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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초·중등학생이 10만명을
넘어섰다.일부에서는 이를 ‘교실의 붕괴’로까지 표현할 정도.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를 왜 이토록
기피하는 것일까.어린 마음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시험지옥,이지메(동료들의 집단적인 괴롭힘),창의력이나 분석력같은
인간의 전반적인 능력의 발굴보다 기억력만으로 인간을 평가하려는 교육
풍토 등.
- 물론 이런 환경은 지금의 어른들이 학교를 다니던 때와 다를바가 없었으며
그럼에도 등교 거부는 극히 소수에 머물렀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다만
옛날과 다른 것은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비해 교육환경이 이에
적응하지 못한채 몰개성적이고 획일적인 가르침·배움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점일 것이다.
- 전후 일본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은 대량생산을 위한 공업화사회에 어울리는
일꾼의 양성이었다.이를 위해서는 개성형보다 균질적인 지식으로 무장된
평균형·집단형 인간이 요망됐다.교사들은 이에따라 수학실력은 뛰어나지만
국어실력이 모자라는 학생에게 수학책을 덮게하고 국어를 더 가르침으로써
둘 다 평균점수에 도달하도록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겨왔다.
- 이런 교육체계는 후기자본주의사회 즉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벽에
부딪치고만다.여전히 과거의 인간상을 고집하는 교육과 개성·창의력을
요구하는 사회가 양립하지 못한채 마찰형 탈락생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 교육당국의 행정개입도 일선교사들의 개혁의욕을 꺾는 요인중
하나다.예를들어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과정.현대가정의 모습이 기존의
부부와 자식을 중심으로한 형태에서 편부모,독신,동거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실은 가정교과서가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 일본에서도 이런 교육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최근 중등교육심의회가 문부성에 제출한 보고서는 교육내용의
절대량을 축소하는 한편 학생의 과목선택권,반복학습을 위한 시간적 배려 등
여러가지 바람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량적 수준에 머무는 것.
- 때문에 근본적인 교육개혁으로 일본사회를 21세기에 적응시켜가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자체에 대한 선택권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재단법인 사회경제생산성본부
사회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쓰쓰미 세이지 세존그룹회장)는 최근
‘선택·책임·연대의 교육개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제 더 이상
교육당국이 교육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학부모와 교사를 신뢰하면서 자체적
모색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교장에게 학교 경영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이와함께 학군제를 폐지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학교를 고르게 함으로써 좋은 교육을 위한 경쟁을
촉발시켜야한다는 내용이다.우선 교장은 이러이러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공개하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희망과 취향을 고려해 어울리는 학교를
선택한다.교사들은 공감할 수 있는 교장 아래로 모여든다.
- 이렇게 해서 학교안에는 이상을 내건 교장과 거기에 공감하는 교사,해당
학교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간의 ‘연대’가 이뤄진다.이 과정에서 실패한
교장은 학생 모집에 실패하게 되며 자연도태될 수밖에 없다.선택과 그에따른
책임,이 두 과정이 묶여서 하나의 연대가 이뤄지는 배움터를 통해 교육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맥락이다.
- 학교의 선택과 이를 통한 학교간의 경쟁은 미국의 자유주의경제학자인 밀튼
프리드먼이 자신의 저서인 ‘선택의 자유’에서 자세히 소개한바
있다.프리드먼의 주장은 지나치게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그후 오랫동안
이론의 범주에 머물러왔으나 21세기를 앞두고 전면적인 재조명을 받을때가
오지 않았는가 여겨진다. <이신우-駐日특파원> 문화일보.98/08/22 -
* 한국의 교육제도
-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1994년 3월 회사 이름이나 슬로건에 영어를 포함해
외래어를 쓰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어길 경우 3천5백달러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한 나라의 최고위급에 있는 사람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던 것을 고려할 때, 전유럽이 컴퓨터와 정보통신산업계에서 그처럼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정보화는 모든 부문에서 문자 그대로 지구촌적으로 국경을 초월해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전세계의 비행기 운항 통제에서 영어는 이제
지구촌 전체에서 통용되는 방언이 된 것이다.
