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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주섬 주섬 챙겨 집을 나서니 구름낀 하늘이 나즈막이 내려 앉았다. 시간이 충분할것 같아 버스를 탓더니 잘 가다 사상터미널앞에서 차들이 밀려 가질 않는다. 구포역에서 15:43 열차라 20분 정도 남았는데 마음이 조급해 진다. 모라 부근에서 기사에게 구포역까지 3시40분까지 갈 수 있겠느냐니깐 알 수가 없단다. 10분 정도 남았을때 내려 택시를 탈까 하다가 머피의 법칙에 걸려 그 흔한 택시 조차 오지 않는다면 진짜로 낭패다 싶어 꾹 참고 앞만 주시하며 애를 타우다 구포역 정류장에 40분경에 닿아 무거운 베낭을 메고 뛰어 플랫홈에 도착하니 역무원이 수신호로 KTX를 맞이하는걸 보고는 "휴"하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리 그리하여 서울역에 도착하니 비가 오고 오랜만에 찾은 서울역이 낯설고 분주하다. 명동까지 지하철을 탈려다 오가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 택시를 탈려고 지하도를 건넜지만 비오는 퇴근시간에 빈 택시가 없어 우산을 쓰고 걷다가 택시가 서고 내리는가 했더니 한사람만 내리고 다시 출발할려는데 명동성당까지 같이 좀 가자고 하니 앞에 타란다. 빗속을 얼마가지 않아 여기서 내려 지하도 건너 어디로 가라고 하길래 요금을 챙기니 그냥 내리란다. 미안하고 고마워 인사하고 내렸지만 옛말에 서울은 눈감으면 코베어 간다는 말도 있고 서울깍쟁이라는 말도 있는데 서울에도 이런 고마운 사람이 있다는데 놀라고 서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진다.
오랜만에 찾은 명동은 역시 분주하고 뉴스에서 처럼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말로만 듣고 지나치기만한 명동성당을 처음 들어서 보니 가톨릭신자가 아니라도 경건함에 마음이 편해진다. 멀리서 부터 반겨주는 접수 텐트에서 서명하고 배번과 기념품을 수령해 텐트에 두고 식당을 찾으니 성당앞의 설농탕집이 좋다고 하여 그리로 갔더니 깨끗하고 맛있었다. 비는 약하게 계속내리지만 행사는 진행되고 참가자가 적어서 가능한지 몰라도 여느 대회와는 달리 참가자 개개인을 배번 순서대로 호명하며 박수로 환영해 주는게 새롭다.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하는 중에 MP3는 절대 불가라며 만약 적발되면 실격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다섯부터 역으로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고 하나에 징소리와 함께 출발해 명동성당 입구 내리막길을 내려와 깜빡이를 반짝이며 명동의 번화가를 무리지어 달리니 쇼핑객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고 더러는 "화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초반부터 속도가 빨라 명동 지하 상가를 통과하고 시청앞 등 빠르게도 지나간다. 미로같은 서울길을 쉽게 빠져 나갈려면 어떻게 하던지 선두권을 놓치지 않고 바짝 따라 붙는길밖에 없어 다들 한덩어리가 되어 열심히 따라가지만 신호등.지하도.육교.철도건널목 등 정말 정신없이 돌고 돈다. 그러기를 8km 정도가니 한강이 나오고 잘 정비된 산책로가 이어지고 한강을 끼고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을 보며 달려가니 첫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63빌딩과 국회의사당 등이 보이고 다리마다 휘황한 조명으로 아름답다. 수많은 다리밑을 지나 15km 지점의 양화대교를 건너 지금까지와는 반대편 강변길을 가지만 비는 계속된다. 성산대교 아래를 통과해 염창교앞에서 좌회전하여 안양천변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기도 역시 잘 다듬어 놨다. 이대부속병원.목동야구장 등 귀에 익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빗방울은 더 굵어지는것 같다.
