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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효 선생님께서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수업 전에 읽도록 지도해주세요*
나는 어린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 떠나왔다고 생각한다.
ANTOINE DE SAINT-EXUPERY
Le Petit Prince
여기에 실린 그림은 생텍쥐페리 자신이 그린 그림이다.
nrf
GALLIMARD
레옹 베르트에게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내게는 그럴만한 심각한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다.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이 모든 것을 심지어 아동 도서도 이해할 줄 안다. 세 번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이 프랑스에서 굶주린 채 추위에 떨며 살고 있다. 그는 위안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사정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예전 어린아이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겠노라. 어른들도 처음엔 모두 어린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은 거의 없다.) 그래서 헌사를 이렇게 수정하련다.
어린아이 시절의
레옹 베르트에게
1
여섯 살 시절 나는 “모험기”라는 제목의 원시림을 다룬 책에서 멋진 그림 하나를 보았다. 맹수를 삼키는 보아 뱀 그림이었다. 위의 그림은 그걸 옮겨 그린 것이다.
그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보아 뱀은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킨다. 그리고는 꼼짝 못한 채 여섯 달 동안 잠만 자면서 먹이를 소화한다.”
그래서 정글 속 모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혼자서 색연필로 내 생애 첫 번째 그림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내 그림 1호는 이러했다.
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고 그림이 무섭지 않은지 물었다.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서운데?” 라고 답했다.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코끼리를 소화하는 보아 뱀 그림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 뱀 속을 그렸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설명이 필요한 법이다. 나의 그림 2호는 이러했다.
어른들은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보아 뱀 그림은 그만 접고 차라리 지리와 역사와 산수와 문법에 관심을 두라고 충고했다. 이런 연유로 그만 나는 나이 여섯에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해 버렸다. 내 그림 1호와 그림 2호의 실패로 그만 기가 꺾인 탓이다. 어른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설명을 해주어야 하니 어린아이들로서는 피곤한 일이다.
그렇게 나는 다른 직업을 택해야 해서 비행기 조종술을 배웠다. 거의 안 가본 데 없이 세계를 비행했다. 지리 공부는 정말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첫눈에 중국과 애리조나를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 야간 비행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는 지리가 정말 쓸모 있다.
그리하여 평생 수없이 많은 심각한 사람들을 시도 때도 없이 만나 보았다. 어른들 세계에서 많이 살았다는 얘기다. 매우 가까이서 그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어른들에 대한 내 견해가 그다지 나아진 것도 아니다.
어른들 가운데 어느 정도 영리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늘 간직해 오던 내 그림 1호로 시험해 보았다. 그 사람이 진정 이해력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어른은 언제나 “모자잖아.”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나는 보아 뱀 이야기도, 원시림 이야기도, 별 이이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을 꺼냈다. 트럼프 이야기, 골프 이야기, 정치 이야기, 넥타이 이야기 말이다. 그러면 어른들은 매우 분별력 있는 젊은이를 알게 되었다고 매우 만족스러워 하는 것이었다.
2
육 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킬 때까지도 나는 그렇게 진정성 어린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이 외롭게 살았다. 비행기 엔진 일부가 파손되어, 기사도 승객도 없이 혼자서 어려운 수리에 나선 참이었다. 내겐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물도 겨우 일주일 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첫날밤은 사람 사는 마을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모래 위에서 수면을 취했다. 대양 한가운데 난파당해 표류하는 뗏목 위의 표류자보다 훨씬 더 외로웠다. 그러니 동틀 무렵 이상야릇한 꼬마 목소리에 깨어난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보라. 그 목소리는 말했다.
“아저씨……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뭐?”
“양 한 마리 그려 달라니까.”
벼락이라도 맞은 듯 나는 벌떡 일어섰다. 열심히 눈을 비비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아주 신기한 어린 사람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이 그림은 내가 나중에 완성한 그림 가운데 가장 잘된 그의 초상화다.
이 그림은 내가 나중에 완성한 그림 가운데 가장 잘된 그의 초상화다. 그러나 당연히 내 그림은 모델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여섯 살 때 어른들 때문에 기가 꺾여 화가로서의 내 직업에서 멀어져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보아 뱀 말고는 그림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뜨고 유령처럼 출현한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그런데 나의 어린 사람이 길을 잃었다거나, 피곤함에 시달리거나,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목마름에 시달리거나, 두려움에 시달린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으니까. 마침내 입을 겨우 열어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여기서 뭐 하니?”
그러자 그는 매우 진지한 이야기나 되듯이 아주 천천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아저씨……양 한 마리만 그려 줘……”
알 수 없는 일을 당해 너무 놀라게 되면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죽음과 대면한 처지치고는 매우 터무니 불합리하게 여겨졌지만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공부한 것이라곤 지리, 역사, 산수, 문법이라는 생각에(조금은 기분이 언짢아) 그 어린 사람에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상관없어.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한 번도 양을 그려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를 위해 내가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두 그림 가운데 하나를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 뱀 그림말이다. 그러자 그 어린아이는, “아니, 아니, 보아 뱀 속 코끼리는 싫어. 보아 뱀은 무지 위험해. 그리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럽고. 내 사는 곳은 아주 좁아. 난 양이 필요해. 양을 그려 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렸다.
그가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 돼! 이건 벌써 병이 심한데. 다시 하나 그려 줘.”
나는 그렸다.
내 친구는 너그럽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봐……이건 양이 아니라 염소잖아. 뿔이 달렸는걸……”
그래서 또다시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앞의 그림들처럼 퇴짜 맞았다.
“이건 너무 늙었어.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원해.”
나는 서둘러 엔진을 분해해야 했기에 참지 못하고 여기 있는 이 그림을 대충 끼적거려 주고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상자 안에 있어.”
그러자 내 어린 심사위원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 걸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챙겨줘야 하나?”
“왜?”
“우리 집은 아주 작거든……”
“틀림없이 충분할 거다.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그는 그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다지 작지도 않은걸. 어라! 잠들었네……”
이렇게 어린왕자를 알게 되었다.
3
그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왕자는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정작 내 질문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다. 우연히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 덕분에 점차 모든 것이 밝혀졌다. 가령, 내 비행기를 처음으로 본(내 비행기는 그리지 않으련다. 그것은 나에게는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그는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이 물건은 뭐야?”
“이건 물건이 아니야. 날아다니거든. 비행기지. 내 비행기인걸.”
내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면서 나는 우쭐해졌다. 그러자 그가 소리쳤다.
“뭐, 하늘에서 떨어졌단 말이야?”
“그럼.” 하고 나는 겸손하게 답했다.
“아! 거 이상하네……”
그러면서 어린왕자는 매우 멋지게 웃음을 터뜨렸는데 내 기분은 몹시 언짢았다. 내 불행을 진지하게 받아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온 거네! 어느 별인데?”
나는 곧바로 수수께끼 같은 그 존재의 한 줄기 서광처럼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아 불쑥 물었다.
“그러니까 다른 별에서 왔다 이거지?”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비행기만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걸로는 매우 멀리서 올 수도 없겠지……”
그리고는 한참 동안 깊이 몽상에 잠겼다. 그리고는 포켓에서 내가 그려 준 양을 꺼내서는 그 보물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른 별들”에 관한 알 듯 말 듯한 이야기에 얼마나 호기심이 발동했을지 상상해보라.
“꼬마야, 넌 어디서 왔니? ‘네 집’이라니 어딘데? 내 양을 어디로 데려가려고?”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내게 대답했다.
“아저씨가 준 상자가 밤에는 집이 될 테니까 잘됐어.”
“그렇고말고, 그리고 얌전하게 굴면, 낮 동안 양을 묶어 놓게 끈을 주마. 그리고 말뚝도.”
그 제안에 어린왕자는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양을 묶어 놔! 참 희한한 생각이네……”
“하지만 묶어 놓지 않으면 아무 데로나 가서 길을 잃을지도 몰라……”
그러자 내 친구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로 간다는 거야?”
“어디든지 곧장 앞으로……”
그랬더니 어린왕자는 진지한 빛으로 말했다.
“상관없어. 우리 집은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는 조금 우울하게 말을 이었다.
“곧장 앞으로 가봐야 그렇게 멀리 가지도 못해.”
소행성 B612에 선 어린왕자
4
이렇게 나는 매우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태어난 별이 겨우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지구, 목성, 화성, 금성같이 이름이 붙은 커다란 행성들 외에도 수백 개의 다른 행성들이 있는데 어떤 행성들은 너무도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식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작은 행성을 하나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매긴다. 예를 들면 “소행성 325”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어린왕자가 떠나 온 별이 소행성 B612호라고 믿는 데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이 소행성을 1909년 딱 한 번 터키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는 국제 천문학 대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성대히 증명해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다. 어른은 언제나 그렇다.
다행히도 소행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 터키의 독재자는 백성에게 유럽식으로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 의상을 매우 품위 있게 차려입고 다시 증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 그의 견해를 믿었다.
내가 소행성 B612호에 관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번호까지 털어놓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어른에게 할 때면 그들은 절대 본질적인 것에 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친구 목소리는 어때? 무슨 놀이를 좋아한대? 나비도 수집한다니?”
