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는 워낙 큰 스키장들이 많다보니 사호로는 중간급 정도?
그래도 주차장만 봐서는 이래서 장사되겠나...하는 별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투어 집합시간은 오후 1시 30분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슬슬 걷다보니 스노우 모빌 타는 곳.

그렇지않아도 어제 스노우 모빌을 못타 서운해했던 주민이.
처음에 한두번 눈에다 박더니 그 뒤로는 쌩쌩 잘도 달린다.
시카리베츠는 트랙 두바퀴도는데 1500엔였던 것에 비해 여기는 대여섯 바퀴는 돈 것 같은데 500엔.

드디어 투어 집합
문제는 주민이... 어제 치료받고나니 별로 안아프다며 자기도 투어를 하겠단다.
어제 의사 선생님이 많이 안아프면 해도 되지만 가능하면 하지말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안하고 가면 두고두고 후회될 거라고 조르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허락은 했는데 걱정이다.
일단 가이드에게 아이의 상태를 알리고 조금 천천히 내려오기로...
오늘의 투어 인원은 총 8명, 가이드 2명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외에 다른 두 분도 한국 분들...
가이드들도 한국 사람은 거의 이 투어를 안하는데 이렇게 한국 사람들로만 팀을 자보기는 처음이란다.
서울에서 오신 여성분들인데 친구끼리 열심히 돈모아 여행온 거라며
사호로 클럽메드에 묵는단다. 부러워라~
두 분은 스키복을 입고 오셨으니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스키복 렌탈.
스키복도 부츠도 모두 무료 렌탈이 가능기 때문에
예약시 신발 사이즈와 키 체형등을 메일로 보내 가이드들이 커다란 보따리에 챙겨왔다.
옷 갈아입고 주의사항듣고 개인 짐은 모두 맡기고 출발!
먼저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으로... 정말 한참 올라간다. 까마득~
만년 초급 스키어 주제에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와 봤어야 말이지...

정상에서 모두 모여 준비운동을 한 후
스노우슈(설피) 신는 법을 배운다.
스노우슈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형에서 눈 위를 걸을 수 있도록 고안된 신발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 산악지방 같은 곳에선 설피라는 이름으로 예전부터 신어왔던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갑자기 치프 가이드 류상이 슬로프 옆 출입금지 밧줄을 들추더니 그리로 내려가는 거란다.
"오...마이....갓!!!!"
적어도 60도가 넘어 보이는 경사면인데... 모두들 말도 안된다며 난리가 났다.
하지만 가이드가 먼저 성큼성큼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남자아이들을 필두로 내려갈 수 밖에...
여자들은 이런 건줄 알았으면 절대 투어를 안했을 거라며 울상이되어 들어서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아 미끄러진다.
스키를 타기위해 올라왔던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일본인들도... 신기한지 구경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간바레~"
"화이팅!!!"

그런데 생각보다 미끄럽지가 않다.
넘어져도 너무나 푹신하고...
용기가 난 우리는 조심스레 걷기시작... 나중엔 뛰기도 가능해진다.
마치 구름을 걷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힘들면 다시 주저앉아 미끄러지고... 구르고... 다시 뛰다가... 점프!!!
누군가 신기한듯 눈이 맛있다기에 눈을 먹어보았다.
정말.................맛.있.다!!!!
과일시럽만 뿌리면 완전 과일빙수...
혹시 나중에 이 투어에 참가하실 분이 계신다면 필히 시럽하나 주머니에 챙겨가시길...^^;
작은 나무를 흔들면 쌓였던 눈이 떨어지며 눈으로 샤워를 하는 듯한 느낌인데....
의외로 재미있다.
(인화한 사진을 스캐너가 없어 그냥 찍었더니 상태가 안 좋음)

어느정도 내려와 휴식타임!
아무렇게나 눈을 쿠션삼아 주저앉아 가이드가 나눠주는 과자와 홍차를 마시는데 맛이 끝내준다.
그리고 담소...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가 제멋대로 난무하는 대화도 새로운 즐거움.
아까 괜히 투어를 했다며 투덜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다들 정말 재미있다며 투어하길 잘했단다. 한국 돌아가면 제일 기억에 남을 거라고...
같은 투어팀 중 한분... 날다람쥐처럼 내려가시네.

