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진옥 (해장국 / 종로구 청진동) 청진옥은 청진동 해장국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집이다. 1937년에 개업해서 지금까지 60여 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술꾼들의 속을 풀어주고 있다. 쇠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토장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숙취에 헤매는 아침에 너무나 어울린다. 소문만 듣다가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는 청진옥 해장국 맛이 너무 버겁고 기름기가 넘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단골들은 마치 인이 박힌 사람처럼 이 집의 구수한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다. 중장년 층의 입맛에 들어맞는 맛이기 때문이다. 이 집 가마솥은 불이 꺼질 날이 없다. 두 개의 솥에서 곰국이 교대로 펄펄 끓는다. 일반 해장국 외에도 따로해장국, 선지, 새벽따구국 등 해장국 종류도 다양하다. 365일 언제 가도 문을 열고 있고, 포장도 해준다. 찾아가는 길: 제일은행 본점에서 교보문고 쪽으로 가다가, 서울관광호텔이 있는 길로 우회전해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간판이 보인다. (02) 735- 1690
- ▲청일옥 (해장국 / 종로구 청진동) 청일옥은 원래 청진옥과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진옥 주인의 동생이 운영하며 함께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진옥과 청일옥 맛은 약간 다르다. 청일옥 해장국은 보다 담백하며 기름기도 많지 않은 편이다. 선호하는 맛에 따라서 손님 층이 완전히 바뀐다. 한 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일까, 한 번 들인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쇠뼈 국물에 우거지와 콩나물 등을 넣어서 시원한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양, 허파, 선지 등 내용물도 풍성하다. 고소한 국물 맛이 입에서만 느껴질뿐만 아니라, 가게에도 국물 냄새가 은근히 배어있다. 해장국 외에도 꼬리곰탕, 도가니탕, 곰탕 등 우탕 종류가 다양하다. 24시간 내내 바뀌는 손님층이 끊임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찾아가는 길: 서울관광호텔 길로 200m 정도 들어가다 보면 왼편에 간판이 보인다. (02) 733- 5282
- ▲손만두집 (만두 / 종로구 부암동) 장안의 만두 마니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집이다. 만두국(7000원) 하나로도 정갈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만두들이 많다. 자그맣고 귀여운 물만두(6000원)도 있고, 포장이 된 알록달록한 오색 만두를 사가서 집에서 쪄먹기도 한다. 우리 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만두 하나도 얼마나 정성 들여서 만드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편수(8000원)는 이 집의 인기있는 메뉴다. 서울, 경기 지방에서 여름철에 먹던 일종의 '계절 만두'다. 얄팍한 피 안에 쇠고기, 오이, 버섯 등을 잘게 썰어 넣어서 먹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돌게 한다. 여름철에는 담백하고 깔끔한 콩국수도 내놓는다. 인왕산의 맑은 공기를 쐬며 한 끼 식사를 즐기기에 좋은 집이다. 찾아가는 길: 청와대에서 평창동으로 넘어가다가, 자하령 고개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올라가는 길 초입에 있다. (02) 379-2648 ▲그때 그 민속집 (두부요리 /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에 두부집들이 들어선 지는 이제 15년 정도가 지났다. 이 집도 초창기에 문을 연 멤버 중 하나다. 예전에는 허름한 건물에서 영업하다가 번듯한 건물로 새로 지은 지 벌써 6년째다. 그래도 맛은 옛날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매일 가게 옆에 있는 주방에서 만드는 손두부는 따뜻하게 데워서 내온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콩 내음이 살짝 풍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해의 염전에서 간수를 한꺼번에 받아와서 두부를 만들 때 쓴다고 한다. 두부두루치기는 일종의 두부전골이랄 수 있는 메뉴다. 사골 육수에 버섯, 야채 등을 듬뿍 넣고 맵게 끓인다. 얼큰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사리부터 집어먹으면서 두부와 국물 맛을 만끽하기 바란다. 세검정 두부촌을 대표하는 집 중 하나. 찾아가는 길: 세검정 신영삼거리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좌회전, 150미터 전방 대로 변에 있다. (02) 379-4897
