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의 해외 부동산 싹쓸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부동산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이 제주도 사재기를 시작한 것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부동산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부터다. 제주도는 정부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제도적인 지원에 따라 2010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했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개발사업 지역 내 50만 달러(미화) 혹은 5억원(한화) 이상의 휴양 콘도미니엄을 산 외국인에게 한국거주권을 주고 5년 뒤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불합격사유가 없을 시에는 투자자 및 배우자, 자녀들이 모두 영주권을 부여받게 된다. 영주권을 받게 되면 한국에서 의료보험, 취업,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된 2010년 이후 2014년까지 5개년간 이 제도에 따른 외국인 투자는 총 1522건에 1조241억원에 달했고 1007명이 영주권 이전 단계인 거주비자 신청을 했다. 이중 992명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투자이민은 국내에서 이미 개발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으로, 중국인이 스스로 개발하기 위하여 대량으로 매입하는 토지와는 무관하다.
중국인들이 해외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자국내 부동산 시장의 과잉공급과 침체가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오염 악화, 빈약한 보건 및 사회보장 서비스 때문에 해외 부동산 구매자들은 궁극적으로 이민도 고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서방 부동산시장이 붕괴한 것도 중국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중국 부유층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에 불안해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정책 입김이 강해 해외로 재산을 분포해놓으려는 것이다.
중국 자본, 제주도에서 인천 송도 등 전국으로 확산
제주도로 중국인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입국 중국 관광객에게는 비자면제혜택이 주어졌고, 중국-제주 간 항공편과 크루즈 운행도 증편됐다. 또, 제주도는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베이징에서는 2시간 30분 등 지리적으로 가깝다.
특히 드라마, K-팝 등 한류가 중국관광객을 제주도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는 "제주도의 좋은 환경 때문에 중국 갑부들이 휴가지로 사들이거나 사업용도로 매매를 많이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의 발전된 도시들의 경우 땅값이 치솟아 부동산 투자처로서 매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이민제도는 제주도뿐 아니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여수 해양관광단지, 인천 송도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모든 부동산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 지역에서 개발하는 콘도, 리조트, 별장 등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송도 부동산 시장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중국인들의 문의 전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인 투자자들은 투자 목적 외에도 실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 출처=뉴시스
특히 포스코건설이 최근 분양한 송도 그린워크 3차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중국인이 149㎡ 1가구를 계약했고, 송도 마스터뷰 아파트 155㎡ 1가구도 역시 중국인이 가계약을 마쳤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월 31일과 2월1일 양일간 중국인 투자자를 잡기 위해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 모델하우스에서 '차이나데이(China day)' 행사를 개최해 50여명의 중국인들과 투자상담을 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중국인 대상으로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국내 악영향은 없을까?
최근 부동산 투자 이민제에 따른 부작용이 차츰 부각되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휴양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어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역 경제의 모습을 바꿔놓고 땅값을 올리면서 지역민들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제주의 한 인터넷 신문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차이나머니 대공습’이라고 표현하고, 일부시민들은 ‘국제자유도시’라는 미명하에 지역주민을 몰아낼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 같은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제주에서는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도 중국인들의 해외부동산 투자를 제도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중국인 투자가 지난해 60%나 증가하자 외국인 부동산 구입자들에 대한 세금을 신설해 '부동산 쇼핑 열기'를 누그러뜨렸다.
호주 정부의 이런 움직임도 자국민들로부터 점차 부동산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비롯됐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본토 중국인 자금이 자국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호주와 유사하거나 더 엄격한 세금제도를 도입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3년간 계속 세금 제도를 바꿔 부유한 외국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부동산 사재기가 급증하자 시장과열 위협을 느껴 국민들이 중국 자본에 경계심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관광객이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임대료 상승과 같은 투자의 양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