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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는 1,000불의 상금이 걸린 청소년 문학상이 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올해 4회를 맞는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이 글짓기 대회는 기독교인 초중고 대상이기에 신앙심이 돈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만만하지 않은 중요한 목표 지점이 있고, 한글 작품이야만 응모가 가능하다. 부디,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을 종교에 구애받는 행사라고 선입견을 품지 말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의 2세, 3세 자녀 가운데 한글로 시를 짓거나 수필을 쓸 수 있는 청소년의 비율이 낮을 것은 자명하다. 반대로 한글 실력이 출중하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동기가 낮은 경우도 있다. 예함 글짓기 대회를 참관하면서 느낀 점은 해외에 거주하는 750만 재외동포의 주제 중의 하나임을 확신하였다. 한인이 해외에 거주하면서 의지하는 대상은 종교이고 그 모임 안에서 친구를 만나고 교제하여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어 신앙의 세계는 이민자에게 마음의 친정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짓기 대회를 시작한 줄리아 헤븐 김은 (사)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와 현대시문학 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수필가이다. 현대시문학에도 예함의 글이 실리고, 지난 3월에는 수필집 <썸타는 여자>가 출간되었다. '예함'은 '예수님과 함께'의 준말로 줄리아 헤븐 김의 아호다. 불교를 믿는 집안의 자녀였던 예함 줄리아는 2007년 세례를 받으면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어머니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줄리아 헤븐 김의 두 아들 또한 이듬해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가족의 이름에서 한 가지 더 공통 분모를 나누게 된 세 사람은 생일을 기념하듯이 세례 기념일이 찾아올 때마다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였다. 생일 파티를 하는 대신 일정 비용을 기부하자고 약속했고 그렇게 세 사람의 기부 여정은 빅토리아 한인 유학생(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빔밥을 제공하였고, 노숙자 급식소에서 봉사자의 길을 열어주었다.
해가 갈수록 기부의 의미를 더하는 가운데 2018년도 11월 말에 이스라엘 성지 순례 가는 비행기 안에서 버킷리스트 세 가지를 작성하였고, 그 중 하나가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을 환갑이 되는 해에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을 제정하였고 캐나다의 기독교 청소년 글짓기 대회를 시작한 것이다.
예함은 문학상에 관해 "공모전에 응모하는 학생들은 대다수 이민 2세이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온 학생들입니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기 때문에 한글로 글을 써서 응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심사에는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중점으로 심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쓰는 수필이나, 수기가 아닌 반드시 한글로 작성한 글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오시온 학생의 시 '주는 나무'의 초고 사진,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10개월에 캐나다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가정에서 어머니로부터 한글을 배웠고 영어로 일기 쓰는 것을 즐겨하는 오시온 군은 한글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글을 지은 시라고 했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인 나무를 관찰하고 글감으로 선택한 오시온 군의 가정에서 배운 한글의 어휘력이 대단하다. 도입 전개 절정으로 빌드업하는 능력이 가히 본능적으로 보인다. 오시온 군의 동시 '그네'의 초고 사진을 보면 '제목'이라고 강조해서 써놓은 메모가 눈에 띈다. 문학적으로 고민을 했다는 증거다. 초등학교 2학년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노는 시간일텐데, 함께 노는 친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가운데 놀면서도 마음속에 간직한 신앙심의 고백이 하이라이트!
2021년 시로 도전했던 오시온 군은 2년 동안 한글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올해는 수필로 응모했다. 수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낭독하고 있는 오시온 군. 사진: 통신원
공모 작품은 양태철 문학평론가(계간 현대시문학 발행인)와 예함이 함께 심사했다. "글을 쓸 때 직관적으로 보는 세계가 아닌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취하는 시적 방식이 변용(變容)이다. 변용, 즉 탈바꿈의 방식을 사용하여 글을 도드라지게 만든 작품을 뽑았다."라고 심사의 기준을 소개했다. 사랑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민우(Burnaby North Secondary School 11학년) 학생의 수필 '새벽의 이슬처럼'에서 심사위원장이 뽑은 변용의 구간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무조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조용히 나아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1대1로 주님을 만나는 것, 진심으로 하나님께 내 마음을 전부 고백하는 것. 이날부터는 하나님을 향한 내 열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이다.
조민우 군의 문장은 속도감과 기상이 느껴졌다. 시상식 날 조민우 군은 행사의 호스트 못지 않은 잦은 등장으로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 이유는 3년 내내 공모전에 수필을 써서 지원하였고, 3년 내내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시상식에 참가하면서 큰 감명을 받은 조민우 군은 공모전 포스터 디자인을 자원했다. 조민우 군이 수년간 연마한 첼로를 연주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동생 조민선 군이 연주하는 공연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조민우와 조민선 형제의 음악 연주로 시상식장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사진: 통신원
조민우 군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본인 소개와 함께 이 문학상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소개 바랍니다. 포스터 제작을 제안하고 연주도 자원해서 하게 된 마음이 놀라운데요.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Burnaby North Secondary School에 다니고 있는 11학년 조민우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부모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시상식에 참가하고 이 문학상을 주최하신 예함님께서 하시는 이 일이 너무 의미 있는 것 같아서 작은 것이라도 조금이나마 도와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러 해 참가하면서 해마다 발전했다고 느끼거나 배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 3년 연속 지원하면서 매번 제 신앙도 되돌아보고, 글에도 조금씩 발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한글을 사용해서 글짓기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또 크리스천 문학상의 의의를 찾는다면요?