- 디지털시대에 정보전달의 기본단위인 비트(Bit)는 세관 통과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법이 없다. 정보덩어리인 이 비트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필지의 칼럼이 연재되고 있는 잡지
‘와이어드(Wired)’는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윌리엄 기번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은
디즈니랜드 같은 나라’라고 평가됐던 싱가포르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음에도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만큼은 자유롭다.
- 역사상 수많은 예술적·산업적·知的(지적)운동들이 國粹的(국수적)
혹은 인종적 세력에 의해 추진되어 왔고, 때론 그것들이 대단한
성과를 보여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디지털 시대의 혁명을
위해서는 이러한 국수적 인종적 운동들은 적절치 못하다.
- 심하게 말하면 그러한 국수적 감정들은 구시대적이며 유치한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 시대를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딱딱한 연극’
이라기보다‘록(Rock)음악’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어떻게 평가했는지 모르지만 프랑스의 록스타 자니 할리데이는
결국 영어로 노래하도록 허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유럽이 문화의 선봉장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면, 유럽은 먼저 높은
말안장에서 내려와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미래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의 방향을 잘못
잡아나가고 있는 문화부 고위층부터 갈아치워야 할지 모르겠다.
- 자크 아탈리는 38세때부터 12년간이나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미테랑이 ‘개인용 컴퓨터(PC)’라 부르며
아꼈던 자크 아탈리는 유럽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세상 만물에 대해 무려 17권의 책을 썼다. 아탈리와
같이 현명한 사람이 왜 디지털 세대에 합류하지 못했을까?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같이 프랑스도 위로부터의 권위가
아래로 전달되는 수직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수직적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 자리를
외부의 도전으로부터 지켜나가는 습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행태는
무엇인가를 구축해 나가고, 창조하고, 꿈꾸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젊은 기업가들을 위한 인센티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과 비교해 볼 때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 어떤 위험을 이중으로 막는 것은 인류의 지혜이다. 일반적으로
연장층들은 안정과 자리의 확고함을 희구한다. 발레 무용수, 스키
활강선수, 수학자들은 대개 30대의 나이에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 최고경영자와 국가 지도자들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경륜이 쌓이게 된다. ‘지도자’라는 단어는 일정 수준 이상의
나이를 전제한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알렉산더 대왕과 같이 빌
게이츠의 현재 나이보다 9년 어린 나이에 사망했으면서도 당대의
뛰어난 지도자였던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 필자는 1968년 5월 파리에 간 적이 있다. 당시 필자 나이 또래의
프랑스 대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프랑스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필자는 자신에게 물었다. “왜 우리 미국 대학생들은
자기 만족속에 빠져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하고.
그로부터 14년후, 필자는 직접 프랑스 대통령을 돕는 일을 하게
됐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미테랑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참모들은 아마 1968년 당시 시위대에 합류해 최루탄 가스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던 사람과 동일한 인물들일 것이다.”
- 미국 밖의 사람들은 필자에게 종종 왜 정보통신계열에서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주로 미국에서만 탄생되고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필자는 이때 미국이 젊은이들을 신뢰하며 각기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들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미국 문화와 여타
문화와의 진정한 차이점은 벤처 캐피털 제도에 있다. 유럽이나
일본은 미국식 벤처 캐피털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 미국식제도 아래서는 벤처 회사의 자금 담당자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아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벤처
자금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 회사는 계속 생겨나고 있고 투자규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에서는 컴퓨터 해킹의 젊은
천재들을 기업가로 변신시키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 이들 나라에서는 신규사업 진입비용도 더욱 높고 유통구조도
폐쇄적이어서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정도로 새로운
기업들을 일구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미국이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란 벤처 캐피털 자금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벤처 캐피털은 당연히 ‘투자 위험’이란 단어가 뒤따르며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이 성행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투자에 따른
실패도 기꺼이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벤처
캐피털 제도는 젊은이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필자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일반적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까지 그야말로
죽자고 일을 해서 결혼 생활까지도 파탄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이건 아니건 그러한 성공에의
집착은 많은 새로운 벤처들의 핵심 요건이다. 벤처 성공의 중요한
요건은 돈이 아니라 개인적 성취감과 정열이다. 이러한 것들은
동질적이고 구태의연한 사회의 권위주의 아래에서는 쉽게 좌절된다.
