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년 전 추석 연휴였던가!
다운증후군 딸애의 교육을 생각하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자음한글카드> 카페,
이것이 소영이의 일생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건 이 될 줄이야- 찬송을 좋아하는 소영이를 위해 찬송가 정도는 읽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한글공부 -어느덧 소영이의 한글 학습이 마무리할 단계가 되었다니.......
모성애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무늬만 엄마인 내게는 아이를 위해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쉽지않았다. 그런데 이 카페는 내 귀를 솔깃하게했다. 카페지기인 교장샘의 지시만 받아서 날마다 점검하면 되니까, 나같이 게으른 엄마가 접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에는 제법 재미있게 진도가 나가는 것 같아 교장샘과 신나게 통화를 주고 받은 것 같았는데, 갈수록 진도 나기는 것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카페 들어가는 것도 교장샘과 통화하는 것도 시들한 채로 '가거고구'까지는 꾸역꾸역 해냈다. 그런데 '기'에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 한글은 무슨 한글이냐 즐겁게 살다가 가면 되지.' 이런 생각에서 자음카드카페도 잊고 지내는 어느날 교장샘의 느닷없는 전화가 왔다. 순간 ' 안받을까? 무슨 말을 하지? 그냥 포기한다고 해야하나? ...' 이러저런 생각을 하다가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 하에 김영생 교장선생님과 간만에 긴 통화를 하였다.
내 딸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장샘의 찰거머리같은?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다시 한글 공부를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이러저러한 말씀을 나누다가 '아, 이것은 단지 한글공부가 아니구나.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또 하나의 기획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교장샘이 계시는 '서신초등학교'로 무조건 가서 소영이의 한글학습을 재개해 온 지 어언 반 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교장샘과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어서 서로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싸질머지고 집으로 가서 천천히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속단이었는지 금세 깨닫게 되었다. 마치 하나님앞에 우리 인간들이 갖는 미련한 생각과도 흡사한 것 같았다. 어찌보면 소영이의 한글학습은 수단이고 궁극적인 의도는 엄마인 나의 믿음의 분량을 하나님이 체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믿음과 순종이 동전의 앞뒤면임을 깨달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소영이는 '가거고구기개게' 등의 받침없는 글자는 벌써 다 익히고 ㄴ, ㄹ, ㅁ, ㅇ 울림소리받침을 마치고 ㄱ, ㅂ등의 받침글자를 연습하며 10쪽이 넘는 문장읽기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거의 엄마의 도움없이 주체적으로......7월 말이면 소영이는 콩쥐팥쥐를 읽게 된다. 정신지체 2급 다운증후군의 한계가 자명하기에, 기존의 성공사례를 써온 서씨부인, 연우맘, 행복망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건너 불보기 같았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나 미욱한 생각이었나 스스로 반성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2급이냐 3급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가 얼마나 아이를 믿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르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임을 절감해 본다.
이 카페의 맨 앞에서 교장샘께서 힘주어 말씀하셨듯이 얼마나 기뻐하며 따르느냐에 따라 한글 완성의 길은 보이는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자칫하면 한참 돌아가는 우를 범할 뻔한 어리석음을 말끔히 다 내려놓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한달을 위해 교장샘과 소영이와 함께 좀더 아름다운 트라이앵글을 울려 볼 것이다. 하나님께 영광 서신에 감사!!!
첫댓글.. 드립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읍까지 내려 온 적극적인 엄마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고 귀한 열매를 맺게 되네요, 물론 교장선생님의 노고 또한 크시고요^^ 소원이는 여전히 모음구분이 안되고 있지만 한글읽기를 성공 할 날이 오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흰 눈이 소복하게 내린 정읍에서 뵌 지가 벌써 몇달이 지났네요..소영이도 정말 수고했고 소영맘님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화이팅입니다^^
이럴때 꼭 필요한 말인것 같네요.. God, Works!!! 소영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또 뵐수 있을지...
소영이는 대학도 갈 수 있고 한글 가르치는 선생님도 될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