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 주도의 기만적인 전국합동위령제를 반대하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유족들이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
오늘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주최하는 ‘전국합동위령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정부차원에서 민간인 피학살자들에 대한 위령제를 60년 만에 진행한다고 떠들썩하지만 오늘을 맞이하는 우리 유족들의 마음은 분하고 침통할 따름입니다.
다행인 것은 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 주도의 합동위령제에 참여하기로 했던 몇몇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사건 관련단체들이 참여거부를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참여를 거부한 이유가 “대통령도 아닌 행정안전부장관이 정부대표로서 연설이 있을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대통령에서 장관으로 정부측 참석자의 격이 낮아진 문제’를 놓고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 정부주도의 합동위령제를 유족들이 반대하는 진정한 이유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감행된 전대미문의 학살범죄로 약 130여만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습니다. 그런데 진실화해위원회는 130만여 건 중 1%도 안되는 8천 건을 신고 받아 조사를 벌였고 다른 99%의 사건은 미신고 처리되어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신고 된 8천여 건의 사건 중 5천 건은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효력도 없는 상태이고 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는 그 어떤 후속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는 학살당한 이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 또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무런 계획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은 규명된 진실도 없고 마련된 대책도 없이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종료와 함께 다시 역사에 묻히게 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는 자신들이 주도하여‘학살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봉헌하는 합동위령제’라는 미명아래 유족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켜 놓고는 올바른 진상을 규명하는 대신 피해자(피학살자)들과 가해자(학살자)들을 어거지로 화해시키는 모습을 연출하여 민간인학살을 역사속에 묻어두기 위해서 이번 합동위령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또한 우리는 기존의 민간인피학살자관련 단체들이 이러한 위원회의 의도를 유족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는 100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에 대한 진정어리고 올바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면 정부와 진실화해위원회가 비껴갔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선행되어야할 핵심적인 과제들을 다시 진행시켜야 합니다. 가해자 및 국가폭압기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비롯하여 미신고된 100만 피학살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신고와 조사활동, 진실규명 결정문에 의한 권고사항 이행강제조치, 피학살 시신발굴 및 안치 등이 그 대표적인 전제조건이자 선행되어야 할 핵심과제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이 선행된 가운데 국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들에게 감행된 국가공권력의 학살범죄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정부가 참여하는 전국합동위령제는 이와 같은 실질적인 조치들을 통해 죽어간 영령들과 국민앞에 낱낱이 그 진상이 드러나고 재발방지를 포함한 모든 법적, 제도적, 사회적 조치들이 마련된 이후 진행되는 것입니다.
우리 유족들은 억울하게 학살당한 부모, 형제들의 진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관심과 지지를 부탁합니다.<끝>
2010년 12월 1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연합회
(공동대표 윤호상 이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