대교며 고가도로 등 무수히 많은 하늘길 밑을 지나 30km 정도 시흥전철역 부근에서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고 반가이 맞아준다. 여기서 부터는 비가 와도 괜찮다 고가도로가 지붕이 되어 5km나 직선으로 이어지니 같이가는 사람중에 이곳이 홈그라운드라며 자랑삼아 얘길 하는데 비가오나 땡볕이 치나 겨울에 눈이와도 끄떡없는 전천후 연습장이란다. 중간에 벤치도 있고 간단한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어니 정말 부럽다. 초반에 길을 잃지 않으려고 선두권을 따라 붙은게 오버페이스가 되어 벌써부터 힘이 부친다. 하지만 앞사람을 놓지면 큰일이다 밤은 깊어 가는데 비는오고 길을 잃는다면 끝이라는 생각이다. 코스맵은 베낭에 있지만 우의도 입었고 꺼내 볼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금방 비에 젖을 수 있고 워낙에 분량이 많다 보니 깨알같은 글씨로 돋보기 없이는 읽을수도 없어니 무용지물에 가까울 뿐이다. 그래도 나에겐 다행이랄까(?) 컨디션이 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 42.57km 수리산성지입구(이동cp)까지 가니 2시경인데 고속도로 아래서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고 역시 반갑게 맞아준다. 다리를 절룩거리든 사람을 뉘어놓고 침으로 여러군데를 찌르고 맛사지도 해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2시30분경 수리산(472m) 산행이 시작됐다 난 처음 산속의 성지나 둘러보고 가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산행초반에 아까 침으로 치료를 받던 사람이 포기를 하고 다들 완주하라며 내려가니 마음이 안됐다. 수리산등산로(42.76~45.3km)는 수많은 계단길과 출렁다리까지 있는 제법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울것 같은데 밤이라 그저 앞사람 뒤만 따르기 바빠 아쉽다. 야광반사 리번을 촘촘히 매달아 길찾기는 도로 보다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 마지막 긴 돌계단을 내려와 45.92km 안양우체국앞에서 우회전하여 쭉 가다 안양천둔치길을 따라 한없이 간다. 57.11km 안양에서 판교로 가는 국도를 따라 한참을 가니 이젠 날이 새어 오는데 58.5km "하우현성당" 이다. 5시25분 성당을 뒤돌아 가니 바로 또 산행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청계산이란다. 이른 새벽 비는 거쳤으나 안개가 자욱하여 을시년스럽지만 꾸역 꾸역 올라가니 국사봉(540m)이 정상이다. 부산쪽에는 꽃이 졌는데 여긴 이제 피기 시작하니 새벽 안개속에 하얀꽃이 예쁘고 싱거럽게 보인다. 이 산중에 자원봉사자 두분이 와서 성가 있는곳을 안내하니 정말 대단한 정성들이다. 안내하는 쪽으로 가보니 산중의 바위굴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데 "둔토리성지"라고 한다. 급경사길을 하산해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꼬불 꼬불 이리 저리 63.33km 비포장 임도가 시작된다. 66km 임도가 끝나고 국가정보대학앞을 지나 순한 내리막길을 천천히 뛰어본다.
비가 그치고 아침 공기가 맑아 기분도 좋아지는 여기는 서울 근교같지 않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무슨 무슨 식당가가 쭉 이어지다 끝나니 70.55km "말구리"라는 고개가 버티고 있다. 고개를 넘어니 손골성지가 멀리 보이고 앞선 주자들이 갔던길을 도로 내려와 오랬만에 만날 수 있었다. 72km 깊지 않은 산골에 자리한 손골성지에서는 김밥 한줄과 오뎅국물을 준다. 반만 먹고 베낭옆 거물주머니에 넣고 기념 사진 한방 찍고 서둘러 왔던길을 내려가는데 앞 사람들과 자꾸만 거리가 멀어진다. 78km 동악천둔치길 여기도 잘 가꾸어 놓았고 수많은 다리밑을 통과해 93km까지 길게 이어지는 너무나 지루한 고수부지 산책로엔 그늘도 없었지만 햇볕이 않나 그나마 다행이었다. 뛰는 사람은 별로 없고 사이클만 쌩쌩 달리는데 계속 내려가면 탄천과 이어진다고 했다. 둔치길을 끝내고 올라와서 성남시로 들어서니 앞선 주자가 수박을 쪼개놓고 뒷 사람들에게 권한다. 길가 트럭의 5천원짜리라는데 목이 마른탓이 겠지만 무지 달고 시원하다.
