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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소라페닙(넥사바)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내과학교실 / 허 정
논 평(Comments)
간세포암종(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며, 진단된 예의 약 반수가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세포암종으로 기존 항암제로는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다.
근래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종양 성장과 침윤에 관련된 성장인자 또는 성장인자 수용체에 대한 저해제인 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가 연구되어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간세포암종에 대해서는 다른 암종보다 비교적 늦게 표적항암제가 시도되었으며 가장 많이 연구된 제제가 소라페닙(sorafenib, BAY 43-9006, NexavaTM; Bayer HealthCare Pharmaceuticals, West Haven, CT, USA)이다. 소라페닙(넥사바™)은 종양세포나 종양혈관에 과 발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용체 tyrosine kinase인 VEGFR-2, 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receptor(PDGFR)-β, c-kit와 더불어 신호전달경로의 serine/threonine kinase인 Raf kin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이다. 최근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소라페닙에 대한 대규모 3상 임상연구(SHARP trial)가 진행되어 대조군에 비해 투약군에서 유의한 생존기간 연장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 결과를 근거로 2007년 11월 소라페닙은 미국 식약청으로부터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SHARP trial은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로서 그 결과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인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제한점이 있다. 간세포암종의 치료법 선택과 예후는 잔존 간기능과 암종의 위치 등과 같은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간세포암종의 원인, 임상양상과 치료법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소라페닙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시행된 대규모 3상 임상연구(ORIENTAL trial)로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ORIENTAL trial은 중국, 한국, 대만 등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SHARP trial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환자들은 무작위로 소라페닙 투약군(n=150) 또는 위약군(n=76)에 배정되었다. 소라페닙 투약군과 위약군 간에 기저 임상 소견 및 간세포암종의 병기에 있어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활동도는 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ECOG) 등급1이었고, 간외전이를 동반하였으며, 기저 간질환은 주로 만성 B형간염(73.0%)이었다.
중앙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은 위약군에서 4.2개월(3.75~5.46), 소라페닙군에서 6.5개월(95% 신뢰구간 5.56-7.56)로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위험률(HR) 0.68(95% 신뢰구간 0.50~0.93); P=0.014]. 6개월 생존율은 소라페닙군에서 53.3%, 대조군에서 36.7%였다. 종양 진행까지 걸린 기간(time to progression, TTP)은 중앙값이 위약군이 1.4개월(1.35~1.55), 소라페닙군이 2.8개월(2.63~3.58)이었다[HR 0.57(0.42~0.79); P=0.0005]. 증상 진행까지 걸린 기간(time to symptomatic progression, TTSP)은 양 군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50). 질병 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소라페닙군의 경우 부분반응(partial response, PR)이 3.3%(5/150), 안정 병변(stable disease, SD)이 54.0%(81/150)였고, 대조군의 경우는 PR이 1.3%(1/76), SD가 27.6%(21/76)로 소라페닙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DCR이 유의하게 높았다(P=0.0019). 불량한 예후와 연관을 보이는 인자는 높은 점수의 ECOG 활동도, 65세 이상의 고령, 큰 혈관의 침범 여부, 간외전이 여부(혹은 두 가지 모두)와 만성 B형간염의 존재 등이었으며, 이들 인자들을 보정하더라도 대조군에 비해 소라페닙군에서 유의한 임상적 이득이 있었다.
안전성 분석 결과, 소라페닙군과 대조군에서 모두 유해 사례의 빈도가 높았다(98% vs 94.7%). 하지만 약과 관련된 부작용은 소라페닙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81.9%, 38.7%로 소라페닙군에서 위약군보다 더 많았으며, 정도는 주로 1/2등급이었다. 소라페닙과 관련된 빈번한 부작용은 수족피부반응(hand-foot skin reaction, HFSR) 45.0%, 설사 25.5%, 탈모증 24.8%, 피곤감 20.1%, 피부발진 혹은 탈락 20.1%, 고혈압 18.8%와 악액질 12.8% 등 이었다. 심각한 유해 사례의 전체 빈도는 소라페닙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47.7%, 45.3%로 비슷하였다.