- ▲옛날 민속집 (두부요리 /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 두부촌이 유명한 이유는 두부집들이 몰려있기도 하지만, 식당 수준도 전체적으로 빼어나기 때문이다. 옛날 민속집도 10년 이상 일관되게 담백한 두부 맛을 내는 집이다. 언덕 위에 널찍한 가게를 새로 지었으며, 등산객들도 산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많이 찾는다.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는 흡수가 빨라 간단한 식사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손두부는 네모 반듯하게 썰어서 준다. 뽀얀 두부가 따뜻해서 먹기 좋은 느낌이 든다.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두부 맛이 좋으니 찌개 종류도 다양하게 끓여낸다. 두부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끓이는 투박한 찌개다. 구수한 냄새, 매콤한 국물 맛, 그리고 두부, 무, 표고버섯 등을 넣어서 개운한 맛도 함께 난다. 조개를 넣고 끓인 순두부찌개도 시원하다. 찾아가는 길: 세검정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대로변에 간판이 보인다. (02) 379- 7129
- ▲신일 (백반 / 종로구 관훈동) 인사동에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백반 한 상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한 마디로 집에서 먹는 듯한 푸근한 밥상이다. 된장정식(6000원)은 된장찌개에 생선구이, 제육 보쌈, 된장박이 깻잎, 무장아찌 등이 나온다. 장아찌는 대개 고추장 장아찌들이다. 안주인의 친정이 순창이라 언제나 고추장의 고장 순창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이 떨어지지 않는다. 신일 정식(1만원)은 상이 훨씬 푸짐해진다. 생굴, 계란찜, 홍어무침, 전 종류, 묵은 김치, 젓갈 종류가 추가된다. 몇 가지 모듬 장아찌는 약간씩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더덕, 감, 오이 등 다양한 장아찌 맛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싱싱한 쇠고기 육회며, 잘 삭은 홍어회, 콤콤하게 익은 간장게장 등도 있다. 물론 이런 음식들은 특정식(2만원)에나 올라온다. 찾아가는 길: 인사동 길의 박당표구사 옆 좁다란 골목 안에 있다. (02) 739- 5548
- ▲디미방 (약초 음식 / 종로구 관훈동) 이 집의 주인인 최진규 씨는 약초 전문가다. 그래서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에도 약초가 재료로 많이 들어간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던가. 입안에서 씁쓸한 기운이 돌지만 그 게 좋은 음식의 참 맛인 경우도 있다. 더덕구이(2만 5000원)가 좋은 예다. 양식 더덕은 냄새도 나지 않고 맹숭맹숭하지만, 이 집 더덕은 씹어보면 야생 더덕의 씁쓸한 맛이 오래도록 남는다. 디미방 정식(1만원)은 함초(약초의 일종) 예찬론자인 주인이 함초를 듬뿍 넣어 만들어낸 메뉴다. 함초 즙을 짠 간장, 생굴과 같이 나오는 함초, 함초를 넣은 감자전, 함초 무침 등이 나온다. 식전에는 죽이 나오는데, 하수오(하수오)라는 약초로 만든 죽이다. '많이 먹으면 머리가 까매진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심지어 약초로 담근 술까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이 있는 집이다. 찾아가는 길: 인사동 경인미술관 뒷골목에 있다. 찾기가 힘드니 전화로 문의하시길. (02) 720- 2417
- ▲광화문집 (김치찌개 / 종로구 당주동)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반찬이 김치요, 그래서 흔하디 흔한 게 김치찌개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처럼 시큼하고 묵직한 김치찌개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예전의 김치찌개란 김치와 돼지고기, 두 가지 재료로 승부를 거는 것이었건만 요즘은 다양한 재료의 버라이어티 쇼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고전적 풍미의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보자. 메뉴 이름도 돼지김치찌개(5000원)이다. 찌개를 끓이기 위해서 잘 익혀둔 김치와 비계가 다 붙은 채로 큼직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 두 가지 재료를 넣고 부글부글 끓이고 있으면 찌개에서 신 내가 올라온다. 투박하지만 예전에 집에서 먹던 김치찌개와 비슷하다. 계란말이(5000원)도 이 집의 장기다. 계란을 열 개 정도 까서 잘 휘저은 후 프라이팬에 부쳐서 돌돌 말아준다. 뜨끈한 계란말이가 푸근하다. 찾아가는 길: 세종문화회관 근처 뒷골목에 있다. 전화로 문의 요망 (02) 739- 7737
