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自旺招溫人
아무래도 문학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필자는 이런저런 매체들을 통해 드러난 문단 소식에 대해서 다소 민감한 편이다. 작년(2012) 12월 대선(大選) 행사가 치러지기 직전 조선일보(12. 4)에 발표되었던, 백낙청 평론가를 비판(비난?)한 김지하 시인의 글이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하나는, 집안끼리(문단 내부)의 분란을 왜 밖으로 드러내려 했느냐 하는 관점에서 그랬고, 또 하나는 그것도 하필이면 왜 대선(12. 19) 직전에 그런 일을 벌였느냐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러하였다.
그러나 이 일(사건)은 필자에게만 충격을 준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일에는 찬성자와 반대자,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누어져 찬반의 논란이 뒤따르는 법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두고 매우 반가워하는 눈치인 듯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면을 통해 자기 이름을 걸고 떳떳하게 자기 의견을 진술한 이들은 반대[반갑지 않다는] 의견을 낸 인사들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김 시인이 왜 그런 일까지 벌여야 했느냐 하는 관점에서 그의 그 행동을 나무라는 투의 반응을 보인 인사들이 꽤나 있었다는 뜻이다. 몇 사례만 여기에 들어 보기로 하겠다.
먼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김지하의 변신 혹은 변절”이란 제목의 글이 맨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그 글 속에서 “그는 우리 세대의 영웅이고 나의 영웅이었다.”고 전제한 뒤 “늙어서도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 한 사람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의 척박한 정치현실을 한탄한다.”고 하였다. (한겨레 2012. 12. 4)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시영 시인은 “김 시인의 칼럼은 논리와 사실이 결여됐으며 특정인에 대한 편견과 모욕으로 가득 차 있다. 대응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경향신문 2012. 12. 5)
소설가로 잘 알려진 장정일 작가는 “글 밖의 김지하, 서글픈 자기분열”이란 글에서, 그의 말 하나하나에 거짓, 과장, 허풍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주장은 서글픈 자기분열이며, 이런 그가 한마디로 “지겹다”고 하였다. (한겨레 2013. 1. 14)
문학평론가인 박대현 씨는 “말년의 양식과 김지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을 ‘저항하는 청년의 양식’으로 규정하고, 김지하의 경우를 전제로 한 듯 “육체적 늙음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정신적 늙음은 무서운 일이다.”고 하였다. (국제신문 2013. 1. 16)
대중문화평론가인 황정현 씨는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시인 김지하’라는 존재를 익숙히 알고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고 하였다. (미디어오늘 2013. 1. 20)
필자 역시 ‘문단 소식’을 전하는 어느 글에서 “과거에 세(勢) 불리해진 마이크 타이슨이 링 위에서 상대 선수(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버린 적이 있었는데, 마치 그때의 일을 지금 다시 보는 것과도 같은 형국이다.”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쓴 적이 있었다. (계간 <한국인 문학> 제25호, 2012. 12. 18)
아무래도 공격당한 쪽이 백 평론가였으므로 그를 공격한 이는 김 시인이 될 것이며, 그래서 김 시인을 마이크 타이슨으로 비유했던 것이다. 여기서 ‘세 불리해진 M. 타이슨’이라고 표현한 것은 당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인들이 어느 후보나 정당을 지지한다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야당의 문 후보를 지지하는 숫자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니 여당의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스스로 입장을 밝힌 김 시인이 이미 수적(數的)으로 보아서도 열세, 곧 ‘세 불리해진 타이슨’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소란스러웠던 지난해를 겨우 넘기고 새해(2013)로 접어들자마자 첫 달에서부터 문인들끼리의 충돌이 또 일어났다. 마광수 시인(연세대 교수)이 이외수 작가를 비난(비판?)한 글이 인터넷을 통해 떠돌면서 설왕설래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독문학자인 고려대의 이기식 교수가 가세하여 이외수를 비판하고, 거기에 이런 자리라면 빠져서는 안 되겠다는 듯이 동양대 교수 진중권 씨까지 이유도 모호하게 합세해, 문학계가 갑자기 난타전을 방불케 하는 프로레슬링 격투장의 혼란상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이들과 관련된 기삿거리들을 쫓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소란이 어느 젊은 목사의 처신(개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에도 그 이름은 가끔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그러나 그 이름이 근래에 갑자기 알려진 것 같아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필자가 분명히 알지는 못하는 그런 젊은이였다. Y모 목사라고 지칭되는 이로서 서울시내 O모 교회 청년부 인터넷선교 담당 부목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교회에서 이미(얼마 전) 사직한 것으로 되어 있다.
Y목사가 문인 마광수와 이외수 간의 분란에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었던가? 강원도 화천군에 소재한 이외수의 소위 감성마을을 비판한 이가 Y목사였는데, 한 네티즌이 그 비판의 글을 따서 마광수의 홈페이지에 옮겨놓자, 또 그에 대한 댓글 형식으로 마 시인이 달아놓은 것(글)이 뒤에 그 소란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즉 Y목사가 마광수의 그 글을 캡처해 가지고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뒤로 그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 신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한 셈이다.
Y목사의 경우, 비록 고의적이라곤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마광수에게 병 주고 약 준 것이 아닌, 곧 약 주고 병 준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처음엔 마광수가 신이 나서 댓글을 달도록 만든(부추긴?) 셈이고(藥), 뒤에는 그 일로 그가 궁지에 몰린 나머지 결과적으로 이외수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病)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소란이 있었던 와중에, Y목사가 24일 ‘구속’되었다는 신문 보도가 나왔다. Y목사의 구속 사유는 지난 18대 대선 때의 불법 선거운동, 즉 불법 댓글 알바팀(일명 십알단)을 운영한 혐의라고 한다. 신문 기사 내용은, Y목사가 여당 후보 캠프의 SNS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일하면서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미등록선거운동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을 고용해 인터넷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선관위에 의해 고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Y목사가 구속된 것은, 알고 보면 돈과 권력 때문이었다.
새해에 들어와 한국의 문단 안팎을 뒤흔들었던 이 사건도 실은 대선을 전후로 금력・권력과 연루되어 일어난 일이었음을 우리는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지난 연말과 새해 벽두에 일어났던 두 시끄러운 사건들을 겪으면서, 문인들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품위를 유지하며 사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깨달음을 다시 얻게 된 것 같다.*
-계간 <한국인 문학> 통권 제26호(2013. 봄), 권두언
첫댓글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한 마디로 김지하 시인이 백낙청을 비판한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많은 문인들이 통쾌하다고 말합니다. 문인은 글을 쓰기에 앞서 옳고 건전한 사상을 지녀야 합니다.
저의 글에 대한 향강님의 조언을 잘 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찬성자와 반대자,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누어져 찬반의 논란이 뒤따르는 법이다."라고 제가 전제하고서 이 글을 썼으므로 반대 의견이 뒤따르는 일도 당연히 예상해야 할 것입니다. 제 글에 관심을 표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