어, 즉 기호와 도식으로 된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을 고안해 내고 이를 유희에 도입시킨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색갈과 순서를 이루며 여러 가지의 개념과 가치와 그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상징이 되고 있는 유리알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유희에 있어서는 "무수한 기호나 글자로 구성된 문자를 통해 대치되거나 보완된다. 이 기호언어의 문자들은 이미 보존되어 왔으면서도 새로이 창조되는 규칙에 따라 무한한 변형을 이루어 정돈되기도 하고 서로 무수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헤세가 추구한 유리알 유희의 표현 형식은 중국어의 기호문자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VI. 중국인의 지혜
중국의 상징언어뿐만 아니라 고대 중국인들의 지혜도 유희의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유리알 유희를 구상하고 조직하는 데에도 많은 자극을 준다. 유희의 명인으로 소명 받은 크네히트는 누구보다도 공자의 체계적이고 예절 바른 잠언들을 가장 즐겨 공부하는데, 이는 공자의 가르침은 영구불변하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연구 시절에 크네히트는 하나의 연습 유희를 초안하는데, "이 유희는 둔주곡[푸가]에 대한 주제를 율동적으로 분석하는 데서 시작하며, 그 한 가운데에는 소위 공자의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 들어 있었다." 이 연습 유희에 대한 크네히트의 언급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지금 그 전체의 유희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나는 그[공자]의 문장 하나하나를 철두철미 연구해서, 그것을 유희어에서 본래의 언어로, 즉 수학과 장식술로, 중국어와 희랍어 등으로 되돌려 옮겨놓고 있다."
그러나 작가인 헤세와 주인공인 크네히트가 가장 깊이 파고든 중국의 지혜는 『역경』, 즉 『주역』이다. 이 "변화의 책"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 장편 전체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크네히트가 이룩한 유리알 유희에 있어서도 가장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 "죽림"에서 『역경』을 연구하던 시절에 요세프 크네히트는 이 책의 대가인 스승에게 "역경의 조직을 유리알 유희 가운데 짜 넣고자 한다."는 내면적 소망을 이야기한다. 노형은 웃으면서 "그렇게 해봐도 좋지!"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유희의 명인이 된 크네히트는 실제적으로『역경』의 구조적 요소를 음과 양, 하늘과 땅이라는 우주적 양극이 두 개의 잠재력으로서 상호 조건부적으로 제한하고 보충하면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밝거나 어둡게,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서로 작용하고 있는 그의 유희 조직에 이끌어들인다.
『역경』의 근본원리는 역(易), 즉 변화이다. 이 역에는 세 가지 뜻이 있으니, 간단하고 평이하다는 간역(簡易), 변하고 바뀐다는 변역(變易), 그리고 바뀌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불역(不易)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경의 원리는 헤세가 자연의 관찰에서부터 얻은 동력학적인 변화와 전일적인 조화에 대한 인식을 인간 존재와 사회적 형태로 옮겨 놓았다. 그러나 이 조직은 외적인 형식원칙이 아니라 자연적 발전의 내적 경향을 나타내주고 있다. 크네히트가 종단의 사제장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에서 인식하는 것처럼 인간은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좌의 중심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 『역경』이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존재와 자연스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자와 노자는 물론 헤세와 크네히트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 과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과 도에 능통한 사람은 모든 운명에 낯설지 않고 『역경』의 64괘상을 토대로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고 간파하게 된다. 각성과 인식과 긍정을 통해 영혼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어 함께 작용하는 크네히트에게 있어서도 이러한 인식은 분명히 실현되고 있다.
헤르만 헤세를 강하게 이끌었던 『역경』의 매력이란 서양철학과는 반대로 합리적 및 비합리적 힘을 모두 이끌어들이는 전일적인 특성과 시간을 배제하고 초월하는 조직, 그리고 하늘-땅-인간의 우주적인 단일성으로의 조화적인 질서에 대한 기본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지혜의 책으로 탐독하고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점치는 법까지 실습해 본 작가는 요세프 크네히트의 운명, 즉 그의 삶과 죽음에 『역경』의 괘상을 이끌어들여 그 토대를 삼았던 것이다.
