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못다 핀 재능 십분 발휘…‘마을 살리기’ 첨병으로
농가인구 절반이 만 60세 이상일 만큼 농촌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만큼 농가소득도 빠르게 줄고 있다. 연간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원도 안되는 농가가 전체 농가의 64%에 달한다. 고령화·과소화·빈곤화로 존립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농어촌 지역사회에서 젊은 귀농귀촌인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도시에서 못다 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 주민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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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 대양면 대목마을 할머니들이 고동의 대목두레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과 함께 대목마을 봄나물을 자랑하고 있다. |
직거래 길 열어 준 ‘할매들의 꽃남자’ ●합천 대목두레영농조합법인 고동의 사무국장
주민들 텃밭팀·반찬팀 가동 진두지휘 ‘함께 잘사는’ 지역공동체 실현 큰 꿈
경남 합천군 대양면 대목마을에는 요즘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오후만 되면 할머니들이 자루를 들고 마을공동작업장으로 속속 모여든다. 그 자루 안에는 할머니들이 며칠 동안 산야에서 정성스레 채취한 봄나물들이 들어있다.
할머니들은 집에서 1차로 선별작업을 해서 투명비닐에 넣어 가져온 봄나물들을 작업실 방바닥에 쏟아놓는다. 봄나물 품질을 확인하고 저울로 정확한 중량을 재어 보강하는 작업을 총괄하면서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젊은 남자의 입담이 시작된다.
“○○할매, 이번에는 돌나물을 좀 많이 뜯어 오이소.” “○○할매는 지난번에 뜯어온 냉이가 맛있다고들 합디다. 좀 더 뜯어올 수 있지예?” “요즘 손자·손녀 오면 줄 용돈이 생겨서 좋지예?”
‘할매’들과 막역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 젊은 남자는 고동의(47) 대목두레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이다. 그는 귀농인이다. 자녀들을 도시로 떠나보낸 후 농촌에 남아 노후를 보내고 있는 고령의 주민들이 대다수인 이 마을로 찾아들어와 기꺼이 ‘할매들의 꽃남자’가 됐다.
이곳 대목마을은 작년부터 대목두레영농조합법인(대표 심상연)을 통해 마을공동체 농산물직거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잡곡류, 제철채소, 반찬들로 농산물꾸러미를 만들어 부산지역 5개의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판매한다. 특히 봄철에는 달래, 냉이, 돌나물, 돌미나리, 쑥, 민들레, 머위, 혼잎나물, 취나물, 씀바귀 등 봄나물을 채취판매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대목마을 24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출자와 합천군의 지원으로 12억여원을 들여 두부와 반찬류 등을 가공할 수 있는 마을공동작업장을 마련했다.
공동텃밭도 운영한다. 젊은 사람 몇명이 땅 갈기 등 텃밭 조성 작업을 해 놓으면 고령의 농민들이 텃밭을 분양받아 각종 채소를 친환경적으로 가꾼다. 그 과정에서 출하처를 감안한 품목과 출하시기가 조정된다. 제철농산물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함께 반찬을 만들기도 하는데, 마을공동체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텃밭팀과 반찬팀이 구성돼 짜임새 있게 가동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기본적인 기획력과 조직력은 물론, 판로 확보 및 관리의 각별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령의 기존 농민들이 수행하기엔 벅찬 면이 있다.
합천군 가야읍 개터마을에서 이미 콩나물과 숙주나물 등을 활용해 마을기업을 일군 경험을 가진 고동의 씨가 대목마을로 이사를 와 마을공동체사업 실무자를 맡으면서 가능해졌다.
고 씨는 부산의 신발제조공장에서 일하다가 귀농을 결심한 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4년 정도 실무자 생활을 했다. 농산물 구매담당자로서 농촌지역을 누비다가 2008년 합천군으로 귀농을 결행했고,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귀농인이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더불어서 함께 잘 사는데 기여하는 귀농인이 되고자 농촌마을공동체 사업에 나섰다고 한다.
고 씨는 “고구마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농지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는데, 마을공동체사업 추진 이후 할머니들이 친절히 적지를 알선해줘 개인적인 농사일에도 큰 보탬이 됐다”고 보람을 전했다.
그는 “향후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확대는 물론, △학생 수가 급감한 농촌학교를 활용한 산촌유학 프로그램 개발 △태양광 이용과 빈집 수리를 비롯한 농촌 주거환경기술 공유를 위한 적정기술센터 운영 등 농촌에 활력을 주는 다양한 사업도 구상중이다”고 밝혔다.
고 씨는 “막상 귀농을 하면 서툰 농사일도 힘들지만, 농산물 판로를 제대로 확보하는 일이 더더욱 힘겹다”면서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있다면 당분간 소비자단체 실무자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토록 해 유통 노하우와 인맥을 다질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합천=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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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천연쪽협동조합 김성동 대표는 쪽 농사를 매개로 마을주민에게 다가갔다. 설립당시 5명이었던 조합원은 39명으로 늘었고 쪽을 활용한 천연 염색제품으로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있다. |
‘쪽’ 농사 함께 지으며 공동체로 거듭나다 ●이천 한국천연쪽협동조합 김성동 대표
어르신 각자 특기 살려 마을기업 성장 매출액의 1/3, 다시 마을에 투자 원칙
소규모 논·밭작물이 소득의 전부였던 산간 농촌마을에 젊은 귀농인의 ‘쪽’ 농사가 마을 부가가치 창출의 첨병역할을 해 주목받고 있다.
