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휴일을 이용해서 한가하게 다녀온 설악산 유희 단풍산행
한계령-귀청삼거리-끝청-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킬문, 캐이, 덩달이 본인 등 7명
설악산 일반적인 코스로 단풍산행을 간 것에 개요님 뭐니 설명도 필요 없을 것 같고,
또한 이 뻔한 코스에 후기랍시고 기록하기도 뭣해서 평소 같은 필기 기록도 하지 않고 날이 밝으면서 그저 사진으로만 기록하는 오랜만에 여유로운 산행을 즐긴다
02시50분 무렵의 한계령은 그저 어둠 속에서 제법 쌀쌀한 바람만 불어댈 뿐이다
한계령에서 딱 1시간을 부지런히 올라서니 한계 3거리 지만 보이는 것 없으니 그냥 Go다
서울 남쪽으로는 귀성 길 교통체증으로 갈 수는 없는 것,
그렇다면 명절 때, 비 내린다는 예보가 있는 일요일 날,
뭐 그런 날들만 가려고 남겨놓은 서울 인근의 사람 많이 다니는 지맥 길 하나 다녀볼까!
하는 생각 중에 캐이님의 제안을 받는다
체질에 맞지는 않겠지만 그냥 산악회 버스 이용해서 설악산 단풍구경이나 다녀오시죠"
그려! 저 나무는 그대로인데 본래 이 맘때 저 나무 주위는 상당히 붉었는데 .......
2시간 35분 정도 부지런히 올라서니 끝청이다 끝청이면 오를 건 다 올랐다는거다
중청 대피소가 까깝지만 아직도어둠은 가시지 않고 대청봉은 검은 실루엣으로 선만 보이고,
도대체가 새벽 2~3시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몇 시간 깜깜 산행을 한다는 것은 산악회로서는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해하기가 싫은 이다
어둠 속에 보지 않고 걷기만 하려면 서울 사람이라면 그냥 가까운 북한산이나 걷든지 .... 그러면 될텐데 .....
하기야 버스를 오를 땐 보지 못했던 일행 중의 s모 아우가 새벽 한계령 도착 즈음 버스 안에서 나를 보더니
“아니! 광인형 웬! 산악회 버스를 이용 하슈? 홀로 마루금 타는 분이 이제 늙었남? ”
*소청에 내려서도 아직은 모든 사물들이 희미하기만 한데,
용아장성능은 날카로운 잇빨을 보이며 그 위용을 자랑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봉정암 기도터도 보이고,
신선암과 희운각도 여전히 희미스레 보이는 순간이고,
몇 년 전 대단했던 태풍의 흔적들이다 자연이 만든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이 치유해줄 터인데 인간들은 그 것을 참아주지 못하고 인위적인 치료를 하려한다
등 기대면 잠에 빠지는 이 몸도 짧은 시간에 두 번씩이나 휴게소에서 주차하며 불이 켜지고 부스럭대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지 여~엉 불편하다 그렇게 한계령 도착이 02시50분 무렵이고 꽉 찬 승객들 중에 한계령 기점 공룡능선을 경유해서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일반적인 코스도 캐이님이 주도한 일행들 8명 뿐 이란다
하지만 같이하기로 한 S는 그냥 오색으로 올라오겠다니 7명이 산행에 나서고,
캄캄한 한계령 정상에는 바람이 제법불고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 산행준비를 한다든지 이미 랜턴을 밝히며 오름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하기야 다음 주일이면 이곳의 이 시간은 엄청난 관광버스와 인파들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일터, 공룡의 전모는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서면서 보이는데 아직은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다
*대체적으로 금년 설악의 단풍은 볼품이 없다 다만 몇 군데 보이는 단풍을 사진으로 담으면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어! 설악의 단풍이 좋네" 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02시55분 한계령을 출발하고 어둠 속에서 그저 보이는 것 없이 어둠이 가실 때까지
