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7월이 되었습니다. 8월 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선교여행을 떠나는 우리 가족으로선 7 이라는 숫자가
두근거림으로 다가 옵니다.
이번 의료선교여행을 준비하면서 줄곧 드는 생각은 하나님의 일로 시작한 이 일이 사람의 일로 끝나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칫 일에 대한 집착과 성취감에 눌려 평강이 사라지고 가슴 뜨겁게 불타오르던 열정이 사그라든다면,
이야말로 사탄의 가장 큰 노림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마친 지난 6월 30일...세번째 예비모임이 저희 집에서 있었습니다. 함께 모여 찬양하고 말씀
읽고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세상 권세 잡은 영으로부터 끊임없이 고소와 악의 섞인 불화살들이 날아오는 우리네
모습이지만 나의 반석이시요 피난처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며 이번 일을 추진합니다. 이같은 질그릇에
보배를 담아 주신 그 분의 사랑에 의지하여 이번 일에 수종듭니다.

학생 참가자 6명과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인 이 날...우린 누가복음 14장 25절에서 33절까지 보았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은 그 분을 따라가는 삶이 쉽지 않음을 얘기하십니다. 주님은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능히 자신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뒤 간단한 예를 드시고 있습니다. 망대를 세우려면
얼마나 돈이 드는지 계산을 하고...전쟁터에 나가 싸움을 할 때도 상대편의 전력을 계산하고 전술을 펴는 것처럼...
예수님을 따라 가는 사람도 이 길을 위해 자신의 삶에서 어떤 부분들을 포기하고...어떤 것들을 희생해야 할지
미리 각오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한마디로 알고 덤비라는 것이죠.
우린...모두 함께 도와 달라고,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당신을 따라 가겠노라고...
D-30 날짜가 가까와지면서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의료선교여행를 위해 가져가야 할
물건이 많다는 게 걸림돌이었습니다. 약포장기, 약포지, EKG 용지, 임상검사 장비, 약품....비행기에는 1인당
25Kg만 들고 들어갈 수 있기에 우린 우리가 떠나기 전에 항공편으로 미리 몇 가지 물건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이 약포장기와 약포지 등입니다.

한 번에 아홉개의 약포지를 봉합할 수 있는 약포장기의 모습입니다. 이 기계는 제가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부터
사용했던 것인데 이번 선교여행을 위해 창고 안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약을 넣어주는
약포지를 어떻게 제작할 것이냐는 문제였습니다. 기왕이면 그 쪽 사람들이 약을 먹을 때 뜯게 되는 약포지에다
글을 새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떤 글자를 새겨야 할지 한 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냥 부산의대기독학생회라고 할까? 아니...성경 구절을 넣을까"
"단체 이름을 넣으면 안돼요..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요...성경 구절은 너무 길어요..."
선화와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러시아어로 "예수-영원한 생명" 이라는 단어를 써 넣기로 했습니다. 전 바로 MS 워드로
이 단어를 적어 약포지 제작회사인 서울의 '우림'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며칠 후 연락이 왔습니다. 약포지 인쇄 작업을 하려면 일러스트레이터 AI 라는 파일로 전환을 해야 하는데...
자기들은 러시아로 적힌 이 파일을 전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그냥 한글이나 영어로 적을까?...아니
그렇게 하면 현지인들이 못 알아 보는데....'
진료가 주된 사역이기에...복음을 전하는 방편으로 약포지에 우리의 목적을 명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서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끊고 고민만 하며 며칠을 흘려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반가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쇄가 완성되었고...택배로 보내겠다는 것이죠...

성은이가 들고 있는 것이 바로 9포 짜리 약포지입니다. 하루에 세 번 약을 먹는다면 이 한 장이 3일 분의 약을 포장하
게 되는 셈입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약포지에 새긴 글자를 보았습니다.

약포지에는 "이수스-베치나야 쥐즈니(예수-영원한 생명)" 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이 단어를 본
순간...선화와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이 약포지에 담길 약과 이 짤막한 글귀가 그들의 삶에 영생을 주는 도구로
사용되길 기도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 의료선교활동에는 심전도(EKG) 기계가 동원됩니다. 사실...한국에서 고가의 심전도 기계를
가져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은...제가 아스타나 1시립 병원에 근무할 때 그 병원에 기증한 한국제 심전도기
(Dr.Lee사 제품) 의 소모품인 EKG 용지가 다 떨어져 현지 병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국산 심전도기에 사용되는 용지는 국내에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카자흐스탄에서 구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이번에 우린 EKG 소모품을 많이 사 들고 카자흐스탄을 방문합니다. 사용하지 못하는 EKG 기계의 소모품을
제공하고 우리 팀이 일주일 가량 그 기계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EKG 용지는 10 롤 이 든 한 박스에 2만 2천원 가량 합니다. 앞서 보신 9포짜리 약포지는 한 장에 18원이죠.
우린 EKG 용지 3박스와 약포지 5천매를 구입했습니다. 약포지는 이번 여행후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혈압 측정, 체온 측정, 소변 검사, 기생충 검사, 심전도 검사 에 사용되는 검사 장비들과 가져가야 할 약품도 많지만
일단 앞의 물품들을 오는 화요일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보낼 예정입니다. 아스타나에서 활동하는
국제협력의사 최영현 선생님 댁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우리의 의료선교여행 "2000 Kazakhstan Mission Trip" 은 진료가 주된 활동이고 현지 선교사 및 교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번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담도 되고...걱정도 되지만...지금까지 우리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이시기에 이번 여행 동안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시고 말씀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야곱에게 벧엘이 그랬듯이... 사무엘에겐 미스바가 그랬듯이... 우리
가정에겐 카자흐스탄이 그 분과의 약속을 기억케 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선교여행을 준비하며 참가하는 학생들에겐 각자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인국이는 대표를 맡았고 주현이는 기록, 우행이는 퍼포먼스, 은주는 회계, 성용이는 Lab, 경인이는 약품을 맡아 이
일을 추진합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이번 여행에 함께 참여하는 형민이와 시은이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이들이 자랐던 곳인
카자흐스탄에서 지내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 안에 무사히 거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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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대기독학생회의 의료선교여행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의료 라는 귀한 도구로써 선교지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섬기며 현지 선교사 및 교회 공동체와 깊은 교제를 통해 그 곳의 사회,문화를 이해하고 평생토록
선교지를 마음 속에 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혹자는 얘기합니다.
" 겨우 약 몇 알 주는 것으로 몇 명을 전도할 수 있겠어요?"
"2 주 갔다 오는 걸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어요?"
이것은 엄청난 오해입니다.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의 비젼트립은 일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비젼트립의 첫 번째 목적은 나 개인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진료 활동을 펼치고 돌아오느냐가 아니라
이 일을 통해 선교 사역에 필요한 도전을 받으며 영혼 구원을 위해 애타시는 주님의 심정과 열심을 배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향한 그 분의 뜻을 발견하고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수정하게 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 전하는 일에 자신을 전적으로 드리는 계기로 삼는 것이 목적입니다.
비젼트립의 두번째 목적은 현지 선교사를 돕는 일입니다. 단기선교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선교사를
돕는 일이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선교사에게 부담만 안겨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선교지의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선교사보다 자신의 계획에 초점을 맞출 때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2005년 3월...참가자를 모집하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