이천시 마장면 작촌리 ‘어름박골 쪽빛마을’의 한국천연쪽협동조합 김성동(4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과천시에서 천연염색 교육을 하던 김 대표는 7년 전 이곳으로 귀농, 노는 땅을 빌려 직접 쪽을 재배하고 전통적인 염색기법을 연구하기 시작됐다.
‘어름박골 쪽빛마을’이란 지명은 여름에도 얼음이 박힌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라는 의미와 쪽을 생산하고 유통·교육시키는 거점이라는 마을기업의 특성을 살린 이름이다.
이곳에는 안창호 정신을 계승한 할아버지, 야생화분재 전문인 할머니, 손바느질 전문인 할머니, 조각가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쪽 천연염색 전문가 등 5가구가 힘을 합쳐 2013년 한국천연쪽협동조합을 설립, 한 단계 진화한 마을기업으로 거듭났다.
쪽이라는 식물은 쪽빛바다라는 말처럼 맑고 푸른 색소(indigo)를 얻을 수 있는 마디풀과 한해살이풀로 일년 농사를 지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식물이다. 쪽은 그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살균력과 항균력이 뛰어나 예로부터 옷이나 귀하게 보존해야 하는 문서의 염색에 많이 쓰여 왔다. 이러한 쪽을 재배(8260㎡)하고 염료를 뽑아 화학약품 사용 없이 천연염색을 하는 마을기업으로 그 위상을 굳히고 있다.
설립당시 발기인 5인으로 시작한 한국천연쪽협동조합은 현재 39명의 조합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손수건을 비롯 스카프, 배게, 이불, 속옷, 양말, 인형 등 다양한 쪽 천연염색제품을 생산 중이다.
현재 이 제품들은 이천시 ‘임금님표’ 공동브랜드로 선정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과 서울 목동 행복백화점,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 등에 유통되고 있다. 특히 마을기업 수익의 15%는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하고, 매출액의 3분의 1은 마을의 다양한 시설 확충과 마을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
김성동 대표는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이곳에 낯선 젊은이가 와서 쪽 농사를 짓는 것을 보고 의아스럽게 경계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쪽을 활용한 천연염색에 대해 알려주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면서 마을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귀농·귀촌하는 분들이 오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며 “쪽 농사를 매개체로 행복한 삶의 터전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마을 전체를 체험학습장으로 꾸며 ‘자연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자연 발효법으로 만든 쪽 염색 제품을 다양화 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름박골 쪽빛마을'은 지난해 안전행정부의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김 대표는 경기도마을기업협의회 사무처장과 이천농촌나드리 이사, 이천 관광두레 PD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천=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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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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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성공이란 무엇인가.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고 주민들과 원만하게 사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 하면서 소득, 건강, 가족, 취미, 봉사생활도 할 수 있다. 귀농귀촌의 첫 단추와 마지막 단추는 주민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원주민과 갈등을 겪고 몇 년이라는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시골을 떠나 도시로 돌아온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준비도 없이 시골로 쉽게 내려간다. 교육이나 정보도 없이 그냥 현실에서 탈출한다. 둘째, 행정이나 정부에서 주는 정보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도 맹신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요모조모 꼼꼼히 살피지 않고 판단한다. 셋째, 한 술 밥에 전부 끝장내려고 한다. 귀농 첫 해 집짓고 농지 사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기세다. 세상은 서둔다고 해결되는 구조만은 아니다. 한마디로 시골을 몰라도 너무 모르면서 도시식으로 행동한다. 그리곤 시골과 다른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본다고 투덜거린다. 시골은 도시민이 생각하는 그런 곳만은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나. 준비 없이 교육도 받지 않고 농촌으로 내려가 농사부터 짓기 때문이다. 2014년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약 8만1000명 4만4000세대이다. 같은 해 농림부에서 시행하는 귀농귀촌 사전단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약 40개 과정 2200명이다. 이밖에 공공과 민간의 자체교육을 포함시키더라도 약 3500명 정도가 초보적인 교육을 받았다. 약 4%정도가 교육받고 나머지 96%가 교육받지 않고 시골에 내려가 좌충우돌하고 지역의 천덕꾸러기로 낙인찍힌다.
물론 교육받지 않고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향에 든든한 연고가 있는 사람이나 미리 충분히 준비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를 줄이려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20% 정도 인원이 교육받고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2015년에도 농정원 귀농귀촌 사전단계 교육계획인원은 약 2800명이다. 올해 전문가들은 귀농귀촌 위구가 5만세대 1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성장, 저취업, 저소득의 도시에서 지탱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귀농귀촌을 성공하면서 지역에 연착륙할까.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가족동의를 받아야 한다. 귀농귀촌진흥원에서는 ‘신사시대’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신뢰, 사랑, 시간, 대안을 가지고 가족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족이 힘을 합쳐야 벽을 넘을 수 있다.
둘째,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적응이다. 이것도 ‘아가잘있나’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지역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사람이다. 나를 낮추는 겸손한 자세와 예의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에 연착륙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교동공장’이라고 풀어 설명한다. 교육받고, 동네와 친교․봉사하고, 공무원이랑 친하고, 장기아르바이트해서 돈도 마련하는 것이다. 장기알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1~2년 정도 선도농가, 신지식농가, 강소농가에서 일하며 호흡을 맞추자. 귀농귀촌에 성공하는 길이다. 곰은 인간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었다. 인내와 끈기, 이해와 관용 그리고 봉사만이 귀농귀촌에 성공하는 길이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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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내와 끈기 그리고 기본적인 배려와 나눔.
준비하면서 잊지 말아야할 덕목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