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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월 14일은 1948년에 이스라엘 공화국이 건국된 날이며 1963년에 쿠웨이트가 국제연합에 가입한 날이고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날이다. <스타 워스> 시리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의 생일이자 이 루카스-스필버그 사단의 막내 격인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생일이기도 하다. 코요테의 멤버인 ‘빽가’도 이 날이 생일이다. ‘세븐’이나 ‘미쓰라진’과 더불어, 나는 이 예명의 작명 동기와 그 방식을 도무지 헤아리기 어렵다. 한국 근대스포츠의 요람이었던 동대문운동장 완전철거된 야구장에 이어 멀리 보이는 축구장도 6월 말까지 완전 철거된다. 나는 지난 4월 중순에 동대문운동장에 간 적이 있다. 실은 때를 놓친 뒤였다. 운동장 기능이 없어진 후 이 운동장을 부분적으로 주차장으로 쓰거나 풍물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내 불완전한 기억을 보충하기 위해 사진도 찍고 기록도 할 수 있었으련만, 그만 차일피일 하다가 시간을 다 놓친 다음이었다. 운동장 내에서 장사를 하던 풍물시장 상인들도 모두 이전한 다음이었고, 그래서 운동장은 경비용역 회사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경비실, 안내소, 현장사무소 등 어느 곳에서도 나의 간절한 부탁, ‘몇 컷만 찍고 나올테니 제발 좀......’이라는 애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시의 공문을 받아오라는 것이었고, 그 말이 그들의 유일한 말이었음을 나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축구장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다 떠나갔다.
운동장 구석에 좌판을 벌인 사람들도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 이동해야만 한다. 아무튼 다 실패하고 난 뒤 나는 운동장 맞은 편의 쇼핑몰로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밥 먹는 일’을 그 어떤 노동보다 고역스럽게 여기는 나는 대도시 곳곳의 대형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야말로 최고의 식당이라고 여기는데, 맞은 편의 쇼핑몰에 들어가면 푸드코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이동한 것이었다. 이 대도시의 수많은 푸드코트들 중에서 서울역과 구로동 롯데마트의 푸드코트야말로 대단히 매력적인 풍경을 제공해주는(게다가 시끌벅적한 지하 1층이 아니라) 천혜의 식당인데, 나는 동대문운동장 맞은편 쇼핑몰의 푸드코트를 이제부터는 제일 앞에 내세우기로 했다. 푸드코트에 들어섰을 때, 무심히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았을 때, 그곳에 동대문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완전히 철거되어 맨 땅을 드러내고 있는 야구장.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포크레인만이 작업 중인 축구장. 나는 물끄러미 동대문운동장을 내려다 보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저 운동장에서 ‘세계육상대회’ 400미터를 본 적 있다. 외국 선수들끼리 우승을 다투는 릴레이였지만, 나와 내 형과 사촌동생들은 미친 듯이 박수를 쳤다. 나는 중학교 때 저 운동장에서 ‘고교축구’를 보았다. 그리고 부산 대우로얄즈, 안양 LG치타스, 옛 천안 일화를 보았으며, 아 무엇보다도 옛 ‘박스컵’이 개명된 1995년의 코리아컵대회에서 황선홍이 우아한 곡선으로 그리며 공간을 창조해나가는 숨가쁜 순간들을 보았다. 바로 그 동대문운동장이 오늘 ‘굿바이 동대문운동장’ 행사를 치른 후 완전 철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포크레인이 본격적인 철거 공사에 대비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일제가 성곽을 허물고 훗날 히로히토 일왕이 되는 ‘동궁’(東宮)의 결혼을 기념하고 아울러 식민문화 통치의 일환으로 근대적 체육시설로 삼고자 1926년 3월에 건립한 시설이다. 1984년에 잠실종합운동장이 건립되고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최신의 경기장들이 속속 들어서는 바람에 철거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야구장은 지난 4월 10일에 철거가 완료되었고 축구장까지 포함하여 다음 달 30일에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축구장의 북측 조명탑 2개는 현 위치에 보존하고 동쪽의 성화대는 건축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의 설계에 따라 조성될 공원 내 부지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 2010년까지 ‘동대문디자인 플라자&파크’가 조성된다. 혹시 오늘 이 글을 보고, 동대문운동장에 가서 사진이라도 몇 컷 찍으려는 분들에게 한 말씀드린다면, ‘밀려오네’인가 아무튼 그 이름의 쇼핑몰 8층에 위치한 푸드코트는 정말로 최적의 ‘포인트’인데, 바로 그 아래층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유리창’이라는 제약도 없이 동대문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찍을 수가 있다. 그런데 반드시 1층의 관리사무소에 가서 ‘정중히’ 부탁의 말씀을 드려야 한다.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 자리에는 자하 하디드 설계의 디자인 센터가 들어선다.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푸드코트에 앉아 바깥으로 보이는 동대문운동장이나 서울의 도심 풍경, 혹은 푸른 하늘을 찍으려고 하면 경비요원 아저씨가 제재를 한다. 그래서 1층에 가서 허락을 받아오면 또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맘껏 찍게 한다. 변한 건 1층에 내려갔다 온 것뿐인데 말이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으나, 그게 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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