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일부
돌고래
지난 겨울 참 인상적으로 본 드라마가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보호관찰소 같은 곳에서 죄를 범한 소년들의 갱생을 도와주는 일을 하다 형사로 전직한 조금 특별한 커리어를 가진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로 그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가장 안타깝게 본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드라마에서 묻지마 범죄가 차례차례 일어났다. 범인을 잡기위해 형사들은 동분서주하며, 속속들이 들어나는 증거를 따라 가니 형사가 예전에 만났던 범죄피해자 유족인 아들에게 멈춰졌다. 아니기를 바랐으나 아들이 범인이었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기 위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해 결국 체포하였다. 그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세 가족이었는데, 아버지가 살해되고 어머니마저 사고로 잃게 되자 가해자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은 불행한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 것이 싫다며, 길을 가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 해를 가했다고 진술하였다.
어떠한 범죄도 옹호되어서는 안 되지만 범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것만은 ‘그래도...’ 라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마음이 쓰인다. ‘가해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어찌된 까닭으로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하고 무릎을 딱! 칠 수 있는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계속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바라보아야만 할까라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매스컴에서 어떠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나는 가해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았던 것을 반성하였다.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그런 사건을 저지르게 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있었으나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으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피해자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을까? 온전하게는 절대 안 된다고 본다. 그 누구도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상상한 만큼의 공감을 할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고 바라고 있다.
가해자가 된 아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척 하지 말라며, 자신을 알려면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형사에게 말했다. 얼마나 큰 고통에 놓였는지 자신을 도와주고 싶다고 하는 사람 또한 믿지 못하는 상황이 고독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고독에 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들이 언제든 손을 뻗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는 지금 이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판단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할 때 원하는 것으로 바로 다가가야 할 것만 같다. 분명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좋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좋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알고 하는 선택이므로 모르고 하는 선택과는 분명이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아들은 자신은 불행한데 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다 행복해보여서 해를 가했다고 진술했다. 진술 후에 형사가 해줄 수 있었던 말은 그 사람들의 사정이었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저마다 다른 아픈 것 하나씩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 아들이 가해자가 되고 난 후에 사람들이 저마다 아픔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들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아픔을 마음껏 짐작할 수는 있지만, 절대 내 기준으로 가늠하여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사과하고 싶다. 이제는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말하고 싶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분발해서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