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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는 20세기 후반의 가장 유명한 그리스도인 작가일 것입니다.
그의 유명세는 사후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그칠 줄을 모릅니다.
루이스가 사망한 1963년 11월 22일은 공교롭게도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와 존 F. 케네디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C. S. 루이스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아홉 살이던 해에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어린 루이스를 영국의 기숙사 학교로 보냅니다.
루이스는 학교생활을 지긋지긋해 하다가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런데 옥스퍼드의 학창생활은 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좋았다고 합니다.
루이스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차례로 영문학 교수생활을 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밀턴의 실낙원 입문을 포함한 여러 글을 쓰고 1954년엔 「16세기 영국문학」을 출간하는데 이 책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리처드 후커 및 청교도 저술가들을 여럿 다룹니다.
학교에서 루이스는 감칠 맛 나는 강의와 함께 다림질 하지 않은 바지, 너덜너덜한 양복, 닳은 구두를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는 스타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하루는 판에 박은 듯해서 독서와 글쓰기, 산책, 친구들과의 담화로 채워집니다. 스스로 “나는 단조로움을 좋아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고 합니다.
루이스는 드러나지 않는 선행을 많이 한 사람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의 사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 많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급우가 1차 대전 중에 전사하자 그의 어머니, 시끄럽고 요구도 많은 노부인을 1951년 사망할 때까지 돌봐준 일도 있습니다.
쓰는 책마다 잘 팔렸기 때문에 돈 걱정은 일찌감치 걷어도 좋았을 루이스지만 애초의 단순한 생활방식과 너저분한 옷차림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입의 3분지2를 남을 위해 내놓고 살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단순한 생활과 독신으로 살던 루이스가 1956년 이혼전력이 있는 미국여성 조이 데이비드만 그레샴(Joy Davidman Gresham)과 전격 결혼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1960년 부인이 암으로 사망해 짧게 끝나고 맙니다.
이 로맨스는 “그림자나라”(Shadowlands)라는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여하튼 거의 환갑나이에 벌인 로맨스를 빼곤 루이스의 생활은 따분하리만치 일정합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따분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늘 어려운 신앙의 물음과 씨름하는 한편으로 놀라운 상상의 신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음속에 펼쳐놓은 상상의 세계에서 루이스는 초자연을 탐색했고 죄와 구원의 의미를 더듬었습니다.
그리고 글로 펼쳐놓은 내면의 상상은 늘 인기를 끌었지요.
루이스는 신학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도 없고 스스로 신학자를 자처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늘 신학적인 주제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느끼게 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미지와 예, 비유를 통해 정말 복잡한 신학사상이라도 명쾌하게 푸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루이스는 판타지소설 말고도 분명하게 신학적인 글들도 썼는데 새로운 신학사상을 내놓는다기보다 기존의 신앙이해를 보다 분명히 하고 변증하려는 중심의 글들입니다.
심지어 어느 글에선가는 자기 글에서 비정통적이라든지 독창적이고 기발한 내용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의도와 어긋난 것이며 무지의 소산일 것”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자서전에 따르면 루이스는 원래 그리스도인은 아니었지만 1920년대와 30년대에 점진적으로 신앙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 갖게 된 신앙이해가 평생 일관됩니다.
루이스의 작품마다 보이지 않는 실재, 시공을 넘어선 초자연세계,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주제가 반복되는데 이 초월적 세계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 삶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1942년에 내놓은 「스크류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는 고참 악마 스크류테이프가 풋내기 조카 악마 웜우드와 주고받는 서신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유혹을 고안해 한 영혼을 저주받게끔 노력하지만 하느님의 은총도 작용해 결국 그 영혼은 헌신하는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책 말미에 스크류테이프는 실패의 벌로 웜우드를 먹어치우기로 합니다.
이 또한 루이스가 이 세상의 삶을 생명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는 엄청난 무게감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C. S. 루이스는 논리가 날카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누가 논리적으로 허튼 소릴 하거나 감상으로 질척거리면 견디질 못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 지는 이런 루이스를 가리켜 마치 체스의 고수가 별 것 아닌 한 수를 두는데 10분쯤 뒤에 보면 그것이 천재의 일격이었음을 알게 되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한다고 평했습니다. 루
이스가 가진 논리의 힘은 어려운 신학적 물음을 놓고 씨름하는 책마다 빛납니다.
1940년에 내놓은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라는 책은 오랜 신학의 딜레마 즉 하느님은 무한히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어째서 세상에 이토록 고통과 악이 많은가라는 문제와 씨름한 책입니다.
그러나 C. S. 루이스의 논리가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1952년에 출간한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일 것입니다.
