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 조침령 <제05구간>
1. 산행 정보
1) 일 시 : 2012. 06. 10. (일) 04:15 ~ 14:20(날씨 : 맑음, 산은 흐림)
2) 주요산 : 설악산 망대망봉(1236) / 점봉산(1424)
3) 소재지 : 강원도 양양군 서면 및 인제군 기린면
4) 코 스 : 한계령 – 망대암봉 - 점봉산 - 단목령 – 1132 – 973 – 조침령
들머리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42
날머리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산 71-4
2. 한계령 ~ 조침령 (도상 : 22.0km)
한계령(암릉구간:3km) - 4.8km – 망대암산 – 1.3km – 점봉산 – 6.0km – 단목령 – 3.0km – 북암령 – 6.9km – 조침령.
한계령(900)에서 바위를 타며 암릉구간(1100)으로 이동하면서 바위들의 잔치와 설악산 대청봉능선과 오색일대를 조망하고 안부(920)내려선다. 이후부터 꾸준하게 상승하며 망대암산에서 설악산일대를 재 조망하고, 녹음 짙은 점봉산을 따라서 점봉산에 이른다. 설악산 전체를 조명하며 대자연의 서사시를 들으며 단목령(780)으로 내려간다. 단목령에서 북암령을 거쳐 1132봉에서 정점을 찍고 조침령(780)까지 내려간다.
3. 산행의 흐름과 메아리
1) 들머리에서
꺼뭇꺼뭇한 새벽의 한계령 고갯길에는 고라니가 먹이를 찾아서 어슬렁거린다. 사람을 피하려고 야행성동물이 늘어나고 사라지겠지. 동물들도 살아갈 터전이 필요하다.
2) 한계령 – 암릉구간 - 망대암봉 - 점봉산 – 1169 – 924 - 단목령 (04:15 ~ 10:00)
어둠에서 괜한 쫓김에 허둥대며 마사토 능선으로 접어드니 균형 잡기가 어렵다. 진정하라! 스스로 만든 환경이다. 고도가 높아지며 설악산자락이 눈을 부비며 깨어난다. 줄을 타며 바위능선에서 부리는 곡예가 신난다. 신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기회도 큰 행운이고, 난생 처음으로 들어서는 점봉산능선이라 설레임으로 가슴 벅차다.
처녀림에 들어선 행복감에 젖어서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정신을 바로 잡아서 나무를 걸쳐 놓은 사다리에 의지하며 바위를 넘어가니, 정상적인 등산로와 교우한다. 땀방울을 훔치며 전망대로 들어서니 장관이다. 대청봉은 구름에 가렸어도 바위들의 잔치에 신명나고, 오색지역은 운해가 자욱하다. 운해의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기기묘묘한 기암들이 참으로 묘한 전경이로다.
암릉능선에서 로프와 나무에 의지하며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신명이 난다. 기분이 상승한 덕분에 아픈 곳도 모르고 넘어간다. 그래 신명나서 일하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재미있다. 사람을 못 믿는 것보다 사람을 신 바람나게 만들어주는 활력소를 찾아야 한다. 미사여구에 따르는 것은 빚 좋은 개살구를 써 먹으려니 막히고, 터지는 것이다. 진짜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그에 맞는 일을 시키면 상대가 적이 아니라 세상을 신명나게 만드는 아군인 것이다.
조각품 전시장과 어울리는 적절한 조경.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연약하면서도 굳건한 자연의 미. 그 미를 감상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삼라만상의 군무를 구름이 휘감아 돌고, 바람소리 새소리에 은은한 세상을 만나며 망대암산에 안착한다. 또 만나는 설악산의 깊고 깊은 산세에 숙연해지고, 들려오는 대 국토의 이야기로 경건해진다. 산은 대한의 얼을 심는 서사시요, 살아 숨 쉬는 민족의 혼이다.
녹음이 짙은 완만한 능선의 끝자락에 점봉산이 자리한다. 구름이 점봉산을 장식하며 신비한 빛을 발산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풍겨오는 포근한 맛은 설악의 또 다른 멋이다. 어머니 품처럼 다정스러우며 인정이 넘치는 점봉산에는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나 천국의 향을 전해준다. 도시의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공해로 빛을 잃었었구나.
점봉산에 안기니 시원한 바람이 속세의 때를 시원하게 씻어간다. 어~ 무지개가 피어났다.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점봉산에서 보다니 복 받을 거야. 하늘의 선물에 감사드리며 설악산의 웅장하고 호쾌한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크나큰 복이다. 구름과 비와 벗이 되어 자연에 품기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다.
저 멀리 양양 양수발전저수지는 오늘 지나갈 곳이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며 미래를 맞자며, 고목의 세월을 만난다. 삶과 죽음, 삶의 다양성과 죽음에 대한 태연함. 귀한 댁 기둥이 될 올바름과 산 귀신이 되려는 비틀림에서 어떤 생이 참다운 생인지 구분이 어렵도다. 저마다 뜻이 있으므로 그 뜻을 무시하지 말자.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도 자신의 길이 있고, 길을 찾지 못하면 거름으로 승화하니 자연은 없는 듯 있구나.
나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숲이 살아있는 유기물이 되어 단목령으로 안내한다.
3) 단목령 – 882 – 북암령 – 1132 – 973 - 1015 – 898 – 조침령 (10:00 ~ 14:30)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 장승의 배웅을 받으며 조침령으로 향한다. 지난겨울의 추위를 하얗게 마른 조릿대가 대신한다. 오면 가는 것. 새로운 것이 차고 오르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영원한 것을 추구하면 생활이 추해지고,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정에 매달리면 제자리걸음. 또 다른 세상을 위하여 자리를 박차자.
북암리로 가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숲을 따라 흘러간다. 자연의 치료약 피톤치트로 삼림욕을 하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야생화와 산꽃에 한눈을 팔면서 흥을 돋운다. 중간 중간 조망할 곳이 있어도 구름이 앞을 막아서니 시원한 바람으로 속을 달랜다. 저 구름장막 뒤편에는 무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 어리석은 사람들은 장막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이야기 한다.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장막을 걷어내고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자.
이 높은 산에 왠 저수지? 양양 양수발전소라며 진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쭉 이어지는데 저수지는 볼 수 없다. 점봉산에서 보았던 그 저수지다. 산정호수에서 더위를 씻어내고 싶다. 순간 우르르 쾅쾅 하늘에 전쟁이 일어났나? 해살이 드리우는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가 내린다. 야시비가 내린다. 그래 동물들도 짝을 맺어야지. 야시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도 야시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조침령 북쪽 1.6km 부근에서 38도선을 넘는다. 해방 후 남과 북의 경계선. 설악산도 북한에 속했었구나. 6.25전쟁 때 죽음을 무릅쓴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설악산을 찾을 수 있었다. 고인들께 묵념을 올리며 조침령으로 내려선다.
4) 날머리에서
유월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를 걸을 수 있는 것은 날씨가 받쳐주었고, 지원부대의 도움이 크다. 두부 찜과 수육에 입맛을 돋우고, 달리고 달려서 보금자리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