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춘천산오름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산자락
더위에 지쳐 걸어간 도계종주 10구간 일시 : 2010.09.05
참여인원 : 7명(여산, 최원선, 임계근, 정홍석, 강원산악회총무,태산, 산자락)
07:05 발귀현 도착 07:10 산행시작 07:23 임도도착 07:59 시루봉 (△502.2) 09:43 금물산 삼거리 10:27 삼거리 출발 10:56 성지봉 (△787.4) 11:10 성지봉 출발 11:48 덕갈고개 (점심식사) 13:15 덕갈고개 출발 14:30 562.8봉 15:20 도덕고개 총 8시간 10분소요
이번 달에는 조상 묘소에 풀을 깎고 가꾸는 시기라 여러분이 참석을 못하거나 신지아래님, 정종인회장님, 솔개, 산뫼 네 분은 지난 주 토요일 먼저 다녀와 오늘은 7명이 함께한다. 새벽안개 자욱한 모래재에서 춘천을 떠난 일행을 기다리고 있으니 간간이 차 지나가는 소리와 짙은 안개로 잠시 찾아오는 적막이 좋은 시간이다. 약10여분 기다려서 일행과 만나 홍천군 남면 신대리와 양평군 청운면 도원리 사이에 작은 고개 발귀현에 도착한다.
지난구간 내리막길에서 더위에 애를 먹었는데 오늘은 어떨는지……. 배낭과 신발을 조이고 출발 하는데 숲에는 어제 내린 비가 그대로 잡목에 매달려있어 오늘 산행은 초장부터 빗물과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점점 짙어지는 잡목을 헤치며 오르는데 그대로는 도저히 안 되고 스톡으로 나뭇가지와 잡목을 건들이며 빗물을 털어내며 오르자니 힘은 두 배로 들어간다. 임도를 만나는 지점에 오르니 벌써 온 몸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다.
이런 날은 맨 뒤에서 천천히 뒤따르는 것이 거미줄도 안 걸리고 앞에서 빗물이나 이슬을 다 털어주니 좋은데 오늘은 그럴 처지가 아니다. 암튼 오늘 임도에서 지난 한강기맥 종주중 겪었던 알바를 다시 한다. 안개 자욱한 산길에서 임도와 능선이 나란히 이어지는 이 지점은 매우 혼란스럽다. 조금 더 임도를 따르다 표지에서부터 차분히 따르면 될 것을 예전기억을 되살려 오르다 낭패를 한 셈이다. 약 20여분 헤매다 다시 제 길을 찾아 오르기 시작한다. 시루봉 오름길은 칡넝쿨과 잡목이우거지고 급경사라서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대기와 맞물려 우리들을 괴롭힌다. 조금 덜 젖어보자고 빗방울을 털며 오르자니 쉽게 지친다. 한참을 오르면 다시 임도를 만나는데 그 임도를 잠시 걸어가다 우측 능선으로 붙다보면 칡넝쿨사면을 오르는데 먼저 진행한 회원들이 길을 내어놓은 덕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잠시 후 만나는 시루봉을 지나고 601봉 직전 비탈길에서 일단 쉬며 후미가 오르기를 기다려 다시 출발하여 601고지 전망바위에서 이제 안개가 막 벗어진 금물산과 오늘 진행코스인 성지봉을 조망하고 그대로 급경사를 약 100여 미터 내려같다가 다시 오르며 헉헉대기를 한참 드디어 금물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금물산은 기맥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야 정상이다. 이곳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젖은 신발을 벗고 양말을 쥐어짜는데 그야말로 물빨래 짜기이다. 비나 내렸다면 우의를 착용하여 신발은 젖지 않는데 오늘은 어제 내린 비에 속속들이 젖는 날이다. 이런 날에는 오버트라우져를 입든가 바지 속에 랩으로 테이핑처리만 해도 등산화만이라도 온전한데 게으름이 문제이다.
후미가 다 올라와 다시 출발하여 성지봉을 향한다. 성지봉까지는 30여분 소요되는데 780봉을 지나 잠시 내려서다 급경사를 잠시 오르면 760m봉이고 다시 한차례 내림과 오름이 끝나면 성지봉(791m)이다.
