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귀차니스트’들까지 문밖으로 불러내는 마력을 갖고 있다. 꽃은 말 그대로 흐드러지고, 향기 또한 넘쳐난다. 우울했던 마음들도 이쯤해서는 활짝 피는 봄꽃이 된다. 4월15일 총선일을 제외한 4월여행을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알아봤다. 골라잡아 떠나는 맛이 있지 않을까. 꽃비 내리는 봄날 위에 로맨틱한 ‘4월 이야기’를 써보자.
▲3일 토요일
하동 쌍계사 십리 벚꽃, 칠불사, 화개장터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까지 이어지는 4㎞ 정도의 도로변은 봄날이면 그야말로 연분홍 꽃비에 젖어든다. 오죽했으면 김동리 선생이 단편소설 ‘역마’에서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의 시오리 길은 언제 걸어도 길멀미를 내지 않게 하였다’고 했을까. 오십 성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벚나무가 2차로에 도열해 산화공덕의 열병식을 벌인다. 꽃이 피면 꽃 터널이요, 꽃이 지면 꽃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 환한 미소가 주책없이 따라붙는다. 코스:하동 섬진강~쌍계사~10리 벚꽃길~칠불사~야생차밭~화개장터~서울 도착(오후 9시). 문의:옛돌여행(2266-1233)
▲4일 일요일
고창 선운사 동백꽃, 도솔암, 내소사
선운사 동백은 4월말까지 절정이다. 봄 여행에 동백만 보면 그야말로 편식. 다행히 선운사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의 벚꽃길 1㎞는 말 그대로 터널이다. 벚꽃을 즐기는 눈의 성찬이며 코를 스미는 달달한 향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호화로운 잔칫상이 되는 순간이다. 게다가 개천을 향해 늘어진 ‘수양 벚꽃’ 나무의 춤사위는 화관무를 연상하게 한다. 허나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은 애잔함이며, 푸른빛을 더해가며 넘실대는 대숲은 쓸쓸함이다. 그 위에 하얗게 꽃비를 뿌려대는 늙은 벚나무의 어루만짐이 없다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변산 봄 가운데 내소사가 있으니 두말이 필요 없다. 곰소항의 곰삭은 어물전은 감초격이다. 코스:고창~선운사~벚꽃길~동백군락~도솔암~부안 내소사(전나무숲~벚꽃길)~곰소항 어시장. 문의:국토문화(2266-0220)
▲7·8일 수·목요일
진도 ‘모세의 기적’, 영암 벚꽃축제, 보길도
오는 7일 오후 6시, 진도의 바닷길이 ‘쩍’ 하고 갈라진다. 1시간 예정으로 박하게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아이들을 동반하면 벅차다. 수심 5~6m의 회동해안과 모도 사이 폭 30m 길이 2.8㎞의 바닷길이 날렵하게 ‘스워시’를 그리며 뻗어간다. 조개며 소라, 낙지, 해삼 등을 줍는 것은 덤이다.
쪽빛의 다도해에 동백꽃에 포위된 고도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가 가득하다. 세연정이며 옥소대, 산중 정원 동천석실, 예송리 해변의 깻돌 모두 그의 손길이 역력하다.
코스:영암(갈낙탕)~월출산~도갑사~벚꽃터널~진도 ‘모세의 기적’(해물한정식)~해남(1박)~카페리~보길도(전복회, 죽)~고산유적지(세연정~동천석실)~예송리 해변~미황사~해남(전통 한정식). 문의 :국토문화
▲10일 토요일
울진 대게, 경포대 벚꽃터널
봄철 노근함을 떨치는 데 제철 음식만큼 좋은 건 없다. 울진군 후포와 죽변 앞바다에서 잡히는 울진대게도 봄철 별미 중 하나다. 영덕대게와 마찬가지로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다리살은 쫄깃하고 담백하며 독특한 향기는 참을성을 잃게 하고 뒷맛은 개운하다. 대게 뚜껑에다 게장(게의 내장)과 밥을 한데 넣고 비벼먹는 맛이 그만이다.
