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고려인 고향마을 젖소 들어 오던 날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젖소 후원 사업의 결실로
연해주 고려인 고향마을에 젖소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인 농가의 자활을 돕고자 하는 개인과 강남구청과 함께 하는 강남로터리 클럽의
후원이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우사 건축이 되지 않아
고향마을 내 기존 건물 중 활용 가능한 건물에 1개월 정도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과거 양계농장 시절 사료제조 창고 중 바닥과 지붕이 온전한 부분을 임시 우사로 정했습니다.
고려인들은 젖소에 별로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고향마을에는 고려인과 결혼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갈리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려인 총각과 내년 결혼 예정인 예까쩨리나가 있습니다.
갈리나는 대형 젖소 농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진 대형 농장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고 갖추어 나가야 하는 이곳의
사정은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스파스크군 츠칼로프카 센터에서 수의사와 함께 농가를 다니며
구입한 젖소 15마리가 10일 고향마을로 오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젖소 전용 운반 차량을 구하기 위해 며칠간 수소문한 끝에 차량을 예약했습니다.
각 농가를 다니며 젖소를 싣고, 200 km 정도 떨어진 이곳까지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운임을 50,000 루블을 요구하는 것을 40,000 루블로 낮춰서 합의를 했습니다.
연해주의 물류비용은 상당히 비쌉니다.
젖소 15마리 운반에 2백만원 이상이 들어간 셈입니다.
그나마도 며칠을 수소문해 찾아낸 트럭입니다.
운반 도중 강한 소나기도 만나고
비포장길을 다니다 보면,
소가 한곳으로 몰려 차가 넘어갈 뻔한 위기도 넘기며
고향마을 입구에 트럭이 나타납니다.

먼길을 달려 오느라 피곤하기는
소 뿐 아니라,
긴장했던 운전수도 마찬가지 입니다.

육중한 몸집의 소들이 가뿐하게 차에서 뛰어 내립니다.
발을 헛디디는 소 한마리 없이 모두 제대로 뛰어 내립니다.

각각의 소마다 이름과 나이와 임신기간들을 적어 온 공책을 들고
한마리씩 확인을 합니다.
새로운 주인과 낯을 익히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합니다.
농장이 아니라 개인 집에서 구입하여 온 소들이라
성격도 제각각 입니다.

공책의 일련번호에 따라 번호를 페인트로 표시합니다.
젖을 짤 때 이름을 부르며 쓰다듬어주면
편안한 자세로 우유도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마치 어린 아이 이름 부르며 달래듯, 소 마다 이름을 불러줍니다.
환경에 익숙해 지니 조금씩 소들이 거닐기 시작합니다.
소도 정이 상당히 많은 짐승이라 합니다.
함께 있는 최 니키타가 경험담을 이야기 해 줍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있던 고아원에서
젖소를 기증받았는데
1년 뒤 자신이 준 소가 잘 있는지 궁금하여 고아원을 방문했는데
젖소가 주인을 보더니 너무 반가운 나머지 심장이 멈춰서 죽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젖소 1마리가 평균 운반비와 수의사 검진비 등을 포두 합하면
25,000 루블 이상이 들어갔습니다.
임신 기간 건유기 등으로 현재의 착유는 3마리만 가능합니다.
젖소가 나가지 않도록
서둘러서 문을 막고
밖에는 이동식 숙소를 끌어다 놓고 밤에는 잠을 자며 지킵니다.

새로 우사를 신축할 곳의 관리 숙소부터 서둘러 고치고 있습니다.
이틀만에 바닥도 새로하고
창문도 달고 문도 만들어서 달았습니다.
비가 새는 지붕만 보수하면, 입주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입주해야
옆에 우사 건축용 자재를 쌓아 놓고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최우선의 문제는 자재 도난의 방지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없는 연해주 농촌에서 모든 자재는 항상 도난의 위험이 뒤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낡은 벽과 바닥을 치우고, 난방작업을 준비합니다.
우사를 지을 자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폭이 9.5미터 길이가 41미터 정도의 공간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축산 전문가의 도움으로 내부 시설 등에
대한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북쪽은 기존의 벽을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사를 지은 뒤 11월에는 15마리의 젖소가 추가로 들어오고
날씨가 풀리는 내년 봄에는 송아지 15마리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올 겨울을 나기 위해 건초만도 150톤이 필요합니다.
젖소가 들어온 다음 날
문을 막은 나무를 제치고
젖소 10마리가 탈출을 하였습니다.
모두 총출동하여 젖소를 찾아서 고향마을 인근의 들과 호수 주변을 돌았습니다.
고영회원이 기증해 준 말이 큰 역할을 하여
호수 넘어 숲을 질러가야 하는 다른 마을(두프키)까지 달려가서 찾아 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 소들이 집도 익히지 않은 상태라 정신 없이 사방을 찾아다니며
어둡기 직전에 모두 찾아서 다시 우사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1개월 전 쯤에는 밤 12시에 고영회원이 후원한 말 2마리를 훔쳐 가는 걸
차량과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마을을 구석구석 다니며
다시 찾아온 경험도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소식, 좋은 일이군요.. 이런 훈훈한 얘기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강남로타리클럽이 아니고....국제로타리 3640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