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0칼로리? 제로 슈가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지난 5월 전 세계 ‘쩝쩝박사’들이 주목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돼지런(돼지+부지런)한 쩝쩝박사들의 밥상머리 필수 아이템, 제로 콜라에 들어있는 ‘제로 슈가’에 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새로운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콜라는 몸에 나빠도 제로 콜라는 괜찮다! vs 아무리 그래도 인공 합성물이 몸에 좋을 리가 있느냐?’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지만, 고칼로리로 잘 차려진 식탁에 늘 최소한의 양심이 되어주었던 제로 콜라에 과연 전문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
그림 1. 제로 슈가는 설탕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그렇다면 칼로리까지도 정말 덜어줄까? (출처: Shutterstock)
제로 슈가 열풍은 탄산음료에만 그치지 않고 조미료, 커피, 심지어 과자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달달한 과자를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다니, 그야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듣기 좋은 광고다. 한번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보자. ‘감미료(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무설탕을 표방하는 과자에서도 볼 수 있듯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어드밴탐, 시클라메이트, 네오탐, 사카린, 스테비아 등은 설탕을 대신해 가공식품에 흔히 쓰이는 합성감미료다. 그렇다면 합성감미료는 무조건 건강에 나쁠까?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다는데, 합성감미료도 적정량만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무설탕 감미료와 천연 감미료, 정말 괜찮을까?
먼저 설탕의 문제를 살펴보자. 포도당이나 과당 같은 유리당(free sugars)은 과다 섭취 시 과체중, 비만을 야기하는데, 이는 결국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인 식생활 관련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무설탕 감미료(NSS)는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널리 소개되었고, 특히 당뇨 환자들에게 혈당 조절 수단으로 권장되었다. 그러나 무설탕 감미료가 장기적인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습관적으로 섭취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합의된 바가 없었다.
그림 2.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설탕 감미료가 체중감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출처: WHO 홈페이지)
이번 발표된 보고서에서 WHO는 당뇨 환자를 제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총 283개의 연구를 검토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무설탕 감미료는 설탕에 비교했을 때 체중 감량이나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데 끼치는 영향이 적으며, 포도당이나 인슐린과 같은 당뇨 지표에 변화를 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가장 큰 목적이 체지방 감소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무설탕 감미료가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부 연구에서는 많은 양의 무설탕 감미료를 섭취했을 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등의 위험이 다소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천연 감미료는 어떨까? 스테비아나 몽크프루트의 경우 식물에서 추출되는 성분으로 인공 감미료가 아닌 ‘천연’ 제품이므로 더 안전할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비록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감미료이기에 근거가 충분히 쌓이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천연 감미료도 인공 감미료와 체내에서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에는 스테비아, 몽크프루트 등과 자주 혼합해 첨가되는 또 다른 천연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이 혈액 응고, 뇌졸중, 심장마비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수행한 이 연구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무설탕 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총)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독일과 이스라엘 연구팀이 참가자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누어 아스파탐, 사카린, 스테비아, 수크랄로스, 포도당, 무성분 물질을 섭취하게 한 다음 혈당 반응을 관찰하자 사카린과 수크랄로스 그룹의 참가자들에게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반응이 관찰된 것이다. 이들의 대변을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총의 조성과 이들이 생성하는 분자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FDA는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네오탐, 어드밴탐, 사카린 총 6가지 감미료를 식품 첨가물로 승인하였으며, 여전히 일일섭취허용량(ADI) 기준 이하에서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무설탕 감미료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평가할 때, 인과 관계가 아닌 연관성만 보여주는 연구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단 ‘단맛’부터 줄여야
전문가 사이에 일치된 결론은 아직 없지만 WHO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애초에 단맛 자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길 권한다. 인공 감미료를 포함한 달콤한 맛을 점차 줄이고 단백질,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의 섭취를 늘리면 혈당 상승을 늦출 수 있으며, 그럼 설탕에 대한 갈망이 줄어 당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음료나 조미료, 빵과 같이 첨가당이 숨겨져 있는 음식을 조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달콤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식품에도 알고 보면 당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림 3. 전문가들은 설탕과 무설탕을 구분하기 이전에 단맛부터
줄여야 한다고 권한다. (출처: Shutterstock)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등이 첨가되는 제로 콜라 역시 이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지금의 과학으로는 아직 알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로 콜라를 물 대신 마실 정도로 많이 섭취하고 있다면 약간의 경각심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권유대로 줄여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