그들은 “나이가 몇이지? 형제는 몇이니? 체중은? 아버지 수입은 얼마래?” 하고 묻는다. 그럴 때야 비로소 그 친구를 안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제라늄을 창틀 화분에 키우고 지붕에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참 좋은 집이군!“하고 외친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 했다는 것이지. 누군가 양을 원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거든”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여러분을 어린아이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떠나온 별은 소행성 B612호입니다.”라고 말하면 확실히 믿고 더는 물음을 던지며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그렇다.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늘 어른들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하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우리는 숫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동화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옛날에 저보다 좀 클까 말까 한 별에 사는 어린왕자가 있었답니다. 이 아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지요……”라고. 인생을 이해하는 사람에겐 그게 훨씬 더 진실로 받아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 없이 내 책이 읽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추억담을 꺼내며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나가 버린 지도 벌써 육 년이 흘렀다. 내가 지금 그를 그리려 애쓰는 것도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도 숫자에만 관심을 보이게 된 어른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 몇 자루를 산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여섯 살 때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보아 뱀 외에는 그려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물론 가능한 한 가장 실물을 닮은 초상화를 그리려 한다. 그렇다고 성공을 완전히 확신할 수도 없다. 어떤 그림은 괜찮은데 또 어떤 그림은 닮은 구석이 없다. 키도 약간 어긋나 있다. 여기 어린왕자는 너무 크고 저기 어린왕자는 또 너무 작다. 옷 색깔도 망설여진다. 그래서 나는 근근이 이래저래 더듬더듬 그려 본다. 더 중요한 세부 그림은 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점은 용서해 주기 바란다. 내 친구는 결코 설명이라곤 해준 적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상자 너머로 양을 볼 줄 모른다. 아마 나도 조금은 어른들을 닮았나보다. 나도 이제 늙었나 보다.
5
하루하루 나는 어린왕자가 살던 별에 대해, 그의 이별에 대해, 그간의 여행에 대해 무엇인가 알게 되었다. 생각하다가 매우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해서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바오밥 나무의 비극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양의 덕택이었다.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어린왕자가 불쑥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양이 키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는 게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아! 마침 잘됐네!”
양이 키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는 게 왜 그리 중요한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린왕자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바오밥 나무도 먹는다는 거지?”
나는 어린왕자에게 바오밥 나무는 키 작은 나무가 아니라 성당만큼 거대한 나무이고, 코끼리를 떼로 몰고 가도 바오밥 나무 한 그루를 당해내기는 힘들 거라고 일러주었다.
코끼리 떼라는 말에 어린왕자가 웃었다.
“코끼리들을 겹쳐 놓아야겠군……”
그런데 그가 총기 있게 말했다.
“바오밥 나무도 다 자라기 전에는 작은 나무였겠지?”
“그럼! 그런데 왜 네 양이 어린 바오밥 나무를 먹었으면 하지?”
어린왕자는 무척 당연한 것을 묻고 있다는 듯 “음! 그게 말이지!”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참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사실 다른 모든 행성에서처럼 어린왕자가 사는 행성에도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살았다. 따라서 좋은 풀을 낳는 좋은 씨앗들과 나쁜 풀을 낳는 나쁜 씨앗들이 있었다. 하지만 씨앗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씨앗들은 땅 속 깊이 숨어 잠을 자다가 그 중 어느 한 씨앗이 문득 잠에서 깨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어 깨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면 씨앗은 기지개를 켜고, 태양을 향해 처음에는 수줍은 듯 어여쁘고 순진한 어린 싹을 내민다. 그것이 무나 장미의 싹이면 그대로 자라게 내버려두어도 된다. 하지만 나쁜 식물일 경우에는 알아보자마자 즉시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왕자의 행성에는 무시무시한 씨앗들이 있었다……바오밥 나무 씨앗들이었다. 그 행성의 토양은 바오밥 나무 씨앗투성이였다. 그런데 바오밥 나무는 너무 늦게 손을 쓰면 영영 제거 불능 상태가 된다. 행성 전체가 엉망이 된다. 그 뿌리들이 별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그래서 행성은 너무 작은데 바오밥 나무가 너무 많으면 행성이 터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규율의 문제라고나 할까.” 훗날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아침 세수를 마치면 정성껏 별을 돌봐야 해. 장미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곧 그 바오밥 나무를 반드시 속가내야 하거든. 아주 어린 바오밥 나무는 장미를 무척 닮았어. 아주 성가시지만 아주 쉬운 일이지.”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지구에 사는 어린아이들 머릿속에 쏙 들어갈 만한 예쁜 그림 하나를 그려 보라고 충고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언젠가 여행을 한다면 그 그림이 도움될 거야. 때로는 할 일을 뒤로 미뤄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하지만 바오밥 나무는 그랬다가는 언제나 엄청난 재난이지.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하나 알고 있었어. 그는 키 작은 나무 세 그루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그만……”
그래서 어린왕자가 하라는 대로 그 행성을 그려보았다. 나는 도덕군자의 말투를 싫어한다. 그러나 바오밥 나무의 위험은 너무 알려지지 않고, 소행성에서 길을 잃고 헤맬 사람이 겪을 위험은 너무도 크기에 처음으로 나의 금기를 깨고 이렇게 말하려 한다. “어린이들이여! 바오밥 나무를 조심하라!” 내가 그토록 정성을 들여 이 그림을 그린 것은 내 친구들에게 위험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나처럼 어린이들도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내가 전하는 교훈은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당신은 의아해 할 것이다. “왜 이 책에는 바오밥 나무 그림만큼 장엄한 다른 그림들이 없는 걸까?”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다른 그림들도 그리려 애써 보았지만 실패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바오밥 나무를 그렸던 것이다.
바오밥나무
6
아! 어린왕자여, 이렇게 해서 너의 단출하고 쓸쓸한 삶을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지. 오랫동안 네 위안거리는 석양을 보는 감미로움뿐이었지.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 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나는 석양이 정말 좋아. 석양을 보러 가……”
“그러려면 기다려야지……”
“뭘 기다려?”
“석양을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몹시 놀라는 기색이었지. 그러다 곧 자기 말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게 말했지.
“아직도 내 별에 있는 줄 알았네!”
실제로 그래. 누구나 알다시피 미국이 한낮일 때 프랑스는 해가 지지. 일분 내에 프랑스로 달려갈 수만 있다면 석양을 볼 수 있어.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있는데. 그러나 너의 작은 행성에서야 의자를 몇 걸음 당기면 되었지. 그래서 언제고 네가 원하면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말했지.
“아저씨도 알지……몹시 슬퍼지면 해지는 석양이 좋아져……“
“마흔 네 번 본 날 너는 그만큼 슬펐겠구나?”
그러나 어린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7
닷새째 되는 날. 역시 양 덕분에 어린왕자의 삶의 비밀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오던 어떤 문제의 결실인 듯 어린왕자가 불쑥 내게 물었다.
“양은 키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겠네?”
“양은 닥치는 대로 먹지.”
“가시 달린 꽃도?”
“그럼. 가시 달린 꽃도 먹고말고.”
“그럼 가시는 무슨 소용이 있어?”
그건 나도 몰랐다. 그때 나는 내 엔진에 너무 꼭 죄어 있는 나사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행기 고장이 매우 심각하게 여겨지기 시작해서 몹시 걱정됐고, 마실 물도 동이나 최악의 상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가시는 무슨 소용이 있냐고?”
어린왕자는 일단 질문을 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나사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꽃이 괜히 심통 부리는 거지.”
“아!”
그러나 잠시 잠자코 있던 어린왕자가 나에게 원한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아저씨 말을 믿으라고? 꽃은 약하다고. 순진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무서워 보이는 줄 아는 거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이 볼트가 계속 안 빠지면 망치로 두들겨 부셔야지.”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린왕자는 또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
“그럼 아저씨는 그렇게 믿는 거야. 꽃들이……”
“아니지! 그건 아니지! 난 아무것도 믿지 않아! 되는 대로 대답한 거야. 중요한 일로 바쁘거든!”
그는 깜짝 놀라서 나를 쏘아 보았다.
“중요한 일이라고?”
시커먼 기름투성이 손가락으로 망치를 손에 든 채, 매우 흉측스럽게 보이는 물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른처럼 말하네!”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런데도 그는 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고 있어!”
그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온통 금빛인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얼굴이 벌건 신사가 사는 별을 하나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 본 적이 없어. 별 하나 바라본 적 없고. 아무도 사랑해 본 적 없지. 계산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지. 그래서 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 라고 되풀이 하지. 그래서 오만으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라니까!”
어린왕자의 얼굴은 분노로 창백한 상태였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 양들은 수백만 년 전부터 그 꽃을 먹어 왔고. 그런데도 꽃들이 아무 쓸모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왜 그 고생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양과 꽃들의 전쟁이 별거 아니라고? 얼굴의 뚱뚱한 신사가 하는 덧셈이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하다는 거야? 그래서 아무 데도 없고 오직 내 행성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송이 꽃을 내가 알고 있는데, 새끼 양이 어느 날 아침 무심코 단숨에 그걸 먹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지!”
어린왕자는 얼굴이 빨개져 말을 이었다.
“누군가 수백만 개 하고도 수백만 개의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뿐인 꽃을 사랑한다면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 그는 홀로 말하겠지.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꽃이 있어…….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야?”
그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별안간 흐느끼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나는 연장을 내려놓았다. 나는 망치도 나사도 목마름도 죽음도 개의치 않았다. 어떤 별, 어떤 행성, 내 행성인 지구에 달래주어야 할 어린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품에 안아 주었다. 그를 조용히 흔들어 달래주면서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아……양의 입에 부리망을 하나 그려 줄께……꽃을 위해서는 갑옷도 그려주고……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 자신이 무척 서투르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를 따라잡고, 어디가야 그와 하나가 될 수 있을지……나는 알 수 없었다……눈물의 나라는 그토록 신비로운 것이다.
8
나는 곧 그 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어린왕자의 행성에는 아주 단순한 꽃들이 있었다. 홑꽃잎의 이 꽃들은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도 않았고 그 누구를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어느 날 아침 풀 속에 나타났다가 저녁이면 사그라지곤 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곳에서 날려 온 씨앗에서 어느 날 이 꽃의 싹이 텄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다른 싹들을 닮지 않은 그 싹을 매우 가까이서 관찰했다. 새로운 종류의 바오밥 나무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키 작은 나무는 이내 성장을 멈추고 꽃 피울 준비를 했다. 어린왕자는 커다랗게 뻗어 가는 꽃망울을 지켜보다 거기에서 어떤 기적이 나타나리라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꽃은 초록 봉오리 안에 숨어 미모를 가꾸고 있었다. 꽃은 세심하게 색깔을 골랐다. 천천히 옷을 입고 꽃잎 하나하나를 다듬고 있었다. 그 꽃은 개양귀비처럼 온통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로 빛을 발할 때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다. 정말로 교태를 부리는 꽃이었다. 그 신비로운 화장은 그래서 며칠이나 지속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바로 해 돋는 시각에 드디어 그 꽃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런데 그처럼 정성스레 화장했던 그 꽃이 하품을 해대며 말을 걸어 왔다.