이렇게 『역경』은 지혜의 책 또는 철학서로 연구되고 이용되며 유리알 유희에 도입되기도 하지만, 2.400년 경에 전개되는 미래의 소설에서 점서의 책 내지는 예언서로도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점서의 책으로서의 기본적 조직을 헤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설명해 보도록 하자. 『역경』 또는 『주역』은 원래 점치는 책이었으며, 그 논리는 효(爻)와 괘(卦)로 표현된다. 괘를 구성하는 효에는 하늘을 근본으로 하는 양효(陽爻)와 땅을 본체로 하는 음효(陰爻)가 있는데, 천지창조의 과정에 있어서 하늘이 시초이므로 하나를 의미하는 부호 "―――" 로 양을 표시하고, 땅은 하늘 다음으로 두 번째이므로 둘을 의미하는 부호 "― ―" 로 음을 표시한다. 그리고 사람을 상징하는 세 번째 효를 더하여서 3개의 효로 하나의 괘를 만드는데, 이는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상징하는 것이다. 음양 두 가지의 효를 세 개씩 모아 모양이 서로 다른 소성괘(小成卦)를 만들면 필히 8개가 되기 마련인데, 이를 "8괘(八卦)"라 한다. 8괘는 하늘과 땅을 비롯한 천지 자연이 변화하는 현상을 상징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의 성질과 의미를 표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를 도형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괘 형 괘 이 름 성질 자연 신체
――― 건(乾)괘 강 건 하 늘 머리
――― 태(兌)괘 즐거움 못[澤] 입
― ― 이(離)괘 붙 음 불 눈
― ― 진(震)괘 움직임 우 뢰 발
――― 손(巽)괘 들어감 바 람 다리
――― 감(坎)괘 빠 짐 물 귀
― ― 곤(坤)괘 유 순 땅 배
소성괘로 된 이 8괘를 제각기 서로 한 번씩 결합시키면 64개의 대성괘(大成卦)를 만들게 된다. 이를 "64괘"라 하며, 이 대성괘는 그 합쳐진 두 소성괘의 형태와 성질과 위치와 그리고 효의 위치에서 개성이 생기고, 개성에 따라 괘이름이 붙여진다. 64괘는 하나하나 독립된 이름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점치는 사람은 그 중 하나의 점괘를 얻어 그 의미를 풀이하는 것이다.
VI.1. 점법(占法)
그러나 64괘 중 어떤 것이 점괘를 묻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인지를 어떻게 가려내는가? 헤르만 헤세는 한 묶음의 쑥대 다발에서 하나하나의 줄기를 골라내어 그에 따라 기호를 얻어 점을 치는 복잡한 과정을 『유리알 유희』에 받아들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점치는 대가로서의 노형이 실행하고 요세프 크네히트 역시 대가답게 습득하게 되는 이 점치는 과정을 작가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시적 내지 문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크네히트가 '금붕어와도 같이' 조용히 앉아서 존경하는 마음과 호기심에 잠겨 바라보고 있는 동안, 노형은 나무통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필통 같은 데서 자그마한 막대기를 한 줌 꺼내었다. 그것은 쑥대였다. 그는 그것을 주의 깊게 세더니, 그 묶음의 일부를 다시 통 안에 넣고, 한 개의 줄기를 옆에다 치워놓았다. 통에 담았던 줄기들을 두 개의 큰 묶음으로 똑같이 갈라서 하나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의 뾰족하고도 예민한 손가락으로 남은 묶음에서 아주 작은 묶음을 갈라 가지고, 그것을 세어 옆에다 놓았다. 나중에 몇 개의 줄기만 남게 되자, 그는 그것을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그리고 한쪽 묶음을 격식에 맞춰 세면서 줄기 몇 개만 남을 때까지 빼내고 나서는, 다른 묶음에서도 똑같은 빼기 과정을 행하였다. 그는 다 세고 난 줄기를 아래에 내려놓고, 두 묶음을 차례로 다시 집어 올려 세고 나서는 작은 묶음의 나머지를 두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손가락들은 이 모든 것을 절제 있고 조용히 민첩하게 실행했다. 그것은 마치 엄격한 법칙에 지배되어 있으며, 수 천 번이나 연습을 하여 대가다운 능숙한 경지에 다다른 신비에 싸인 오묘한 기술의 유희와 같이 보였다. 그가 여러 번 반복해 유희를 하고 나니 세 개의 작은 묶음이 남았다. 그 줄기의 숫자에서 그는 어떤 기호를 읽어냈고, 그것을 뾰족한 붓으로 종이 조각에 그렸다. 이제 그 복잡한 전체의 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자그마한 쑥대들이 두 개의 똑같은 묶음으로 나누어지고, 세어지고, 줄기들이 옆으로 치워지고, 줄기
들이 손가락 사이에 끼워지고, 마침내는 또다시 세 개의 작은 묶음이 남았는데, 그 결과는 두 번째의 기호가 되었다. 줄기들은 춤추듯이 움직이고 아주 나즈막하게 메마른 달그닥 소리를 내면서 서로 맞부딛쳤다. 그들의 자리를 바꾸면서 묶음을 이루는가 하면, 다시 갈라져서 새로이 세어지는 식으로 그 작은 줄기들은 운율에 맞추어 무시무시할 정도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한 과정이 끝날 때마다 손가락은 하나의 기호를 그렸으며, 마지막에는 음양의 기호가 6행(行)으로 가지런히 나타났다. 줄기들을 다시 모아 조심스레 통 안에 넣고 나서 마술사는 갈대로 엮은 자리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종이에 쓴 점친 결과를 앞에 놓고 오랫동안 고요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헤르만 헤세는 쑥대로, 사실은 서죽(筮竹)으로 점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관찰하여 마치 하나의 유리알 유희처럼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점치기란 노형에게는 실제로 하나의 경이로운 유희임에 틀림없다. 다만 유리알을 이용해서가 아니라 쑥대를 가지고 유희할 따름인 것이다. 그러나 헤세가 서술한 내용만 가지고서 우리가 실제적으로 점을 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기에 점치는 기본적 방법인 점법(占法)을 간단히 언급키로 하고, 보다 상세한 내용과 각 점괘와 효에 대한 의미와 해석은 『주역』을 참고토록 하겠다.
