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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첫눈 소식을 알리는 일기예보시간에,
문득 겨울추위를 버티며 피어나는 동백꽃 모습이 뜬금없이 떠 오르는기라...
그래서 혹시,
내년 봄꽃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참고가 될까하여,
동백섬으로 알려진 거제도 부속섬인 "지심도"에 다녀온 기억을 떠올려 본다.
지심도는 작년 봄에 옆지기가 느닷없이 가자고 해서 그런 섬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정작 갈려고 하면 이런저런 사정과 날씨가 안받쳐줘서 못가고 포기했다가,
마음먹은 지 일년만인 지난 3월달에 다녀왔었다. 그것도 보름간격으로 두번씩이나~
막상 가보니 예상보다 훨씬 좋은 풍광에 매료되어
동백꽃 필 때쯤이면 매년 들러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더라구^^
붉은 동백꽃과 푸른 바다,
자연 그대로의 상록수림과 이름모를 새들의 속삭임.
이 섬에서 만나는 모든 자연의 숨결과 동백꽃 향한 그리움까지도 고이 간직하고 왔단다.
『 지심도 』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으로, 장승포항에서 약 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0.36㎢ 약 10만평 정도, 제일 높은곳이 해발 97m, 해안선의 길이는 3.7km에 불과해서
넉넉잡아 2~3시간이면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고,
하늘에서 바라보면 섬의 모양이 마음심(心)자를 닮았다하여 지심도(只心島)로 불리우며,
가치가 큰 섬이라는데,
현재 10여가구 2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장승포항을 출발하면 뒤로 보이는 멋진 건물인 "거제문화예술회관".
배를 타고 가며 지심도를 바라보노라면,
태풍이라도 불면 섬 전체가 파도에 뒤덮이지나 않을까 걱정되리만큼 작아 보이고~
하루 4회 운항하는 정기여객선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
차타고 배타고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곳 지심도를 찾는 이유는,
가장 원시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동백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그마한 섬이라 움켜쥐면 한손에 들어올 것만 같은 사실적 분위기가 녹아있기 때문~
적어도 이곳에 머물때 만큼은,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바다가 자신이 섬안에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게끔 해주었지.
선착장에서 갈지(之)자 모양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섬을 오르면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이 울창한 위용으로 하늘과 바다를 가리고 반기는데,
갑자기 어두워진 숲그늘 안의 풍경에 적응되려면 공연스레 눈을 몇번 껌뻑여야만 하고~
지심도 산책로를 따라가면 곳곳에서 동백꽃터널을 만날 수 있단다.
지심도 동백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서 이듬해 봄에 절정을 이루는데
동백꽃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2월말부터 3월중순까지 라고...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동백꽃이 서둘러 마중을 나오고,
만개한 동백꽃의 향취에 묻혀 비탈길을 오르는 수고로움은 이내 잊혀지더라.
포구에서 산비탈 콘크리트 길을 5분정도 오르면,
예쁘장한 펜션인 동백하우스와 민가들이 동화의 한장면처럼 다가오고...
요상스레 피어 있는 동백꽃 한송이.
꼭 인위적으로 꽂아 놓은듯 보여서 가까이 들여다 보고 확인까지 했었다~ ㅎ
마을을 지나 숲길을 느릿느릿~ 들어서면,
천연의 원시동백림은 나무마다 세월의 굴곡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공간들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고,
풋풋한 풀내음과 숲을 타고 전해오는 새소리는 이 숲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끔~
섬 전체면적의 60~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다보니 자연스레 동백섬으로 불리워 진단다.
동백은 추운 겨울꽃이라 모두가 동면에 들어갔거나 추위에 움츠릴때
봄 여름 가을 내내 참고 참았던 사연을 풀어 헤치는 꽃.
이렇게 찬바람 부는 날
못내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피어 버린 그 모습이
잡힐듯 말듯한 님의 마음을 보는 것마냥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가슴에 매달린 그리움보다 먼저 피고
누군가 건들지 않아도 마음이 힘들어 지는 날에는 한바탕 눈물이 날 듯 그렇게 애타게 피었는데,
터트린 꽃봉우리에 가득 들어 차 그 무게 못이겨 떨어진 형체없는 그리움이라도 품어야 하는 가슴은
기약없는 기다림에 서러워서 울고...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 또는 "애타는 사랑" 이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시대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동백꽃을 매개로 하는 것은 우연일까 ?
동백꽃은 피어서도 아름답지만
땅에 떨어져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채로 고고하게 붉은 물결을 이루고~
벛꽃처럼 낱잎으로 지지 않고 장미처럼 핀 채로 시들지도 않으며
여느 꽃들처럼 시들어 볼품없을때 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장 절정의 순간에 세상을 향해 몸을 던지는 동백은 구차하지 않더라.
더 머무르고 싶을 순간에 티끌의 미련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저 슬프도록 아름다운 낙화를 어찌 설명할 수가...?
그래서 인지 떨어진 동백을 보면 안타깝거나 처연하기 보다는 왠지 경건해 지고,
세상에서 가장 의연한 꽃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걸어가는 순간에도 툭~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꽃이 땅에 닿는 순간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만,
어차피 긴 여운은 떨어지는 꽃보다도 나자신의 몫이니...
겨울 혹한과 차가운 바닷바람을 이기고 피어나는 꽃이라
뭔가 억누를 수 없는 힘든 시련을 승화시켜 따뜻한 봄을 부르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마을어귀나 숲길 어디에서나 아무렇게나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동백을 보면,
삶을 저버리는 대신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격정적인 청춘의 붉은 피를 보는 듯하여
생을 마감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경외와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하여 곰씹어도 봤었어.