“아! 이제 겨우 일어났어요……미안해요……아직도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어서요……”
어린왕자는 그때 감탄을 억누르지 못했다.
“참 예쁘네요!”
“그래요? 그리고 난 해와 함께 태어났어요……”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어린왕자는 이 꽃이 너무 겸손하지 않음을 간파했다. 그래도 이 꽃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으니!
곧이어 꽃이 말을 이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네요. 제 생각 좀 해주실 수 있을지요……”
그래서 몹시 당황한 어린왕자는 신선한 물이 담긴 물뿌리개를 찾아와 꽃에 물을 주었다.
그렇게 꽃은 얼마 되지도 않아 약간은 까다로운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몸에 난 네 개의 가시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호랑이들이 발톱으로 덤벼 와도 괜찮아요!”
어린왕자는 반박했다.
“내 별에 호랑이들은 없어요. 그리고 호랑이들은 풀을 먹지 않죠.”
그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저는 풀이 아니거든요.”
“미안하군요……”
“호랑이 따윈 전혀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이에요. 바람막이 있어요?”
어린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바람은 질색이라……식물로서는 안 된 일이야. 이 꽃은 아주 까다롭군.
“저녁에는 나에게 유리덮개를 씌워 주세요. 당신 사는 곳은 매우 춥군요. 시설도 형편없고. 내가 떠나온 곳은……”
그러나 꽃은 말을 잇지 못했다. 꽃은 씨앗의 형태로 왔었으니까. 다른 세상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다 들킨 게 부끄러워진 꽃은 자신의 잘못을 어린왕자 탓으로 돌리고자 두세 번 콜록거렸다.
“바람막이 없어요?……”
“찾아보려는 참이었는데 당신이 말을 걸었잖아요!”
그러자 그 꽃은 그래도 어린왕자에게 가책을 느끼도록 더 심하게 콜록거렸다.
그리하여 어린왕자는 자신의 사랑에서 우러나온 호의에도 그만 그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단히 불행해졌다.
어느 날 어린왕자는 내게 털어놓았다.
“꽃이 하는 말을 듣지 말아야 했어. 꽃들이 하는 말은 절대 듣지 말아야 해.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지.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롭게 했지. 그런데도 그 기쁨을 누릴 줄 몰랐다니. 나를 짜증나게 한 그 발톱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해.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하고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었는데. 거기서 도망쳐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가련한 속임수 뒤에 다정함을 알아챘어야 했어. 꽃들은 정말 모순덩어리야! 하지만 꽃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어.”
9
나는 어린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 떠나왔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자기 행성을 깨끗이 정돈했다. 활동 중인 화산 분화구를 정성껏 청소했다. 행성에는 두 개의 활동 중인 화산이 더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제격이었다. 꺼진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이 “누가 알아!” 그는 그래서 꺼진 화산도 청소했다. 화산들은 청소를 잘해 놓으면 폭발하지 않고 조용하게 규칙적으로 타오른다. 화산 폭발은 굴뚝의 불길 같은 것이다. 물론 우리 지구에 사는 우리는 화산을 청소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화산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또 약간은 우울한 기분으로 새로 올라온 바오밥 나무의 싹들을 뽑아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따라 그 친숙한 작업 모두가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 꽃에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 주려는 순간 그만 울고 싶어졌다.
그는 꽃에게 말했다.
“잘 있어.”
하지만 꽃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되풀이했다.
“잘 있으라고.”
꽃은 콜록거렸다. 하지만 감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윽고 꽃이 말했다.
“내가 바보였나 봐. 용서해 줘. 부디 행복해야 해.”
꾸짖는 기색이 없음에 어린왕자는 놀랐다. 그는 유리덮개를 손에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의 그 침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꽃이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해. 넌 그것도 모르고, 내 탓이지. 상관없어. 하지만 너도 나만큼 어리석었지. 부디 행복해야 해……유리덮개는 내버려둬. 이젠 필요 없으니까.”
“그래도 바람이 불면……”
“심한 감기는 아냐……신선한 밤공기는 몸에 좋을 거야. 나는 한 송이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들이 오면……”
“나비를 만나려면 벌레 두세 마리쯤은 견뎌내야지. 나비는 참으로 아름다운가 봐. 나비 말고 누가 나를 찾아주겠어? 너는 멀리 가 있겠지. 덩치 큰 놈들은 두렵지 않아. 발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가시 네 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렇게 우물거리지 마. 짜증 나. 떠나기로 했잖아. 어서 가봐.”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린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이었다. 그토록 잘난 꽃이었다……
그는 활동 중인 화산 분화구를 정성껏 청소했다.
10
어린왕자는 소행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 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일자리도 찾고 가르침도 구할 겸해서 그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별에는 어느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희고 주홍빛 천과 별점 무늬가 있는 담비 모피 망토를 걸치고 매우 소박하면서도 위엄이 풍기는 옥좌에 앉아 있었다.
“아! 백성이 하나 오는구나!”
어린왕자가 오는 것을 보자 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보지?”
왕들에게는 세상이 아주 간단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그에겐 만인이 신하이자 백성인 것이다.
“짐이 그대를 좀 더 잘 볼 수 있게 가까이 오너라.” 누군가의 왕이 되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지니게 된 왕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그 별은 온통 화려한 흰 담비 모피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 있었다. 그리고 피곤해져 하품을 해댔다.
군주가 말했다.
“어전에서 하품하는 것은 결례이니라. 하품을 금하노라.”
어리둥절해진 어린왕자가 말했다.
“하품을 참을 수가 없어요. 긴 여행으로 잠을 못 잤거든요……”
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하품을 명하노라. 하품하는 사람을 본지도 여러 해가 되었구나. 하품도 짐에게는 신기하도다. 자! 또 하품을 하라. 어명이니라.”
얼굴을 붉히며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렇게 엄포를 놓으시니……하품이 안 나오네요……”
왕이 대답했다.
“흠! 흠! 그렇다면 짐이……짐이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왕은 화난 기색이었다.
왕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반항은 용납될 수 없었다. 그는 절대 군주였다. 하지만 매우 선해서 지당한 명령을 내렸다.
왕은 거침없이 말했다.
“만약에 짐이 어느 장군에게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그가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장군의 잘못이 아니겠지. 그건 짐의 잘못일 거야.”
“앉아도 돼요?”
어린왕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짐은 네가 앉기를 명하노라.”
흰 담비 모피 망토 자락을 위엄 있게 걷어 올리며 왕이 대답했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의아해하고 있었다. 별은 아주 조그마했다. 도대체 왕이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린왕자가 왕에게 말했다.
“폐하, 한 가지 여쭈어도 좋을까요……”
“짐은 네게 명하노니. 질문하라.”
“폐하……폐하는 무엇을 다스리나요?”
왕이 매우 간단히 대답했다.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모든 것을요?”
왕은 위엄 있게 자신의 별과 다른 모든 별과 행성을 가리켰다.
어린왕자가 물었다.
“저 모든 별을요?”
왕이 대답했다.
“저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그는 절대군주였을 뿐 아니라 우주군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 별들도 폐하께 복종하나요?”
왕이 말했다.
“당연하지. 즉각 복종하노라. 불복종은 용서치 않노라.”
어린왕자는 그러한 대단한 권력에 경탄했다. 자신이 그런 권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의자를 끌어당기지 않고서도 하루에 마흔 네 번이 아니라, 일흔 두 번이라, 아니 백번이라도, 이백 번이라도 석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버리고 온 자신의 작은 별에 대한 추억으로 어린왕자는 약간 슬퍼지기도 하여 감히 용기를 내어 왕의 은총을 빌었다.
“석양을 보고 싶어요……제게 기쁨을 주세요……해가 지도록 명령해 보세요……”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든지, 비극을 한 편 쓰라든지, 바닷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의 잘못일까, 짐의 잘못일까?”
“폐하의 잘못이죠.”
어린왕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옳으니라.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니라.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해야 하느니라. 만일 네가 너의 백성에게 바다에 몸을 던지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한이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니라.”
“그럼 제가 부탁한 석양은요?” 하고 일단 질문을 던지면 절대로 잊어버리는 법이 없는 어린왕자가 그걸 다시 상기시켰다.
“석양을 보게 해주겠노라. 짐이 명령하겠노라. 허나 짐의 통치원칙에 따라 조건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어린왕자가 물었다.
“그게 언젠데요?”
왕이 대답했다.
“흠, 흠! 오늘 저녁……오늘 저녁……일곱 시 사십 분경이 될 것이다!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네가 알게 될 것이니라.”
어린왕자는 하품을 했다. 석양을 못 보게 된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벌써 약간은 지루해하고 있었다.
어린왕자가 왕에게 말했다.
“여기서 제가 할 일은 없군요. 다시 떠나겠어요!”
신하가 한 사람 생긴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왕이 대답했다.
“떠나지 마라. 떠나지 마라. 짐은 너를 장관에 임명하겠노라!”
“무슨 장관요?”
“음……법무부 장관!”
“하지만 재판할 사람이 없잖아요!”
왕이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그건 모를 일이다. 짐은 아직 짐의 왕국을 돌아보지 않았노라. 짐은 매우 늙었고, 사륜마차를 둘 장소도 없고, 걷자니 피곤해서.”
“아! 제가 벌써 다 보았어요.”