- ▲진할매 원조닭집 (닭 한 마리 / 종로구 종로5가) 동대문 시장 좁다란 골목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닭 한 마리 집'들이 많다. 그 중 원조는 형광등 불빛 아래 사람들이 바글대는 진할매 원조 닭집이다. 너른 식당 안에서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뮌헨 옥토버 축제 때의 호프집이 떠오른다. 세숫대야 같은 양푼에 닭 한 마리를 넣고 등 쪽을 가르고는 감자를 끼워서 내온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부글부글 끓인다. 닭이 푹 삶아지면 손님들이 직접 가위질을 해가며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는다. 고추 양념장과 간장, 식초, 겨자를 버무려 양념장을 만드는 건 본인들의 솜씨로 직접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닭고기를 찍어먹는 단순한 음식이다. 바알간 국물이 시원한 물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닭 국물에 떡이나 국수 사리를 넣고 끓여서 배를 채우면 된다. 물은 셀프 서비스. 찾아가는 길: 종로 6가와 청계천 사이 먹자골목 안에 있다. 찾기가 쉽지 않다. (02) 2275- 9666
- ▲마산아구찜 (아구찜 / 종로구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 뒷편에는 아구찜집들이 많다. 그 중에서 식사시간만 되면 길게 줄을 서는 집이 하나 있으니, 아구찜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마산아구찜이다. 어쩌면 이렇게 줄을 서서 다급하게 먹다보니 아구찜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먹어보면 줄을 선 이유가 뭔지 입이 스스로 느낀다. 아구찜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부드럽다. 양념을 만드는 비법은 안주인 혼자만 알고 있다고 한다. 강남 지역의 아구찜집에 비해서 꽤 매운 양념과 풍성한 재료가 맛의 비결이기도 하다. 매운 맛이 푹 밴 미나리와 콩나물도 맛있고, 졸깃졸깃한 곤약을 듬뿍 넣고 찐 아귀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같은 양념에 쪄낸 해물찜도 단골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미더덕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찾아가는 길: 종로2가에서 안국동으로 가는 길, 낙원상가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02) 763- 7494
- ▲본까스 (돈까스 / 종로구 중학동) 돈까스는 서양의 튀김 요리를 받아들여 완전히 일본화 된 음식이다. 일본대사관 옆에서 돈까스 전문점을 하는 걸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점심시간에는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일본인, 미국인 등 다국적 인종들이 자리를 가득 채운다. 히레까스, 로스까스, 치킨까스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속을 꽉 채운 고기는 전반적으로 육질이 좋고, 튀김옷도 바삭거리는 느낌이 살아나도록 잘 튀겼다. 기름기를 적당히 제거해 느끼한 점도 거의 없다. 튀김용 기름도 괜찮고, 튀겨내는 타이밍도 좋다. 돈까스 자체가 튀기는 음식이니만큼 튀김 메뉴들도 먹을 만하다. 새우후라이, 생선후라이 등 몇 가지 튀김 종류가 있다. 저녁 때는 돈까스 모듬 안주를 곁들여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초밥과 오뎅 등 다양한 일식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찾아가는 길: 한국일보 뒤, 일본대사관 옆에 있다. (02) 722-0358
- ▲조금 (일본식 돌솥밥 / 종로구 인사동) 돌솥밥 메뉴는 버섯밥과 해물밥 두 가지다. 별다른 치장 없이 잔잔하게 밥을 짓는 솜씨가 빼어나다. 속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맛을 내는 집이다. 해물밥에는 새우, 굴, 조개, 버섯, 대추 등이 들어간다. 다 밥맛에 담백함을 더해주는 재료들이다. 양념간장을 약간씩 밥 위에 뿌려가면서 비벼 먹으면 간장 때문에 짭짤해진 밥맛의 여운이 고소하게 오래도록 남는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일본풍이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짠지와 단무지, 그리고 가벼운 젓갈류들이다. 착 가라앉은 단정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돌솥밥(1만 1000원)은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잇는 건 속에 부담이 가지 않는 담백한 밥맛 때문이다. 저녁 때는 가이바시, 메추리, 대합, 은행, 오징어 등 꼬치 안주와 함께 정종 한 잔 걸치는 것도 좋다. 찾아가는 길: 안국역에서 인사동 골목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02) 725- 8400
