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폭력인가 환대인가 - 포스트 모던 시대의 개혁주의 속죄론
저자: 한스 부르스마
역자: 윤성현
출판사: 기독교문서선교회(CLC)
원제목: Violence, Hospitality, and the Cross (2004)
열심히 페이퍼를 쓰고 있어야 할 지금, 잠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십자가: 폭력인가 환대인가 - 포스트 모던 시대의 개혁주의 속죄론 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스 부르스마입니다. 리젠트 칼리지 제임스 패커 석좌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리젠트 칼리지가 자랑하는 세계적 신학 교수 중 한 명입니다.
그의 프로필은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그의 주관심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그는 개혁주의 전통에 서 있는 학자입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청교도 전통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대적 상황 가운데서 청교도의 재정립과 가치 재발견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특별히 청교도 전통이 대답하기 힘들어하던 질문들에 과감히 뛰어들어 그 전통 속에 내려오던 대답들을 다시금 재정의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으로 인하여 그는 교부학에 많은 관심을 쏟습니다. 청교도의 전통도 분명 교부시대로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보는 그는 청교도 전통이 가지고 있던 가치의 재정립을 위하여서는 교부들과의 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리하여 그는 현대 철학과 상황 가운데서 교부학과 청교도 전통, 카톨릭과 청교도 간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성실히 연구하고 공부하여 그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관심과 연결점들이 모여서 나온 책이 바로 십자가: 폭력인가 환대인가 입니다. 지금 현재 1장까지 읽었는데요, 그는 현대철학자인 자크 데리다와 레비나스가 가지고 왔던 폭력과 환대의 개념에 포스트모던적인 철학과 상황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즉 현대적 상황이 폭력과 환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청교도 전통이 품어왔던 이중예정이나 그리스도교가 오랜 전통으로 믿음으로 고백하는 속죄의 이야기가 현대 모던 철학자들이 제기하는 폭력과 환대의 상관관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다시금 재조명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관심은 지극히 정당하고 아주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에서 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행하셨다고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하는 그 속죄의 이야기가 얼핏 보았을 때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께 가해진 폭력으로 하나님께서는 온 사람들과 그의 피조물들을 용서하시는, 따뜻하게 다시 맞아주시는 환대의 모습을 취하고 계십니다. 이런 모습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폭력이 과연 환대를 위하여 필요조건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폭력의 모습을 취하지 않는 환대의 모습은 없는 것인가? 제가 부르스마의 논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아마 데리다나 레비나스가 질문하는 것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특별히 유대인출신의 철학자로서 레비나스가, 한 때 존경했고 받아들였던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히틀러 정권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폭력과 환대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의 정의를 다시 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인간들의 삶에서 진정한 환대는 무엇인지,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틀 안에서 판단하고 정의내리는 폭력을 취하지 않고, 진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진정한 타인으로 인정하고 따뜻하게 대접하는 환대의 필요성에 대한 그들의 강조점은 현대 그리스도교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가 기본적으로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진정한 환대의 모습을 제대로 취하기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통하여 하나님의 세상을 환대하시는 모습이 다시 등장한다는 전통적인 속죄교리가 현대 철학자들이 바라는 그런 환대의 모습과는 사뭇 멀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스 부르스마는 이런 현대철학적 질문과 사고들에 대해서 과연 폭력을 한 종류의 범주에 국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어본 다음에 말할 수 있겠지만, 한스 부르스마의 주요 논지는 '아이가 쇠젓가락을 들고 전기 콘센트 구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을 제지할 때 나타나는 것은 일단 한 사람의 자유의지를 막는 것에 있어서 폭력이지만 그것이 보통 사람들이 인식하는 그런 폭력의 범주와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세상을 환대하시는 속죄의 모습 가운데서 폭력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그 폭력은 많은 사람들이 피하고자 하고 나쁘다고 말하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폭력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논지는 교부들, 특별히 이레니우스와 연관하여 그것이 단순히 그리스도교 중간 시대의 한 전통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초대 그리스도교로부터 흘러 나온 것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연구는 이 책이 단순한 사고적 작용을 통해서 나온 것이 아닌 치밀하고 정말 깊이 사고하고 자료들을 찾아보는 가운데서 나온 것임을 반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제가 이 책의 주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리스도교의 배타성에 대한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의 배타성에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왜 그렇게 구원이 예수님 한 분에게만 있는가? 왜 그리스도교는 다른 종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리스도교만 오직 단 하나의 참된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안달하고 때론 폭력을 가하는 것인가 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씀드린다면 현대사람들은 복음전도를 폭력으로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존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 철학이 이야기하는 환대하고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포스트모더니즘, 종교다원주의 그 모든 것이 환대에 대한 현대적 요구와 일정 부분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그리스도교는 아들 예수님을 통한 오직 단 하나의 구원, 즉 아들 예수님에게 가해진 폭력으로서의 하나님의 환대를 이야기합니다. 속죄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를 가진 이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바라는 진정한 환대의 모습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대 철학자들이나 대중들에게 그리스도교는 그들이 바라는 진정한 환대를 태생적으로 전해줄 수 없는 종교일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현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그리스도교는 다시금 본인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하나님의 환대가 무엇인지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그리스도인들이 인지할 수 있을 때, 즉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인도하고 계시다는 유일신적 섭리 사상 가운데서, 모든 것을 아들 예수님 안에서 구속하시고 새롭게 회복하고 계시다는 성례전적 존재론 사상 가운데서, 폭력과 환대의 그리스도교적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운데 필수적이다는 것입니다. 현대 세상이 바라는 환대의 의미와 그리스도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 환대의 차이점을 올바로 인식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진실로 온전한 복음전도를, 빛과 소금으로서, 왕같은 제사장으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스 부르스마의 작업은 그렇기에 매우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제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한스 부르스마 자체가 그렇게 녹녹한 교수는 아닙니다. 리젠트에서 가르칠 때도 한 텍스트를 가지고 쉽게 요점을 정리하여 전달하지 않고 그 사상의 근원이 되는 사람들의 글을 아주 다양하고 많이 읽게끔 커리큘럼을 제시할 정도로 매우 깐깐하고 철저하게 공부를 하게끔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리젠트 칼리지에서 매우 신망을 받고 있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즉 이 사람의 글 논지를 제대로 이해할 때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다시금 재정립이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폭력과 환대의 상관관계, 교부학과 청교도 신학, 그리고 현대 철학에 아우르는 진지한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는 바입니다.
(참고)
다음은 한스 부르스마가 지난 2년 동안 가르쳤던 과목들 목록입니다.
Seminar: Beatific Vision
Theology I,II
Culture Theology
History of Christian Doctrine
Spiritual Interpretation of Scripture in the Church Fathers
Th. M Semianr: The Sacramentality of Beauty in Arts and Literature
교부학과 청교도 그리고 현대 철학간의 상관 관계를 깊이 있게 연구해 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리젠트 칼리지로 오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다만 그가 요구하는 학문적 접근 방법이 진중하고 많은 연구 양을 요구하기에 영어를 좀 더 잘 준비해서 오시면 매우 귀중한 결과들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삼위 하나님과 함께 모든 마음의 개혁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