금물산에서 남으로 2km에 위치한 성지봉은 금물산보다 높이는 더 높으나 봉(峰)이라고 불린다. 금물산은 한강기맥 주릉에 위치함으로 산이라는 이름을 얻고 성지봉은 주릉을 벗어나 독립된 봉우리를 이룬 고로 산이란 명칭을 갖지 못했다. 성지봉 일원은 천주교와 깊은 인연이 있으니 풍수원 마을 가장 위쪽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 69호로 지정된 풍수원 천주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교회가 옛날 천주교인들의 피난처였던 것이다. 천주교회는 고종 27년 (1888년) 프랑스인 르메르이신부가 초가집 사랑방에서 초대 신부로 부임해 한국에서 네 번째 천주교회로 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신유박해(1801년), 병인양요(1966년), 신미양요(1971년) 등으로 탄압받던 천주교인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신앙을 지키며 살았던 곳이다. 풍수원 성당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자 강원도 첫 번째 천주교회다.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있다. 정상에서 조망은 과거 금물산 산행시 기억으로는 무척 좋았는데 잡풀이 우거져있고 잡목도 많이 자라 오늘은 전혀 아니다. 정상 나무그늘에서 찬물을 마시려하나 모두들 물은 사라지고 얼음만 들어있는 통을 바라보며 아쉬워한다. 10여분 휴식을 취한 후 덕갈고개를 향하여 내려가는데 전망바위를 좌측에 두고 그대로 빠르게 지나친다. 계속 진행하여 헬기장봉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그대로 진행하여 태풍으로 어지럽게 널린 나뭇가지를 피해가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임도가 나타나는데 길이 애매하고 표지기도 눈에 안 띄어 숲이 시작되는 소나무에 철길산우회 표지기를 한개 걸어둔다. 후미가 찾기 쉽게……. 임도에서 잠시 더 내려가면 다시 짧은 임도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잠시 걸어서 내려가면 덕갈고개가 나온다. 더위는 사정없이 찌고 마땅한 장소가 없어 다시 오던 길을 약 50여 미터 되올라 소나무와 참나무 그늘이 좋은 길 가운데 자리를 펴고 식사준비를 한다.
여기서 여산님이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고 태산님도 아예 퍼지기 직전이라 하고 평소 잘 걷던 정홍석님도 표정이 창백한 채 앉아있고 변함없는 분은 임계근님과 강원산악회 총무님이 지친기색이 없는 상황이라 우선은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한 후 고개아래 약 200여 미터 계곡에서 시원한 식수를 길어와 채우고 나니 모두들 표정이 나아져 도덕고개까지 가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덕갈고개는 옛날 논에 갈풀(참나무 잎)을 뜯어다 거름을 할 때 고개에 갈풀이 많아서 덕을 본다고 해 마을 사람들이 덕갈고개라 하였다 한다. 덕갈고개 안부에서 바로 직등을 하지 않고 어느 집안 묘지를 조성 한 곳까지 가서 묘지 가운데로 능선을 향하여 올라 주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일단 도덕고개까지 목표를 잡으니 서두를 일도 없고, 가장 더운 시간이라 천천히 진행을 한다. 첫 번째 520봉에서 방향은 우측으로 틀어지고 잠시 약40여 미터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면 고마고마한 봉우리이고 잠시 쉬다 다시 진행하여 세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면 540봉이고 또 걷기를 한참! 562.8봉에 도착하는데
멀리서 천둥소리도 간간이 들려오고 정상부 아래에서 잠시 쉰 다음 계속 진행을 하여 고개에 내려선다. 드디어 도덕고개에 도착하였으나 오늘은 여기서 아쉬음을 남기고 종주를 마감한다.
앞으로 4시간정도를 더 진행하기는 체력이 달리고 시간상 무리이기 때문이다. 휴일 오후라 차량이 무척 많이 서울을 향하는데 드디어 기다렸다는 듯이 천둥과 번개가 치며 소나기가 쏟아진다. 정상적인 진행을 하였다면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었다. 차량이 도착하여 고개를 내려가 풍수원 성당 앞을 지나는데 앞이 안보일정도로 쏟아지는 소나기와 차량이 울릴 정도의 천둥번개는 혼란함의 극치였다. 아쉽지만 더위와 잡목에 시달린 우리는 그나마 급작스런 뇌우를 피한 것을 다행이라 안위하며 춘천을 향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