점을 칠 때는 서죽이라고 하는 셈하는 가지[算木]를 사용하는데, 이 서죽은 원래 50개이다. 그중 한 개는 천지만유의 근원으로 변동하지 않는 태극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여 젖혀놓고 49개만을 사용한다. 1) 나머지 서죽 49개를 의식적으로 셈하지 않고 경건하고도 담담한 마음으로 양쪽 손에 나누어 가진다. 2) 그중 왼손에 쥔 서죽에서 한 개를 뽑아내어 왼손의 무명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끼운다. 3) 이제 왼손에 있는 서죽을 네 개씩 덜어낸다. 그리고 4개 미만의 나머지 서죽을 왼손의 장지와 무명지 사이에 끼운다. 4) 다음은 오른손에 쥔 서죽을 마찬가지로 네 개씩 덜어낸다. 그리고 4개 미만의 나머지 서죽을 왼손 검지와 장지 사이에 끼운다. 5) 그리하여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워 있는 서죽을 모두 합하여 5 아니면 9라는 하나의 수를 얻는다. 6) 다음은 이 5개 또는 9개의 서죽을 옆으로 젖혀놓고, 나머지 서죽을 함께 ?아 가지고 1)에서 5)번까지와 동일한 절차를 되풀이한다. 그리하여 4 아니면 8이라는 두 번째 수를 얻는다. 7) 이 4개 또는 8개의 서죽을 다시 옆으로 젖혀놓고, 나머지 서죽으로 1)에서 5)번까지와 같은 절차를 또 한 번 되풀이한다. 그리하여 4 아니면 8이라는 세 번째 수를 얻는다. 8) 이제 세 번에 걸쳐 얻은 서죽의 수를 비교하여 하나의 효(爻)를 정하게 된다. 세 번의 수가 모두 많은 수(9-8-8)이면 노음(老陰), 세 번의 수가 모두 적은 수(5-4-4)이면 노양(老陽)이 되고, 세 번중 두 번은 적은 수이고 한 번은 많은 수이면 소음(小陰), 세 번중 두 번은 많은 수이고 한 번은 적은 수이면 소양(小陽)이 된다. 9) 그 결과가 노양 또는 소양이면 양효[―――]가 되고, 노음 또는 소음이면 음효[― ―]가 된다. 이렇게 하여 점괘의 첫 번째 효[初爻]를 정하고, 이를 붓으로 종이에 그려 놓는다. 10) 첫 번째 효를 정하고 난 후, 다시 49개의 서죽을 ?아 가지고 1)번부터 9)번까지의 절차를 되풀이하여 두 번째 효를 정한다.
11) 제3효, 4효, 5효 그리고 제6효인 상효(上爻)에 이르기까지 한 효마다 1)부터 9)번까지의 절차를 거쳐서 차례차례 정하여 간다. 그러니까 6효를 완성하기까지는 18번의 점치기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렇게 하여 완성한 괘는 64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다. 점치는 사람은 그 괘를 찾아서 괘와 효에 대한 설명을 음미하여 길흉을 판단하는 것이다.
VI.2. 몽괘(蒙卦): 청년의 어리석음
젊은 카스탈리엔인 요세프 크네히트가 『역경』의 비밀은 배우기 위하여 은거지에 묻혀 있는 노형을 찾아갔을 때, 이 은둔자는 처음에는 중국 식으로 아주 정중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이 카스탈리엔인이 "죽림"에 머무르며 중국학 연구에 몰두하고자 하는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역경의 점을 보아 결정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노형은 점을 치게 되고 위에 언급한 복잡한 과정을 통해 "몽(蒙)"이라는 점괘를 얻게 되는데, 이는 『주역』의 제4궤인 "산수몽(山水蒙)"을 뜻하며 그 궤상은 다음과 같이 표시되고 있다.
― ― 간(艮): 정지: 산(山): 고요함.
――― 감(坎): 빠짐: 물[水]: 위험함.
이 괘에 대하여 노형은 이렇게 말한다. "이 괘에는 젊은이의 어리석음이라는 이름이 있지요. 위에는 산, 밑에는 물, 위에는 간(艮), 밑에는 감(坎). 산 밑에서 샘물이 솟아나는데, 이는 청년의 비유상입니다."
