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기 28편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편에서 드디어 비에이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오늘의 메인 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비에이 자전거 하이킹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림 같은 풍경, 그리고 역을 나서자 드러나는 마치 어느 작은 유럽 마을에라도 온 듯한 이국적인 모습에 그 기대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진 895]
비에이역 앞 자전거상점은 이쪽이 가장 유명한 모양입니다.
마츠우라상점인데요, 역 바로 왼편에 있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저렴해서 시간 당 200엔. 저는 3시간만 빌리기로 했습니다.
대여장부에 이름을 적고 빌리는데 다양한 국적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간혹 한국 분들도 보이고... ㅎㅎ
그래서인지 주인 할아버지께서 일부 영어단어를 섞어가면서 설명하시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금세 이해가 되더군요.
사전에 지도를 뽑아왔지만 포인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쪽 지도가 훨씬 쉽게 눈에 들어와서 이것만 보고 다녔습니다.
비에이에는 크게 두 가지 루트가 있는데요, 바로 파노라마로드와 패치워크로드입니다.
원본 보기 : https://www.biei-hokkaido.jp/pamph/images/biei_cycling_map_panoramaroad.pdf
파노라마로드는 비에이의 남서쪽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코스입니다.
이름 그대로 너른 언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자연 경관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대부분의 포인트도 언덕 위의 전망대에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형형색색의 라벤더가 대지를 수놓는 장관도 보실 수 있습니다.
원본 보기 : https://www.biei-hokkaido.jp/pamph/images/biei_cycling_map_patchwork.pdf
반면 패치워크로드는 비에이의 복쪽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코스인데요, 파노라마로드처럼 언덕의 전반적인 경관보다는 특정한 이름이 지어져있는 나무들이 중심이 됩니다.
렌터카나 버스라면 양 쪽을 한 번에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몇몇 포인트만이 아닌, 대자연의 모습 하나하나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기에 자전거로~
때문에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는데요, 여행 전 비에이 사진을 쭉 보다가 파노라마로드 쪽이 보다 인상적이어서^^;;; 이쪽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진 896]
드디어 출발!
신나게 페달을 밟으면서 씽씽 달립니다. 3년이나 지난 지금 봐도 당시의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
[사진 897]
역에서 그리 지나지 않아 언덕의 초입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더욱 속도를 높여봅니다.
[사진 898]
오르막길 끄트머리를 지나 아치교를 건넙니다.
비에이의 그림같은 풍경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사진 899]
아치교를 지나 커브를 돌자 넘실대는 황금빛 언덕이 맞이합니다.
비에이의 대자연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사진 900]
[사진 901]
[사진 902]
대지를 형형색색 수놓던 라벤더는 이제 모두 지고 없지만 하늘색과 황갈색의 은은한 보색대비는 여전히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사진 903]
[사진 904]
[사진 905]
공활한 가을 하늘과 깎아지른 듯한 다이세츠산, 그리고 그 밑으로 넘실대는 구릉이 빚어내는 홋카이도의 대자연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사진 906]
실은 한 손으로는 자전거 핸들을, 다른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 신나게 연사를 날리고 있습니다. ㅋㅋㅋ
특별한 기교 없이 그저 두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장면 하나하나가 일품입니다.
[사진 907]
[사진 908]
[사진 909]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첫 번째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신에이노오카(新栄の丘)입니다.
썩소를 짓고 있는 밀짚인형이 반겨주는군요. ^^
[사진 910]
여유롭게 낮잠을 즐기시는 아재
저도 이렇게 한 숨 푹 자고 싶지만 시간상 ㅎㅎ;;;;;
[사진 911]
[사진 912]
[사진 913]
옥수수밭 너머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라봅니다.
[사진 914]
그리고 이어지는 내리막길
신나게 달리다가 모자가 저 멀리 날아갔지만^^;;;
[사진 915]
[사진 916]
롤러코스터같은 선로도 지나
[사진 917]
[사진 918]
이쪽은 아직 농작물 재배가 한창인 모양입니다.
[사진 919]
가이드맵에 따르면 여기에서(23번, 쭈욱 올라가서 파노라마로드 맵을 참고하세요)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저는 지도를 잘못 보고 반대로 우회전을 했습니다.
파노라마로드를 살짝(?) 벗어나긴 했지만 잘만 이동하면 사계채의 언덕(四季彩の丘)을 들렀다 갈 수도 있지요.
[사진 920]
[사진 921]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합니다. 풍경이 다소 평범해지자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른 속도로 통과합니다. 그리고 사계채의 언덕도 Po통과wer -_-;;;;;
[사진 922]
[사진 923]
[사진 924]
한두 달 전에는 여기도 형형색색의 꽃들로 그득했겠지요?
[사진 925]
지도를 잘못 보고 계속해서 착각하는 중이었지만 의외로 방향은 꽤 들어맞았습니다.
다만 착각이 지나치게 과해서(...) 지도에서 엄청 벗어난 줄 알고 속도를 높였습니다. 덕분에 사계채의 언덕에 이어 치요다의 언덕(千代田の丘) 역시 파워 통과 ㅡㅡㅋㅋㅋ
[사진 926]
위의 사진 919와 비교해보세요. 아까 그 교차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진 927]
[사진 928]
[사진 929]
그래도 여기부터는 제대로 위치파악을 했습니다.