- ▲이강순 실비집 (낙지볶음 / 종로구 청진동) 무교동 낙지골목을 대표하던 식당 중 하나인 '실비집'이 '이강순 실비집'으로 상호를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2층으로 올라가는 좁다란 계단은 허물어져 내릴 듯 하고, 낡은 나무 탁자와 의자는 삐그덕거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바로 실비집의 트레이드마크다. 낙지볶음의 빨간 국물은 마늘 맛이 강하게 난다. 매운 맛의 기본은 마늘과 고추에 있다. 큼지막한 낙지는 꽤 큰 크기로 썰어 넣었다. 옛날처럼 '죽을 정도로' 맵지는 않지만 그래도 옆 테이블을 보면 조개탕이나 소주로 매운 맛을 달래고 있다. 양은냄비에 끓인 조개탕은 대파와 마늘을 많이 넣어서 국물 맛이 강하다. 반찬이라곤 덜렁 단무지와 콩나물뿐이다. 짭짤하거나 심심한 맛들이 매운 낙지볶음과 잘 어울린다. 매운 맛 하나로 무교동 낙지 맛을 고수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교보문고에서 종로 1가로 가다가 첫 이면도로에서 좌회전해서 100m 정도 들어가면 간판이 보인다. (02) 732- 7889
- ▲우정낙지 (낙지볶음 / 종로구 서린동) 무교동 낙지를 매운 맛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아마도 우정낙지가 가장 매울 것 같다. 이 집 낙지볶음은 어느 집보다도 자극이 강해서 속이 쓰리도록 맵다. 접시에 담긴 낙지볶음 국물은 새빨갛다. 보기만 해도 눈이 매울 정도다. 낙지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매운 맛이 아주 강한 국물에 파묻혀 있다. 밥을 주문하면 그릇에 콩나물과 상추를 넣어서 준다. 볶음국물을 밥과 야채에 비벼 먹으라는 의미다. 낙지볶음은 맵고, 조개탕은 맑다. 서로 극단적인 맛이 충돌한다. 조개탕은 오히려 맹숭맹숭하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맑은 국에 대파와 빨간 고추를 살짝 띄웠다. 반찬은 무교동답게 콩나물과 단무지. 누가 제일 먼저 이런 반찬을 내놓을 생각을 했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매운 낙지와 어울린다. 찾아가는 길: 광교에서 동아일보사 쪽으로 가다보면 대로 좌측에 있다. (02) 720- 7991.
- ▲원조 낙원떡집 (떡 / 종로구 낙원동) 우리나라처럼 음식 문화가 천대받는 곳에서 80년 가까이 음식을 만들어 판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낙원떡집은 낙원동에 밀집해 있는 떡집들 중에서 원조 격인 집이다. 1920년대에 문을 열었을 때에는 궁중에서 배운 떡 기술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원래는 '낙원병옥'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했다. 각종 행사에 필요한 떡은 다 만들어 준다. 가게 앞에는 송편, 인절미, 절편, 단자, 약식 등이 진열되어 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동네 꼬마들이 침을 '꿀떡' 삼켰음직 하다. 낙원시장 자리에 있다가 지금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인기를 끄는 떡은 오색단자다. 3000원이면 대추, 팥앙금, 흑임자 등 다섯 가지의 부드럽고 달콤한 단자 맛을 볼 수 있다. 집안에 행사가 없더라도 근처 사무실에서도 간식 거리로 많이 사간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 낙원상가 바로 뒤, 안국동 로터리 올라가는 대로 변에 있다. (02) 732- 5579
- ▲이문설농탕 (설렁탕 / 종로구 공평동) 지금은 어느 집이나 다 설렁탕이라는 말을 쓰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농탕이라는 말도 같이 썼다. 이문설농탕이라는 상호를 보면 설농탕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향수를 느낀다. 예스러운 옥호에서 느껴지듯이 이 집은 서울에 현존하는 식당 중 가장 오래된 집이다. 1900년대에 문을 열었으니 곧 개업 100년을 맞이하게 된다. 예전에는 연탄불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설렁탕 국물을 끓였었는데, 지금은 화로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담백한 국물 맛은 꽤 진하다. 젊은 층들보다는 옛날에 먹던 설렁탕 맛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가게 안에는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설렁탕 국물 냄새가 잔잔하게 배어있다. 맛도 맛이지만 오래된 식당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이 집 설렁탕을 먹는 건 '역사'를 먹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찾아가는 길: 종각 사거리 국세청 바로 뒷골목에 있다. (02) 733- 6526
