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blemaker and troubleshooter
어느 노(老)신부님의 강론 중 다음과 같은 말씀이 생각납니다.
"수 천명의 신자들 중에서 말썽꾸러기 한 두명 없는 성당이 어디 있으며, 만약 말썽꾸러기가 한 명도 없는 성당이 있다면 그 성당은 죽은 공동체이지 어찌 살아있다고 하겠습니까? 옛날 유럽의 수도원에서는 말썽꾸러기 수사가 한 명도 없으면 그 수도원의 원장님은 이웃 수도원에 가서 사정하여 빌려서라도 데려왔다고 합니다."
5년 전에 제가 컴맹을 탈출하여 본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무렵 저희 본당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누나의 ID로 다른 성당의 굿뉴스 정팅 대화방에 들어가 대화를 하다가 욕을 하고 나오는 말썽을 저질렀습니다. 그 성당의 네티즌들이 화가 나서 저희 성당 게시판에 세 명이 연이어 "이럴 수가 있느냐"라고 항의의 글을 띄웠습니다.
저도 궁금하여 그 성당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더니 저희 성당 홈 페이지 관리자 형제가 사과의 글을 띄운 것을 보았습니다. 곧 이어 다른 청년교사와 부제님의 글도 올랐습니다.
세 사람이 조사하여 해결한 결과에 의하면 ID의 주인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고, 이 여학생이 중학교 2학년 남동생에게 자기ID를 쓰게 했다고 합니다. 그 남동생이 잘못을 사과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 조그만 이 사건은 해결 되었습니다. 작은 사건이지만 앞으로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의 여러 문제점을 잘 나타내준 것 같습니다.
영어로 Troublemaker란 단어는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키는 말썽꾸러기를 뜻 하는 말입니다. 이와 반대로 Troubleshooter란 말썽꾸러기가 일으킨 말썽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즉 좋은 의미의 ’해결사’ 입니다.
앞에서 누나의 ID를 빌려 써서 말썽을 일으킨 중학교 2학년 학생이 Troublemaker라면 그 학생을 찾아내서 사과하게한 두 사람의 젊은 교사와 부제님은 Troubleshoo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들이 밖에서 사고를 친 것을 아버지가 피해자를 만나보고, 경찰서에 불려다니는 둥 온갖 고초 끝에 해결하였으면 아들이 Troublemaker이고 아버지는 Troubleshooter 입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아무에게나 이상한 말과 행위를 하여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공동체의 분위기를 깨는 Troublemaker가 있는가 하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을 돕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Troubleshooter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국내 정치무대나 국제사회에서도 누구라고 말은 안해도 말썽과 분쟁을 일으키는 Troublemaker가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이나 단제, 국가가 저지른 말썽과 분쟁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Troubleshooter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느님 앞에서 말썽꾸러기(Troublemaker)들 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가 저지른 말썽을 해결해 주시려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도토리 키재기같은 다툼이나 보기싫은 말썽을 저지르지 말고, 살아가면서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며 자기를 낮추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화시켜,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열심히 봉사하고 활동하여 하느님의 은총에 보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