성남시를 통과하는 약 7km 일직선 탄탄대로는 너무 힘들다 약한 오르막에 계속해서 신호등이 걸리는데 아까운 시간을 많이 손해본것 같았다. 드디어 100.83km 남한산성입구다 아주 옛날에 한번 와 본적은 있지만 하도 많이 달라져 기억에 없는데 올라도 올라도 끝이 안 보인다. 102.67km 차 소리가 들리며 남한산성 남문이 나타났다. 성문을 통과해 내리막길 유원지라 관광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03.55km 남한산성성지성당(바꿈터 cp) 후반을 위해 대충 챙기고 국밥을 한그릇 먹고나니 맛사지를 받고 가란다. 아직도 갈길이 천리같으니 도움이 되겠지 싶어 맛사지를 받고 나니 함께온 사람들은 모두 가 버렸다. 혼자 나서니 날씨 마져 쌀쌀해 한기가 들어 열도 낼겸 뛰어 보지만 좀 처럼 앞 사람들이 안보인다. 한 2km 정도 갔을까 앞 사람이 보이기 시작해 좀 안심이 되지만 바짝 붙을려고 열심히 가본다. 저 앞에 한 사람이 차옆을 지나며 물병인가 뭘 받아가길래 나도 그 옆을 지날때 게토레이를 한병준다. 어중간한 길에 자봉같지는 않고 암튼 고마운 사람이다.
110.72km 남한산성매표소지나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체 앞사람만 따라간다. 114.75km 도마치고개를 넘어 도마삼거리에서 우회전 약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119.41km 퇴촌농협앞에서 지도를 잠시 보는 사이 바로 뒤에서 오던 사람이 없어졌다 다리가 안좋아 힘들어 하더니 혹시 가게나 화장실에라도 갔나 하고 사방을 둘러봐도 안보인다. 시내길이 아니라 해도 갈림길이 나오면 또 신경이 쓰여 지도를 꺼내 보곤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싶어 어느집 처마밑에서 우의를 꺼내입고 내 특유의 우산모자를 쓰고 가는데 비가 오니 차들이 전조등을 켜기 시작하니 곧 어두워질것 같은 느낌이들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절룩이던 한 사람이 지원차에 베낭을 맡기며 포기하면 어디까지 태워다 주느냐고 묻는다. 오죽하면 포기를 하겠냐마는 이 빗속에서 꼭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빗속을 꾸역 꾸역 오르다 한구비 커브를 돌아서니 멀리 Y자 산 양쪽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웅장함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바로 천진암이다. 입구에 텐트를 치고 반갑게 맞아주는데 비는 더욱 거세진다. 빗물이 흐르는 바닥에 비닐 자리를 깔아 앉아서 국밥을 먹었다. 입맛은 없지만 먹어야 "앵자봉"을 넘을 수 있으니 억지로 씹어 넘겼다.
자원봉사님들이 산에 오르면 추울거라고 우비없는 사람도 챙겨주고 비에 젖으면 손이 시리다고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준다. 단단히 채비를 하고 네 사람이 함께 "앵자봉"667m을 넘기 위해 빗속을 천천히 오른다. 천진암 성지 내에는 야영장과 체력단련장등이 갖춰져 있고 몇 팀이 빗속에도 가족 야영을 하는것 같아 참 보기가 좋다. 임도를 벗어나 차츰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가 자욱하여 50여 미터밖에 보이지 않아 정상이 어딘지 알 수가 없고 여기가 정상인가 하면 내려가고 또 올라가다 내려가고 하기를 몇번 반복한 후에야 정상을 내주는 좀은 특이한 산인것 같다. 정상에는 벤치와 안내도 정상석과 이정표 등이 잘 설치되어 있지만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는게 아쉬움을 더한다. 천진암 올때까지는 밝을때 산을 넘기가 어려울것 같았는데 이렇게 밝을때 오를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부터는 어둡기 전에 내려가는게 과제라 서둘러 내려가지만 길이 거칠고 미끄럽다. 앞 사람이 후렛쉬를 켜길래 아직은 그냥 가도 안되냐니까 자기는 밤눈이 어두워서 그렇단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임도가 나와 됐구나 싶었는데 왠걸 질퍽거리는 임도는 구비 구비 돌고 돌아도 끝없이 이어지는데 어두컴컴한 길에 자봉 두분이 비를 맞으며 떡을 나눠주며 양이 적어서 미안하단다. 이 비오는 산중까지 떡을 가지고 와서 나눠주는데 정말 고맙고 놀라웠다. 그러고도 질퍽거리며 한참을 내려온 후에야 그들이 타고온 차가 마을입구에 주차되어 있는걸 봤다.