허리를 굽혀 그 행성 저편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어린왕자가 말했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어요……”
왕이 대답했다.
“그럼 너 자신을 재판하라. 그건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남을 판단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법이로다. 네가 너 자신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네가 진정 현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저는 어디서든 저를 재판할 수 있어요. 여기서 살 필요가 없어요.”
왕이 대답했다.
“흠! 흠!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걸로 사료된다. 밤이면 소리가 들리노라. 그 늙은 쥐를 재판하도록 하라. 때때로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라. 그러면 그의 목숨은 너의 재판에 좌우될 것이로다. 그러나 매번 그에게 특사를 내려 그를 아끼도록 하라. 단 한 마리밖에 없으니.”
어린왕자가 대답했다.
“저는 사형선고를 내리기 싫어요. 아무래도 떠나야겠네요.”
“그건 안 돼.”
왕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떠날 채비를 마쳤으나 늙은 군주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다.
“전하의 명령이 준수되길 원하신다면 제게 지당한 명령을 내리시면 되잖아요. 이를테면 일 분 내로 떠나라고 제게 명령하실 수 있잖아요. 지금 조건이 맞는 것 같은데요……”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어린왕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길을 떠났다.
왕이 서둘러 소리쳤다.
“짐은 너를 대사로 임명하노라.” 왕은 그때 급히 소리 질렀다.
그는 매우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어린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혼자 생각했다.
11
두 번째 별에는 뻥쟁이 아저씨가 살았다.
어린왕자를 보자마자 뻥쟁이 아저씨가 멀리서부터 외쳤다.
“아! 아! 저기 숭배자가 납시는군!”
뻥쟁이 아저씨들에게 다른 모든 사람은 숭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모자가 희한하네요.”
“답례용이지. 사람들이 내게 환호를 보낼 때 답례하려고 쓰고 있지. 그런데 불행히도 이리로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
뻥쟁이 아저씨가 답했다.
“아 그래요?”
알아듣지 못한 어린왕자가 말했다.
“양손을 서로 마주쳐봐.”
뻥쟁이 아저씨가 가르쳐 주었다.
어린왕자는 두 손을 마주쳤다. 뻥쟁이 아저씨가 모자를 들어 올리며 공손히 답례했다.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왕을 방문할 때보다 재미있는데.”
그래서 그는 다시 두 손을 마주쳤다. 뻥쟁이 아저씨는 모자를 들어 올리며 다시 답례했다. 한 오 분쯤 연습하다 보니 어린왕자는 단조로운 놀이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어린왕자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모자가 떨어지나요?”
그러나 뻥쟁이 아저씨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뻥쟁이 아저씨에게는 오로지 칭찬만 들리는 법이다.
.
그가 어린왕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나를 숭배하니?”
“숭배한다는 게 뭐예요?”
“숭배한다는 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잘생겼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돈이 많고, 가장 똑똑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하지만 이 별엔 아저씨 혼자잖아!”
“나를 즐겁게 해다오. 그래도 나를 숭배해다오.”
“아저씨를 숭배해. 그런데 그게 아저씨하고 무슨 상관이야?”
어깨를 조금 들썩하면서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진짜 진짜 이상해. 여행하는 동안 어린왕자는 이렇게만 생각했다.
12
그다음 별에는 술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이번 방문은 매우 짧았지만 우울함은 엄청났다.
“뭐 해요?”
빈병 한 무더기와 가득한 병 무더기 앞에 말없이 앉아 있는 술아저씨에게 어린왕자가 물었다.
“술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아저씨가 대꾸했다.
“왜 마셔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잊어버리려고.”
술아저씨가 답했다.
“뭘요?”
측은지심에서 어린왕자가 물었다.
“부끄럽다는 걸 잊으려고.”
고개를 숙이며 술아저씨가 답했다.
“뭐가 부끄럽데요?”
술에서 그를 꺼내주고 싶은 마음에서 어린왕자가 캐물었다.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아저씨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당황한 어린왕자는 곧 바로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진짜 진짜 이상해. 여행하는 동안 어린왕자는 이렇게만 생각했다.
13
네 번째 별은 사업가의 별이었다. 이 사람은 하도 바빠 어린왕자가 도착에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어린왕자가 그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담뱃불이 꺼졌는데요.”
“셋 더하기 둘은 다섯. 다섯 더하기 일곱은 열둘. 열둘 더하기 셋은 열다섯. 안녕. 열다섯 하고 일곱은 스물둘. 스물둘 하고 여섯은 스물여덟. 담뱃불 다시 붙일 시간도 없네. 스물여섯에 다섯은 서른하나! 휴우! 그러니까 오억 일백육십 이만 이천칠백 삼십 일이이네.”
“뭐가 오억이야?”
“어라? 너 여태 거기 있어? 오억 일백만……뭐더라 하도 바빠서 말이지. 나는 착실한 사람이야. 쓰잘 데 없는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둘 더하기 다섯은 일곱……”
“뭐가 오억인데?”
일단 던진 질문은 결코 포기한 적 없는 어린왕자가 다시 물었다.
사업가가 고개를 들었다.
“이 별에서 오십사 년 동안 살았는데, 방해를 받은 건 딱 세 번뿐이야. 첫 번째는 이십 이년 전 일인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웬 풍뎅이 한 마리가 떨어졌었지. 그놈이 윙윙거리는 통에 덧셈을 네 군데나 틀렸지. 두 번째는 십일 년 전인데 신경통 발작 때문이었어. 난 운동부족이거든. 산책할 시간도 없어 난 착실한 사람이라서 그래. 세 번째가……바로 지금이야! 가만있자. 오억 일백만이던가……”
“뭐가 일백만이라는 거지요?”
사업가는 조용히 계산하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하늘에 보이는 그 작은 것들 말이다.”
“파리 떼?”
“천만에. 반짝거리는 작은 것들 말이다.”
“벌 떼?”
“천만에. 금빛으로 반짝거리며 게으름뱅이들을 꿈꾸게 하는 그 작은 것들 말이다. 헌데 난 착실한 사람이거든! 꿈이나 꾸고 있을 시간 없어.”
“아! 별들?”
“그래 별들 말이야.”
“5억 개나 되는 별들 가지고 뭐 해요?”
“오억 일백육십 이만 이천칠백 서른하나야. 나는 착실한 사람이야. 아주 정확하지.”
“그 별들 가지고 뭐 해요?”
“뭘 하느냐고?”
“그래.”
“아무것도 안 해. 그저 소유하지.”
“별을 소유하다니요?”
“그래.”
“하지만 전에 만난 왕은……”
“왕은 소유하지 않아. 그들은 ‘지배하지.’ 그건 아주 다른 얘기야.”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 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에요?”
“나를 부자로 만들지.”
“부자 되면 뭐해요?”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사는 데 쓰지.”
이 아저씨 생각하는 게 술아저씨 수준이네. 어린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질문을 계속했다.
“별들을 어떻게 소유해요?”
“별들이 누구 거지?” 투덜대며 사업가가 되물었다.
“몰라. 그 누구 것도 아니죠.”
“그래서 내 것이라니까.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거면 충분해요?”
“물론이지. 네가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 그건 네 것이지. 주인 없는 섬을 발견하면 그건 네 섬이고. 네가 어떤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면 특허를 내. 그럼 그것이 네 것이 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별들을 소유하는 거야. 나보다 먼저 별을 가지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별 갖고 뭘 해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관리하지. 세고 또 세지.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나는 착실한 사람이거든!”
어린왕자는 그래도 만족할 수 없었다.
“난 머플러를 가지고 그걸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어요. 또 한 송이 꽃을 가지고 있을 때는 내 꽃을 따서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하지만 아저씨는 별을 딸 수 없잖아!”
“그렇지. 하지만 은행에 맡길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작은 종이에 내 별들의 숫자를 적어 서랍에 넣고 잠가버리지.”
“그게 다야?”
“그게 다지!”
재미있으면서 꽤나 시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어린왕자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 어른들과 매우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난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어 날마다 물을 줘. 세 개의 화산도 소유하고 있는데 매주 청소를 해주지. 꺼진 화산도 청소해 주지. 누가 알아. 내가 화산과 꽃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이롭지.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이로울 게 없어……”
사업가는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떠나 버렸다.
정말 어른들은 아주 희한해. 이렇게만 생각하면서 어린왕자는 여행을 계속했다.
14
다섯 번째 별은 무척 신기했다. 모든 별들 가운데 가장 작은 별이었다.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지기 한 사람이 있을만한 자리밖에 없었다. 하늘 어딘가에, 집도 사람도 살지 않는 별에 가로등과 가로등지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해보았지만 어린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아마 이 아저씨도 엉터리 같아. 그래도 왕이나 뻥쟁이 아저씨나 사업가. 혹은 술아저씨보다는 낫겠지, 적어도 그가 하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거든.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 혹은 꽃 한 송이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셈이니. 가로등을 끄면 그 꽃이나 별을 재우는 거지. 이거 정말 멋진 일이군. 멋지니까 정말 쓸모 있는 일이지.”
어린왕자는 행성에 다가가서 가로등지기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 아저씨. 가로등을 막 끄던데 왜 그랬어요?”
“그건 명령이야. 좋은 아침”
가로등지기가 대답했다.
“명령이 뭐죠?”
“내 가로등을 끄는 거지. 좋은 밤.”
그리고 그는 다시 불을 켰다.
“왜 지금 막 다시 켰어?”
“명령이야.”
가로등지기가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어린왕자가 말했다.
“알고 자시고 할 거 없어. 명령은 명령이니까. 좋은 아침.”
가로등지기가 말했다.
그리고 가로등을 껐다.
그러고 나서는 붉은 체크무늬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정말 고된 일이야. 전에는 순탄한 일이었지. 아침에 불을 끄고 저녁이면 다시 켰지. 그래서 낮 동안은 쉬고 나머지 밤에는 잠을 잘 수 있었거든……”
“그럼, 그 후 명령이 바뀐 건가요?”