그모습은 두세시간 남짓 섬을 둘러보는 동안 뇌리속을 떠나지 않는 아름다운 전율이었단다.
동백꽃은 두번 피는데,
나무위에서 한번 피고, 떨어져 바닥에서 또 한번 피고,
어찌보면 나뭇가지에 붙어 있을 때보다 땅위에 떨어져 있을때가 더 아름다워~
비록 떨어진 꽃이지만 함부로 밟을 수 없어서 이리저리 어렵게 발걸음 옮겨봐도
한적한 오솔길에 떨어진 동백꽃은 붙잡은 걸음을 쉽게 놔주지 않았고
발아래 붉게 깔리는 꽃들은 안타까움을 초월한 처연함으로 발목을 잡더라.
지심도에는 동백나무에는 물론이고,
길바닥에도, 민박집 지붕과 마당에도, 심지어 소나무에도 붉은 동백꽃이 피어 있다면 믿길까^^
아무런 미련없이 스스로 떨어져서도 아름다움은 그대로 간직한 채로...
일제때 일본군관사로 쓰였던 건물.
당시 사용되었던 포진지와 무기고도 남아있는데,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원형대로 볼 수가 있어서 인지,
아픈 역사의 흔적이 동백의 붉음과 어우러져 진혼가마냥 지나는 발길에 슬픔이 묻어 나기도...
현재 지심도는 국방부 소유라서 주민들은 지상권만 갖고 있다보니,
가옥 대부분은 일제때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을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개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심도에서 유일한 흰동백꽃, 위 사진에 있는 예전 일본군관사 건물 어귀에 한그루가 있더라.
빼곡하게 들어찬 동백나무가 만든 터널은 맑은 날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조금 어두웠어~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저마다 다 다르게 피고 지는 꽃이라서 화려한 맛은 없었지만,
나그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엔 충분할 정도는 피었고...
동백꽃은 불같이 강렬한 느낌이나 결코 뜨겁지 않아서 포근하고,
정열적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가 밖으로 넘치지 않아서 정갈한게,
진녹색 잎을 배경으로 보색인 붉은색 꽃이라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짙은 선홍색의 유혹보다는 겸손한 아름다움이 배여있는 느낌이라 더 좋았어...
섬 어디를 가도 선홍빛 봄이 오고 있었고,
봉우리를 오므렸던 동백꽃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한껏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아무래도 양지쪽에서 햇볓을 많이 받고 자란 나무가 꽃을 많이 피웠더라.
멈춰서서 우두커니 서있으니 봄의 소리가 나즈막히 들려 오고,
동박새 소리가 동백꽃 사이로 퍼져나가고, 동백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엔 초록의 향이 짙고,
굴곡진 동백나무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봄을 알리는 전령되어 숲을 맴돌고...
번잡함 없는 한가로운 오솔길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섬 지심도.
이 섬에서 울창한 대나무숲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담양에서나 있음직한 넓은 대나무숲도 있더라.
대나무 사이로 내려 앉는 햇빛이 무척이나 따사로웠고,
이 대나무 숲길을 가로 질러 바닷가로 내려가면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이 나온단다.
어둑한 산책길을 걷다가 환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파란바다.
고기잡는 어선이 아주 평화롭게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해안선 모습~
전망대에서...
뭐가 저만큼 활짝~ 웃게 만들었는 지는 모르겠다~ ㅎ
섬 중앙부에 있는 "활주로"라 불리는 잔디밭.
둘러보면 종려나무가 이국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주변에는 매화 유채 개나리 등 봄꽃들이 행여 동백꽃에 누가 될까바 소박하게 피어 있는,
섬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공간.
사진 오른쪽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동백꽃 산책로가 시작되고...
아직은 꽃샘추위가 매섭지만, 봄을 캐는 여심은 어김없이 설레였지^^
지난 3월16일 지심도에 남겨 두고 온 흔적을 되새겨 본다.
아래 사진은 거제도 "여차-홍포 해변"
몇해전 거제도 여행길에 길을 잘못 들어서 우연히 찾은 비경인데,
일주일전에 옆지기가 모임차 그 곳에 들렀다가 찍은 사진을 보너스로 올렸다^^.
흐르는 음악은 The Daydream 의 "Tears"
첫댓글 관순이와 옆지기가 움직이면 대한민국이 더 아름다워진다.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냐? 관순이 그발도 쥑이고 옆지기 사진발도 쥑이고..덕분에 눈이 호강해서 내 기분도 쥑인다. 고마워~~~
관순아 오늘 너 미역국은 먹었니 내기억으론 오늘 너 인것 같은데 늦게나마 한다..짝짝짝
역시 관순이는 짱!! 근데 역마살도 짱!!
관순이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참으로 좋은 취미에다 가보지 못한 우리들 눈과 마음을,거기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귀까지겁게해주니 더욱 고맙구나.늘 건강해서 오래오래 그림일기가 계속되기 바란다.
관순아!! 모양새가 이뿌질못해 사진을 신청 안했는데 찍히는걸 피했구먼 용케찾아서 보내주어 인편으로 잘 받았다 고마워~~ 말로만 인거같아 미안타 언제라도 기회되면....
CD 너무 고마워 남편이랑 같이보며 즐거운시간 보냈다 음악도 잘듣고 있고, 고마버
cd 고마워 컴에 깔고 듣고 있단다 . 나도 지심도에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