이 책은 원래 이전에 라디오 강연으로 했던 것을 책으로 낸 것입니다.
여기서 루이스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이고 기본적이라 할 신앙의 내용이 논리적 통일성이 있으며 이치에 합당함을 드러냅니다.
대화체로 재지 않으면서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이 책은 소박하면서도 명철한 이미지와 비유로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본디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오래 믿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와 닿는 바가 큽니다.
그가 여기서 성육신이나 삼위일체, 인간의 본성 및 그리스도교 윤리를 다룬 내용은 그야말로 명쾌함과 정밀함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날도 이 책을 사서 읽습니다.
루이스가 천착한 주제 중 하나는 인간에겐 변화와 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가 재현되는 작품 중 하나가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입니다.
그 중 “새벽 출정호의 항해” 같은 작품을 보면 버릇없는 유스터스 클래런스 스크럽(Eustace Clarence Scrubb)이라는 소년이 나옵니다.
이 소년은 낯선 섬에서 길을 잃었다가 용의 동굴에서 보물을 발견합니다.
이 보물을 이기적으로 쓸 궁리를 하다가 소년은 잠이 들지요. 그런데 잠에서 깨보니 소년은 용처럼 비늘 덮인 몸과 갈퀴 발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해도 용의 껍질을 벗을 수가 없는데 어디선가 사자 아슬란이 나타나 껍질을 벗겨주고 원래 소년의 몸으로 돌려줍니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도 하얀 마녀의 노예가 된 소년 에드먼드가 등장하는데 에드먼드의 남매들이 사자 아슬란의 도움으로 그를 구출합니다.
굳이 그리스도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와 구원의 테마가 분명하게 등장하는 것이지요.
루이스 말년의 「개인기도」(Letters to Malcolm: Chiefly on Prayer)는 이전에 쓴 내용과 모순되지는 않으나 이전의 분명하고 활기찬 톤에서 많이 물러난 문체입니다.
그리고 1961년의 「헤아려본 슬픔」(A Grief Observed)은 아내가 죽은 뒤 타는 듯한 고통과 슬픔을 가감 없이 기록한 책으로 여기엔 다른 책에서와 같은 확신에 찬 비유나 논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후의 생명에 대해서 또 하느님의 선하심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는 물음만을 겸손히 응시할 따름입니다. 뿌리까지 흔들려버린 믿음. 하지만 루이스는 다시금 믿음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이전과는 다른 믿음, 논리를 배척한 것이 아니지만 이제 그것을 넘어선 믿음의 경지를 루이스는 말년에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세상과 소통할 언어를 잃고 게토화 되는 듯싶은 한국의 형편에서 늘 비신자도 알아듣게 이성적으로 다가가는 루이스의 모습은 성공회의 일면을 되짚게 합니다.
한편 이성을 강조하지만 이성주의라 할 수는 없는, 이성을 넘어선 초월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지 않는 신비적 이성의 풍모를 루이스의 말년은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과 소통되지 않는 자기네만의 언어로 갇힌 한국교회, 신비주의는 늘 반지성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그 자리에서 루이스라는 한 인격에 구현된 두 가지 특성을 한국의 성공회가 드러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주엽 신부 (프란시스, 분당교회)
첫댓글 루이스는 말년에 천주교로 개종했다고 합니다.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년 11월 29일 - 1963년 11월 22일), 혹은 C. S. 루이스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성공회(Church of England)의 평신도이다. 또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과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다.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까운 친구에게는 잭(Jack)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부모의 사망을 계기로 무신론자가 되기도 했지만, 로마 가톨릭 신자인 톨킨과 다른 친구들의 영향으로 30세 때인 1929년 성공회 신앙을 받아들여 성공회 홀리 트리니티 교회에서 평생 신앙생활하였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 동아리인 잉클링스의 멤버였으며,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톨킨과
우정을 유지했다. 그는 성공회, 개신교, 로마 가톨릭 등 기독교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한 기독교 변증과 소설, 특히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하다. - 위키백과 -
루이스가 말년에 천주교로 개종했다는 andy님의 짤막한 댓글에 대하여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혹시 천주교 신자이신지요?
본 카페에 andy님께서 가끔씩 쓰신 그 동안의 댓글을 보면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몇개월전의 댓글에도 설명을 부탁 하였으나 묵묵부답이시고 짤막하게 주장만 써놓는 관계로 혼돈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혹여 성공회 신자분이시면 정보를 공개하시면 어떠실까 합니다.
실례했다면 용서를 구하며 andy님의 설명을 기다리겠습니다.
- 카페지기 무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