“명령은 바뀌지 않았어. 그게 비극이지! 이 별은 해가 갈수록 점점 빨리 돌아. 그런데 명령은 바뀌지 않았으니!”
가로등지기가 말했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 분에 한 번씩 도니 일 초도 쉴 틈이 없어. 일분마다 한 번씩 켜고 끄지.”
“그것참 이상하네! 아저씨네 별에선 하루가 일분이라니!”
“조금도 이상할 것 없지.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눈 지 벌써 한 달이 됐으니까.”
가로등지기가 말했다.
“한 달?”
“그래. 삼십 분이니까, 삼십 일이지! 좋은 밤.”
그리고는 그는 다시 가로등을 켰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어린왕자는 그를 바라보았다. 명령에 그토록 충실한 그 가로등지기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날 의자를 끌어당겨 석양을 보러 가던 옛날이 생각났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다.
“이거 알아……쉬고 싶을 때 쉴 방법을 알고 있는데……”
“언제나 쉬고 싶지.”
가로등지기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충실하면서도 게으를 수 있다.
어린왕자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저씨별은 아주 작으니까 세 발짝만 옮겨 놓으면 한 바퀴 돌 수 있어. 언제나 햇볕을 쬐려면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되는 거야. 쉬고 싶으면 걸어……그럼 원하는 대로 해가 길어질 거야.”
“별로 도움이 안 되겠는걸. 내 평생소원은 잠자는 거야.”
가로등지기가 말했다.
“안 됐네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러게. 좋은 밤.”
가로등지기기가 말했다.
그리고는 가로등을 껐다.
더 먼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며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이 아저씨는 다른 모든 사람들, 왕, 뻥쟁이 아저씨, 술아저씨 혹은 사업가로부터 멸시받겠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 아저씨뿐이야. 그건 이 아저씨가 저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열심이기 때문이라고.
어린왕자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친구 삼을 만 한건 이 아저씨뿐인데. 하지만 아저씨별은 너무 좁아. 두 사람만 돼도 설 자리가 없거든……”
어린왕자가 차마 고백할 수 없던 것이 있다. 자신이 이 축복받은 별에 미련을 떨칠 수 없는 것이 특히 스물네 시간 동안 천 사백 사십 번 해가 지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15
여섯 번째 별은 열 배나 더 컸다. 이 별에는 굉장한 책을 쓰고 있는 노신사가 살았다.
“이런! 탐험가가 오는군!”
어린왕자를 보자 그는 크게 소리쳤다.
어린왕자는 책상에 걸터앉아 약간 잠깐 숨을 돌렸다. 벌써 여행을 꽤 했나 보다!
“어디서 오니?”
노인이 물었다.
“이 두꺼운 책은 뭐에요? 여기서 뭘 하시는 거지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난 지리학자란다.”
노인이 말했다.
“지리학자가 뭐에요?”
“바다와 강과 도시와 산, 그리고 사막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지.”
“거참 재미있네요. 그거야말로 진짜 직업이네요!”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지리학자의 별 주위를 살폈다. 그처럼 멋진 별을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별은 참 아름답군요. 바다도 있나요?”
“그거야 알 수 없지.”
지리학자가 대답했다.
“그래요? (어린왕자는 실망했다) 그럼 산은요?”
“난 알 수 없어.”
지리학자가 말했다.
“그럼 도시와 강과 사막은요?”
“그것도 알 수 없어.”
지리학자가 말했다.
“지리학자라면서요!”
“그해. 하지만 난 탐험가가 아니거든. 내겐 탐험가가 하나도 없거든. 도시, 강, 산, 바다, 태양, 사막을 세러 다니는 건 지리학자의 몫이 아니란다. 지리학자는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 산책할 여유가 없지. 서재를 떠나지 못해.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지. 탐험가의 기억 중에 지리학자가 흥미로워하는 게 있으면 탐험가의 품행을 조사하지.”
“그건 왜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탐험가가 거짓말하면 지리책이 큰일 나지. 탐험가가 술을 너무 마셔도 그렇지.”
“그건 왜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왜냐하면 술 취하면 둘로 보이거든. 그러면 산이 하나밖에 없는 곳에 두 개의 산을 표시할 수도 있지.”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형편없는 탐험가가 될 수 있겠네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탐험가의 품행이 양호하다고 알려지면 그가 발견한 것을 조사하지.”
“가서 보나요?”
“가지 않아. 너무 번다하니까. 그 대신 탐험가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거야. 커다란 산을 발견했다면 커다란 암석을 가져오라고 시키지.”
지리학자는 갑자기 흥분해서 말했다.
“그런데 너는 멀리서 왔지! 너는 탐험가야! 네 별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거라!”
그러더니 지리학자는 공책을 펼치고 연필을 깎았다. 탐험가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연필로 기록한다. 이후 증거가 확보되면 기다렸다가 잉크로 적는 것이다.
“자, 어떤 별이지?”
지리학자가 물었다.
“아, 내 별은 별로 흥미롭지 않아요. 무척 작거든요. 화산이 셋 있어요. 둘은 활동 중이고 하나는 꺼져있지요. 하지만 누가 알아요.”
“누가 알겠니.”
지리학자가 말했다.
“꽃도 하나 있어요.”
“우린 꽃은 기록하지 않아.”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요? 제일 예쁜 꽃인데!”
“꽃들은 덧없는 것이니까.”
“‘덧없는’ 게 뭐예요?”
“지리책은 모든 책 가운데 가장 귀중한 책이야. 지리책은 유행에 뒤지는 법이 없지. 산이 위치를 바꾸는 건 매우 드물지. 바다가 바닥을 보이는 일도 그렇고. 우리는 영원한 것을 기록하지.”
“하지만 꺼진 화산들이 깨어날 수도 있어요. ‘덧없는’ 게 뭐예요?”
어린왕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화산들이 꺼져 있든 깨어 있든 지리학자에겐 마찬가지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산이지. 산은 변하지 않거든.”
“그런데 ‘덧없는’ 게 뭐냐고요?”
일단 질문을 꺼내면 결코 포기해 본 적이 없는 어린왕자가 되물었다.
“그건 ‘곧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는 뜻이란다.”
“내 꽃이 곧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고요?”
“그럼.”
자신의 꽃이 덧없는 존재라니. 세상에 대항할 무기라곤 가시 네 개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그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두고 오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로서는 처음으로 느끼는 후회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용기를 냈다.
“할아버지 생각에 어디를 가보는 게 좋을까요?”
그가 물었다.
“지구라는 행성으로 가봐. 평판이 좋으니……”
그리고 어린왕자는 그의 꽃을 생각하며 다시 별을 떠났다.
16
그렇게 해서 찾아온 일곱 번째 별이 바로 지구였다.
지구는 그저 그런 행성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백열한 명의 왕(물론 흑인 왕들까지 합쳐서)과 칠천 명의 지리학자와 구십만 명의 사업가. 칠백오십만 명의 술아저씨, 삼억 천백만 명의 뻥쟁이 아저씨들, 즉 대략 이십억 가량 되는 어른들이 살고 있다.
당신에게 지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기 위해서는,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여섯 대륙을 통틀어 사십육만 삼억 이천오백 십일 명으로 구성된 어마어마한 가로등지기 군대를 두어야 했다고 말해두는 게 좋겠다.
좀 멀리서 보면 대단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부대의 동작은 오페라 발레처럼 질서정연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로등지기 차례였다. 이들은 가로등을 켜고 나서는 잠자러 갔다. 그러고 나면 중국과 시베리아 가로등지기들이 입장하여 춤춘다. 이들 역시 무대 뒤로 살짝 몸을 감추면 러시아와 인도 가로등지기가 나온다. 그다음 순서는 아프리카와 유럽 가로등지기들, 다음 차례는 남아메리카 가로등지기들, 또 그다음은 북아메리카 가로등지기 순서였다. 그런데 이들의 무대 입장 순서는 뒤바뀌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장엄한 광경이었다.
오직 북극의 유일한 가로등지기와 남극의 동료만이 한가롭고 태평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 년에 두 번 일했다.
17
재치 부리다 보면 조금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나의 가로등지기 이야기도 그렇게 정직했던 것은 아니다. 지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칫 지구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지구에서 매우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의 이십억 인구가 어떤 모임에서처럼 서로 바짝 붙어 선다면 가로세로 이십 마일짜리 광장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인류 전체를 태평양 한가운데 가장 작은 섬에 전 인류를 쌓아놓을 수도 있으리라.
어른들은 물론 여러분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바오밥 나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른들에게 계산을 해보라고 충고해야 한다. 어른들은 정말 숫자를 좋아하니까. 그럼 이들은 기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런 지겨운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지어다. 참으로 쓸데없는 짓이다. 내 말을 믿으면 된다.
일단 지구에 내려선 어린왕자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놀랐었다. 행성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벌써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이때 달빛 고리 같은 것이 모래 속에서 움직였다.
“안녕.”
어린왕자가 엉겁결에 말했다.
“안녕.”
뱀이 말했다.
“지금 내가 어느 행성에 떨어진 거니?”
어린왕자가 물었다.
“지구 위에. 여긴 아프리카고.”
뱀이 대답했다.
“그래!……그럼 지구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니?”
“여긴 사막이야. 사막에는 아무도 없어. 지구는 커다랗거든.”
뱀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돌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보았다.
“별들이 환히 빛나는 건 언젠가 저마다 자기별을 다시 찾아낼 수 있게 하려는 건 아닌지 궁금해. 내 별을 바라봐. 바로 우리 위에 있어……그런데 참 멀군!”
“아름다운 별이구나. 여긴 뭐 하러 왔는데?”
뱀이 말했다.
“어떤 꽃하고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어린왕자가 말했다.
“아!”
뱀이 대답했다.