주위에 불빛은 더러 보이는데 이렇게 조용할 수가 이동네는 개도 안키우는 모양이었다. 질척거리며 비오는 산을 힘겹게 내려와 마을에 들어섰는데 이렇게 인적없이 조용하니 마치 유령마을 이라도 되는냥 기분이 묘하다. 네 사람이 함께 였으니 망정이지 혼자라면 으스스할것 같은데 한참을 내려와서야 개짖는 소리가 한번 나고 조그만 가게에 몇 사람이 앉아 있는데 한사람이 들어가 보자고 하길래 난 그냥 가자고 했다. 그런곳에 들어가면 먹을것도 마땅치 않고 시간만 다 빼낀다고 했더니 그래도 두사람이 가본다. 하지만 나와 또 한사람은 계속해서 내려가니 멀리 마을이 보이고 앞 사람의 빤짝이도 보인다. 큰길을 만나니 바로 식당이 있어 들어서니 먼저 온 사람들이 여럿있고 식사 준비중이며 남한산성에서 먼저 간 사람들이 나를 보고 먼저 간줄 알았는데 이제 오느냐길래 남한산성에서 맛사지 받고 나오니 모두 다 가고 아무도 없더라고 했다. 신발도 양말도 장갑도 옷도 젖어 이리저리 벗어놓고 두부찌게를 주문하고 일회용 가스렌지에 말린다. 식탁에 앉아 같이 내려온 네사람이 고생했다고 화이팅도 한번 외치고 식사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도 먹는데 나는 너무 지친 탓인지 잘 먹히질 않는다. 옆에서 젊은이가 안먹으면 못간다며 물에 말아서 마시듯이라도 먹어야 된다고 하지만 내가 몰라서가 아니다 여기가 135.5km이니 아직도 갈길이 먼데 어떻게든 먹을려고 억지로 넘기니 갑짜기 울컥하고 솟구쳐 화장실에서 모두 올려버리고 나니 속은 시원한데 갈길을 생각하니 걱정이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상을 치우고 있어 잠깐만 하고 서너숫깔 남은 밥을 김치국물하고 먹었다.
여기서 30분 자고 가자길래 난 원래 200km까지는 자본적이 없다니까 그게 또 부럽다고 한다. 다들 잔다는데 혼자 가기도 그래서 애라 모르겠다 어퍼진 김에 쉬어가자 하고 누웠지만 빈속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아 남은 갈길을 그리다 잠시 깜빡했는데 옆에서 갈 준비를 하고 있어 얼런 주인 아줌마께 커피를 부탁해 가지고 있던 모닝빵을 찍어서 먹고 커피 두잔째를 마시고 우의를 입고 나서니 그새 비는 그쳤지만 싸아한 새벽공기가 한기를 느끼게 한다. 어둠속에 보니 동네 이름이 "下品一里" 특이해 폰카로 찍으려니 조명이 약해 안된다. 네 사람이 출발했으나 두사람이 어떻게 빨리 가는지 어느 정도 따라가다 페이스를 망칠것 같아 나와 또 한 사람은 천천히 1km뛰고 1km 걷기로 하고 내리막은 뛰고 오르막은 걸어며 페이스를 맞췄다. 멀리 한강과 양평대교의 불빛이 눈에 들어오니 아직 갈길은 멀지만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길 삼거리 직진인줄 알고 갈려는데 옆사람이 왼쪽으로 가야 양동대교라고 한다. 만약 혼자서 직진으로 양평대교를 건넜다면 몇키로는 더 돌아야 할 뻔 했다. 양동대교 꽤나 길고 인도 군데 군데 빗물이 고이기도 했다. 새벽녘길에 차들은 고속질주하고 얼마를 가다 편의점이 있어 들어가니 몇 사람이 앉아서 졸기도하고 간식을 먹기도 해 난 따뜻한 두유를 한병 마시고 샌드위치 하나를 베낭 그물망에 넣고 식당에서 화장실 같다오니 식대 계산이 끝나 미안했는데 여기서 식대를 줬더니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부담되니 받으라며 주고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편의점을 나오니 또 혼자가 되었지만 길은 탄탄대로 그의 외길이라 천천히 가는데 선도차가 지나가며 앞으로 먹을 수 있는곳까지는 14km라고 한다. 샌드위치 한개를 잘 넣었구나 생각하며 가는데 간이버스 정유소에 몇사람이 간식을 먹거나 졸고있다. 혼자 가지만 멀리 앞 뒤로 빤짝이가 보이기도 하는데 불을 환희 밝힌 해장국집이 있어 망서리다 들어가 얼큰한 해장국을 시켰지만 생각같이 먹히질 않아 억지로 1/3정도 먹고 나오니 춥기만 하고 앞뒤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외길이라 크게 걱정은 안되지만 그래도 혹시 중간에 갈림길을 놓칠세라 옆길만 나오면 후랏쉬로 바닥을 비추고 일일이 확인을 해야 했다. 한참을 그렇게 동물적인 감각으로 찾아 가는데 멀리서 경광등을 빤짝이는 선도차가 오며 화이팅을 외쳐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걷다 뛰다를 끝없이 반복하다 저 멀리 앞 사람이 보이기 시작해 악착같이 따라 붙어 양수대교에서 대여섯명과 합류하니 힘들었지만 안심이 되었다. 