소라페닙을 투여받은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3/4등급 약물 관련 부작용은 HFSR 10.7%, 설사 6.0%와 피로감 3.4%였다. 용량 감소를 야기한 가장 흔한 부작용은 HFSR 11.4%와 설사 7.4% 였지만 이러한 부작용으로 투여가 중단된 예는 드물었다.
ORIENTAL trial은 SHARP trial에 비해 소라페닙군과 대조군 모두 생존기간이 짧았는데 이는 ORIENTAL trial에서 더 많은 환자가 간외전이, 많은 수의 간내종양, 나쁜 ECOG 활동도와 높은 혈청 알파태아단백치를 보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일반적으로 이들 인자는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불량한 예후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ORIENTAL trial에서도 여전히 소라페닙이 대조약에 비해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의 OS를 유의하게 연장시키고 DCR 상승의 효과를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표 1). 한편, 안전성과 관련하여 3/4등급의 심한 부작용은 SHARP trial에서는 설사 39%였으나 ORIENTAL trial에서는 HFSR 10.1%였다.
※ 악액질(惡液質, Cachexia) : 칼로리를 보충해도 영양학적으로 비가역적인 체질량(제지방량) 소실을 뜻하며 기본적으로 신체 병변의 존재를 의미한다. 체중 감량을 시도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 근육 위축, 식욕 소실 등이 나타난다. 흔히 암, AIDS, 만성 기관지 폐쇄증(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울혈성 심부전(CHF, congestive heart failure)때 동반된다.
상기 두 임상연구에서는 Child-Pugh 등급 A인 대상성 환자들만을 등록하여 Child-Pugh 등급 B, C 환자에 있어 소라페닙의 임상적 효용성은 증명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를 포함하여 진행성 간세포암종에 대한 소라페닙의 효과를 조사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소라페닙은 용량에 따른 부작용의 빈도 차이는 있지만 양호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였고, Child-Pugh 등급 A와 B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약동학적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1, 2상 임상연구로서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만성 B형간염의 빈도는 SHARP trial의 경우 12.0%였으나 ORIENTAL trial의 경우 73.0%로 높았으며, 만성 C형간염의 빈도는 각각 30%, 8.4%로 후자에서 더 낮았다. 만성 B형간염이 있는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 시 B형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적 항바이러스요법은 예후를 좋게 하므로, 표적치료에서도 예방적 항바이러스요법에 대한 역할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ORIENTAL trial에서도 소라페닙의 효과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생물학적 예측자(biomarker)나 임상 소견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통상적인 RECIST(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 기준으로는 소라페닙의 종양반응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형된 RECIST 기준이 제안되고 있다.
요약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간장애가 없는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서 소라페닙은 종양의 원인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양호한 내약성, 안전성 및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비용-효과면에서는 소라페닙 단독치료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되므로 향후 다른 항암제와의 병합/연속요법 혹은 다른 치료에 부가하여 치료 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간학회지 제 15 권 제 2 호 2009
항암화학요법
종래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10-25%까지의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때로는 매우 극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근거 수준이 높은 임상연구에서 생존율 향상이 증명된 연구가 없었다. 최근 개발된 분자표적치료제인 sorafenib은 2.8개월의 생존기간 향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로서 간암 항암화학요법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sorafenib의 의학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진료 현장에서는 항암화학요법제의 선택에 있어 상당한 혼란이 있다.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종양 반응률이 매우 낮고 약물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 sorafenib의 일차적 사용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전문가도 상당수 있으며 특히 고가의 약값을 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대한간암연구회의 2009년 미니심포지엄에서 간암 환자의 항암화학요법제 결정과정에 대해 진료의로서의 의견을 투표로 물어본 적이 있다. 이때 응답한 의사의 58.3%는 환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항암제의 선택이 환자의 경제적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비용효과 면에서 논쟁이 있는 치료법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영국의 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는 sorafenib을 간암치료제로서 권고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NICE의 판단 근거는 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로 따져서 1 QALY (quality adjusted life year) 당 40,000£를 상한선으로 하고 있다.
