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희망갤러리와 그 앞에 선 전시기획자와 작가들 | | ⓒ2003 서상일 | | 크리스마스 선물은 늘 아기자기하고 행복함을 전해주어야 할까? 때로 크리스마스에 살 떨리는 유령 선물은 어떨까? 또는 미워하는 이에게 'hate you'라고 쓴 섬뜩한 옷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더구나 그것이 대량화되고 규격화된 선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작가들의 가치관이 담긴 정성어린 수공예 작품이라면 더 특별하지 않을까?
홍대 앞에 자리 잡은 '희망갤러리'의 젊은 작가들이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안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4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이 각각 독특한 발상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직접 제작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안한다.
"마음껏 보면서 놀다 가는 갤러리입니다"
| | | ▲ 희망갤러리 <너에게 주다> 전시회 안내 포스터 | | | 크리스마스 선물 제안전이 열리는 희망갤러리는 차고를 개조해 꾸민 곳으로 6평 남짓 좁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정제된 갤러리의 이미지를 연상한다면 오산이다. 이 조그마한 갤러리는 그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이초영(29) 큐레이터가 "마음껏 보면서 놀다 가는 곳입니다"하며 기자를 편하게 맞이한다.
따뜻한 느낌의 갈색 박스로 단장한 갤러리는 여타 갤러리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조그마한 희망갤러리는 기존의 갤러리와 다르다고 이초영씨는 설명한다.
"갤러리라 하면 대체로 정제되고 정적이며 엄숙한 분위기, 또는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하는 문구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희망갤러리는 단지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고, 관객이 그저 수용하는 곳이 아닙니다. 작가에게는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며, 관객에게는 누구나 손쉽게 예술작품의 감상과 구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희망갤러리는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동적인 분위기를 중시합니다. 작가들도 수시로 와서 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상대방이 보는 관점과 생각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작품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고 때론 일상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장소입니다."
| | ▲ 금속모형물 노가리와 빨래판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 | ⓒ2003 서상일 | |
| | ▲ 직접 손으로 만든 인형과 수첩은 희망갤러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 | ⓒ2003 서상일 | |
| | ▲ 제3세계의 이미지를 그려 넣은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작가가 크리스마스에 생각하는 제3세계의 현실이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천천히 둘러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 | ⓒ2003 서상일 | |
예술과 상업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 | ▲ 이초영 전시기획자 | | ⓒ2003 서상일 | 갤러리 이름이 '희망'이다. 이 갤러리는 어떤 희망을 간직하고 있을까?
이 큐레이터는 작가와 관객에게 모두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한다. 작가에게는 무대를 제공함으로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관객에게는 일상 속에 녹아든 예술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바람이 곧, 이들의 '희망'이란다.
"젊은 무명작가들의 데뷔무대란 너무나 협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훌륭한 젊은 작가들이 미처 데뷔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현실적인 문제로 자신의 꿈을 꺾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망갤러리는 1차적으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거침없이 선보여서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예술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 굳이 발품을 팔며 시간, 돈 들이지 않고 퇴근길에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니 갤러리들이 전국적으로 포진되길 희망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희망갤러리입니다."
희망갤러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희망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선 험난한 길을 헤쳐가야 한다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홍대 앞 희망시장은 드물게 예술과 상업의 공존 가능성이 논해지는 곳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희망갤러리가 희망시장의 연장이기에 기자는 그에 대해 물었고, 그 또한 그 힘겨움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예술과 상업의 공존 가능성은 풀지 못할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존가능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어 갤러리의 그런 고민과 맞물려 이번 전시회에서 아트샵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쉬웠다. 기자는 이번 기획전의 문제점으로 작가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보다는 아트샵 같은 상업적인 분위기가 난다는 지적을 해보았다.
이 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일부 아트샵과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갤러리의 역할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랐다.
"팬시점은 캐릭터 등을 통해 대량으로 상품을 생산 공급하는 곳이고, 아트샵은 소량 생산된 독특한 디자인의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 할 때, 갤러리는 각 개별 작가에게 더욱 집중하여 그 작가의 작품세계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획전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선보임으로 인해 일부 아트샵과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으나, 그 외에는 지속적인 개인전을 통해 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 | ▲ (좌측) 날개 달린 지갑. 이 작가의 일관된 주제는 날개라고 한다. 아마 자유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리라. (우측) 박스를 잘라 겉장으로 사용하고 그 위에 클림트 그림을 그려 코팅한 수첩이다. | | ⓒ2003 서상일 | |
"예술은 일상으로 다가오고, 일상은 예술이 되어야"
작품들을 보면 일상적인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방, 의류, 수첩, 거울, 지갑 등이다. 이 큐레이터는 "예술은 일상으로 다가와야 하고, 일상은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과 대중성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예술을 보는 관점을 밝힌다.
또한 작품 중에는 수공예 작품이 특히 눈에 많이 띈다. 수공예 작품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희소가치가 높다. 그런데 한편으로 많은 작품들 가운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대해 물어보니, 그가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머뭇거린다. 그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하고 말한다. 덧붙여 "한국적 미를 담아낸 작품이 희망시장에는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이번 전시회에는 그런 작가군이 참여하지 않아 무척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하고 밝혔다.
내친 김에 기자는 일부 작품이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어 보인다는 지적까지 해 본다. 그러자 그는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롭고 생생하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하고 응수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대량화되고 규격화된 선물이 아니라 수공예 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 | 희망시장과 희망갤러리 | | | | 매주 일요일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에서 희망시장이 열린다. 2002년 5월 12일 시작된 희망 시장은 신인예술가 및 작가들의 데뷔 무대 노릇을 하고 있다. 또 희망시장은 예술의 새로운 유통구조이기도 하다. 즉 놀이터에 위치한 희망 시장은 예술가와 대중의 자유로운 소통의 광장이 되고 있다.
반면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희망갤러리는 야외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개별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대안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희망 시장 작가회원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일상적인 소품에 그림을 담은 <내가 그린 그림 모자>전을 열었고, 두 번째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쓸 수 있고 동시에 장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작품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전을 열었다. 이어 세 번째 전시에서는 대량 상품화의 홍수에 도전하는 <라라는 공장장>전을 열었고, 이번 <너에게 주다>전은 네 번째 전시다.
희망갤러리 큐레이터 이초영씨는 신인작가 발굴과 일상 속에 예술을 담아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 서상일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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