그리고 또 한분...
주민이와 함께 나까지 셋이서 후미그룹 멤버.
말씀도 재미있게 하셔서 덕분에 투어의 즐거움이 더해졌다.
이자카야에서 술한잔 걸치고 100엔이 부족해 현금인출기 찾아 삿포로 시내를 헤맸다는 이야기엔 뒤집어졌다는...^^

환할때 올라갔는데 벌써 날은 어둑어둑...
집합했던 장소에 모여 류상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박장대소!!!
사진을 선택하면 엽서사이즈 한장에 300엔씩 받고 인화해준다.
우리는 모두 22장을 골랐고 서비스 쿠폰으로 1인당 1매씩 서비스...16장 구입 (1인당 3장꼴)
나중에 저녁에 숙소로 가져다 준다.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영어도 잘해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던 류상과 함께 기념촬영!
일본나이로 37살이라는데 전혀 그렇게 안보인다.

두 분은 또다른 가이드 준페이상의 차로 먼저 떠나고
우리는 류상이 유스호스텔까지 태워다 주었다.
"다다이마!"
"오까에리나사이~"
마치 일주일은 머문듯한 친근함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쥔장 부부.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여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배운 초급 일본어가 제대로 먹히고있는 중.ㅎㅎ
우리가 잘 방과 거실의 난로..
도미토리가 아닌 일반 화실... 침구류가 너무나 깨끗하고 푹신하다.

식사가 준비될 동안
남자아이들은 게임에... 여자아이들은 피아노를 치며 놀고 있다.
마침 유스의 손님은 우리뿐...

오늘의 저녁 메뉴는 샤브샤브 (미리 예약해놓음)
전골냄비에 고기접시와 야채접시 하나씩이 전부다. 그리고 소스 두종류와 밥
하지만... 재료 탓인지 정말정말......맛있다.
가지고 온 김자반과 튜브 고추장까지 반찬삼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한참 때의 아이들이다보니 꽤 많던 고기가 사라졌을 때쯤...짠!하고 나타난 쥔 아저씨
"고기 남은게 좀 있는데 더 드실래요?"
"예!!!!!!!!!!!!!!!"
아이들이 이런저런 숙소들을 제치고 사호로 유스호스텔을 최고로 꼽은 이유는 식사가 80%를 차지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터져버릴 것만같은 배도 꺼트릴겸...
슬슬 걸어 신토쿠역 바로 옆에 있다는 마을 온천을 가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목욕용품들을 챙겨들고 씩씩하게 나선 것까지는 좋은데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엉뚱한 쪽으로 가버렸다.
추운거야 견달만한데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길을 물어볼래도 사람이 다녀야 말이지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고 ... 별수없이 불이 켜져있는 어떤 건물에 들어가 문을 두드렸다.
생각해보면 숙직하고 있는데 오밤중에 어떤 여자가 아이들을 죽 데리고 회사까지 들어와
비닐 봉다리 하나 들고 서서 역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어떤 느낌이었을까? -_-;
그러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랬더니 왜 다 따라들어오는게야?
겨우겨우 찾아온 마을 온천
신토쿠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인다.
토무라우시야마 온천물을 매일 실어다 나른다는데 정말일까?

그야말로 동네 목욕탕
탕만 있기 때문에 수건은 물론이고 비누와 샴프도 각자 챙겨와야한다.
남탕과 칸막이 위가 뚫려있어 말소리가 다 들려서 그렇지... 물은 정말 좋다.
그래도 탈의실에 귀중품함과 드라이어도 있고...
마을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온천을 즐기고 나오니 가장 요란했던 오늘 하루도 정리가 되는 듯하다.
역 앞의 소박한 일루미네이션도
유스까지 가는 길의 가로등 불빛도
이국의 낯선 작은 시골마을에 마음 한조각 묻어두는데 한 몫

기분좋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돌아오는 길은 허무하게도 10분이 채 안걸린다.
이렇게 가까운 길을 30분이 넘게 헤맸으니... 쯧쯧
다른 때 같음 숙소의 약도를 머리속에 외울정도로 들여다 봤겠지만
이번엔 워낙 숙소의 송영 서비스들이 좋다보니 숙소 약도를 들여다 볼 일이 거의 없었다는게 이유.
숙소 앞의 세이코 마트(편의점)에 들어가 간식거리 몇개를 챙긴 뒤 숙소로...
"다다이마!!"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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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 다운힐 투어 : 5200 X 6 = 31200엔
투어 사진 : 300 X 16 = 4800엔
스노우 모빌 : 500 X 4 = 2000엔
음료 및 아이스크림 : 250 X 4 = 1000엔
마을 온천 : 400 X 6 = 2400엔
<41,4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