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해야 할 총장이 정작 자신의 논문은 남의 것을 베낀 것으로 밝혀져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청주대 교수협의회(회장 황철일 행정학과, 이하 교협)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김윤배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이 다른 논문을 표절한 것이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논문과 교협이 제시한 4개의 논문을 대조 확인한 결과, 김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구’는 이희준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영학)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본질에 관하여’(한국외국어대 기업경영연구, 1983)와 공용식 전 부경대 교수(경영학)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해’(부산수산대논문집, 1980), 안동섭 전 단국대 교수(법학)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법적규제’(단국대 논문집, 1978), 이영배 씨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구’(단국대 석사학위논문, 1984)에서 대부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은 1986년에 작성된 것으로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표절한 책과 오려붙인 듯 똑같다. 특히 제3장 사회적 책임의 개념, 제4장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쟁, 제5장 사회적 책임의 한계와 발전방향은 표절한 부분을 연결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래 논문과 똑같다. 심지어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공용식 교수의 논문과는 일본식 표기까지 글자하나 다르지 않다. 교협이 발견한 부분만 전체논문 41쪽 가운데 29쪽에 달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각주에 달린 참고문헌은 미국, 일본, 독일의 원서로 대단히 화려하다. 그러나 논문뒷부분에 첨부된 참고문헌에는 이러한 책들을 언급조차 안하고 있다.
당시 김 총장의 논문을 심사한 교수는 3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아직도 청주대에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김 총장의 석사 학위문제는 이미 교육부 감사에서 부적정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된 사항이다”며, 검증받고 지나간 일을 또다시 들춰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협은 “날조된 석사학위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삼을 가치도 없지만, 학위를 날조한 바로 그 대학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대학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일이다”며,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일부 교수들은 김 총장의 논문이 명백히 표절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어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교협의 문제 제기에 대해 청주대 교무위원들과 교수연합회 소속 교수들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며 “이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논문작성 때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 것은 일반화된 사실”이라는 억지를 부린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총장의 석사학위는 1994년 교육부 감사에서 학점 미 이수, 종합시험 단독 응시, 구술시험 면제 등의 특혜 사실이 밝혀져 부적절하다고 지적된 바 있으며, 1995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학위취득과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전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배경을 뒤에 엎고 충북석유 사장에서 대학의 수장으로 변신한 김윤배 총장이 학위 취득과정 뿐만 아니라 논문자체도 다른 이들의 연구결과물을 훔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김 총장의 입지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