- 전직 일본 교육부 장관이 필자에게
“일본의 초등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자가 딱 한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고 물어온 적이 있다.
필자의 대답은 “교복을 폐지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인간의
다양성과 자유스런 발상을 방해하고 획일적 인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유럽은 일본에 비해서 유니폼을 덜 착용하고 있지만
교육제도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다. 단지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각 개인들의 특이성을 존경하고 개발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에서의 교육적 자유의 결핍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막았고, 知的(지적) 문화가 한곳으로 수렴돼 꽃피는 것을
저해했다.
- 반면 컴퓨터 아이디어란 전통적으로 자유롭고 문화의 교류가
왕성한 곳에서 탄생되고 있다. 1960년대 미국 MIT대학의 새로운
컴퓨터 아이어디어들은 ‘모델 레일로드 클럽’이나 ‘사이언스
픽션 소사이어티’들로부터 나왔다. 멀티미디어란 연극이나 음악,
영화촬영 등과는 전혀 다른 뿌리를 갖고 있다.
- 새로운 아이디어란 기존의 知的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종종 어떤 흐름의 맨끝에 존재하거나
여러 영역간의 기묘한 연결부문에서 발견된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과 같은 기관들이 기존의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근본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유럽에서는 대학이 주로 국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저항정신이 살아있기가 어렵다. 유럽의 국립대학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묵살하는데 익숙해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제
그들에게도 단순한 놀이터일 수만은 없는 지구촌 정보고속도로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문화일보. 97/11/21 -
* 고액 과외와 참회록
-『불법고액과외가 남긴 것은 가족간의 불화와 상처, 그리고 괴로움과
후회 뿐이었습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명예회장 전숙희(田淑禧·79·여)씨는 30일
서울 강남경찰서 불법과외 수사팀에 장문의 「참회편지」를 보냈다.
국내문단의 원로로 존경받아온 전씨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손녀딸을 H학원장 김영은(金榮殷·57)씨에게 보내 과외교습을
시켰다가 적발됐다.
- 200자 원고지 19장에 달하는 편지에서 전씨는 과외교습을 받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한 뒤
『손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에 저지른 잘못으로 가족간 불화가
일어나고 손녀에게도 상처를 입히게 돼 날마다 기도로 용서를 빌고 있다』
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 편지에 따르면 전씨는 손녀에게 고액과외를 시키게 된 것은 지난해
9월말. 전씨는 당시 아들 내외가 지방에 내려간 사이 강남 S여고
3학년이던 손녀의 학교를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담임교사 노모씨는
손녀의 성적을 걱정하는 전씨에게 『따로 배울길이 있다』며
『단시일에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넌지시
제의했다.
- 전씨는 다급한 마음에 그날로 담임교사가 소개한 학원을 찾아가
김영은씨를 만났다. 김씨는 수년간의 날조된 명문대 진학률을
보여주며 『우리학원 선생님들의 수업방법이 특수해 단기간에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전씨를 안심시켰다.
