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 유레카 3
1부. 우주
3장. 우주 시뮬레이션
38. 과학의 천지창조 : 빅뱅 이론 2
(2) 힘이 생기다 : 대통일 시대 (grand unification epoch, 10^ -43초 ~ 10^ -36초)
빅뱅이론은 아직 과학계에서 완전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틀렸다고 무시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대폭발, 급팽창, 우주 배경복사 등 우리 우주가 생성되어 발전하는 큰 뼈대 이론에는 거의 이견이 없고,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한 초끈 이론, M이론 등 생성이론이나 자잘한 진행 논리에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다. 진행 시간도 이론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론은 가장 일반적인 빅뱅이론이다. 우리에게는 빅뱅이론의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철학적인 의미를 생각하고 그를 바탕으로 철학적으로 천지창조를 재구성해보려는 것이므로 과학적인 논증으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플랑크시대 이 후의 우주는 대통일 시대이다. 시대라고는 하지만 10^ -43초 ~ 10^ -36초라는 어마어마하게 짧은 시간이다. 소수점 아래 0이 35개 있은 다음 1이 있는 짧은 시간이 상상이나 가는가? 1초만으로도 굉장히 짧게 느껴지는데 이런 작은 단위의 시간을 쪼개어 우주의 생성원리를 밝히는 과학자들의 노력도 실로 대단하다.
통일의 의미는 힘들이 통일되었다는 뜻이다. 이 때의 힘을 핵전기력(electronuclear force)이라 부른다. 우주가 생기고 맨 처음 생긴 것은 힘이다. 힘은 물질과 에너지의 전달력이다. 나의 철학적인 관점으로는 힘에 의해서 에너지가 생긴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것은 후에 다루기로 하겠다.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힘에는 강력, 약력, 전자기력 그리고 중력이 있다. 이 중 중력은 플랑크시대가 끝날 무렵 이미 빠져나가 분리되었다고 하고, 나머지 힘들은 아직 분리되지 않았다. 우주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10^ 27도. 물질과 에너지는 녹아있는 상태이다. 사실 중력이 빠졌으니 대통일이라 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과학자들이 그리 부르니 나도 따라할 수 밖엔 없다.
강력이 대통일시대가 끝나갈 무렵 분리되었다. 대폭발이 있은 후 중력과 강력이 분리되고 전자기력과 약력이 함께 있다.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대통일시대는 힘의 시대이다. 힘이 역할이 생기고 분리되었다. 힘을 역할별로 나누면 중력과 강력은 끌어당기고 뭉치는 힘이다. 전자기력과 약력은 폭발하고 팽창하는 힘이다.
대통일시대의 아주 짧은 시간 이 후 우주는 급팽창이 일어난다. 힘의 분리를 급팽창의 전조라고 생각하기에 무리가 없다.
우리 우주는 힘의 분리로 우주를 만들 준비를 끝냈다.
(3) 물질과 공간이 생기다 : 급팽창(Inflation. 10^ -36초 ~ 10^ -32초)
대통일 시대 이 후는 앞글에서 소개한 급팽창의 시간이다. 힘의 분리까지 마쳤지만 시간은 고작 10^ -36초가 지났을 뿐이다. 우주는 아직 원자의 크기보다도 작다. 급팽창이 끝나는 10^ -32초에 원자만한 우주가 순식간에 태양계만하게 커진다. 팽창과 수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팽창은 공간을, 수축은 물질을 만든다.
급팽창 이 후 태양계만한 우주는 빛의 속도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팽창한다. 폭발의 여력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은하계의 크기로 팽창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그래도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작은 공간에 몰려있으니 말 그대로 꽉 찬 우주였다. 우주는 용광로와 같았다. 그러나 팽창을 거듭하면서 온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출처 : 과학동아. 시간별로 본 우주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