이 괘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에 대한 사상과 - 부정적으로 이해되어서는 않되는 - 어리석음에 대한 사상이 이중으로 겹쳐있다. 위에 있는 간괘의 상은 산이요, 아래 있는 감괘의 상은 물이다. 산밑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은 미숙한 젊은이의 상이다. 간괘의 특성은 정지와 고요이며, 감괘의 특성은 심연과 위험이다. 위험스런 심연 앞에 선 정지와 고요함이란 마찬가지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젊은이의 어리석음에 대한 상징이다. 그러나 이 두 괘상에는 어리석은 젊은이가 극복해낼 수 있는 길도 깃들어 있다. 즉 물이란 필연적으로 계속해 흐른다는 것이다. 샘물이 솟아날 때에 우선은 그것이 어디로 흐르게 될런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샘물은 끊임없이 솟아나와 물이 흘러가는 것을 가로막는 깊은 웅덩이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나서 물은 자기 갈 길을 찾아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이는 몽괘의 상징적 의미이다. 그러나 이 괘상에 씌어진 판단은 이러하다.
"청년의 어리석음이 성공을 한다. 내가 어리석은 젊은이를 찾는 것이 아니고, 그 어리석은 젊은이가 나를 찾는다. 첫 번째 점에서 나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가 여러 번 물어오면 짐이 되며, 귀찮게 굴면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 끈질기게 견디는 것이 길하리라."
헤세의 소설에서 노형은 몽괘에 대한 판단을 이렇게 간단히 말한다. 콜러가 잘 분석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괘사는 고요히 우월한 은거자인 노형과 교훈을 구하고자 하는 카스탈리엔인 요세프 크네히트의 만남을 훌륭히 예언해 주고 있다. 이를 읽는 독자들은 거의 누구나가 이 예언의 시구를 헤세가 괘사를 모방하여 지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R. 빌헬름이 독일어로 번역해 놓은 몽괘에 대한 괘사를 그저 약간만 고쳐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즉 빌헬름은 다섯 번째 줄의 시구를 "그가 두세 번 물어오면, 그것은 짐이되며 Fragt er zwei-, dreimal, so ist das Belstigung"라고 번역했는데, 헤세는 이를 "그가 여러 번 물어오면 짐이 되며 Fragt er mehrmals, ist es Belstigung"라고 고쳤을 따름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 판단의 시구를 한 마디 한 마디 잘 연구하여 합목적적으로 그의 장편에 도입했기 때문에, 『역경』에서 몽괘, 즉 젊은이의 어리석음에 대한 괘사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 보다 헤세가 철저히 연구하고 참조했던 빌헬름의 독일어 번역으로 된 해설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의 어리석음이란 하등 나쁜 것이 아니다. 젊음이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노련한 스승을 찾아내어 그의 올바른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우선 자기 자신의 미숙함을 느끼고 스승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겸손과 이러한 관심만이 없어서는 안될 수용자세를 보장해 주는 바, 이는 경외심으로 가득 찬 스승을 인정(認定)하는 마음에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은 제자가 찾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야만 한다. 스승 스스로가 제안을 해서는 않된다. 이렇게 해야만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성공적인 가르침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제자의 질문에 스승이 해주는 대답은 점을 치는 사람이 듣고자 하는 대답과 같이 명료하고 확실해야 한다. 이 대답은 의혹을 해결하고 결단을 내리는 열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믿지 못해서이거나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계속 질문하는 것은 스승에게 그저 짐이 될 뿐이며, 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은 마치 점괘가 한가지 대답만을 내려주고, 시험적으로 하는 의혹에 찬 질문에 대해서는 그 대답을 거절하는 것과도 같다.
게다가 스스로 하나 하나를 깨닫게 될 때까지 전혀 굽힐줄 모르는 고집스러움이 있다면, 확실히 훌륭한 결과를 얻게 되리라.
이로써 이 괘사는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물론 배우는 사람에게도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이 예언은 적중한다. 점괘에 나타난 대로 배움을 얻으려는 어리석은 젊은이 요세프 크네히트는 가르침을 주는 노형을 고집스러이 찾는다. 제자는 스승에게 짐이 되지 않으므로 크네히트는 여러 달 동안 "죽림"에 머물게 되며, 마침내는 스승과 마찬가지로 신비에 가득찬 "변화의 책"과 중국식 생활방식의 대가가 되는 것이다.
VI.3. 여괘(旅卦): 나그네
점서의 책으로서의『역경』에 있는 또 하나의 점괘가 헤세의 장편에 도입되었다. 요세프 크네히트는 유리알 유희의 입문과 별로 익숙치 못한 유희자들을 고무시키기 위한 교사로 마리아펠스에 있는 가장 오래된 베네딕트파 수도원에 가서 근무를 해야 된다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이 때에도 그는 역시 점을 보아 그 대답을 얻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는 "죽림"의 노형에게서 배워 익힌 쑥대를 가지고 하는 의식을 수행하여 점을 쳐본다. 그 결과 여행의 괘, 즉 "나그네"를 의미하는 "여괘"를 얻는다. 이는 『주역』의 제56궤인 "화산여(火山旅)"를 뜻하며, 그 궤상은 다음과 같이 표시되고 있다.
― ― 이(離): 붙음: 불[火]: 빛을 발함.
― ― 간(艮): 정지: 산(山): 고요함.
요세프 크네히트는 여행의 괘에 대해 "조그마한 것으로 만족하라. 끈질기게 견디는 것이 나그네에게 복을 가져온다." 라고 하는 괘사를 말한다.