‘봄바람’이 불 때면 벚꽃이 만개한 경포대를 찾아보라. 경포대 진입로에서 경포해수욕장에 이르는 2㎞ 구간은 눈맛 한껏 살린 벚꽃 터널이 맞는다. 그 수가 1,200여 그루. 봄의 교향악이 따로 없다. 코스:울진~죽변항 어시장(대게 쇼핑)~대게 전문식당(대게정식)~경포대 벚꽃축제(벚꽃터널). 문의:국토문화
▲13·14일 화·수요일
마이산 벚꽃, 소쇄원, 보성 차밭, 운주사
해발 400m에 위치한 마이산 벚꽃은 쌍계사 벚꽃보다는 10여일, 전군가도(전주와 군산을 잇는 길)의 벚꽃보다는 1주일 정도 늦게 피는 게 특징이다. 담양은 대나무와 정자의 고장. 마을 뒷산에 채이는 것이 대밭이다. 그중 조선시대 대표적 정원 소쇄원은 입구부터 대나무 숲이 환상적이다. 식영정에 오르면 탁 트인 광주호가 시원함을 더한다. ‘천불천탑의 성지’ 화순 운주사에는 석불 91구와 석탑 21기, 원형다층석탑 등 보물 3점, ‘미완성불이라고도 하는 길이 12m의 와불이 있다. 코스:전주(한정식)~진안 마이산~벚꽃축제~벚꽃터널~탑사~은수사~순창 고추장마을~담양~소쇄원~식영정~담양(전통 한정식)~화순 도곡온천(1박)~화순(두부전골)~운주사(천불천탑, 와불)~율포해변(바지락회)~보성 대한다원 차밭(사진 촬영)~해수녹차탕~서울 도착(오후 8시). 문의:화요문화(2275-4333)
▲17일 토요일
청남대 꽃길, 속리산 법주사
대청호의 노른자 조망 지역에 자리한 청남대는 구태를 벗었다. 모든 것이 ‘글라스노스트’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가 한층 더 인기다.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의 흔적이 그대로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골프장 잔디밭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속리산은 예부터 기암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산세가 웅장할 뿐 아니라 많은 국보와 문화재를 품고 있어 ‘작은 금강산’이라 불렸다. 법주사에는 쌍사자석등, 석연지, 사천왕석, 희경보살 등 다양한 국보와 보물이 보존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다. 코스:대청호~청남대(꽃길~야생화 단지)~속리산~오리숲~법주사 팔상전 문의:국토문화
▲18일 일요일
청송 주왕산 수달래, 주산지 신록
청송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병풍과 같다하여 ‘석병산’으로도 불린다. 등산로는 거의 평지라 산책로라 생각해도 된다. 이런 평이함을 달래주는 것은 서로 다름을 뽐내는 3개의 폭포수와 기암괴석의 장관. 죽순처럼 솟아오른 암봉과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등이 ‘엔도르핀’ 산행의 공신들이다. 사는 이들에겐 불편함을 주지만 여행객에겐 호기심인 전기없이 살아가는 주왕산 내원동마을도 돌아볼 수 있다. 절골계곡에는 조선시대에 만든 주산지가 있는데,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그루가 ‘물 속에서’ 자라는 기이한 풍광을 보여준다. 코스:청송~주왕산~학소대~3폭포~주왕굴~내원동마을(오지마을)~주산지~서울 도착(오후 9시30분). 문의:옛돌여행
▲20일 화요일
천리포수목원, 안면도수목원, 간월도
수종이 6,686종(세계 60여 개국에서 들여왔다 한다)이니 봄꽃의 향연이야 끼리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꽃들이 지천인데 새들이 몰라라 할 일 없으니 그 또한 꼬여 넘친다. 학술과 연구 목적으로 조성된 충남 태안의 북서쪽 끝자락에 천리포수목원은 아이들에겐 둘도 없는 자연학습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나면서 독특한 정원이란 자랑이 허세는 아닌 듯. 고맙게도 식물 전문가의 설명이 있으니 산만하지 않아 좋다.
간월도 서쪽 끝 바위 위에 동그마니 들어선 간월암은 원효대사가 세운 암자다. 선사의 눈은 역시 비범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서산8경으로 그 풍광이 빼어나다. 코스:태안 천리포수목원(희귀식물 탐사)~안면도휴양림(소나무숲~수목원~꽃지해변 유채밭)~백사장항 어시장~간월암~서울 도착(오후 9시). 문의:화요문화
▲25일 일요일
군산 고군산군도, 선유도, 전주수목원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중심으로 30여개의 작은 섬을 흩뿌린 듯하다. 유람선을 타면 ‘선유8경’이 펼쳐진다. 그 중 제일은 관리도 해금강. 약 3㎞에 걸친 해벽에 기묘한 모습을 띤 바위들이 여행객을 향해 열병식을 벌인다. 하늘로 뚫린 쇠코바위(일명 천공굴)를 비롯해서 수많은 군사들이 도열한 듯한 군사봉(일명 만물상) 등이 그것. 코스:군산항~유람선~고군산군도 해상 관광(선유도~명사십리)~전주수목원(야생화 탐사). 문의:옛돌여행
〈글 강석봉 레이디경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