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이라는 말이 태동하고 수 년이 지나는 동안 참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이책과 같이 군데군데 웃으면서 그렇게 즐겁게 읽어내려간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실험결과를 베이스로 해서 비합리적인 인간 심리의 참모습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도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지만, 그 결과들을 자신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때로는 비아냥도 섞어가면서 전개해 가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문장도 그리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일반적인 상식과는 차이가 있는 실제 인간의 행동양상을 밝혀 나간다. 저자가 고안한 몇가지 실험에 의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상식들이 하나씩 깨어져 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 과도한 보상은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린다./ -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따라 동기 부여의 차이가 생긴다./ -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무언가를 완성하면 큰 애착을 가지게 된다./ -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과대 평가하게 된다. (이케아 효과)/ - 인간의 마음은, 불행한 다수보다 불행한 한 사람에게 더 끌린다./ - 인간은 감정에 휘둘린다. 감정은 매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결정은 때로 극히 비합리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인간은 아픔이나 쾌락을 느끼면 점차 적응해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 즉, 좋은 일이 일어나도 한없이 행복해지지는 않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언제까지나 불행한 상태로 있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풍족해진 지금의 한국인들이 행복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의 배경인지도 모르겠다.
친숙한 주제들을 선택해서 경쾌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다. 심각한 화상사고를 당했던 자신의 경험과 그런 힘든 상황에서의 피부이식의 고통, C형 간염에 감염되어 인터페론 치료를 받았던 고백을 들으면서, 이 괴로운(괴롭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 체험들이 지금의 저자의 연구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자신의 강의의 실패담을 공개하거나,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후의 자동차 회사의 대응에 대한 초조함 등, 그 꾸밈없는 인간적인 모습에 호감이 간다.
인간의 불합리한 행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온라인 데이트나 보험과 같은 무형의 상품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 정부의 정책들 중에는 정말이지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 의심스러운 것도 적지 않아 보인다. 경영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직관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담함을 보이지만 틀림없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불합리한 행동과 심리상태를 반복하는 인간이다. 기업 경영이나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검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쌓아올린 거시경제학에 대한 강력한 반증을 얼마든지 보여준다. 동시에 경영이나 정책의 존재방식, 그리고 행복론까지도 그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첫댓글 신기하네요
^^
감사요
^^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