그리고 서로 잠자코 있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 사막은 좀 외로운데……”
어린왕자가 마침내 다시 입을 떼었다.
“사람들끼리도 외롭긴 마찬가지란다.”
뱀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뱀을 한참 바라보았다.
“넌 희한한 짐승이구나.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고……”
그가 말했다.
“그래도 난 왕의 손가락보다도 세.”
뱀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한 번 미소 지었다.
“넌 그렇게 세지 않아……발도 없고……여행도 못하겠다……”
“배보다 더 멀리 널 데려갈 수 있어.”
뱀이 말했다.
뱀은 어린왕자 발목을 금팔찌처럼 휘감고 말했다.
“누구든지 내가 건드리면 그가 나왔던 땅으로 되돌아가지. 하지만 너는 순진하고 다른 별에서 왔으니까……”
어린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참 딱하구나. 그렇게 약한 몸으로 이 삭막한 지구에 왔으니. 네 별이 너무 그리울 때면 언제고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난……”
“아! 잘 알겠어. 그런데 넌 줄곧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는 거니?”
“난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
뱀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18
어린왕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만난 것은 오직 꽃 한 송이 뿐이다. 꽃잎 세 개짜리 아무것도 아닌 꽃 한 송이……
“안녕.”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꽃이 말했다.
“사람들은 어디 있지?”
어린왕자가 얌전하게 물었다.
그 꽃은 언젠가 대상 한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라고? 예닐곱 명 정도 있는 것 같아. 몇 해 전에 그들을 보았지! 하지만 어디 가야 만날지는 전혀 알 수 없지. 사람들은 바람 따라 떠돌지, 사람들은 뿌리가 없어. 그래서 몹시 곤란해 하는 거란다.”
“잘 있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잘 가.”
꽃이 말했다.
19
어린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다. 그가 알고 있던 산이라곤 자신의 무릎밖에 차지 않는 화산 세 개가 고작이었다. 사화산은 걸상 삼아 앉곤 했었다. 어린왕자는 지레짐작했다.
“이 산처럼 높은 산에서는 이 별과 사람들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바늘처럼 뾰족한 봉우리만 보일 뿐이었다.
“안녕.” 그는 무턱대고 말해 보았다.
“안녕……안녕……안녕……”
메아리가 대답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세요……누구세요……누구세요……”
메아리가 대답했다.
“친구해 주세요. 난 외로워.”
그가 말했다.
“난 외로워……난 외로워……난 외로워……”
메아리가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참 희한한 별이야! 모두 메마르고, 모두 뾰족하고, 모두 험해.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어. 남의 말만 되풀이하잖아……내 별엔 꽃 한 송이가 있어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모두 메마르고, 모두 뾰족하고, 모두 험해.
20
그러나 어린왕자는 오랫동안 모래와 바위와 눈길을 헤치고 오랫동안 걸어 마침내 길을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길은 모두 사람 사는 곳으로 통하는 법이다.
“안녕.”
그가 말했다.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이었다.
“안녕.”
장미꽃들이 말했다.
어린왕자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자신의 꽃과 닮아있었다.
“여러분은 누구세요?”
깜짝 놀란 어린왕자가 꽃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장미야.”
꽃들이 말했다.
“아!” 어린왕자는 그만……
그래서 어린왕자는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왕자의 장미는 자기 품종으로는 자신이 유일한 꽃이라 말해 왔으니까. 그런데 이 정원 하나에만도 똑 닮은 꽃들이 오천 송이가 피어 있으니!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내 꽃이 이걸 보면 몹시 속상해하겠지……심하게 콜록거리면서 창피 당하지 않으려 죽는 시늉을 할 걸. 그러면 나는 돌보는 척 해줘야지. 안 그러면 내게 무안을 주려고 정말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이 세상에 단 한 송이뿐인 꽃을 갖고 있어 부자라고 믿었는데. 그저 흔한 꽃을 갖고 있다니. 장미꽃 한 송이, 무릎밖에 차지 않는 화산 세 개, 그것도 그 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 버렸는지도 모르는데, 이걸로 진짜 위대한 왕자가 될 수는 없어……” 그래서 어린왕자는 풀밭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풀밭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21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왕자는 얌전히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있어.”
좀 전의 그 목소리가 말했다.
“너는 누구지? 참 예쁘구나……”
어린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 나와 놀자. 난 진짜 슬퍼……”
어린왕자가 제의했다.
“너하고 못 놀아.”
여우가 말했다.
“길들여지지 않아서.”
“아, 미안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본 후에 그는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뭐야?”
“넌 여기 애가 아니구나. 뭘 찾는 거니?”
여우가 물었다.
“사람들을 찾고 있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뭔데?”
“사람들은 소총으로 사냥하지. 정말 성가셔! 닭을 기르기도 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지. 닭을 찾는 거니?”
여우가 물었다.
“아니야.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뭐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건 새까맣게 잊혀진 일이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겐 세상에 흔한 다른 소년들처럼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네가 필요치 않아. 너도 물론 내가 필요 없겠지. 난 너에겐 세상에 흔한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고.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져. 너는 네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년이 되고 나는 네게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야……”
“이해가 가기 시작하네.”
어린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이 꽃이 나를 길들였나 봐……”
“그럴지도 모르지.”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는 별별 것이 다 있으니까……”
“아, 그게 아니야! 그건 지구에서가 아니야.”
어린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몹시 궁금해 했다.
“그럼 다른 별이라고?”
“그래.”
“그 별에도 사냥꾼들 있니?”
“아니, 없어.”
“거참 흥미로운데! 그럼 닭은?”
“없어.”
“완전한 건 없군.”
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닭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래. 그래서 난 좀 따분하지.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해질 거야. 많은 발자국과 다른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에 나는 땅 밑으로 기어들겠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한 번 봐! 저기 밀밭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쓸모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 없어. 그래서 서글퍼! 그런데 네 머리칼은 금빛이지.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이면 정말 신 날 거야! 밀도 금빛이잖아. 너를 생각하게 할 거야. 그럼 난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되겠지……”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왕자를 오래오래 바라보더니,
“제발……날 길들여 줘!” 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어린왕자는 대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찾아볼 친구도 많고 알아볼 것도 많아.”
“길들이는 것들만 알 수 있다니까.”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뭘 알만한 시간도 없어. 가게에서 완제품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으니 이제 친구도 없는 거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린왕자가 물었다.
“정말 참을 줄 알아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나와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널 볼 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그래도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게 될 거야……”
다음날 어린왕자는 다시 그곳을 찾았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난 행복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에 옷을 입혀야 할지 모를 거야. 의례가 필요하거든.”
“의례가 뭐야?”
어린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새까맣게 잊혀진 일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 되는 거지! 난 포도밭까지 산책을 하고.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면, 날마다 그게 그거고. 그럼 난 휴일이 없어질 거고……”
그래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여우가 말했다.
“아아! 눈물이 나올려 그래.”
“네 잘못이야.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널 길들여달라고 했잖아……”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헌데 넌 울려고 그러잖아!”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러니 넌 하나도 득 본 게 없잖아!”
“나도 득본 게 있어. 밀밭 색깔 덕분이지.”
여우가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가서 장미들을 봐. 네 장미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장미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 게.”
어린왕자는 다시 장미들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꽃들에게 어린왕자가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내 여우는 세상에 흔한 다른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삼았기 때문에 그는 이제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그러자 장미꽃들은 무척 당황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비어 있지.”
어린왕자가 계속 말했다.
“누구도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으니까. 물론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겐 내 꽃도 너희들과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내겐 그 꽃 한 송이가 너희들 모두보다 중요해. 내가 물을 준 꽃이고, 유리덮개를 씌워 준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 남겨둔 것 말고)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심지어 때로는 조용히 침묵을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내 장미이기 때문이지.”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잘 있어.”
그가 말했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단순하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잊지 않으려고 어린왕자가 따라 말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네 꽃에 바친 시간이란다.”
“……내가 내 꽃에 바친 시간이라……”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잊어버리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잊지 않으려 어린왕자가 되풀이 했다.
22
“안녕.”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선로통제원이 말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어?”
어린왕자가 물었다.
“승객들을 천 명씩 내보내고 있지. 그들을 실어 나르는 기차들을 어떤 때는 오른쪽으로, 또 어떤 때는 왼쪽으로 보내는 거지.”
선로통제원이 말했다.
그때 불을 환희 켠 급행열차가 천둥치듯 포효하자 통제실이 요동쳤다.
“저 사람들 참 바쁘군. 무얼 찾아가지?”
어린왕자가 물었다.
“기관사 자신도 몰라.”
선로통제원이 말했다.
그러자 반대 방향에서 불을 켠 두 번째 급행열차가 포효했다.
“벌써 돌아오는 거야?”
어린왕자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서로 자리를 바꾸는 거지.”
“살던 곳이 맘에 안 들었나?”
어린왕자가 물었다.
“자기 사는 곳은 결코 맘에 들지 않는 법이지.”
선로통제원이 말했다.
그러자 불을 켠 세 번째 급행열차가 천둥을 울렸다.
“처음 지나간 승객들을 쫓아가나?”
어린왕자가 물었다.
“아무것도 쫓지 않아.”
선로통제원이 말했다. 그러자 어린왕자가 말했다.
“열차 안에서 잠을 안 자면 하품이나 하고 있지. 아이들만 유리창에 코를 박고 있지. 애들만이 자신들이 무얼 찾는지 알지. 아이들은 헝겊 인형에 시간을 바치지. 그래서 인형이 매우 소중한 것이 되지. 인형을 빼앗기면 당연히 울어 대고……”
“어린애들은 운이 좋아.”
통제원이 말했다.
23
“안녕.”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상인이 말했다.
그는 갈증을 달래주는 개량 알약을 팔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알만 먹어도 갈증을 느끼지 않는단다.
“왜 그걸 팔아?”
어린왕자가 말했다.