- ▲더 레스토랑 (유러피언 요리 / 종로구 소격동) 프렌치와 이탤리언 스타일이 적당히 섞여있어서 유러피언 요리라는 표현을 쓴다. 애피타이저로는 '시푸드 샐러드'(1만 8000원)가 있다. 다양한 해산물을 주재료로 해서 야채, 올리브유, 그리고 소금, 후추로 살짝 간을 맞췄다. '차가운 사과 스프'(6000원)는 사과 속을 파낸 후 그 속에 사과 과육과 사과 쥬스, 사과로 만든 술 깔바도스까지 섞은 스프다. 정반대로 뜨거운 '양파 크림 스프'(1만 5000원)도 있다. 메인 디쉬인 농어요리(3만 2000원)는 농어를 그릴에 구워서 레드 와인 소스를 얹고 야채 가니쉬를 올렸다. 오리요리(3만 5000원)도 먹음직스럽다. 오렌지 소스 위에 오리구이를 얇게 썰어서 올려놓은 음식이다. 아베라는 일본 요리사가 개업 때부터 주방을 맡고 있다. 산적(?)처럼 생겼는데 요리는 맛있다. 특히 해물 요리에 강하다. 찾아가는 길: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다가 보면 국제화랑 건물 안에 있다. (02) 735- 8441
- ▲제주 허가네 족발 (족발 / 종로구 관훈동) 제주도 돼지고기는 맛있다. 서울 시내 전역에서 심심찮게 '제주 직송 돼지고기'라는 광고 문구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고기가 맛있는데, 족발인들 맛이 없으랴. 족발이 맛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고기가 맛있을 것, 또 하나는 족발을 삶을 때 필요한 육수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족발 육수는 한 번 삶고 마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같은 육수를 반복해서 쓴다. 육수에 족발을 삶은 후 식히면서 간장, 인삼, 생강 등으로 간을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 야들야들한 고기 맛은 이렇게 완성된다. 간장이나 새우젓, 혹은 배즙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이런 소스만으로도 맛의 다양화를 꾀했다. 사이즈에 따라 큰놈(2만 2000원), 조근놈('작은'이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다. 2만원)이 있다. 찾아가는 길: 인사동 경인미술관 골목에 있다. (02) 730- 5657
- ▲산촌 (산채정식 / 종로구 관훈동) 뉴욕타임스에 기사가 실린 이후로 나물 음식에 관한 한 일종의 텍스트처럼 여겨지는 식당이다. 주인은 원래 승려 출신이다. 그래서 사찰 음식에 근간을 두고 있다. 느티라는 나무 그릇을 쓰는데, 절에서 승려들이 사용하는 그릇이기도 하다. 정식(2인 5만 8000원)은 세트 메뉴처럼 식단이 정해져있다. 재료들만 약간씩 바뀐다. 들깨죽, 두부, 빙, 일곱 가지 산채 모듬나물, 김치, 상추 겉절이, 튀김과 전, 잡채, 감자졸임, 더덕무침, 된장찌개와 밥, 그리고 차와 유과가 나오면 식사가 끝난다. 채식주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집이다. 절이 아니기 때문에 양념을 할 때 오신채는 다 사용한다. 제대로 오신채를 뺀 음식을 먹고 싶다면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 저녁 때는 전통무용 공연도 한다. 8시 15분부터 9시까지. 외국인들과 같이 가기에도 적당하다. 찾아가는 길: 인사동 길 통인가게 가기 전 골목 안에 있다. (02) 735- 0312
- ▲찬양집 (칼국수 / 종로구 돈의동) 30년 동안 칼국수 하나만을 만들어온 집. 사람이 들어올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있는 허름한 집에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그릇에 가득 넘칠 정도로 양이 푸짐한 칼국수다. 국물은 해물, 야채, 가쓰오부시 등으로 뽑아낸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국물 맛은 몇 가지 재료의 비율에 있다. 해물은 조개류가 중심이다. 모시, 대합, 맛조개, 동족조개, 석화 등 철 따라 좋은 걸 쓴다. 미더덕, 김 등 해조류까지 들어가고, 그 위에 깻잎과 파를 얹는다. 국수 맛도 좋다. 면은 탱탱하고 쫄깃쫄깃하다. 상쾌하고 쫍쪼름한 해물 국물 맛과 탄력이 좋은 면 맛이 잘 어울린다. 요즘 유행처럼 조개만 양껏 주는 집이 아니라 절제를 하면서 맛을 만들어냈다. 금연, 금주. 칼국수를 먹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가게 이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일요일은 쉰다. 찾아가는 길: 허리우드 극장에서 종로 3가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골목 안에 있다. 찾기 힘들다. (02) 743- 1384
