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살아왔다 ㆍ줄기줄기 되돌아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눈부시고 그리운 추억들이 많다ㆍ떠나 보내고, 맞이 하고 머무르고 이별하고ᆢ
나는 빵을 잘. 먹지 않았다ㆍ애기때부터 밥을 먹어서인지 때가 되면 밥을 꼭 먹어야만 식사 끝이 되는 거였다 ㆍ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끼니를 때울때가 많아 졌다ㆍ밥을 꼭 먹어야 된다는 틀을 깬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ㆍ그 틀을 못깬 것은 어쩌면 어릴적 첫 동화 같이 예뻤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ㆍ
나의 할머니는 시집 와서 신을 받았단다ㆍ아주영험 해서 할머니 댁에는 금방 기와가 얹혀 졌고 대궐 같았던 큰집이 떠오른다
그렇게 잘 살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난으로 몰았고 숟가락 몽댕이 하나 달랑들고 큰집에서 쫒겨 난 부모님은 제비처럼 입 벌리고 있는 새끼들을 보고는 죽어라 일을 하였다 ㆍ닥치는대로 일하고 사랑해서 자식도 9홉을 낳았지만 둘은 꼬꾸라지고 그래도 칠남매를 먹이고 입히자니 손에 물. 마를 날도 손톱에 흑때가 씻기는 날도 없었다 ㆍ농사로 먹고 살던 동네에 5,6월이면 모내기가 한참이었다 ㆍ어느 날 부모님이 제일 부잣집에 품앗이를 가셨다 ㆍ품앗이를 하면 점심은 먹어도 저녁은 주지 않는데 인품좋은 그집에 어르신이 우리 집에 커다란 소쿠리에다 .양푼 가득히 흰 쌀밥과 고기에다 갓담은 김치 겉절이를 이고 오셨다 ㆍ생전 처음보는. 쌀밥과 고기에 온 식구가 둘러 앉아서 쳐다 보는데 어린 나의 첫기억에 쌀 밥은 산봉우리 같았다 ㆍ어머니가 퍼 주는 쌀밥은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고. 고슬고슬 찰. 진 밥은 꿀인지 밥인지 ᆢ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었다 ㆍ밥 톨 하나도 안 남기고 먹는 새끼들을 보고 자상히 웃으시던 아버지의 젊은 얼굴도 잊히지 않는다 ㆍ내가 태어나서 나의뇌가 움직이고 기억이란게 각인 된게 그 흰 쌀밥과 호롱불의 은은함이었다ㆍ
이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도 동화 같은 기억이 또 살게 하고 그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주고 가신 부모님이 한없이 보고싶고 그리운 고향이 또 가슴에 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