벌써 3시가 훌쩍 넘은 터라 다시 사계채의 언덕이나 치요다의 언덕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아 바로 산아이노오카(三愛の丘)로 가기로 하는데요, 여기 오르막이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쉬엄쉬엄 걸어갔습니다. ^^;
[사진 930]
[사진 931]
[사진 932]
비록 여지껏 포인트라는 곳은 딱 한 군데밖에 들르지 못했지만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적어도 이곳은 그 누구에게도 소개되지 않은 길로 들어서면서 마주한 저만의 포인트니까요. ^^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길이란 누군가가 콕하고 찝어주는 곳이 아닌, 지나오면서 마주하는 모든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933]
사진으로만 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법 힘들었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를 수 분 째!
[사진 934]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헤헤
여기가 산아이노오카(三愛の丘)라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세 가지 사랑이라고 하는 걸까요?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완전히 말라버렸군요. ㅠ_ㅠ
[사진 935]
[사진 936]
[사진 937]
색이 다소 바랬지만, 철모르고 아직까지 피어있는 꽃이 있네요. ^^;
[사진 938]
[사진 939]
시원스레 뻗어있는 가로수 길을 따라 비에이 시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3시간에 걸친 비에이 파노라마로드 하이킹을 모두 마쳤습니다.
비록 약간의 착오로 적지 않은 포인트를 놓치고 지나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에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한 것은 아니니까요. ^^ 충분히 아름다웠고 인상 깊은 모습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찾고 싶은 곳입니다. 그 때는 패치워크로드도 더불어서 갈 수 있기를~
[사진 940]
3시간 동안 수고해 준 자전거도 한 컷
나름 기어 조절도 되어서 언덕길에서도 제법 수월하게 탈 수 있습니다.
[사진 941]
비에이를 뜨기 전 기념품으로 비에이 사이다를 ㅎㅎㅎ
비에이에 있는 청의 호수(아오이이케)를 본뜬 것이라고 합니다.
여행 전에 계획을 짤 때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점점 리벤지를 해야 할 이유가 늘어나는군요.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헛... 사진 913을보니 제가 2011년에 가서 찍었던거와 같은 집이!!!
유명한 포인트지요^^; 라벤더가 피기 전에 가셨나보네요~
@날닭 전 우연히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길에 배경이 괜찮아 보여 차내에서 창문열고 줌땡겨갖구 찍어봤습니다 ㅎㅎ
@스플리터 오오 열차 안에서도 이런 모습을 찍을 수 있었군요! 몰랐네요 ㅎㅎ 다음에 저도 한 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ㅎㅎ
비에이의 풍광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이유가 바로 님의 사진들에서 알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면적이 넓은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러시아도 이 같이 광대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동화나라 같은 풍광은 드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젊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이 곳이 꼭 가보고 싶은 곳인 만큼 일본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아니가 싶습니다. 일본인들도 평생 한번도 못 오는 사람들도 부지기 수라고 합니다. 일본 국내 홋가이도 여행 패키지 상품에 삿포로-노보리베츠-오타루-후라노 모두를 망라한 상품은 일정상 어렵고 드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행 책자보다 더 리얼한 님의 여행기를 보고 훌륭한 간접 경험을 합니다.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굳이 라벤더가 아니어도 드넓은 구릉 위로 빚어내는 목가적인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비에이의 모습을 접하면서 홋카이도의 매력에 빠져들었거든요. ^^;
저 역시 Fujinomiya님께서 올려주시는 많은 예쁜 역과 숨겨져있는 온천 등을 보면서 꼭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쁘시겠지만 앞으로도 종종 훌륭한 리뷰 부탁드립니다! ^^
북해도의 비에이나 후라노는 그 경치가 여름에 절정이고 가을에는 사실 (여름에 비하면) 별로죠. 그래도 가을에는 북해도의 식탁이 풍성해지는 시기라고 들었습니다.
자전거로 세 시간이면 파노라마 로드를 대략 다 보셨던 건가요? 다른 카페 여행기를 보면 한 시간 반에 주파했다는 분도 봤고,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서너시간은 필요하다고 보여지네요. 올해 8월 24일에 같은 파노라마 로드에 서 있을 수 있을런지.. 기대되네요. 아무래도 한 달 가량 시기가 일찍일 터이니 해바라기 끝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후라노 비에이의 경치하면 단연 여름이지만 그럼에도 각 계절 또한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노라마로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이따금씩 멈춰서고는 길가의 작은 아름다움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엔 1~2시간은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요?
@날닭 맞습니다. 평원도 아주 드넓고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을 만나면 한 두시간으로 머무르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삿포로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당일치기 왕복으로 다녀온다고 쳐도 한 두 시간 머무르려고 왕복 이동시간을 더 소요시켜가며 왔다갔다 하는 것은 조금 패키지 스타일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요즘에는 렌트카로 다니는 분들도 많고 진동 자전거를 이용해서 좀 더 체력이 덜 드는 방법으로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 3~4시간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행기 페이지 덧글에도 남겼었지만 버스로 다닐 수 있다면 그 수단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장점/단점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