그저 오름 행위만 이어갈 것이다
한계령 출발은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으로 이어지고 별빛은 총총하나 달은 구름에 가려서
빛을 발하지 못하니 그저 랜턴 불빛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야간산행이 쉬운 건
그놈의 돌덩어리로 다져놓은(?) 국립공원 설악산의 등산로 덕분(?)이다
초반이야 가파름에 푹신함을 느낄 수 있는 계단에 10여분이 지나니 드디어 돌계단이 나타나고
산행 30여분 정도가 지나니 한계령에서 1km를 왔다는 표시다
무조건 오름만 있는 건 아니다 내림도 한참이 이어지고
05시57분 귀청삼거리에 오르니 근 1시간 만에 오른 것이고 숨 한번 고르고 대청봉6km의
이정표를 보며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울툭불툭 거리며 오르내림을 거듭하고,
한계령에서 삼거리 까지가 가파르지 이 후 크게 힘 듬 없이 이어지는 능선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다보면 도로가 저렇게 가까웠던가! 싶게 불빛이 가깝게 다가온다
04시35분 무렵 어둠 속에서 턱도 없는 착각도 한번 하고
(끝청이 멀었는데 벌써 끝청 인가! 운운했으니)
05시02분 어둠이 가시려면 아직도 1시간이 더 남았는데 중청대피소2.6km의 이정표고 이후
17분이 더 지난 시간에 부드러운 능선에 있는 예의 구부러진 나뭇가지를 지나며
“독립문을 드디어 지나가네” 중얼중얼
그 나무를 지나면 드디어 진짜로 끝청을 향한 오름은 시작되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그래! 끝청 오름 직전 바로 이 일대에서 좌측으로 사면을 치고 가면 마가목 나무가 무척 많고
그렇게 치고 내리면 구곡담계곡과 만나는 쌍폭으로 내려서는 멋진 계곡도 있을터이지만
그저 어둠 속에서 느낌의 산행만 할 뿐이다
05시31분 독립문나무에서 12분 정도를 올랐나보다 해발1.610m의 소청봉에 도달해서야
배낭 한번 내리고 새벽부터 막걸리 반잔에 목을 축이며
“남쪽 요 아래로 내려서면 독주폭포를 만나고 독주골의 멋진 계곡을 볼텐데.... ”
추워서 오래 있지도 못한다 7분 여 후 추스르고 다시 출발이다
*말라버린 계곡 위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서 희운각대피소로 향하고,
*희운각 인근에는 목재의 좋은 전망대가 있어 신선암 일대를 제대로 바라본다
*소청에서 흘러내린 능선 상의 바위 봉도 한번 당겨본다
*공룡의 뼈대로 들어서며 가야할 곳이다 맛보기로 일찌감치 한 번 보자
그렇게 20여분 정도를 부드럽게 진행하니 저 앞으로 높은 곳에서 랜턴불빛이 움직이는 것이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선 사람들일 것이다
06시02분 해발1.600m의 끝청과 소청의 갈림길이다
뒤에 쳐진 일행들도 있고 대청에서 올라오는 1명의 일행과도 조우할 겸 중청대피소로 향하고
또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제법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지금까지 어둠 속에서 움직였는데
이제부터라도 주위를 제대로 둘러보면서 산행을 하자는 거다
06시32분 제법 쌀쌀하고 확실히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중청대피소를 출발하고,
중청 일대는 오색에서 대청으로 올라선 사람들로 제법 북적이고,
우측인 동쪽을 바라보면 화채봉과 그 능선이 흐릿하게 보이면서 그저 욕심에 그쪽 능선도
슬쩍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대청봉에서 바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과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이 능선 사이도
설악의 여느 골자기와 마찬가지로 몇 년 전의 큰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소청으로 내려서니 서쪽 저 아래 봉정암과 그 뒤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용아의 능선들이 흐린 가운데도 위압적으로 보이고 그 좌측으로 묵직하게 막아선 귀떼기청봉도
