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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in Cinema┨ 영화 '하워즈 엔드'에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Shicksal)
충식님 추천 0 조회 484 19.09.05 15:24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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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9.09.05 16:59

    첫댓글 " 사람의 운명은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저항하면 운명은 사정없이 끌고서라도
    갈 것이며,

    순종하면 짓밟고 지나가 버릴 것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92년 연출작
    < 하워즈 엔드 > 는,

    귀족의 시대가 끝나고 자본가의 시대가 시작되는
    20세기 초의 미묘한 격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원작은 우리에게 < 인도로 가는 길 >,
    < 전망좋은 방 >, < 모리스 >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E.M. 포스터의 소설이지요.

    제목 '하워즈 엔드' 는 영국 근교의 아름답고
    조용한 별장의 이름으로,

    누구라도 한번만 보면 매혹될 만한 곳입니다.

  • 19.09.10 12:07

    일찍 부모를 여의고 '헬렌과 티비' 의
    두 동생을 키운 '마가렛'은 모성애와 다름없는
    관용심과 자애심을 가진 여성이지요.

    다른 가족과 달리,

    타인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엄격히 경계하며, 언제나 사려깊은
    배려심으로 주위 사람들을 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지성인이지요.

    여동생 헬렌의 해프닝에 가까운 연애소동
    이후 멀어질 것만 같았던 윌콕스 가문과의
    인연은,

    현명하고도 온유한 심성의 마가렛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됩니다.

  • 19.09.10 12:08

    윌콕스 부인 '루스'는 마가렛과는 자못
    그 결이 다른 지점에 서있는 여성이지요.

    2남 1녀의 유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지나간 날들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마가렛은 특유의 친화력과 상냥함으로
    윌콕스 부인을 따뜻하고 살갑게 대해주지요.

    이토록, 마가렛의 놀라운 이타심은 두가지
    시퀀스를 통해 단적으로 묘사됩니다.

    첫번째는 윤리협회 음악회에서의
    우산 사건으로 연결된 레너드와의 만남,

    두번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함께
    갔던 백화점에서 어색하게 헤어진 후
    '하워즈 엔드'로 향하는 부인을 쫓아가는
    장면이지요.

  • 19.09.10 12:10

    < 하워즈 엔드 > 의 서사 속 실타래는
    꽤 복잡하게 얽히긴 했습니다만,

    문화와 감성의 정점에는
    레너드 바스트와 헬렌 슐레겔,

    물질과 사업에는 헨리 윌콕스와
    찰스 윌콕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양쪽 모두에 관련을
    맺고 있는 연결축인 마거릿 슐레겔을
    중심으로 풀리어가죠.

  • 19.09.10 12:13

    윌콕스 집안의 둘째 아들 폴과 쉴레겔 가의
    둘째 딸 헬렌의 치기 어린 하룻밤 키스...

    여기에 드리워진 씁쓸하고 치욕적인
    뒷맛으로 두 집안의 관계는 시작됩니다.

    헬렌은 윌콕스 집안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보다는 좀더 이성적이고 예의 바른
    언니 마가렛은 윌콕스 가와의 친교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지요.

    그런 마거릿에게 진한 우정을 느낀
    윌콕스 부인 '루스'...

    그녀는 마지막 병상에서 간호원을 통해
    '연필로, 사인도 없이',

    마가렛에게 하워즈 엔드를 주겠다는
    유서를 남깁니다만...

  • 19.09.10 12:14

    영화 '하워즈 엔드'(Howard's End) 에는
    그야말로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영국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죠.

    영국 특유의 안개 낀 풍경, 흐린 날씨,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는 물론,

    메이드(maid), 소박한 옷차림, 홍차,
    케이크와 스콘, 로스트 비프, 요크셔 푸딩,
    캐시미어, 지팡이와 푹 눌러쓴 모자라든지
    전형적인 수트 차림 등

    어쩐지 마틴 스콜세지의 1993년 연출작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를
    연상케 하는 ...

  • 19.09.10 12:22

    헨리의 부적절한 충고로 인해
    직장을 잃은 레너드를 보는
    헬렌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지요.

    게다가 헨리는 그에 대한 책임같은 건
    전혀 느끼고 있지 않고,

    그런 그의 냉혹하고 무관심한 태도가
    헬렌의 가치관과 크게 부딪치게 됩니다.

    물론, 그 중간에서 마가렛만 죽어날 정도로
    괴로워합니다만....

    중간 중간에 오래 전 헨리와 재키
    (레너드 아내)의 치정어린 불륜이
    드러나는 등 몇몇 사건들도 있고요.

    품격, 무례함, 거짓말, 문화적 격차와 갈등 ,
    살인(과실 치사였지만) 사건에다
    재산 문제까지 얼키고 설킨 내용이니까요.

    어쩌면 주인공인 마가렛 자체가 관용과
    조화를 중시하는 인물이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만...

  • 19.09.10 12:25

    소설 속에 나오는 몇 가지 물음들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어쩌면 헨리의 편을 들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돈과 재산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눈 앞에
    있는 것이고,

    문학과 예술, 나아가 정신 세계라는 주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꽤 멀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슐레겔 자매 또한 '우리에게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활을 누리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자매에 대한 레너드의 견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는 낮은 계급이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인이 되고자 갈망하고 또한 노력하고
    있다는 데서 차이가 있지만요.

  • 19.09.10 12:32

    현명하고 똑똑한 여성으로, 헨리의 전 부인
    루스보다 더 적극적으로 많은 것을 조율해
    나가는 마가렛.

    그녀는 레너드에 대해 평가를 내리길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라고 했죠.

    그는 문화인이지만 유약하며 경제 능력이
    없는 신사를 대변하고 있는데,

    결국 레너드는 원하던 것도 갖지 못하고
    파멸을 맞게 됩니다.

    뻔뻔하게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던
    헨리는 호된 인생의 고난을 겪었지만

    아무튼 마가렛에 의해 구원(?)을 받았는데
    말이죠.

  • 19.09.10 12:33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워즈 엔드'라는
    집은 극 중 크나큰 의미를 지닙니다.

    하워즈 엔드는 '윌콕스 부인, 루스'의
    마음의 안식처인 곳이며,

    그녀의 정신적 계승자라고 볼 수 있는
    마가렛이 갖게 되어 있었던 곳이죠.

    모르는 사이에 강탈(?)당하긴 했지만요.

    슐레겔 자매는 자신들의 정식 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 들어오자 평온함을 느끼죠.

    결국 모든 것은
    '하워즈 엔드'에서 시작되었고,

    '하워즈 엔드'에서 끝맺어지게 됩니다...

  • 19.09.10 12:36

    프란츠 리스트는 20세때(1831년)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 초절기교에 반하여,

    피아노로도 이러한 성취를 달성하겠다는
    취지 하에 100 여명의 오케스트라가 내는
    하모니를 피아노로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리스트는 초절기교의 난해함과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베토벤 교향곡의 피아노
    편곡을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에
    비유하며,

    베토벤 작품에 대한 열렬한 탐구와 이해,
    끊임없는 피아노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 어려운 작업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고
    하지요.

  • 19.09.10 12:37

    1865년, 장장 27년에 걸친 편곡 대업을 마친
    리스트...

    그는 "베토벤의 숭고한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뿐만 아니라 디테일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없이 보람찬 작업이었던
    셈이다." 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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