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항에서 사들고 온 회로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고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펄펄 날리고 있다.
눈 위에 글자도 몇 글자 써보고 발자국 남겨보지만 그 위로 눈이 쌓여 이내 지워져버린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눈발이 더 날리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사람이 앞 일은 어찌될지 모른다고 여기가 제주라는 것을 깜빡 있고 너무 멋지고 아름답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원래 오늘은 곶자왈 잠깐 걷고 사려니숲이나 용눈이오름 정도 걷고 저녁에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였는데
점점 굵어지는 눈발로 계획이 완전 뒤바뀌어 버린다.
대장이 차가 있는 곳으로 가보더니 눈이 너무 와 안되겠다며 일정을 바꿔야 할것 같다고 짐을 모두 챙겨 나오란다.
▲ 점점 굵어지는 눈발...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제주, 7년 만에 한파주의보, 제주 전역 대설주의보. 대설 특보...한라산 입산 전면 통제...
나중엔 제주공항 항공기 결항,,,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서울 올라가기는 틀린 것 같다.
▲ 이동 중 풍경...
▲ 비자림 입구
차를 천천히 몰아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으로 간다.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때로는 정신건강에 이롭다...ㅋㅋ
국내 최대의 비자나무 숲 비자림...
면적 448㎢.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라고 있어 단일 품종 군락으로는 그 규모가 세계 최대로 꼽힌다.
최고령 나무는 900살에 육박하고 두 번째는 2000년 ‘새 천년 나무’로 지정된 비자나무로 수령은 800살이 넘는다.
이때문에 구좌 비자림은 ‘천년 숲’으로 불린다.
제주의 비자림은 옛날 마을 제사에 쓰이던 비자나무 열매가 사방으로 흩어져 군락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침엽수로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중남부에 분포한다.
느리게 자라기로 유명해 100년 지나야 지름이 20㎝ 정도밖에 크지 않는다.
대신 목재의 재질이 치밀하고 고와 건축, 가구, 바둑판 등의 고급 재료로 쓰였고 씨앗은 구충제로 쓰였다.
지금은 휴양림이 더 큰 목적일 것이고...
고려와 조선에 걸쳐 비자는 주요한 진상품이었고 이에 따른 애환도 많았다 한다.
특히 조선 후기 세제가 문란해져 흉년과 풍년에 무관하게 일정량의 비자를 징수하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비자나무를 일부러 베어버려 구좌읍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산재(화산송이)로 만들었다는 보행로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아이젠과 스틱은 사용 금지라해서 차에다 두고 내린다.
1999년 숲 가꾸기 사업 대상이 된 이후 비자나무만 주로 남기고 그를 덮던 덩굴식물과 다른 나무들은
상당부분 제거했다고 하는데도 숲에 들어서자 초록이 가득한게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어느 열대 원시림에 와있는 느낌이다.
서울 겨울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초록과 흰 눈의 공존이다.
초록잎에 살포시 내려앉은 흰 눈...
이런 푸르름 속에서는 흰 눈이 이방인이여야 할텐데 이곳에서는 묘하게도 잘 어울리며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 나무마다 번호가 달려있어 관리되고 있다.
▲ 나무 둘레가 어찌나 큰지 내가 팔을 벌려도 한번에 안을 수가 없다. 폭 안으려면 아마도 서너명은 필요할 듯 싶다.
▲ 기생인지...
▲ 공존인지...
▲ 초록과 흰색의 공존... 이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간다는 것이 대견하고 그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 800살이 넘는다는 '새 천년 나무'...
▲ 흰 눈 쏟아지는 돌담길이 정겹다...
▲ 이들을 만난것이 내겐 크나 큰 행운...
▲ 벼락맞은 비자나무
▲ 다시 입구로...
▲ 더 굵어지는 눈발...
내일 어찌되든 오늘이 즐거우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