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실내 마감용도로 사용되는 가구, 홈네트워크, 위생도기 등 자재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이 `어닝시즌`을 맞아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이들 업체도 대부분 실적 부진 추세를 피해가진 못했지만 특화된 포트폴리오로 `유비무환`을 실천했던 일부 업체는 깜짝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1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마감재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기업간거래(B2B)에서 기업대소비자거래(B2C)업체로 변화하려는 공통된 흐름 속에 숨겨진 업계별 차별화된 트렌드는 무엇일까.
①가구, 한샘 독주체제 더욱 강화
한샘이 종합가구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공고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반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리바트, 보루네오가구, 에넥스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고 있는 것.
한샘의 이같은 호실적은 건설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 외부 상황에 의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온라인, 홈쇼핑 등 유통 채널 다각화, ‘IK’같은 저가형 모델을 통한 블루오션 개척 등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해 미리 능동적으로 움직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샘은 상반기 매출 3305억2445만원, 영업이익 242억2182만원, 순이익 178억5897만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 50.0%, 42.4% 증가한 수치다.
2위 리바트는 한샘과 비슷한 수준(11.7%)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7억5804만원, 70억987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38.2%씩 줄었다.
한때 ‘부엌가구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3위 에넥스는 몸집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매출 807억903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다만 7개 분기 연속 이어오던 적자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던 올 1분기의 여세를 몰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6억4726만원, 85억7505만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위 보루네오가구의 약진도 눈에 띈다.
매출 772억3232만원, 영업이익 11억4292만원, 순이익 9729만8030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91.9%, 69.9% 상승했다. 특히 매출은 3위 에넥스에 근접한 수준이다.
‘한샘 대(對) 나머지 업체’로 업계 구도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업체별 실적 경쟁보다는 한샘의 연매출 상승폭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한샘은 지난 2009년 가구업계 최초로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5970억원을 기록 6000억원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의 덩치가 워낙 크고 나머지 업체들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보니 (나머지 업체들은) 함께 경쟁하려고 하기보다 현 위치에서의 자리보전에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한샘이 오는 2013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올해 7000억원대 매출에 진입해 이에 대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가 하반기 국내 가구시장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②홈네트워크, 2위 코콤의 `약진`
코콤이 그간의 부진을 털고 올 상반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뤘다.
업계 1위 코맥스가 경쟁사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독주했던 과거와 달리 2위 코콤이 약진하면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코콤은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2억9816만원, 16억1896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9.7%, 327.8%씩 급등했다. 매출 역시 소폭(0.2%) 상승한 331억7175만원을 올렸다.
코콤은 지난해 말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9%, 22.8%, 7.3%씩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된 바 있다.
코콤의 이같은 성장세는 지난 2009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롭게 진출한 LED조명사업이 안정단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2억원 미만이었던 코콤의 LED조명사업부문 매출은 상반기 12억45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코콤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업계에서 쌓아올린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LED 조명 사업에 진출한 만큼 기존 조명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LED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LED 원천소재인 형광체를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3위 현대통신은 지난해 말의 수익성 악화 추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졌고 그 폭도 더욱 확대됐다.
36억8643만원의 영업손실, 37억5272만473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각각 891.5%, 376.7% 확대된 것이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3.6% 떨어진 228억1067만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매출 90% 이상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업 구조로 인해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대통신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국내 시장이 주요 수요처였으나 앞으로는 해외 시장을 적극적인 공략해 미주, 유럽, 중국, 중동, 아프리카 및 동남아 등으로 거래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1위 코맥스는 지난 2009년 키코(KIKO) 가입에 따른 손실을 본격 회복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맥스가 상반기 올린 매출은 441억5842만8532만원.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82.6%, 2420.1%씩 급등했다.
코맥스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의 매출 비중이 5대5로 유지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관급공사가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키코로 입은 손실을 대부분 털어내고 본격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③위생도기, `빅2` 모두 부진
올 상반기 욕실업계 `빅2`는 수익성이 일제히 급감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건축자재 중에서도 건설산업 의존도가 특히 높은 분야인 만큼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림비앤코는 매출 404억5876만6106원, 영업이익 2억3289만6974원, 순이익 2억9875만2915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017.34%, 526.5%씩 급감했다. 특히 2분기에만 5335만8743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매출 1612억3023만507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소폭 상승했으나 영업이익 65억1912만7276원, 순이익 39억3682만7662원을 기록해 각각 32.3%, 57.6% 감소했다.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직매장 개설 등을 통한 소비자 시장 강화, 해외 시장 개척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림비앤코는 강남 논현동에 지난해 직매장을 오픈했고 ‘바스플랜(Bath Plan)’이라는 토탈 욕실 솔루션 사업을 새롭게 론칭했으며, 비데 렌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강남 청담동 직매장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두 업체 모두 거의 비슷한 시기에 TV광고도 시작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건축자재 전시회인 `키친 앤 바스 차이나`에 참석해 신고식을 치렀고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거래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인 만큼 관련 사업부문의 안정화가 완료되지 않아 본격적인 실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주목할 것은 대림비앤코가 욕실사업에만 집중하는 ‘한 우물 파기’전략을 택한 데 반해 아이에스동서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비건설 부문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림비앤코는 타일사업부문을 철수하고 위생도기, 비데, 수전 등 개별 아이템에서부터 인테리어 컨설팅 및 시공 등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욕실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말그대로 ‘욕실’에만 특화된 기업이다.
그러나 아이에스동서는 욕실뿐 아니라 타일, 콘크리트파일, 건설시공, 사무용품 및 건설기계 렌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놨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 2009년부터 작업해온 것들이다.
올 하반기 이들 업체의 실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되는 이유다.
신아름기자 pouvoir@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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