이 판단의 말이 헤세의 작품 줄거리 구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할지라도, 이 또한 빌헬름이 번역한 『역경』의 "여괘"에 관한 괘사를 작가가 글자 그대로 작중에 도입한 것이다. 너무나 간결한 괘사를 보다 상세히 규정하기 위하여 빌헬름이 번역하고 헤세가 연구했던 이 괘에 관한 상징적 풀이를 여기 인용해 보자. "산[간]은 고요히 서 있는데, 위에는 불[이(離)]이 타오르며 가만히 있질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함께 머물지 못한다. 낯선 곳, 그리고 작별이 나그네의 운명이다. [...] 나그네로서, 이방인으로서는 무뚝뚝해서도 않되고 오만하려 해서도 않된다.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잘난 체해서도 않된다.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서 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보다 앞서 가야 성공을 거두게 된다. 나그네는 일정한 집도 없으니, 거리가 곧 그의 고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면적으로 옳고 확고해야 하며, 온당한 곳에만 머물고 선한 사람들만 교제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그는 복을 얻게 되고, 무리 없이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그러나 헤세의 이번 텍스트 구절을 이해하는 데는 이 여괘에 대한 괘사와 상징적 설명만으로는 충분치가 못하다. 왜냐하면 크네히트-헤세는 이 "변화의 책"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가기 때문이다. 괘사를 말하고 나서 헤세는 계속하여 "그[크네히트]는 두 번째 자리의 6의 수를 발견하고는 책을 펴들고 그 해석을 찾아보았다." 라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자리의 6의 수 Sechs auf zweitem Platz"란 6단계로 된 여괘의 궤상에 있어서 아래로부터 두 번째 자리에 있는 음효(- -)를 가리키며, "해석"이란 이 두 번째 음효에 대한 주석을 말함이다.
"나그네는 숙소에 이르른다. 여비는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는 젊은 사동의 시중을 받게 된다."
헤세 자신이 직접 작시(作詩)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시구들도 역시 빌헬름이 번역한 "두 번째 자리의 6의 수"에 대한 주석을 한 자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모두가 서로 다른 64괘의 선으로 된 하나하나의 효는 독자적인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역경』에는 이 효들에 대한 상세한 해석이 규정되어 있다. "화산여" 궤상의 밑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음효(陰爻), 즉 "2음(二陰)"에 관하여 남만성이 역해한 『주역』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가슴 속에 유화하고 겸손한 마음이 있으니 여행길에서 좋은 여관에 들게 되고, 여비가 두둑히 생기고, 잔심부름 시킬 착실한 사동(使童)까지 얻었으니 마침내 아무런 근심도 없다."
이 두 번째 예언도 『유리알 유희』에서 그대로 성취되고 있다. 즉 요세프 크네히트는 마리아펠스로 가게 되며, 이 예언서와 다른 중국의 비밀들에 관한 활발한 대화와 강의를 함으로서 세상물정에 밝고 현명한 야코부스 신부를 자기 편으로 얻게 된다. 그런데 야코부스 신부는 중국어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역시 『역경』을 좋아하고 고대 중국의 정치철학이나 삶의 지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헤세는 괘사의 판단에 따른 여괘의 실현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주인인 수도원장에 대한 그[크네히트]의 관계가 보다 생생하고 활발하게 상승하면서 [...] 그가 카스탈리엔을 떠나기 전에 점을 쳤던 괘의 약속도 차츰 실현되기 시작했다. 충분한 여비를 지닌 나그네인 그에게 약속되었던 것은 어떤 숙소에 이르게 된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젊은 사동의 시중도 받는다'는 것이다. 약속이 실현되고 있는 것을 나그네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도 좋았다. 사실 그가 '여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학교와 선생, 동료와 보호자와 조수를 멀리하고 고향인 카스탈리엔의 기름지고 아늑한 분위기를 떠나더라도, 정신과 힘을 자기 마음 속에 지니고 활동적이며 가치 있는 생활을 향해 전진한다는 표시였다. 예언되었던 '젊은 사동'은 안톤이라는 이름으로 성직 학생의 모습을 하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젊은이는 [...] 새로운 것과 좀 더 위대한 것에 대한 사도가 되고, 다가오는 사건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VII. "중국인 집의 유희"
이 장편의 중국적 요소로서 크네히트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가장 유명한 유리알 유희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크네히트가 카스탈리엔 정신국의 가장 높은 관직인 유희의 명인 자리에 올라 첫 번째인 동시에 마지막으로 거행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무상한 유리알 유희는 "중국인 집의 유희"라고 한다. 그는 『역경』의 체계와 궤사를 연구할 때 함께 공부했었던 중국 가옥 건축술의 평면도를 이 가장 성공적인 유리알 유희의 근본으로 삼았다. 크네히트는 오래 전부터 이 "멋진" 생각을 하고 종종 그에 몰두했었기 때문에, 명인이 되어 이 유희를 만들기 시작할 때에 이미 그 자체를 완성된 작품으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파이퍼가 지적하고 있듯이 그는 "중국인 집의 이념을" 유리알 유희로 건축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첫 번째의 축제적 유희를 실제적으로 작업할 때에는 그의 좋은 동료이며 조수인 테굴라리우스가 그를 돕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테굴라리우스는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의 추천을 받아 우선 "동아학관"으로 가며, 여기에서 여러가지 문헌을 통해 중국인들 집의 건축술과 마적인 집의 상징성에 대해 중국어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가능할 만큼 완전한 교육을 받는다. 