- ▲초원식당 (북어찜 / 종로구 재동) 초원식당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리면 될 것 같은 그런 집이다. 허름하고 소박하다. 아무 데나 있는 실비집 같은 스타일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맛있는 북어찜(6000원) 한 접시면 한 끼 식사로나, 소주를 한 잔 마시는 데 아주 잘 어울린다. 북어는 건어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부시장에서 받아온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북어가 아니라 코다리다. 코다리는 '반건조 명태'를 뜻한다. 코다리에 양념을 잘해서 쪄낸 것이 북어찜이다. 코다리를 손질한 후 먹기 좋게 자르고, 간장, 물엿, 고춧가루, 마늘 등을 혼합한 양념과 함께 냄비에서 쪄낸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매콤한 맛이다. 양념이 잘 배어든 코다리가 입에서 잘 씹힌다. 편하게 아무 때나 찾아가도 됨직한 식당이다. 찾아가는 길: 안국동 사거리에서 헌법재판소 지나서, 재동초등학교 앞에 있다. (02) 745- 5998
- ▲송죽헌 (한정식 / 종로구 운니동) 가히 남도일미(일미)라 할만한 한정식 집이다. 원래는 전라도 광주를 대표하는 식당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그 내력을 잇고 있다. 수수떡과 죽으로 입맛을 돋우면서 백김치와 물김치 등이 나온다. 구절판과 전복, 가이바시 등 회가 그 뒤를 잇는다. 다음은 홍어찜. 이때부터 상차림은 남도적인 특징을 강하게 띄기 시작한다. 그날 그날 다르지만 해파리무침, 쭈꾸미, 죽순과 우렁 등 요리들을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찬다.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고 적당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밥과 함께 나오는 건 굴비와 무장아찌, 그리고 일곱 가지 젓갈이다. 은은하게 잘 삭은 토하, 진석화, 꼴뚜기, 납새기, 전복창, 돔베젓 등 젓갈들이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제각각 맛을 낸다. 그 맛에 세월이 녹아든다. 점심은 3만 5000원, 저녁은 5만 5000원이다. 찾아가는 길: 비원 앞 삼환빌딩 골목으로 7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02) 763- 4234
- ▲부영도가니탕 (도가니탕 / 종로구 삼청동) 이 집은 취재를 갔다가 할머니가 부득부득 사양하는 바람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지면을 통해서는 알리지 못했던 집이다. 메뉴는 두 가지. 수육(1만 3000원)과 도가니탕(5000원)이다. 도가니탕은 독특하다. 대부분 도가니탕이라 하면 도가니만 넣는데, 여기는 살코기도 같이 넣는다. 그래서 육질의 느끼한 맛보다 듬직하고, 담백한 맛이 더하다. 안에 든 고기는 함께 나오는 마늘과 고추장을 곁들여 하나씩 집어먹는다. 국물만 남으면 밥을 한 그릇 말아서 뚝딱 해치우면 된다. 국물은 진하면서 시원하다. 깍두기는 항상 먹기 좋을 정도로 잘 익어있다. 문을 연 지는 20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을 낸다. 일본식 가옥의 삐걱거리는 2층으로 올라가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먹는 도가니탕 맛이 색다르다. 찾아가는 길: 경복궁에서 삼청터널로 가다가, 감사원 쪽으로 우회전 50m 정도 올라가면 있다. (02) 730- 9440
- ▲목포집 (떡갈비 / 종로구 안국동) 해남이나 담양에서 먹던 남도식 떡갈비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부드러운 떡갈비 맛으로 유명하다. 한 번 다진 후 양념을 잘 한 떡갈비는 입안에서 부들부들 녹는다. 떡갈비(일인분 1만원)에 백반상을 붙이면 떡갈비 정식이 된다. 가정식 백반(5000원)은 매콤 짭짤한 양념 맛이 강한 밥상이다. 밥, 국, 된장찌개에 전라도 색채가 강한 반찬들이 올라온다. 꼬릿꼬릿한 황새기 젓도 나온다. 따뜻한 밥위에 얹어서 먹으면 입맛이 돈다. 목포집이라는 상호에 어울리게 낙지와 홍어 요리도 많다. 단골이라면 지금 위치로 이사 오기 전, 허름했던 목포집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름철에 식당 앞을 지나가면 젓갈 냄새가 퀴퀴하게 풍기던 그 집. 지금은 너무 깔끔해져 특유의 냄새가 사라져버렸지만, 그 냄새가 가끔은 그립다. 찾아가는 길: 안국동사거리에서 헌법재판소 직전에 있는 골목으로 5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02) 722- 0976
