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허그
도현은 언제나처럼 아내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일요일 오전의 단잠에서 깨어났다. 잠이 깬 도현은 잠옷을 입은 채로 거실로 나왔다. 꽃무늬 원피스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아내가 부추전을 부치고 있었다. 부추를 좋아하는 도현을 위해 주말에 아내는 부추전을 즐겨 부쳐 주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부추전의 모습에 군침을 삼키던 도현은 냄새에 이끌려 어느새 가스레인지 앞 까지 왔다.
예쁜 여자와 살면 1년만 행복하지만 요리 잘 하는 여자랑 살면 평생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도현의 친구들은 집들이에 와서 아내의 음식솜씨를 보고 도현에게 “제수씨는 얼굴도 예쁜데 음식까지 잘 하시니 도현이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놈인가 보다.”라고 하며 나를 부러워했다.
“와, 맛있겠다. 부추향이 내 코를 자극하는 걸. 흐흐”
도현은 맛있는 부추전을 해주는 아내가 너무 예뻐 보여 뒤에서 살며시 백허그를 했다. 아내도 싫지 않은 듯 몸을 약간 빼는 척 하더니 그대로 다 구워진 부추전을 접시로 옮긴다. 도현은 아직 식지도 않은 부추전을 손으로 찢어 입으로 가져간다. 기름에 적당하게 구워진 부추전은 약간 뜨겁긴 했지만 상큼한 부추향이 입 안 가득 퍼져 고소한 맛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야근을 하느라 집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직장동료들과 저녁을 먹거나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소주한잔에 삼겹살을 안주로 직장상사를 씹어대며 회포를 풀 곤 했다. 그러나 도현은 결혼을 하면서 달라졌다. 퇴근 종이 땡하고 울리면 컴퓨터를 끄고 퇴근을 한다고 상사와 동료들은 그를 ‘땡돌이’라고 놀려대었다. 그러면 도현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신혼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가방을 들고 퇴근을 하였다.
“오늘따라 더 맛있네. 하나만 더 먹고...”
도현은 한 팔로는 아내의 허리를 쥐고 한 손으론 부추전을 연신 먹고 있었다. 부추전을 다 구운 듯 아내는 웃으며 접시를 식탁으로 옮겼다. 오늘따라 평소와 다르게 말없이 음식만 하는 아내가 약간 의아했지만 도현은 아내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의자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부추전을 먹었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냉수를 따라 식탁위에 올려놓았을 때 현관 도어락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아내였다. 놀란 도현은 주방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당신 깼네. 선영이가 와서 부추전 부치라고 하고 참기름이 떨어져 잠깐 마트에 다녀왔는데 그새 부추전을 다 먹었네. 역시 부추전 귀신이라니까. 선영이가 해 준 것도 맛있나 보네.”
아내는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선영이는 아내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었다. 연애를 하던 시절 처음에 아내는 쌍둥이 동생에 대하여 나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던 날 나는 아내의 동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옆에 없었다면 아내인 줄 알고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하며 놀란 눈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아내와 처제는 닮아있었다.
한번은 아내와 다투고 나서 헤어지자는 아내에게 화해를 청하기 위하여 아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의 놀이터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집에 돌아올 때 혼자가 아닌 왠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렸다. “오빠 나야 선영이 언니 아니고.” 급하게 외치는 처제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사태를 파악하고 지금은 동서가 된 그에게 사과를 했던 적도 있었다. 아내를 보고 주방의 처제를 바라보자 처제는 씩 웃으며 말한다.
“형부, 내 음식솜씨 어때? 언니가 해주는 것보다 맛있어? 담에도 해줄게."
그러고는 처제는 아내를 보고 짓궂게 웃으며 말한다.
“언니는 좋겠어. 형부가 애정표현이 확실해서. 나를 언니로 알고 백허그를 하는 데...간지러움 참느라고 혼났어. 흐흐”
도현은 그 말을 들으며 아직도 누가 처제인지 누가 아내인지 헷갈려 말없이 그녀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첫댓글 멋진 소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