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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알고 속은 모르는 DCC의 비밀
외국여행 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편해졌죠.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최소 몇백 원에서 최대
몇만 원까지 차액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주의하지 않으면 손해보기 십상인 DCC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요.
외국여행 시 예전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늘었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편해지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주범이 바로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입니다.
DCC란 외국에서 결제 시, 신용카드 발행국가의 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대단히 편리한 서비스죠.
아마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 현지 화폐가 아닌 원화(KRW)로 결제해 본 경험이 있을 거에요.
이것이 바로 DCC인데, 편리해 보이는 외국결제 이면에는 대단히 불쾌한 꼼수들이 숨어있습니다.
원화(KRW)로 결제했으면, 카드에 결제된 금액이 제대로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환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중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국제카드사는 달러(USD)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유럽에서
유로(EUR)로 결제했다면, 유로(EUR)-> 달러(USD)-> 원화(KRW)의 환전 과정을 거쳐요. 그런데 DCC를 통해서
원화(KRW)로 결제했다면, 유로(EUR)-> 원화(KRW)-> 달러(USD)-> 원화(KRW)의 환전 과정을 거칩니다.
환전 단계가 한 번 더 늘어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처음 유로(EUR)-> 원화(KRW)로의 적용환율은 그 뒤로 이어지는
환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래도 이런 DCC 결제에 대해서
선택권을 주는 곳은 꽤 양반인 곳입니다. 위 사진은 스위스의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자 할 때 나온 화면으로, 스위스 프랑(CHF)과 원화(KRW) 사이에서 고르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어요.
여기서 2번 원화(KRW)를 선택하면 바로 DCC 결제를 하게 돼요. 근데 문제는 이렇게 선택권이라도 주는 곳은 다행이지만,
저런 것과는 상관없이 바로 원화로 DCC 결제를 해 버리는 곳이 많습니다. 다만, 결제하는 직원이 이해가 부족해서
(혹은 고의로) 원화로 결제했을 경우, 취소하고 다시 현지 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주로 중국, 홍콩, 동남아 지역의 호텔과 식당, 쇼핑몰 등에서 그런 일을 겪는 때가 많은데, 특히 중국이 유명해요. 대부분
위 사례처럼 다시 현지 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중국 등지에서는 아예 POS 자체에서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DCC로 결제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점원도 취소하거나 재결제할 방법이 없어, 그냥 DCC 금액으로 결제해야 해요.
그래도 영수증을 보면 어느 화폐로 결제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일단 결제를 하고 양 전표에 DCC를 원하지 않았음을
적고 한국에 와서 클레임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더 웃긴 경우는 분명 기계에서는 현지 화폐로 결제를 했는데, 승인은 원화로 나는 경우에요. 이 경우에는 어떻게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아서 당하기에 십상이죠. 그러므로 이런 DCC를 피하기 위해서는 꼭 결제 내용을 문자로 받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달에 몇백 원 하지 않고, 외국 로밍 시에도 문자는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카드 도용사고뿐만 아니라
DCC의 내용을 판단하기에도 좋아 굉장히 유용한 서비스에요.
위 사례는 제대로 현지 화폐로 결제된 내용이에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씨티카드로 결제했고, 정상적으로
말레이시아 링깃(MYR)과 싱가포르 달러(SGD)로 결제가 진행되었죠. 이 경우에는 DCC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제대로
결제가 된 경우입니다.
그럼 DCC가 적용된 사례를 보도록 하죠. 위 3건의 결제내용은 모두 스페인에서 결제된 것으로, 첫 번째 결제내용은
원화(KRW)로 54,368원이 결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두 개의 내용은 정상적으로 유로(EUR)로 27.98과
65.00이 결제되었습니다. 이렇게 문자를 통해서 DCC로 결제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요.
위 금액은 호텔에서 결제한 금액이었는데, 체크아웃하면서 결제한 것이 DCC였음을 다음날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묵었던
호텔로 다시 가서 재결제를 요청했죠. 덕분에 즉시 취소가 아니라 다음날 취소된 것으로 되어 가격을 비교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 DCC로 결제된 금액은 54,371원이었습니다. 왜 문자가 왔던 54,368원보다 3원 늘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마저도 최종 금액이 아니었고 카드사에서 최종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55,038원이었습니다. 위 금액이 -로 표시된 건
취소돼서 다시 그 금액이 빠져나간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취소가 되고 다시 원래 금액이었던 37.65 EUR를 현지
화폐(EUR)로 결제하자 최종 금액이 52,596원이 되었습니다. DCC로 결제되었을 때와 현지 화폐로 제대로 결제되었을
때의 금액 차이는 무려 2,442원이었어요. DCC로 결제하면 현지 화폐로 계산했을 때보다 무려 4.6%나 되는 금액을
더 내게 되는 것이죠.
근데 이 비율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에요. 이 호텔 말고도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묵었던 호텔에서는 더 심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원래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브랜드 수수료 1% 및 환가료 0.2%를 포함해서 302,494원이었어요.
이 역시도 DCC로 결제된 것을 확인하고, 취소하고 재결재를 했을 때 최종적으로 결제한 금액입니다. 처음 DCC로
결제되었을 때 금액은 340,139원이었고, 실제 카드사에 청구되었던 금액은 344,456원이었죠. 차액은 무려 41,962원이었는데,
이는 무려 13.8%나 더 내야 하는 무시무시한 결과였습니다. 이 경우에는 뒤늦게 알아차려서 결제취소와 재결제기간이
약 1주일이었는데, 그 사이의 환율 차이가 약 15원 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 환율이 미친 영향은 1% 정도 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정말 큰 금액 차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소개한 DCC를 알 방법으로 문자 알림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고 했는데, KB국민카드는 결제에 적용된 화폐와
상관없이 무조건 달러(USD)로 문자가 옵니다. 유로로 결제하건, 싱가폴달러로 결제하건, 바트로 결제하건,
원화로 결제하건 무조건 달러(USD)로 문자가 오기 때문에 DCC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 DCC는 현재 마스터카드(Master Card)와 비자(Visa)에만 적용되며, 그 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JCB, BC글로벌카드, 디스커버(Discover), 은련 등의 카드는 DCC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카드별 수수료는 마스터카드 1%, 비자 1%,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4%, JCB 0%, BC글로벌카드 0%, 디스커버 0%,
은련 0%에요. 그리고 별도로 카드사에 따라 환가료로 약 0.2~0.4% 정도를 추가로 부과합니다.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카드가 마스터카드와 비자인 만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DCC를 해결할 수 없는 순간이라면 1.4%의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어요.
물론 0%의 수수료를 제공하는 카드들은 사용 가능한 곳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수수료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해당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에서 발행하는 카드 중 외국 결제를 하면
수수료보다 더 높은 2~4%에 가까운 포인트(또는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들이 꽤 있지만, DCC의 마수에 걸린다면
그렇게 적립한 포인트도 사실상 마이너스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포인트 적립 등의 유용함으로 인해 꼭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면, DCC의 여부를 항상 확인하면서 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다른 카드를 써도 된다면 대안이 되는 카드를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고요. 이 부분은
외국에서 직접 결제를 하는 것 이외에도, 페이팔을 통하거나 외국 쇼핑몰 등에서 직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결제 전에 꼭 이 부분들을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