다시 밟고픈 곳이다
그리고 1.408m봉과 대승령 안산도 마음을 잠시 앗아간다
신선대를 바라보며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다보니 구름사이로 내미는 일출도 보게 되고 가물어서
그런지 제대로 물든지 못한 단풍들이지만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붉은색이 눈길을 머무르게 하고,
그저 설악에 들어서면 뻔하게 보이고 눈에 익은 것들인데 산꾼들은 매 순간마다 감탄을 하고
07시20분 바짝 말라버린 계곡위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서 희운각 대피소 도착이다
말라버린 계곡도 그렇지만 대피소의 수도도 가뭄으로 물 공급이 안 된다니 식수로 사용할 물로
끓인 국물에 반주를 곁들인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도 오색에서 출발한다던 S는 보이지 않는다
유희산행은 유희산행이다 희운각에서 노닥거린 시간이 1시간 남짓이다
*희운각에서 오래 노닥거리고 드디어 무너미고개를 지나며 공룡의 뼈대로 들어서고,
*딱딱하게 깔어놓은 바위 바닥 등산로를 버리고 90년대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지났던
옛 신선암 휘도는 길로 올라서면서 뒤 돌아보니 희운각 일대가 내려보이고,
*그러니까 이곳은 현재 우리만 올라서고 우리만 즐기고 있었다는 거다 ^^
*캐이님과 그 친구분
*공룡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칠형제봉을 내려보니 설악의 속살을 조금 보는 기분이고, 잦은바위골과 멀리 울산암도 보이고,
*아직도 우리만 즐기는 곳이다 조오~~~타
08시20분이 되어서야 희운각을 출발하고 공룡의 뼈대로 들어서려는데 무너미고개 직전에
예전에 없던 목조 조망대가 있어 신선대나 중청 쪽을 잘 바라볼 수 있고,
우리는 예전에 다니던 신선대 오름의 길로 올라서서 본격적으로 공룡의 속살로 들어선다
우측 아래 칠형제봉의 늘어선 암릉도 보이고서야 내려서서 기존의 잘 깔린 공룡의 등산로로
접어들며 제법 많은 사람들과 조우하며 연신 디카의 셔터를 눌러대며 진행하는데
이 후 딱히 글로서 기록할만한 것은 없으니,
*드디어 1275봉, 마등봉 등 공룡의 백미능선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발걸음이 드딜수 밖에,
*범봉도 보이고,
*권금성 저 뒤로 달마봉도 슬그머니 보이네
*아~ 10번도 더 지나본 공룡의 모습은 다 보던 뻔한 그림인데도 또 찍고 또 바라보고
연신 감탄하고, 그러니 너나 나나 다 똑같은 사람이로세
*정말이지 저런 단풍은 아주 간간히 보인다 아니면 거의가 녹색에서 말라 버렸다
공룡은 그냥 바위지대를 평탄하게 지나는 것만은 아니다 헥~헥 거리며 올라야 할 곳이 많다
*귀떼기청봉을 한번 당겨보고, 가고 싶다 건천골로 향하는 날카로운 암릉이 멋지다
*다시 공룡의 속살을 열심히 헤치며 ...... 바라보고 즐기고 헤헤 거리고,
*조물주가 빛어놓은 작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수시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초기에 남난희님과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권경업님은 공룡능선의 1.275m봉을 이렇게
詩로서 표현했다
1275
공룡은
동해의 붉은 여명에 물드는
너로부터 깨어나고
클라이머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아침을 맞는다
겨우내
희망도 절망도
시간의 흐름마저도 잊어버리라고
함박눈 설악골에 내려덮이면
산사람의 천막
소박한 꿈으로
밤마다 일어섰다 부서져 갔고
위엄의 척도처럼
솟은 가슴으로는
한 뼘의 눈 쌓임도 허락지 않아
산꾼들은
너 지고지순의 자존심을
외경스러워 했다
어제는 젊은 날의 그리움도 가고
아름다운 날의 우정마저도
밀리는 세월에
비선대 앞 물굽이를 휘돌아
물오징어 비린내 나는
속초 앞바다로 흘러갔지만
지난 날
진정으로 산 벗들과 함께
그대에게 이르러
푸른 하늘 맞닿은
한 점으로 아파하길 바랬어도
어찌
하켄이라는 못질을
그대 가슴에 해댈수 있었으랴
그 이름 1275여 !
