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국립박물관을 가기 위해 하카다역에서 텐진역까지 지하철 운임 260엔을 아껴보겠다고 하카다역에서 미뇽의 갓 구워서 따끈따근한 초콜렛크라상을 사들고
(버터 냄새에 홀려서 간 미뇽은 알고 보니 유명한 맛집이라 줄서서 사먹는 집이라고 합니다) 오무타선 텐진역까지 걸어갔습니다.
하카다역과 텐진역의 한 중간에 나카스가와바타상점가가 있습니다. 상점가 입구의 쿠시나다 신사는 개운(開運)과 재복(財福)의 효험이 있는 모양인지 아침 출근길에도 참배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1-2분 사이에 서너명이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텐진역에서 다자이후역으로 순간이동 뿅!]
2월 6일 아침 뉴스에서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에 눈이 내렸다더니, 다자이후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산봉우리에 눈이 쌓여 있습니다.
東風吹かば匂ひおこせよ梅の花あるじなしとて春な忘れそ 매화여, 봄바람이 불 때 향기를 실어 보내다오, 주인이 없다고 봄을 잊지 말라.
(현대어 해석)
매화여, 봄바람이 불거든 바람에 향기를 실어 다자이후까지 닿게 하여라. 주인인 내가 없다 하더라도 봄이 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가 다자이후로 떠나면서 교토의 집에 있는 매화에게 지어준 시입니다.
위의 시를 듣고 주인을 위해 하룻밤새 교토에서 다자이후로 날아왔다는 전설의 토비우메(飛梅)입니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토비우메는 안내소 기준으로 70% 정도 피었습니다. 한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 좌)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교토에서 다자이후로 떠나는 모습(우)
학문의 신이 모셔져 있는 만큼 학생들의 수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인지 곳곳에 학생들이 무리지어 있습니다.
본전에 참배하겠다고 줄 선 사람들이며, 축원하는 사람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입니다. 한국에서도 합격기원 부적을 사러 올 정도라니 효험이 대단한가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작년 봄에 왔을때 재수하는 사촌동생을 위해 합격기원 부적을 하나 샀습니다. 그 덕인지 동생이 올해 원하는 학교에 붙었으니 효험이 없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한 쪽에선 점괘의 내용이 좋았는지 남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듭니다.
텐만구 보물관에서 요렇게 생긴 500엔짜리 표를 사면
보물관과 역사관 그리고 규슈국립박물관 4층의 상설전시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잠시 사다 마사시의 '飛梅'를 감상하면서 다자이후텐만구의 분위기를 느껴 봅시다.
신지이케(心字池)에 놓인 3개의 빨간 다리는 첫번째가 과거, 두번째가 현재. 세번째 다리에서 네가 넘어질뻔 했을 때 처음으로 내 손가락이 네 손에 닿았어.
너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한 다음 대길(大吉)이 나올 때까지 점괘를 뽑았지.
꼭대기에 오르면 그 다음엔 내려오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어.
천신님께 가는 오솔길.
뒷마당을 빠져나와 찻집에 들러 우메가모치를 네가 한 개, 내가 반 개 먹었지 내년에도 둘이 오면 좋겠다던 네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
시간이라고 하는 나무에 추억이라는 낙엽을 주워 모으는데 열중했던 너. 만약 네가 멀리 떠나면 나도 하룻밤만에 날아가겠다고 말했는데. 토비우메를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날처럼 지금 비둘기가 춤추고 있어. 동풍이 불면 너는 어디선가 나를 생각해 줄까? 다자이후는 어느새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