- ▲순라길 (홍어회 / 종로구 권농동) 한겨울에 코가 뻥 뚫릴 정도로 푹 삭힌 홍어를 맛보는 건 남도 맛의 진수다. 꺼내놓기만 해도 특유의 꼬릿꼬릿한 냄새가 풍기는 홍어. 항아리에 넣어두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되면서 삭는다. 홍어를 중심으로 삼각축이 탄탄하게 잡힌 음식이 삼합이다. 삼합이란 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 이렇게 세 가지가 충돌하는 음식이다. 그 충돌 속에서 홍어 냄새는 돼지고기 기름기에 묻히고, 돼기고기 기름기는 김치 맛에 잦아든다. 홍어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비싸다. 홍어 한 마리 사서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이제 옛날 이야기 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홍어회(대 5만원, 소 4만 5000원), 홍어찜(대 4만 5000원, 소 4만원) 등 홍어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찾아가는 길: 비원 앞 창경궁 쪽으로 가다가 보면 '순라길'이라는 일방통행로가 있다. 그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02) 3672- 5513
- ▲토속촌 (삼계탕 / 종로구 통의동) 삼계탕(1만 1000원)에 관한 한 토속촌의 명성은 확고하다. 여느 집과 다른 이 가게만의 맛과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삼계탕 국물은 진하고, 기름지고, 걸쭉하다. 그 진한 국물은 맑은 삼계탕에만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맛이다. 닭도 다른 집에 비하면 훨씬 큰 편이다. 토종닭 종류의 닭을 쓴다고 한다. 국물 속에서 푹 익은 닭이지만 졸깃한 육질이 제대로 느껴진다. '삼계탕'이라는 이름은 역시 삼과 계의 어울림이다. 4년근 정도의 큰 삼을 쓴다고 한다. 그 외에 마늘, 생강, 대추, 밤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계탕이라면 들어가야 할 것들이 다 들어간다. 이 외에도 오골삼계탕, 옻닭, 백숙 등 닭요리 일체를 하는 집이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서 아예 문 안으로 못 들어갈 때도 있다. 예약을 하는 게 낫다. 찾아가는 길: 경복궁 전철역에서 세검정 쪽으로 150m 정도 올라가면 좌측 대로 변에 있다. (02) 737- 7444
- ▲곰보냉면 (함흥냉면 / 종로구 예지동) 다른 집들도 그렇긴 하겠지만 냉면집들은 한 번 문을 열면 여간해서는 터를 옮기지 않는다. 문을 연지 50년 가까이 된 곰보냉면은 매운 함흥식 회냉면(5000원)에 관한 한 언제나 손꼽히는 가게다. 반세기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냉면 맛은 서울 사람들 입맛과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듯 하다. 거칠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매운 맛이 특징이다. 질깃질깃한 면발에 묻은 양념 맛이 입술을 건드리면서 매운 자극을 퍼뜨릴 때면 뜨거운 육수를 한 모금. 역시 함흥식 비빔면이란 차가운 면과 뜨거운 육수가 맞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미학이 있다. 점심시간에는 명성 높은 냉면집답게 사람들로 붐빈다. 오장동에만 함흥냉면이 있는 건 아니다. 종로 4가의 골목에도 곰보냉면의 위세 하에 함흥냉면집들이 성업 중이다. 찾아가는 길: 종로 4가 시계골목 안에 있다. 시장 골목 안이다. (02) 2267- 6922
- ▲대성집 (도가니탕 / 종로구 교북동) 도가니탕에 관한 한 장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집이다. 쫄깃쫄깃, 쫀득쫀득거리는 도가니 수육과 푸근한 도가니탕(7000원) 등 도가니 맛은 좋고, 국물 맛은 진하다. 이 집이 깊은 맛을 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아직도 무거운 가마솥을 걸어놓고 장작을 때서 국물을 끓이고 있다는 점. 일반 솥이나 냄비에 끓이는 것과는 맛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은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어떻게 손질하느냐 하는 것이다. 처음 고기를 다듬고, 핏물을 빼고, 삶는 과정이 다 포함된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푹 삶아야 쫀득하게 씹히는 느낌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다. 이 집에서는 도가니탕을 만드는 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다. 손님은 그 생활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도가니탕 맛을 보면 된다. 찾아가는 길: 서대문에서 독립문 쪽으로 가다가 우측 골목 안에 있다. 전화 문의 요망. (02) 735- 4259