- 타지에 나와서 이곳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글을 알고, 민족의 혼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끊을 수 없는 정체성의 일부니까요. 특히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인교회를 다녀서 교회와 관련해서는 한국어가 더욱더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이 문학상을 통하여 이곳에 있는 기독교인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고 신앙을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기회가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고 발전시켰나요? 한글학교를 다녔나요? 한글학교에서 배운 점과 한편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저는 7학년 때 캐나다에 와서 한국어는 이곳에서 추가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한글학교에서 봉사하면서 아무리 한글학교를 다니더라도 각자 가정에서 부모님의 노력이 아이들 한국어 교육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수상자들의 글을 듣고 느낀 점이 있다면?
- 이번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들의 글을 읽고 여러 나이대의 청소년들이 예수님과 만난 특별한 이야기에 많은 은혜와 감동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교류가 더욱더 활발해져서 이곳의 크리스천들이 더욱더 하나 되고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함은 4회를 맞는 공모전에 대한 성과로 학생들의 한글 실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처음에 시로 응모한 학생이 2년 후엔 수필로 응모해요. 거의 대다수가 그만큼 한글이 늘어간다는 뜻이죠. 처음 도전하는 저학년은 거의 시로 응모하고, 고학년은 수필로 도전해요. 최유나 학생은 1회 때 시로 응모해서 낙방했는데, 3년 만에 수필로 다시 응모해서 믿음 상을 수상했어요."
수필 '마가복음 9장 23절'로 믿음 상을 수상한 최유나 양, 시 '카스텔라'를 낭송하는 강하음 양, 사진: 통신원
시 '따뜻한 이불'을 낭송하는 백여원 양, 예함 문학상 1회부터 3회까지 참여했다는 김시온 군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시우 양의 글을 대신 낭독했다.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왔고 한글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는데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고 유창하여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 통신원
단기 선교여행 일정과 겹쳐 시상식에 불참하여 따로 시상식을 가진 이시우 양과 아버지, 사진 출처:예함
안젤리나 박 권사가 축하연주를 했고, 임윤빈 장로가 격려사를 해주었다. 시상식 장소를 후원한 밴쿠버 평안교회의 김대섭 목사와 사랑상을 받은 조민우 군의 어머니가 준비과정에서 느꼈던 은혜를 나누었다. 장민우 장로도 한국어를 지키며 믿음의 글쓰기를 하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또한 심사평 대독은 황하진 학생의 어머니가, 오시온 군의 아버지가 피아노 연주와 축가를 더해 예함 크리스천 문학상 시상식은 가족 모두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제4회 예함 크리스쳔 문학상 주인공들. 사진: 통신원
예함은 "신앙을 표현하는 어린 학생의 은혜로운 시를 감상하며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은 한 번도 응모를 안 한 학생은 있어도 한 번만 응모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한글 향상뿐만 아니라 믿음이 자라가는 모습 또한 엿볼 수가 있어서 문학상을 제정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전했다.
일련의 모든 행사 내용을 문의하고 자료를 구하는 가운데 예함 줄리아 헤븐 김은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으며 사람들과 나눴던 응원의 문자, 사진들을 소중히 여겨 모두 공유하고 싶어 했다. 공모전에 참가하신 부모님마다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상을 마련해준 예함께 감사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전했다. 일일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을 볼 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뜨겁고도 열정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의 에너지는 과연 대단하구나 싶었다. 여기가 한국 땅이 아니고 캐나다 땅이기에 한글로 쓰이는 모든 시와 모든 수필은 보석처럼 빛난다. 더욱이 서툰 한글이어서, 정성과 소망이 담긴 한글이어서 더욱 빛이 난다.
연필로 꼭꼭 눌러 적은 동시 '알록달록 캐나다'는 3회 때 정하은 학생의 작품, 초등학교 5학년 황하진 군이 수필 초고 원고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반듯반듯한 한글이 아름답다. 사진 출처: 예함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 2023.5월 기고문
글번호 3285번
원문보기 : https://study.korean.net/servlet/action.cmt.ReporterAction?p_tabseq=143&p_menuCd=m41101
첫댓글 모처럼 김진아 선생님의 기사를 보며 뭉클합니다. 2024년 올해로 벌써 제5회로 접어드는 문학상을 보며 5년 전에 주저 했다면 어쩌면 아직도 시작을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한번 취재해 주신 김진아 기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