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 美서 큰 인기, 용설란 씨가 마른다.
자료발췌 : 동아일보 2001년 5월 24일자
멕시코 농민 마구잡이 채취
멕시코 증류주인 데킬라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원료가 되는 용설란이 위협을 받고 있다. 멕시코 환경단체인 '생태연구그룹'이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1985년이래 112%나 늘어난 데킬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야생 용설란까지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97년 급증하던 데킬라 수요가 갑자기 주춤해지자 농민들은 과잉재배상태에 놓인 용설란을 갈아 업고 다른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시 치명적인 곰팡이까지 퍼져 많은 용설란 재배지가 사라졌다.
최근 다시 데킬라 수요가 증가하자 당장 데킬라의 원료가 될 만큼 충분히 자란 8∼10년생 용설란이 부족해졌다. 농민들은 부족분을 야생 용설란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국 증류주협회에 따르면 데킬라는 미국에서 지난해에만 6900만 리터가 소비됐다.
한편 생태연구그룹은 미국의 환경단체인 '열대우림동맹'으로부터 30만달러의 연구기금을 받아 농민들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야생 용설란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야생 용설란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인공 재배한 묘목을 다시 숲에 심는 한편, 농민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데킬라의 사촌격인 메즈칼을 미국 시장에 적극 일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메즈칼은 오랫동안 멕시코 농민들이 환경친화적인 전통농법으로 재배한 또 다른 종류의 용설란으로 만든 술이다.
<이영완 동아 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