- ▲안성또순이 (생태찌개 / 종로구 청진동) 조기와 더불어 명태만큼 우리나라 사람들 밥상에서 친숙한 생선은 드물다. 동태, 선태, 강태 등으로도 불리고, 말리면 북어도 되고, 황태도 된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부를 정도로 일년 내내 명태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친근했던 생선들을 먹는 게 힘들다. 안성또순이 집은 생태찌개(3만원) 한 가지를 일관되게 끓여온 집이다. 냄비 하나에 서너 명 정도가 달라붙어서 국물을 퍼먹으면 적당하다. 언제나 싱싱한 생태를 넣기 때문에 국물의 감칠맛은 비길데가 없다 . 거기에 무를 깔고, 얼큰한 양념, 새우, 조개 등 시원한 맛이 나는 재료들만 골라서 넣음으로써 시원한 맛이 훨씬 더 풍부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찾아가는 길: 교보빌딩 뒷골목에서 한국일보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있다. (02) 733- 5830
- ▲라면하우스 (라면 / 종로구 관철동) 종로통 대로에는 싼 분식집들이 많다. 대개 라면이나 김밥을 팔고, 지나가다가 가볍게 식사를 하고 가는 식당들이다. 예전부터 종로에 드나들 때면 심심찮게 찾아가던 라면집이 있다. 짬뽕ㆍ만두ㆍ김치ㆍ카레라면 등 라면 메뉴와 김치볶음밥, 하이라이스 등 간단한 밥 메뉴가 있는 '라면하우스'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먹던 게 짬뽕라면이다. 국물은 얼큰하게 맛을 냈고, 야채들은 채를 썰고, 만두와 떡을 약간 넣었다. 기존 라면에 양념 맛을 가미함으로서 훨씬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다. 라면 하나도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확 바뀐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손님들은 간이 포장마차 식으로 벽을 보고 일렬횡대로 앉아서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예전처럼 단무지 맛이 시지 않고 약간 맹숭한 게 아쉽다. 찾아가는 길: 종로서적 후문 뒤 비좁은 골목에 있다. (02) 738- 7862
- ▲다락정 (만두전골 / 종로구 삼청동) 경복궁을 지나 고즈넉한 산책 코스로도 좋은 삼청동 일대에는 소문난 식당들이 많다. 실제로 이 동네 음식점들은 서울 지역 어디와 견주어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 다락정 음식은 토속적인 맛이 난다. 토장만두전골(일인분 8000원)은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가면서 먹는다. 구수한 맛이 나는 얼큰하고 개운한 국물이다. 들어있는 만두도 속이 알차서 묵직한 국물 맛과 잘 어울린다. 하얀 비지에 양념장을 넣고 쓱싹 비벼먹는 비지정식(5500원)도 고소한 맛이 난다. 발라먹을 살은 없지만 집어먹기 좋은 뼈다귀가 들어있으며 담백한 비지는 먹고 나도 부담이 없다. 그 외에도 녹두지짐이며, 모듬전 등 무난한 먹거리들이 많다. 그다지 꾸미지 않은 소박한 이북식 밥상이다. 찾아가는 길: 경복궁에서 삼청터널로 가다가, 감사원 올라가는 삼거리 좌측에 위치하고 있다. (02) 725- 1697
- ▲종가집 (한식 / 종로구 재동) 종가집은 서울식 음식들을 내놓는 집이다. 그다지 진하지 않은, 삼삼하고 수수한 맛을 내는 게 서울 음식의 특징이다. 제육보김치(2만 3000원)는 먹음직스럽다. 어디서 먹어도 돼지고기와 김치는 맛의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다. 기름진 돼지고기를 새우젓에 찍고, 시원한 보김치에 싸서 먹는다. 보김치의 맛이 돼지고기를 품에 안으면서 포만감을 준다. 전 종류도 많다. 모듬전(2만 2000원)을 주문하면 고추전, 동그랑땡, 고기산적 등이 나온다. 노릇노릇하게 지진 전 종류들이 고소하다. 식사는 강된장과 보리밥(7000원)이면 무난하다. 뚝배기에 지진 진한 맛의 된장을 호박잎과 양배추 쌈에 얹어서 먹으면 입안이 개운하다. 예전에 비해 맛에 대한 비판이 많은 편인데, 그래도 서울 음식을 하는 집 중에서 이만한 집 찾기는 쉽지 않다. 찾아가는 길: 안국동 로터리에서 헌법재판소 지나 다음 사거리 모퉁이에 있다. (02) 764- 7303
- ▲신성원 (물만두 / 종로구 묘동)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더니 지금은 '35년 전통'으로 바뀌었다. 오향장육과 만두를 전문으로 내걸었다. 오향장육은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면서 새로운 풍미를 추가함으로서 고기 맛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특유의 향기가 가미된 쫄깃쫄깃한 돼지고기 육질이 전통적인 오향장육 맛을 낸다. 이런 듬직한 음식이면 '빼갈' 한 잔 곁들여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만두는 작다. 얇은 피에 가벼운 부추 소와 고기 반죽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무겁지 않고, 균형이 잡혀야 물만두는 제 맛이 난다. 접시에 기름진 국물이 약간 배어나고, 그 위에 미끄러지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물만두 몇 개는 입맛을 다시게 한다. 짜장면은 수더분하다. 오향장육을 먹고 마무리를 하거나, 아니면 물만두와 함께 주문해서 먹는 게 좋다. 배달은 안 된다. 찾아가는 길: 단성사에서 비원 쪽으로, 소방서 지나면 바로 간판이 보인다. (02) 743- 3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