테굴라리우스 역시 이제는 "중국인의 집이 어떠한 것이며, 그 집을 건축하기 위해 정해 놓은 규칙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아드리안 시아는 중국에서 집을 지을 때 고려하는 건축 이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미학적이고 건축학적인 관점에 따라서만 집을 건축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별들의 운행질서, 하늘의 향방, 음력을 규정하는 행성으로서의 달의 변화에 따라 방위를 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혼의 세계를 고려하고, 가족생활까지도 이 총체적 도식 속에 편입시킨다. 이렇게 하여 결론적인 체계가 구성되는 것이지, 우연에 내맡겨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적인 터는 당시의 우주관에 따라 4각형의 벽으로 둘러싸이게 되는데, 이 벽이란 완성된 체계의 외면을 이룸으로써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온갖 적대적 작용을 차단하여 거주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지붕들 역시 뾰족한 끝을 이루며 독특하게 구부러진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위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적대적인 요소를 방어하는 것이다. 집 자체도 당시의 생각에 따른 우주적 질서에 상응하도록 배치되고, 방들은 별들의 위치에 따라 배분된다. 가장(家長)의 침실은 다른 가족들의 방으로 에워싸여서 측면 호위를 받는다. 집 한중간에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홀이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우주질서에 따라 배치됨으로서 그 질서와 조화롭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가옥 건축에 대한 의식적인 이념을 깨우치게 된 테굴라리우스는 크네히트가 신비에 가득 찬 중국인 집의 상징성을 연례적 축제인 유리알 유희의 계획에 도입하겠다는 착상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이렇게 해서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는 테굴라리우스와 공동으로 "중국인 집의 유희"를 초안하고 구성하는데, 이는 그 하나하나의 척도가 수학적으로 엄격한 크기의 비율에 따라 조화롭게 정해지는 고대 중국인들의 자연철학적이고 우주론적인 건축물을 근본으로 한 것이다. "이 유희의 구성과 각 차원에는 중국 집의 옛 형식인 공자의 의식적 형식이 그 기초가 되었는데, 이는 참으로 훌륭한 착상이었다. 동서남북의 방위, 문들, 귀신을 막는 건물벽, 건축물들과 안마당들 간의 여러 관계나 측정, 별들이나 칼렌다나 가정생활에 대한 건물들의 정돈, 게다가 정원의 상징성과 규칙적 양식이 그러했다."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가 『역경』의 궤사와 그 조직을 연구하고 있을 때, 그는 "이러한 법칙의 신비로운 질서와 의미를 우주와 세상에 대한 인간의 배열을 나타내는 아주 적절하고도 정다운 비유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가옥 건축의 이러한 전통에서 아주 오래된 신비로운 국민정신이 사색적이고 학구적인 중국의 고관(高官) 정신과 유희의 명인 정신과도 놀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중국적 도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유희는 명인의 기질과 "지나치게 총명한 환상"을 통해 변화되고 풍부해져서, 마침내는 완벽하게 조화로운 유리알 유희로 완성되었던 것이다.
매년 다시 돌아오는 축제기간 동안에 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중국인 집의 유희"는 단 한 번만 찬란하게 연주된다. 축제가 끝난 후에 유희의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는 이번의 훌륭했던 축제와 완전한 유희에 대한 체험을 요약하여 친구인 테굴라리우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만족해도 좋아. [...] 그래, 카스탈리엔과 유리알 유희란 경이로운 것이야. 거의 완전한 것이지. 어쩌면 너무나 완전하고 너무 지나치게 아름다울런지도 몰라.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바라볼 수가 없을 정도였어. 이것들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다시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이렇게 완전하게 아름다운 유리알 유희란 크네히트가 『역경』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에 통달한 다음에야 가능해진 것이다. 유희의 하나 하나가 그 어떤 주제나 원칙에 따라 수행된다고는 할지라고, 전체적 유리알 유희는 조화로운 대우주의 질서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즉 이 유리알 유희는 바로 대우주의 총체적 본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편에 유일하게 가장 성공적인 유희로 명명되고 있는 "중국인 집의 유희"는 『역경』의 체계 전체와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64괘 중의 하나, 즉 제50장의 정괘(鼎卦)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크게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솥을 상징하는 정괘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를 대변하는 괘상으로서, 인간의 정신적 재보를 담고 있는 희생의 그릇을 뜻한다. 유리알 유희도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온갖 인류의 보화를 포괄하고 모든 대립적 요소를 융화시키고 있다. 완전한 유리알 유희란 음악적이고 학문적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명상적이고 경건하게 종교적이다. 즉 모든 것을 조화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유희의 목적으로 설정된 결과란 언제나 영원히 성스러운 것, 완전한 것, 순수한 조화, 모든 양극성을 통과한 단일성 내지 전일성이다. 또한 역의 원리를 언어가 아닌 괘상으로 표현할 수 있듯이 유리알 유희의 진행과정도 언어예술로는 완전히 서술할 수도, 현실화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가장 아름답고 가장 성공적인 "중국인 집의 유희"에 대해서까지도 아무런 설명이나 묘사가 전혀 없는 것이다.