*요거 오름은 공룡능선 희운각에서 마등령으로 향할 때 제일 힘든 곳이다
에구! 빨리 올라가서 마시기로 약속했던 막걸리 생각이다
*멀리 대승령과 안산을 한번 바라보자
*자! 이제 나한봉을 바라보며 열심히 마등령으로 달려가자
*아이구 ..... 저 바닥 밟으며 가려니 ....... 쯧
*귀청 ...... 잘 있나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젠 세존봉이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공룡의 끝도 보인다는거네!
*지나온 곳을 뒤 돌아보는 것도 괜찮지 그래
*그렇게 돌아보니 중청과 대청도 보이네 그랴
*세존봉 저 뒤로 울산암도 학사평 벌판도 보이니 슬 ~~슬 공룡의 끝이 보인다
*권금성 칠성봉 쪽도 봐라봐줘야 섭섭하단 소리를 않지,
*달마봉도 당겨보자
*안산이 보기 조~~오 ~타
*황철봉이 보이니 이제 정말 끝이 보이누나 황철의 너덜은 누구나 한번쯤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마등봉을 지나고 황철봉으로 ....... 그리고 미시령으로 향하는 백두대간을 지난지도 오랜 시간이
*천화대 뒤로 화채봉도 제대로 한 번 보자
*드디어 마등령이다
11시35분 세존봉이 아주 가까이 보이면서 마등령에 도착하고 1275m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마셔버린 막걸리 대신 얼음물 한 모금 마시고 비선대를 향한 발걸음이다
남을 의식해야 하는 산악회라는 것을 이용하니 몇 시까지 어디로 내려오라
몇 시 이 후는 기다리지 않는다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속박당하는 것이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시간은 여유롭다
*자~~~ 이젠 비선대로 향하는 하산 길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가파름이지
*짧은 너덜도 초반에 지나고
*매도 먼저 맞는다며 먼저 출발한 덩달이님 ...... ㅎㅎㅎ 힘차게 오름이다
*여기도 또 한번 올라야 하는 곳이다 무조건 내리막만 있는 곳이 아니다
*다시 한번 건너편 권금성 쪽을 바라보고
*지난 6월 올랐던 신흥사 뒷 능선 뒤로 울산암이 한층 가깝고
하지만 이제 가볍게 내려서는 일만 남았다
아직도 바윗길이든 흙길이든 가파른 내리막은 그래도 푸다닥 뛰어 내려가는 힘은 남았으니
말이다
13시가 조금 넘으면서 장군봉 옆을 지나는데 파란 눈과 노랑머리의 외국인 클라이머들이
눈길을 끌고,
잠시 후 금강굴 갈림길을 지나노라니 금강굴 관광을 가는 행락객들은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물어오며 낑 낑 거리며 힘들어 하는 것이 산행을 거의 마친 우리 눈에는 장난스럽게도
킬킬거림을 날리고,
*장군봉 옆을 지나노라니 노랑머리 파란 눈의 클라이머들이 많이 보인다
*금강굴 갈림길이다
13시30무 렵 비선대 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그래도 제법 많은 인파들을 헤치며 상당히 빠른
발걸음을 옮겨가니 소공원 매표소 도착이 14시 무렵이다
광장의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옷도 갈아입고 차량이 있는 C지구 상가의 어느 식당에서
소주 몇 병으로 뒷풀이를 하고 일찌감치 서울에 도착한다. -狂-
첫댓글 역시나 같은 길을 걸어도,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하더니~~~~사진 설명도 자세하시고,사진도 거의 프로 수준이십니다.단풍도 멋진 곳만 골라서 남기셨네요.저는 케이님이 찍으시길래 ,옆에서 찍은 사진 두장만 남겼었습니다.다시 가서 보고 오라고 해도,이 사진이 더 멋지게 보입니다.
작년에 제가 설악 갔었던 시기가 같은데..단풍은 작년이 더 고운 것 같아요

부러워라...좋으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