- 그러나 이튿날 전씨는 학원에서 보냈다는 청년이 두달간 단 세과목
과외교습비로 3,000만원을 요구하자 깜짝 놀랐다. 『최고 200~300만원
정도를 생각했었다』는 전씨는 학원측이 『과목당 500만원씩 모두
1,500만원까지 낮춰줄테니 싫으면 그만두라』고 해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전씨는 비상금을 보태고 부랴부랴 동료
문인들에게 빌려 과외비를 마련한 뒤 다음날부터 내켜하지 않는
손녀의 등을 떠밀어 김씨에게 보냈다.
- 그러나 며칠 뒤 이 사실을 알게된 아들이 『과외를 고발해야 할
어머니가 도리어 이런 일을 하다니 실망했다』며 화를 내는 등 화목한
가정분위기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씨는 『손녀가 지원했던 대학에
덜어진 것도 이같은 가정불화로 마음의 안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마음아파했다.
- 전씨는
『이후 고혈압과 심장병을 앓아 병원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이 사건이
사회문제화하면서 동료문인들의 따가운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나라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에 나마저도 내자식만 생각하고
「미친 짓」을 저질렀다』
고 참회했다.
- 전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편지를 쓰게되면 나의 연루사실이 널리 알려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있었다. 그렇더라도 나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이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경찰에 편지를 보냈다』
고 말했다.- 98/8/30. 한국일보-
* 스승
-박 정훈 -
- 딸의 불법 고액과외 물의 때문에 서울대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에 대해 동정의 소리도 없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총장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현실의 아버지’가 아니냐. 첫딸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전문대
진학조차 어려웠던 둘째딸을 동시에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는 것이다.
- 공부 가르치는게 죄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겠느냐, 대학 못가면
사람구실 못하게 하는 이땅의 교육풍토가 문제아니냐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다같은 부모의 고민에 수긍이 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냉엄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96년 총장으로 뽑힌 뒤 줄곧
불법과외로 병든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실태를 지적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온 그가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는 불법과외를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 선우총장이 주도해 왔던 개혁안도 학력우수자보다는 봉사정신과
창의력 지도력 등을 겸비한 학생이 높게 평가받도록 해 고교교육을
정상화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개혁의 기수’에서
‘부덕(不德)한 죄인’으로 전락해 버린 스승의 모습을 지켜보는
교수와 학생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 서울대총장이라는 자리는 ‘아버지로서의 사랑’보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도덕적 상징의 자리이기도
하다.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고교교육과 대학개혁의 운명이 걸린
직책이 아닌가.
선우총장의 사의표명 소식이 전해진 29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제개편 무시험 전형 등 총장주도로 이뤄져 온 서울대 개혁은
처음부터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이
교육개혁의 골격을 헝클어뜨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 98/8/30.동아일보 -
* 교육개혁
- 서울대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이 둘째 딸의 불법 고액과외 사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서를 썼다. 가족들은 선우총장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과외를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본인이 알았거나 몰랐거나에
관계없이 서울대총장이 교육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사퇴는
당연하다. 더구나 선우총장은 바로 직전까지 교육정상화를 외치며
서울대 개혁을 진두 지휘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 크지 않다.
- 선우총장은 서울대 역사상 불미스러운 개인문제로 총장직을 떠나는
첫번째 사례가 됐다. 이번 사건은 선우총장 개인적으로도 교육자
생명에 마침표를 찍는 불행한 일이 됐지만 서울대, 나아가 우리
교육에는 더욱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교육자로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대총장의 가정조차 고액과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가뜩이나 팽배해 있는 교육에 대한 불신풍조가 극에 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 이번 사건은 새 정부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학교나
교육자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개혁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자질 및 능력 문제를 제기할
것이 뻔하다. 특히 새로 도입될 교육제도는 자율권이 늘어난만큼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상당수 서민들이 현직 교사까지 개입된
이번 사건의 귀추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선우총장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아직도 과외에 대해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서울대총장 집안이
자녀에게 과외를 시킬 정도로 학부모들은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과외는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사건에서 이른바 ‘족집게과외’가
대학입시에서 성적을 올리는 데 그다지 효과가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교육당국은 당장 이번 수능시험에서부터 수천만원짜리 고액과외가
발붙일 수 없게 출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점은 대학입시도 예외가
아니다.