VIII. 결 언
헤세는 고대 중국의 지혜를 탐독하고 그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중국어를 직접 독파하거나 구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이상향적 작품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느 한 작품의 주인공이란 그 작가의 분신 또는 제2의 자아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알 유희』에서 헤세는 주인공 크네히트로 하여금 중국어는 물론 중국의 지혜에도 통달할 수 있게 하며, 다른 어떤 작품에 있어서 보다 여러가지 중국적 내지 동양적 요소를 가장 심도있게 수용하여 작품화하고 있다.
우선 이 미래적 장편의 중심무대가 되고 있는 카스탈리엔 교육주가 카톨릭 종단과 유사하다 할지라도, 그 계급적 구조와 귀족적 예식은 중국의 전통적 유교조직을 본보기로 삼았다. 카스탈리엔 학자국은 그 나라의 영재들을 수용하여,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다. 이러한 이념을 헤세는 공자가 노나라에 창립한 노학교의 근본원칙과 교육이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주인공 크네히트는 바로 이 교육주에 선발되어 영재교육을 받는다. 그는 결국 카스탈리엔 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유희의 명인으로 발전하며, 최고의 지배자인 동시에 최고의 봉사자로 활동하게 된다. 그의 교육과정에는 서양적인 요소와 동양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동양적인 요소로서 그는 가장 먼저 "우주적 언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중국어를 배운다. 동시에 그는 이 상징적 언어가 신비로 가득찬 유리알 유희의 구성과 법칙과 문법을 서술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고대 중국의 음악과 건축술, 중국 문화와 고전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그는 중국인들의 음악에 우주적 의미가 깃들어 있음을 인식하고, 중국 음악이 문화적 지상생활의 비유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 내지 음악관을 유리알 유희의 가장 본질적 예술 및 그 이념으로 삼는다. 크네히트의 음악사상을 심화시키기 위해 작가 헤세는 자신이 독서한 『여씨춘추』의 음악에 관한 기록들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크네히트가 가장 깊이 파고든 중국의 지혜는 『역경』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 그러했던 것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책"의 구조적 요소와 그 내용을 작가는 자기 작품 『유리알 유희』에,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는 카스탈리엔 교육주에서 실제로 행하는 유리알 유희의 조직에 이끌어들인다. 또한 그들은 『역경』을 점서의 책 내지는 예언서로도 이용한다. 즉 젊은 주인공 크네히트가 중국학 연구의 소망을 이룩할 수 있는가 라고 하는 질문에 대하여 "죽림"의 노형(老兄)은 점을 보아 몽궤를 얻고, 또 크네히트는 자신이 베네딕트파 수도원에 가서 유리알 유희의 입문을 위한 교사로 근무하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에 점을 쳐서 여궤를 얻는다. 이 두가지 예언은 작중에서 정확히 성취되고 있다. 이 점궤 또는 궤사들은 빌헬름이 번역한 것을 헤세가 그대로 옮겨 작품화한 것이다.
유희의 명인이 된 크네히트가 처음이면서도 마지막으로 수행한 유리알 유희는 "중국인 집의 유희"라고 한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무상한 이 유희는 고대 중국인들의 자연철학적이고 우주론적인 건축이념을 근본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 유희의 실현은 또한 크네히트가 철학적 지혜의 책으로서의 『역경』에 통달한 다음에야 가능했다. 그것은 그가 『역경』의 조직을 "중국인 집의 유희"에 도입함으로서 전체적 유희가 대우주의 총체적 본질을 상징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헤세는 이렇게 많은 중국적 요소를 작품에 직접 수용함으로서 자신의 문학이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그것은 모든 대립을 조화롭게 포괄하는 양극적 단일사상 또는 양극적 전일사상에 대한 논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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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Chinesische Elemente im "Glasperlenspiel" von Hermann Hesse
Lee, Inn-Ung (Hankuk Univ. of Foreign Studies)
Seitdem Hermann Hesse mit der Geisteswelt Chinas bekannt wurde und sich damit beschftigt hat, hielt er sie fr besonders wertvoll und wurde von ihr fr sein literarisches Schaffen stndig inspiriert. Hesse ist jedoch bei der Lektre auf verschiedene Ubersetzungen angewiesen, da er selbst die Sprache nicht beherrscht. In seinem Werk erfllt er sich aber seinen Wunschtraum, indem er seinen Helden, der als Hesses alter ego bezeichnet werden kann, in die chinesische Geisteswelt einfhrt. So laßt Hesse im "Glasperlenspiel" die Hauptfigur Josef Knecht nicht nur die chinesische Sprache, sondern auch die altchinesische Weisheit beherrschen und nimmt verschiedene chinesische Elemente in seinen Roman auf.