천천히 함께 걷는데 길건너에 이 새벽에 사이클을 타는 사람이 보이더니 먼 길을 둘러서 우리 가까이 다가오길래 새벽 운동나온 사람인가 하니 옆 사람이 말하길 바로 저분이 이코스를 개발하고 MTB로 산을 넘으며 거리를 측정했다고 하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작은 고개를 넘어 다산공원입구에서 좌회전 마재고개 넘어 175km 마재성지입구에서 경광등으로 아랫쪽의 cp로 안내한다. 마재성지안으로 들어가니 따스한 난로가에서 따뜻이 맞아주며 삶은 누룽지를 한그릇 주는데 따뜻하고 구수해서 맛이 좋았다.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내 계산으론 지금 자고 있어선 안되는데 남은 거리는 47km 남은 시간 10간 정도이니 이상없이 부지런히 가야 시간내 완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원봉사자 한 사람은 이제 이 만큼 왔으니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지만 안심할 수 없다. 누룽지를 먹고 미숫가루병에 물을 채우고 출발하지만 또 혼자라 자봉들이 알려준데로 찾아 가지만 앞 사람은 안 보이고 이제 날이 새어 후랏쉬가 필요없다.
시골길을 가며 철로도 건너고 큰 교각에 수원보호구역 어쩌구 쓰여 있더니 곧 이어 눈앞에 거대한 팔당댐이 나타났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저수량이 바닥에 깔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본것은 팔당댐이 아니라 댐 아래 흐르는 한강의 상류였었다. 지루한 팔당댐변을 뛰다 걸어면서 보니 긴 옹벽에 뭔 낙서가 그렇게 많은지...? 오래전에 누가 준 홍삼절편 한봉지를 가져 왔기에 먹어 보기로 하고 씹어며 한참을 걷다가 다 먹고 뛰기 시작했는데 효과인지 기분인지 알 수는 없으나 182km팔당대교를 건너면서 앞사람을 만났는데 길을 잘 아는 지난해에도 완주하신 분이라 운좋게 명동성당까지 함께 손을 잡고 들어올 수 있었다. 팔당대교를 건너며 멀리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산세를 자세히 보니 좌측에서 부터 보현봉 백운대.인수봉.도봉산선인봉.사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게 정말 감동적이다. 한강의 둑방길을 가며 말로만 듣던 미사리경정장을 내려다 보기도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다.
190.76km 구산성지 음료와 컵라면 간식을 준비해 놓았는데 화장실 갔다오니 모두 갈려고 하길래 급하게 커피 한잔에 초코파이 한개를 먹고 따라간다. 여기서 부터 시내로 접어들기 땜에 앞 사람을 놓치고 길을 헤메면 제한시간내에 들어갈 수가 없다. 비포장 둑방길을 가는데 오른쪽 장단지 아랫부분 안쪽이 끊어질듯 아파온다. 얼른 소염진통제와 근이완제를 먹고 조심 조심 따라가며 제발 진정되길 바란다. 토끼굴을 통과해 드디어 200km 한강변에 진입 날씨는 좀 쌀쌀한 편이나 화창해 사이클.조깅 등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부터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까지 1km는 뛰고 1km는 걷기를 반복하며 마지막으로 216.5km 잠수대교를 건너는데 인도쪽에 새단장이 한창이라 시공중인 보도를 밟으며 올라갔다. 마지막 힘을 다해 남산을 올라 안중근의사 기념광장에서 계단길을 내려가 케이블카앞을 직진해 222.1숭의여대앞육교 지나고 명동진입 223.22km명동성당 성모동산앞으로 네 사람이 손에 손을 마주잡고 40시간43분만에 감격적이고 감동적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손을 맞잡은 지난 대회에서 완주 경험이 있는 545번님의 인도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542번)
하루에 마라톤코스라고 하기엔 좀 심한 질퍽거리는 험한 산 3개를 그리고 이틀밤 비까지 맞으며 추위에 떨고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해 가며 완주를 못할것 같은 불안감에 이를 악물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해냈기에 그 어느 대회보다 값지고 애착이 가는 명품대회로 영원히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 참가 신청자 :101 명 * 참가자 : 69 명 * 완주자 : 39 명 * 완주율 : 56.5%
*원판 사진이 복사가 안되 사진을 다시 찍어서 올렸더니 해상도가 많이 떨어져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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