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깻잎장아찌
가끔은 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사무치게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어쩔 수없이 라면을 끓여 먹게 됩니다. 며칠 전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새벽시장에서 사온 횟감과 생태 등을 손질한 후 피문어를 삶아낸 물에 라면을 끓였습니다. 이름하여 '피문어국물 라면'이라고나 할까요. 보통은 라면을 먹을 때 김치나 단무지를 곁들입니다만 이 날은 왠지 깻잎장아찌가 땡기더만요, 헌데 막상 라면과의 궁합을 맞춰보니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음식에는 궁합이 있습니다. 그 궁합이 잘 맞으면 입이 즐겁지만 어긋날 때면 곤욕을 치루게 됩니다. 생굴과 화이트 와인의 궁합이 그렇습니다. 엊그제 친구가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선물해 주었는데 생굴과의 궁합이 영 아니더만요. 하지만 화이트 와인에 곁들인 또 다른 먹거리인 '삶은 백고동+엔초비'의 궁합은 기똥찼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백고동의 궁합이라기 보다는 백고동과 엔초비의 궁합이 아주 절묘했습니다. 백고동의 찰진 살 맛에 쫍쪼름한 엔초비가 곁들여지니 그 맛이 행복하게 증폭되더만요, 이 맛을 함께 본 선장님 曰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아주 맛있는 맛은 아니네.'라고 하셨지만 갑판장의 의견은 전혀 다릅니다. 아주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엔초비를 생전 처음으로 맛 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장님이 순순히 엔초비의 맛 있음을 인정했던 게지요.
선장님이 생긴 것 마냥 입맛도 무지 단순하거든요. 그런 선장님의 食見을 넓혀 드리기 위해 갑판장이 무진장 애를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구막회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님이 먼저 입맛을 깨우쳐야 강구막회의 맛 또한 한 층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구막회의 정기휴일(일요일 및 공휴일)마다 선장님과 갑판장은 맛을 깨우치기 위해 맛집순례를 계속할 겁니다. 지난 번 휴일에는 장국의 맛을 찾아 이촌동에 있는 초밥집과 방학동에 있는 돼지갈비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이번 주 휴일에는 물회의 맛을 찾아 물회로 소문이 자자한 막회집을 방문할지 아니면 섬세한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 육셩급 호텔 레스토랑에 방문할지 목하 고민 중 입니다. 암튼 날마다 새로워지겠습니다.
<갑판장>
첫댓글 갑판장님 열정에 저는 환호를 부릅니다. 비록 아직 맛보진 못했지만 또 하루가 지나는게 아쉬움이 아닌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해주시는군요. 근무일과 휴일이 저랑은 조금 어긋나 어려운 감은 있지만 기회를 만들어야죠. 그런데 "선장님이 생긴 것 마냥 입맛도 무지 단순하거든요." 이부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잡티 하나 없는 담백한 미인이시라는 뜻 아니실까요?
좋게 받아 들이시는 것이 사람 목숨 하나를 살리시는 겁니다.
선장님께선 이 카페의 존재를 모르시는 건가요??? 설마....그렇다면....목숨을 저울질 하며 글을 쓰셨겠군요...^^....기필코 가게 되겠지만....넘 늦어지고 있네요....서둘러 가겠습니다....
-.,-;; 압니다. 갑판장이 잠이 모자라서 잠시 돌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