Der Schauplatz des utopischen Zukunftsromans ist die pdagogische Provinz Kastalien. Trotz ihrer systematischen Ahnlichkeit mit dem katholischen Orden hat der Dichter in ihrem hierarchischen Aufbau und im aristokratischen Zeremoniell eher die Organisation des althergebrachten konfuzianischen Systems nachgebildet. Die kastalische Institution Hesses ist eine Erziehungsorganisation genau so wie die konfuzianische Schule von Lu, die nur die hochbegabte Elite des Landes aufnimmt und sie nach sorgfltigem und freiem Studium fr die Gemeinschaft dienstbar macht. Zur Schulung der jungen Mnner dient als wichtiges Mittel die tugendhafte konfuzianische Sitte und die kastalische Zucht, die das ußere Verhalten der edlen Elite regeln. Diese Grundidee der Erziehung hat Hesse sehr stark von Prinzipien des chinesischen Taoismus sowie des Konfuzianismus sehr stark rezipiert.
Die Hauptfigur Josef Knecht des Romans wird von eben dieser pdagogischen Institution ausgewhlt und erhalt eine elitre Ausbildung. Er entwickelt sich zum Magister Ludi des Glasperlenspiels, das im Mittelpunkt des kastalischen Lebens steht, und wird als oberster Herrscher und zugleich als unterster Dienender tatig. Zu seiner ganzheitlichen Schulung gehren alle westlichen sowie stlichen Elemente zusammen. Zu deren Beherrschung lernt er zuerst das Chinesische, das als eine Universalsprache fungiert. Er erkennt sofort, daß diese Zeichen- oder Symbolschrift fr die Darstellung von Regeln und Grammatik der geheimnisvollen Glasperlen-Kompositionen angemessen ist. Weiterhin lernt und studiert Knecht sehr intensiv die altchinesische Musik und Baukunst, chinesische Kultur und Klassiker. Vor allem wird die Musik, die eine kosmische Bedeutung hat, als ein Gleichnis alles irdischen kulturellen Lebens verstanden, und diese chinesische Musik-Philosophie wird die wesentliche Idee des Glasperlenspiels. Um di
e Musikanschauung Knechts zu vertiefen, zitiert der Dichter aus dem "Fruhling und Herbst des Lu Bu We" die musikalischen Aufzeichnungen wrtlich.
Aber das tiefe Eindringen von Hesse wie von Knecht in das "Buch der Wandlungen", "I Ging", erweist sich fr das "Glasperlenspiel" am wirksamsten und ergiebigsten. So baut Hesse das System des Buches in seinen Roman "Glasperlenspiel" ein, und Knecht bernimmt es fr sein in Kastalien durchgefhrtes Glasperlenspiel. Außerdem wird das uralte Wandlungsbuch in dem Roman der Zukunft als ein Orakel- bzw. Wahrsagebuch studiert, benutzt und im Spiel verwendet. Auf die Frage, ob der Wunsch des jungen Kastaliers Knecht, als Schler in einer chinesischen Eremitage zu bleiben und sein chinesisches Studium zu vertiefen, erfllt werden kann, nimmt der einsiedlerische ltere Bruder das Orakel und findet das Orakelzeichen "Mong", das die Bedeutung Jugendtorheit hat. Und als Knecht den Auftrag erhlt, als Lehrer zur Einfhrung in das Glasperlenspiel wie auch zur Anregung der wenigen Spieler des Bnediktinerklosters Mariafels ttig zu werden, befragt er vor dem Antritt seiner Reise das Orakelbuch und stßt auf das Orake
lzeichen L, das so viel wie Wanderer bedeutet. Diese beiden Vorhersagen erfllen sich im Roman. Die zugehrige Urteilssprache der beiden Orakelzeichen, die Hesse selbst gedichtet zu haben scheint, sind aber eine Wiedergabe des Wandlungsbuches in der Ubersetzung von Richard Wilhelm.
Das Glasperlenspiel, das Knecht in seinem hchsten Amt als Magister Ludi zum ersten Mal und zugleich zum letzten Mal zelebriert, heißt "Chinesenhausspiel". Knecht legt dem Plan dieses schnsten und vergnglichsten Festspiels die geheimnisvolle Symbolik des altchinesischen Hauses zugrunde, dessen Baukunst er zusammen mit Regeln und Kommentaren des Wahrsagebuches "I Ging" studiert hat. So fhrt er das ganze I Ging-System in das Chinesenhausspiel ein, das eine naturphilosophische, kosmologische Idee der alten Chinesen in sich einschließt. Ein vollkommenes Spiel, das wie Tao nur als eine Idee existiert, lßt sich nicht mit irgendeiner Sprache beschreiben oder in Wirklichkeit vorfhren. Hermann Hesse aber stellt durch Aufnahme solcher chinesischen Elemente umwegsweise seine literarische Idee dar, nmlich die Idee der polaren Einheit bzw. der polaren All-Einh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