- 그동안 서울대 개혁작업을 주도해온 선우총장의 사퇴로 개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잖아도 기초학문 교수들의
반발로 개혁작업이 주춤한 상황이다. ‘서울대 병’을 치유해
교육정상화를 꾀하려는 서울대 개혁은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교육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에게 분노를
안겨준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도 서울대 개혁은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98/8/30. 동아 -
* 내자식 종아리부터
- 올 상반기 국정과제가 외환위기 극복과 이를 위한 금융 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이었다면 하반기 국정개혁과 정국의 핵심주제는
정치개혁이 될 것같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9월부터 강도높은 정치개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마침내 DJ개혁이 본론으로 접어들 모양이다. 표정과 어조로
보아 그냥 해보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 정치개혁 성공하려면 ▼
- 정치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모든 개혁의 전제로 지금의 이 썩은 정치부터 개혁해놓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개혁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통령의 공언대로 정치개혁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나라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조기탈출도, 21세기 새로운 천년의 시작도 희망 속에 기약할 수 있다.
- 그러나 말이 쉬워 정치개혁이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느
정권이고 출범때마다 정치개혁을 공언하고 다짐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매번 결과는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그만큼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이번이라고 다를 것인가. 솔직히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치인치고 지금 여야 없이 ‘개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퇴출대상일수록 목청은 더 크다. 그러나 자신만은 언제나 예외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저항세력의 조직적 반발에
부닥쳐 실패하고 만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통령은 강도높게
제도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한편에서는 정치권의 집단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국민회의부터 벌써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보도다.
국회상시개원 예결위상설화 국회의장 당적이탈에는 합의했으나
그밖의 핵심사안은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중앙당조직축소나
지구당폐지문제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것이다.
- 5년 전에도 정치개혁입법이 요란하게 시도된 적이 있다. 외부의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한 특별기구가 난상토론 끝에 마련한 건의안에는
국회상시개원 예결위상설화 인사청문회도입도 들어 있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모두 없던 일로 폐기되고 말았다. 개혁대상인
정치인들에게 개혁의 최종 결정권을 계속 맡긴다면 이번에도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된다.
▼ 제도보다 의식이 중요 ▼
- 정치개혁은 제도만 잘 만들어 놓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제도는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법이 없어
정경유착 부정부패 불법 타락선거가 판을 치고 난장판국회 식물국회가
된 것이 아니다. 현행 통합선거법이 94년 봄 국회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가히 혁명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환상의 법’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
보다도 모범적인 민주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난번
7·21재보선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것이 무언가. 아무리 훌륭한 법과
제도라도 지킬 의사가 없거나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 결국 제도 못지 않게 의식개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치인들의 비뚤어진 의식구조와 정치풍토부터 고쳐놓지 않는 한
이번에도 과거의 실패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도 무색해진다. 지금의 집권자가 진실로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제도뿐만 아니라 차제에 정치인들의 의식구조까지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바꿔놔야 한다.
▼ 반칙자 예외없이 퇴출 ▼
- 그렇다면 딴 방법이 없다. 반칙자는 그가 누구든 예외없이 도태시키는
것이다. 옛날식으로 정치를 했다가는 가차없는 퇴출로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집안부터 엄해야 한다. 내자식 종아리부터 쳐야 한다.
내자식은 감싸안고 남의 자식 종아리만 자꾸 친다면 누가
승복하겠는가. 사정없는 사정(司正)의 칼날을 자기쪽에 먼저 들이댈 수
있어야 영(令)이 선다.
- 사정당국이 현재 내사중인 비리정치인은 여야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자기쪽 사람을 먼저
단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다른 곳으로 화살을 돌린다면 누가
표적사정이라 하겠는가. 실패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치개혁이든 정계개편이든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사심(私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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