정작 의료진으로부터 항암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으로서 분자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상대적 비교가 어렵고 결국 경제적 사정에 따라 선택을 강요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저자의 견해는 진료의가 환자에게 항암제 선택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분명히 하여 선호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이야기 하는 항암치료의 실제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신경외과전문의
항암치료의 경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항암치료를 할 때 1차, 2차, 3차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고 첫째 사이클, 둘째 사이클, 셋째 사이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첫 번째로 선택한 약을 1차 약 또는 1차 항암제라고 이야기하고 그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서 약을 바꾸었을 때 2번째로 선택한 약을 2차 항암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1차 항암제로써 3사이클 정도 한 후에 보통 CT나 MRI를 찍어서 경과를 진단하게 됩니다.
첫째는 암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를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CR)라고 합니다. 이것은 완벽히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부분관해(Partial Remission, PR)가 있는데 항암 치료받기 전보다 받은 후에 50% 이상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셋째는 오히려 항암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125% 이상 커진 경우를 진행(Progressive Disease, PD)병변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항암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항암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넷째는 부분관해와 진행 병변의 사이로써 암이 줄었지만 50%까지는 줄지 않았고 커졌지만 125%까지는 덜 커진 그런 상태를 안전병변(Stable Disease, SD)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정이라고 하면 좋은 뜻으로 쓰지만, 항암제에서 안정병변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듣지 않는 나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정체된 상태입니다.
참고로 항암제에 잘 듣는 암은 림프종, 백혈병, 고환암, 융모막암 이런 것들이 있고, 중간 정도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유방암, 난소암, 육종, 위암, 폐암, 신경내분비암, 두경부암, 전립선암이 있습니다. 암에 잘 듣지 않는 것은 신장암, 간암, 췌장암, 흑색종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는 크게 고식적 화학요법, 보조 화학요법, 근치적 화학요법, 선행 화학요법 등 4가지로 나뉩니다.
고식적 항암치료는 수술할 수 없는 4기 암일 때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항암치료의 횟수를 정할 수 없고 살아있는 한, 체력이 버텨주는 한 계속 항암치료를 하는 치료입니다.
보조 항암치료는 수술로써 눈에 보이는 암을 다 들어내고 적어도 육안으로는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세 전이를 치료하고 암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한 항암제를 쓰는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4~8차 정도까지 횟수를 정해 항암치료 중 환자의 상태 변화에 전혀 관계없이 정해진 횟수만큼 하고 치료 후 환자의 상태가 변하더라도 치료를 더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지켜보는 치료입니다.
근치적 항암치료는 말 그대로 항암치료만으로도 암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를 말합니다. 백혈병, 림프종, 고환암, 융모막암 등이 있으며 완치를 목표로 하므로 용량을 많이 투여해서 면역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힘들어하더라도 계속 강하게 치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행 화학치료는 암 크기를 줄여서 수술이 필요할 때 하는 것입니다. 항문암 같은 경우는 크기를 줄이면 항문을 살릴 수 있겠는데 크기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항문을 들어내면 평생토록 다른 항문을 배 쪽으로 만들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런 경우의 수술일 때 항문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선행 화학 치료를 하게 됩니다. 유방암도 부분적으로 암 치료를 해서 유방을 살릴 수 있도록 큰 암을 항암치료로 작게 만드는 등의 목적으로 하는 치료입니다.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환우분들께서 보통 이런 질문을 합니다. "도대체 항암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합니까?"
저는 "받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받으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자기 몸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대답을 한다는 핀잔을 듣게 되는데, 항암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암이 항암치료에 듣는다는 것입니다. 항암치료에 듣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만 생기기 때문에 멈춰야 합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듣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고, 또 듣다가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꾸는 식으로 계속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데,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은 바꿀 수 있는 약이 남아 있고, 운동수행 능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조건이 되니까 항암치료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항암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신체적인 상황이 된다는 것이고, 효과가 듣는 항암제가 있다는 것이고, 또 내성이 생겨서 항암제를 다른 것으로 계속 바꾸더라도 바꿀 항암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그만큼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는 뜻이므로 항암치료를 계속 받으라는 것입니다.
결국, 항암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지 악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월간암 201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