“시간이 엄청 절약되거든. 전문가들이 계산해봤지. 매주 오십삼 분씩 절약된다네.”
상인이 말했다.
“그 오십삼 분으로 뭘 하지?”
“하고 싶은 걸 하지……”
“만일 나에게 오십삼 분이 주어진다면 샘을 향해 아주 천천히 걷겠어……”
어린왕자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24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 난 지 여드레째 날이었다. 나는 비축해 두었던 마지막 한 모금의 물을 마시며 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아! 네 경험담은 참 멋있구나. 하지만 아직 비행기를 수리하지 못했어. 마실 물도 떨어지고. 샘을 향해 아주 천천히 걸어갈 수만 있다면 나도 행복하겠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내 친구 여우 말인데……”
“꼬마야, 지금 여우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왜?”
“목말라 죽을 상황인데……”
그는 죽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게 대답했다.
“죽는다 해도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난 여우 친구가 있어 정말 기뻐……”
어린왕자는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겠지. 나는 생각했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모르는지. 약간의 햇빛만으로도 충분하니…….
그런데 나를 바라보더니 내 생각에 반응을 보였다.
“나도 목말라……우물을 찾으러 가……”
나는 실망스런 몸짓을 보였다. 광활한 사막에서 무턱대고 우물을 찾아 나서는 건 멍청한 짓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을 말없이 걷고 나니 밤이 내리고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갈증 때문에 나는 열이 조금 나고 있었으므로, 마치 꿈속에서 그 별들을 보는 것 같았다. 어린왕자의 말이 내 기억 속에서 춤추고 있었다.
“너도 목마르니?”
내가 물었다.
하지만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간단히 이렇게 말했다.
“물은 마음에도 좋을 거야……”
그의 대답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잠자코 있었다……그에게 물음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린왕자는 지쳐 있었다. 그는 주저앉았다. 나도 그 옆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었다.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이 있어서……”
나는 “그럼”하고 답했다. 그리고는 말없이 달빛 아래서 주름처럼 펼쳐져 있는 모래 언덕들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워.”
그가 덧붙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늘 사랑해 왔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침묵 속에 빛나는 것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문득 사막의 그 신비로운 광채가 이해되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어린 시절 나는 고가에서 살았다. 전설에 의하면 그 집에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도 보물을 찾아낼 수 없었고, 어쩌면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 전설로 집안 전체가 매혹에 휩싸이는 것이었다. 내 집은 그 가슴 깊숙이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 집이건 별이건 혹은 사막이건 그걸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지……”
내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생각이 같아 기뻐.”
그가 말했다.
어린왕자가 잠이 들어 그를 품에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마치 부서지기 쉬운 어떤 보물을 안고 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 지구에는 이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것이 없을 듯했다. 달빛 아래 그 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결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살짝 열린 그의 입술이 보일 듯 말듯 미소를 내비치고 있어 나는 또 생각했다. “이 잠든 어린왕자가 나를 이토록 몹시도 감동하게 하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의 성실성 때문이야, 그가 잠들어 있을 때에도 등불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 모습 때문이야……” 그러자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는 짐작이 들었다. 등불을 열심히 잘 지켜야지.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 수 있으니……
그리고 그렇게 걷다가 동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25
“사람들은 서둘러 급행열차로 기어들어 가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얼 찾고 있는지도 몰라. 그래서 어쩔 줄 몰라 제자리를 뱅뱅 맴돌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우리가 도달한 우물은 사하라 사막 우물들과 닮은 구석이 없었다. 사하라 우물들은 모래 속에 뚫린 구멍일 뿐이다. 그 우물은 마을 우물 같았다. 그러나 그곳엔 마을이라곤 없기에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상한데.”
내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없는 게 없잖아. 도르래랑, 두레박이랑, 밧줄도……”
그는 웃으며 줄을 잡아 도르래를 당겼다. 그러자 바람이 오랫동안 잠들어 있을 때 낡은 바람개비가 삐걱거리듯 도르래가 삐걱거렸다.
“아저씨, 들리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우물을 깨우니 노래 부르네.”
나는 어린왕자가 애쓰는 걸 원치 않았다.
“내가 할게.”
내가 말했다.
“네겐 너무 무거워.”
그는 웃으며 줄을 잡아 도르래를 당겼다.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가까지 들어 올렸다. 나는 두레박이 넘어지지 않게 잘 올려놓았다. 내 귀에는 도르래 노랫소리가 계속 들리고, 아직도 출렁이는 물속에서 출렁거리는 해가 보였다.
“이 물이 마시고 싶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물 좀 줘……”
그래서 나는 그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는 눈을 감고 물을 마셨다. 그건 무슨 축제처럼 달콤했다. 과연 이 물은 보통 음료와는 다른 무엇이었다. 그것은 별빛 아래서 벌인 행진과 도르래가 내는 노랫소리, 내 두 팔로 이룬 노력의 소산이었다. 마치 선물처럼 마음에도 좋은 것이었다.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과 자정미사의 음악과 사람들의 온화한 미소 때문에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그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아저씨별 사람들은 한 정원에 장미꽃을 오천 송이나 가꾸지만……정원에서 자신들이 찾는 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
“찾아낼 수 없고말고.”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을 장미 한 송이나 물 한 모금에서 찾아낼 수도 있어……”
“물론이지.”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왕자가 덧붙였다.
“하지만 눈은 보지 못해. 마음으로 찾아야지.”
나도 물을 마신 뒤였다. 숨이 편해졌다. 해가 뜰 무렵 모래는 꿀 빛이다. 나는 이 꿀 빛에도 행복했다. 무엇 때문에 괴로워해야 했는지……
“약속 지켜.”
어린왕자가 내게 살며시 말했다. 그도 다시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무슨 약속?”
“약속했잖아……양 부리망 말이야……난 그 꽃에 책임이 있잖아!”
나는 대충 그려 두었던 그림들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어린왕자는 그림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그린 바오밥 나무는 배추 닮았어……”
“아, 그래?”
바오밥 나무 그림을 으스대던 나 아니던가!
“아저씨 여우는……이 귀 좀 봐……약간 뿔 닮았고……너무 길어!”
그리고는 그는 또 웃었다.
“꼬마야, 좀 심하구나. 속이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하는 보아 뱀 말고는 그릴 줄 모른다니까”
“아, 괜찮아. 아이들은 알아볼 거야.”
그가 말했다.
나는 그래서 연필로 부리망을 그렸다. 그걸 어린왕자에게 주려니 가슴이 메어 왔다.
“너 뭔가 숨기고 있지……”
그러나 그는 내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알지, 내가 지구에 떨어진 지……내일이면 일 년이야……”
그리고는 잠시 말이 없다 다시 말을 이었다.
“바로 이 근처에 떨어졌었어……”
그리곤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또다시 까닭 모를 설움이 복바쳐 올랐다. 그러면서도 뭔가 의문이 떠올랐다.
“그럼 우연이 아니었구나. 일주일 전 너를 만난 날 아침, 사람 사는 마을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이곳을 홀로 그렇게 걷고 있었던 것이. 네가 떨어진 곳으로 돌아가고 있던 거야?”
어린왕자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머뭇거리며 나는 덧붙여 물었다.
“아마 일주년이라 그런 거겠지?……”
어린왕자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는 묻는 말에 결코 대답하진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붉히는 것은……그렇다는 뜻 아닌가?
“아! 난 두렵구나……”
그런데 그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이제 일을 해야 해. 기계 고치던 데로 돌아가. 여기서 아저씨를 기다릴게. 내일 저녁 다시 와……”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여우가 떠올랐다. 길들여지면 조금이나마 눈물을 흘릴까 우려되는 것이다……
26
우물 쪽으로는 낡아서 무너져 내린 돌담이 있었다. 이튿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멀리서 보니 어린왕자가 다리를 늘어뜨린 채 그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들렸다.
“기억나지 않니? 정확히 여기는 아냐!”
다음과 같이 대꾸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목소리가 그에게 답하는 것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날짜는 맞는데 장소는 여기가 아니야……”
나는 담벼락을 향해 걸어갔다. 보이는 사람도 들리는 사람도 없지만 어린왕자는 다시 대꾸하는 것이었다.
“……물론이지. 내 발자국이 모래 위 어디서 시작되는지 보면 알잖아. 거기서 날 기다리면 돼. 오늘 밤 그리로 갈게.”
나는 담벼락에서 이십 미터쯤 떨어져 있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린왕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독은 좋은 거지? 확실히 그렇게 오랫동안 아프게 하는 건 아니지?”
나는 조바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그대까지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가봐.”
그가 말했다.
“내려가게!”
그래서 나도 담벼락 아래를 내려 보다 기겁을 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삼십 초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 노란 뱀 한 마리가 어린왕자를 향해 대가리를 쳐들고 있었다. 권총을 꺼내려 호주머니를 뒤지며 곧장 뛰어갔다. 그러나 내 발소리에 그 뱀은 분수대 물줄기 꺼지듯 모래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 가벼운 쇳소리를 내며 돌들 사이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담벼락에 이른 그 순간 나는 그저 눈처럼 창백한 나의 어린 사람을 겨우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가봐.” 그가 말했다. “내려가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젠 뱀하고도 말을 다하고!”
나는 그가 늘 목에 두르고 있던 그 금빛 머플러를 풀어 주었다. 관자놀이를 물로 적셔주고 물을 먹여 주었다. 그러나 감히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그는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다 내 목을 두 팔로 껴안았다. 카빈 소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 가슴처럼 그의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기뻐. 비행기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아냈으니. 아저씬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겠네……”
“어떻게 알았니?”
천만다행으로 수리에 성공했다고 말해주려던 참인데 이렇게 말하다니! 내 물음에는 아랑곳없이 어린왕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
그러더니 우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갈 길이 훨씬 더 멀고……훨씬 더 힘들기도 하고……”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그를 어린아이 안 듯이 품에 안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붙잡아 볼 수도 없이 깊은 구성 속으로 곧장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아득한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저씨가 그려준 양이 있어. 그리고 그 양을 넣어 둘 상자도 있고. 부리망도……”
그리고는 우수어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래 기다렸다. 점차 그의 몸이 더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얘야, 두려웠구나……”
물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살며시 웃었다.
