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있는 애완동물은 대개 포유동물이고 사람처럼 잠을 잔다. 곤충 · 연체동물 · 어류 · 양서류 · 조류도 잠을 잔다. 다만 잠자는 자세와 잠의 길이가 달라 잠을 자고 있다고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의 수면시간은 육식동물의 수면시간보다 짧다. 잠자는 자세도 다르다. 나무늘보와 박쥐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채 잠을 잔다. 대부분의 새는 자는 동안 한쪽 다리로만 체중을 지탱한다. 원숭이와 유인원 그리고 사람은 누워서 잠을 잔다. 잠이 들면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에 힘이 빠져 눕지 않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수업 중에 꾸벅꾸벅 조는 것은 잠이 들 때마다 자세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잠을 줄여 공부를 많이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잠을 자면서도 두뇌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돌고래라면 가능할 것이다. 돌고래는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로 폐호흡을 한다. 물속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면 익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시로 헤엄쳐 물 밖으로 나온다면 잠은 어떻게 잘까? 돌고래는 생존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고 그 결과 뇌의 반만 잠이 들고 나머지는 깨어서 활동할 수 있는 ‘반구수면’을 한다. 오른쪽 뇌가 자는 동안 왼쪽 뇌가 깨어서 운동과 호흡을 통제한다. 1∼3시간 간격으로 좌 · 우뇌는 임무 교대한다. 이런 식으로 잘 수 있는 포유동물은 고래, 바다표범과 같은 몇몇 종에 국한된다.
한편 조류인 새들도 반구수면을 한다. 뇌의 반쪽이 깨어 있고 그 뇌와 연결된 한쪽 눈을 뜬 상태로 있다. 반대편 뇌는 수면상태에 있다. 자는 동안 뜨고 있는 눈을 통해 얻은 정보가 반쪽 뇌로 전달된다. 그래서 포식자의 접근을 빨리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다.
잠은 동물에게 생존의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꼭 자야하는 필수적인 생리 과정이다. 수면의 생리적 의미는 여럿 있지만, 낮에 경험했던 정보를 뇌 속에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어떤 일을 경험함과 동시에 그것을 뇌 속에 저장하기에는 자원과 시간이 부족해 일단 임시 저장소에 저장해 둔 다음 활동량을 줄인 상태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잠을 자지 않으면 경험한 것을 저장할 수 없고 그것을 토대로 발전할 수 없다.
사람에겐 반구수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나 돌고래보다 고등동물인 인간은 낮 동안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더 많아 뇌의 반만을 사용하고 정리하는 것으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낮에 얻은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더 깊게 자야 한다. 공부시간을 늘리기 위해 잠을 줄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신홍범 수면전문의·의학박사 / 한국교직원신문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