“오늘 저녁이 더 무서울 거야……”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제는 그 웃음소리를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을 견디지 못하리라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 그 웃음은 내게 사막의 샘 같은 것이었다.
“꼬마 친구, 네 웃음소리를 다시 듣고 싶구나……”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으로 꼭 일 년 됐어. 내 별이 내가 작년 이맘때 내가 내린 그 장소 바로 위에 오게 될 거야……”
“얘야, 그 뱀이니 만날 약속이니 별이니 하는 이야기는 모두 못된 꿈 아니니……”
그러나 그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물론이지……”
“꽃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어느 별에 사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고 치자고. 밤에 하늘만 바라봐도 감미로울 거야. 별마다 꽃이 필 테니.”
“물론이지……”
“물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내게 마시라고 준 물은 음악 같은 것이었어. 도르래랑 밧줄 때문에……기억하지……참 좋았잖아.”
“그럼……”
“밤이면 별들을 바라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지금 가리킬 수 없어. 그게 더 잘된 거지. 내 별은 아저씨한텐 여러 별 중 어느 한 별일 거야. 그럼 아저씬 어느 별을 봐도 돼……별마다 아저씨 친구가 되겠지. 그리고 아저씨에게 선물 하나 할게……”
그는 다시 웃었다.
“아, 꼬마 친구야, 꼬마 친구야,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구나!”
“그게 바로 내 선물이야……물도 그렇고……”
“무슨 말이야?”
“사람들에겐 별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별은 아니지. 여행자에게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작은 불빛에 지나지 않고. 또 다른 학자들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돈이지. 하지만 그런 별들은 모두 말이 없지. 아저씨가 보는 별은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를 거야……”
“무슨 뜻이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게 되면, 내가 그 어느 별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 어느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셈이지!”
그리고는 그는 다시 웃었다.
“그래서 슬픔이 가시면(슬픔은 언젠간 가시게 마련이니까) 나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씬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을 거야.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고. 그래서 가끔 괜히 창문을 열어 놓겠지……그럼 아저씨 친구들은 아저씨가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 걸 보고 무척 놀라겠지. 그러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줘. ‘그래. 별들을 보면 언제나 웃게 되지!’ 그들은 아저씨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겠지. 난 그럼 아저씨에게 너무 심한 장난을 친 것 같은데……”
그리고는 그는 다시 웃었다.
“별들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작은 방울 무더기를 아저씨에게 준 셈이 되는 거지……”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그러더니 곧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알지……오면 안 돼.”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난 아파 보일 거야……어쩌면 죽는 것처럼 보일 거야. 늘 그래. 그걸 보러 오지 마. 그럴 필요 없어.”
“네 곁을 떠나지 않을 테야.”
그러나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건……뱀 때문이야. 뱀이 아저씨를 물면 안 되거든……뱀은 심술장이야. 괜히 물기도 해……”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무엇인가 그는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사실 두 번째 물 땐 독이 없대……”
그날 밤 나는 그가 떠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는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는 잰걸음으로 매몰차게 걷고 있었다. 그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어! 아저씨 왔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괴로워했다.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마음 아플 텐데. 내가 죽은 듯이 보일 테니.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알지. 거긴 너무 멀거든. 이 몸을 가져갈 수 없어. 너무 무겁거든.”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몸은 벗어버린 낡은 껍데기 같은 거야. 낡은 껍데기가 슬플 건 없잖아.”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약간 기가 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기운을 차렸다.
“멋있을 거야.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별들이란 별은 모두 녹슨 도르래 달린 우물이 될 테니까, 별들이 모두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줄 거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재미있겠어! 아저씬 오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가지게 되고 난 오억 개의 샘물을 가지게 될 테니……”
그리고는 그도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울고 있었으니까……
“여기야. 한 발짝만 걷게 내버려둬.”
그러더니 그는 무서웠는지 그 자리에 앉았다.
그가 다시 말했다.
“아저씨……내 꽃말인데……나는 그 꽃에 책임이 있어! 더구나 그 꽃은 몹시도 약해! 몹시도 순진하고, 고작 별것도 아닌 네 개의 가시로 세상과 맞서 몸을 지키려 하고……”
나는 더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이제 끝났어……”
어린왕자는 좀 더 망설이다 다시 일어섰다.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발목에서 한 줄기 노란빛이 반짝거렸을 뿐이다. 그는 한순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는 나무가 넘어지듯 살며시 넘어졌다. 모래밭이라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나무가 넘어지듯 살며시 넘어졌다.
27
그리고 지금은 벌써 6년 전의 일이 되었다……아직까지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해본 적이 없다. 다시 만난 동료들은 내가 살아 돌아온 걸 매우 기뻐했다. 나는 슬펐으나 그들에겐 “피곤해서……”라고 말했다.
이제는 슬픔도 조금 가라앉았다. 다시 말해……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간 것을 잘 알고 있다. 해가 떴을 때 그의 몸뚱이를 볼 수 없었으니까. 그리 무겁지 않은 몸뚱이었지……그래서 밤이면 즐겨 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마치 오억 개의 방울 같은 별들……
그런데 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린왕자에게 그려 준 부리망에 가죽 끈 달아주는 걸 깜박 잊은 것이다! 어린왕자가 그걸 양에게 씌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 본다. “그의 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렸으려나……”
때로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천만에, 먹지 않았겠지! 어린왕자는 밤마다 꽃을 유리덮개 안에 모셔두고 양을 잘 감시하겠지……” 그러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별들 모두 다정하게 웃는다.
때로는 이렇게도 생각한다. “어쩌다 방심할 수도 있지. 그럼 끝장나지! 어느 날 저녁 유리덮개를 잊어버리거나 양이 밤중에 소리 없이 빠져나가거나 하면……” 그러면 방울들 모두 눈물로 변한다!……
이것은 거대한 수수께끼이다.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나 나에게나,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낯선 양 한 마리가 한 떨기 장미를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 세상이 온통 변해 버리니……
하늘을 보라.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삼라만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게 되리라……
그런데 그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걸 어른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리니!
이 그림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풍경이다. 앞 페이지 풍경과 같은 그림이지만 여러분에게 제대로 보여 주고자 다시 한 번 그린 것이다. 어린왕자가 지상에 나타났다 사라진 곳이 여기다.
언제고 당신이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자신 있게 이 풍경을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을 유심히 봐 두시길. 그리고 혹시 여기를 지나가게 되면, 부디 서두르지 말고 잠시라도 별 밑에서 기다려 주시길! 그때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가 웃고 있고, 머리칼은 금빛이고, 묻는 말에 대답이 없으면 당신은 그의 정체를 알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주시길! 날 이토록 슬프게 내버려두지 마시고, 바로 편지를 보내 주시길. 어린왕자가 돌아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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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인문학 Humanities of the Little Prince>
인문학은 인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 어린왕자마음독서당 2013.07.13
<어린왕자의 구도 여행기>
어린왕자의 인문학: 잠에서 깨어나기 = 마음의 눈 뜨기 awakening
1. 왜 뱀을 찾아갈까요?
2. 어린왕자는 누구와 친구 맺었나요?
3. 왜 ( ) 과 ( )가 어린왕자의 친구일까요?
3. 지혜란 무엇인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것.
4. 어떻게 볼까요? 마음으로
5. 무엇이 보일까요? 중요한 것(본질 Essence)
7. 어린왕자가 깨달은 것은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사랑 A-mour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단순하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왕자: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네 꽃에 바친 시간이란다.”
왕자: “……내가 내 꽃에 바친 시간이라……”
여우: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잊어버리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왕자: “나는 내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잊지 않으려 어린왕자가 되풀이 했다.)
<길들인 것만 알 수 있어>
여우: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닭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래. 그래서 난 좀 따분하지.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해질 거야. 많은 발자국과 다른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에 나는 땅 밑으로 기어들겠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내겠지! 그리고 한 번 봐! 저기 밀밭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지. 밀은 내겐 아무 쓸모없지.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 없지. 그래서 서글퍼! 그런데 네 머리칼은 금빛이지.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이면 정말 신나겠지! 밀도 금빛이지. 너를 생각하게 되겠지. 그럼 난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되겠지……”
왕자: “제발……날 길들여 줘!”
여우: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찾아볼 친구도 많고 알아볼 것도 많아.” “길들이는 것들만 알 수 있다니까. 사람들은 이제 뭘 알만한 시간도 없어. 가게에서 완제품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으니 이제 친구도 없는 거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
왕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여우: “정말 참을 줄 알아야 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아름답게 한다>
왕자: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이 있어서……”
나: “그럼, 사막은 아름다워.”
왕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인문학은 자기 마음 길들이기
다음 카페 어린왕자마음독서당 http://cafe.daum.net/petit-prince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린왕자 10번 읽으면 사람이 바뀝니다. 어른들은 꼭 읽어야 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행복한 새싹반 이채은입니다.
오늘 어린왕자 이야기 듣고 책이랑 영화가 꼭 보고싶어졌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릴께요~^^여기로 꼭 보내주세요.
bisinoo@naver.com
입니다.감사합니다.
네 선생님께 전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황금들녘반 성묵 아빠입니다.
이메일주소 적어드립니다. 아이들과 꼭 같이 보겠습니다.
limjy71@naver.com 입니다..감사합니다.
네 전하겠습니다
7번방 농부 김동현입니다 이메일 주소 드립니다
luyan@hanmail.net 입니다~`수고하세요^^
교수님께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2조에 지헌맘입니다... 제가 늦게 메일주소 남기는데 혹시 되면 보내주세요~~ ^^;;
zoselzosel13@hanmail.net
네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