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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천의 간계
등,
임시로 건립된 객점,
그리고 점포마다 등불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동백광장의 곳곳에 세워진 등불도 환히 밝혀지기 시작했고
동백광장에서 월영성궁으로 이르는 십리길 대로에도 등불이 지펴졌다.
속속들이 들이 닥치는 인파와 대오로 동백광장은 더욱 소란해졌다.
목극렴은 동백광장으로 향하는 대로를 응시하다 혀를 찼다.
"쯧쯧...뻔하다, 뻔해!"
하토살군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나직이 말했다.
"노사, 소신이 찾아볼까요?"
목극렴은 소매를 세차게 저었다.
"갈 필요 없다."
"예예...? 소후께서 혼자 가셨는데.."
"소후의 무공은 자네보다 아래가 아니니 그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돼."
목극렴은 정자 안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한데 소후께서는 왜 여태 오시지 않는 것이오니까?
아직 주공을 만나지 않았을까요?"
하토살군은 어깨를 움치리며 물었다.
목극렴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이미 만났을 것일세."
"그렇다면 왜 여태..."
목극렴은 기둥에 등을 기대며 자르듯이 말했다.
"두꺼비, 자네같이 어린 사람은 몰라도 되는 일이다."
하토살군은 고개를 돌리며 입맛을 다셨다.
(젠장.. 내 나이 칠순을 바라보는데 어리다고...?)
이때, 소란스런 광장이 조용해지며
복잡하던 인파의 한쪽이 쫘악 갈라졌다.
무인들은 포복지례를 취하며 일제히 외쳤다.
"성후를 뵈오이다."
인파가 갈라진 저편 끝,
한 명의 중년미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뒤에는 월영성궁의 대종사인 은창무적 관창이
월영성궁의 무사들을 대동하고 호위하고 있었다
. 중년미부의 신분이 대단한 듯
대총사인 그가 직접 경호에 나선 것이다.
중년미부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예를 취하는 군웅들에게 답례했다.
그녀의 자태는 국화처럼 우아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유난히 길고섬세했으며
가는 손목에는 열 개의 금환이 채워져 있었다.
옥정성후 서매림-
신주십대고수의 일인,
암기에 관한 한 당대의 제일로 평가되는 희대의 고수
,그녀는 주안술을 익혔기에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응...?"
목극렴은 그녀의 용모에 눈이 번쩍 뜨이는지 벌떡 일어섰다.
그는 급히 계단을 내려서며 서매림 앞을 막아섰다.
"허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계시는군."
그는 제법 점잖게 웃으며 위엄을 갖추기에 애썼다.
하나, 일척에 달하는 허우대에 비해
지나치게 깡마른 그의 체구에서 위엄이란 어울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의 추악한 용모는 흉신악살을 방불케 했으니.."
서매림은 그를 응시하며 흠칫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전신에 서린 폭발적인 기도는 실로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 (당대 최고의 고수라는 월영성궁주 월락대제를 능가하는 기력의 소유자다.)
이때, 은창무적 관창이 노기를 띠우며 목극렴 앞을 막아섰다.
"어서 비키지 못하겠는가?"
목극렴은 눈살을 찌푸렸다.
"두꺼비!"
하토살군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싶어
미끄러지듯 그 앞으로 달려 갔다.
"썩 물러나지 못하겠느냐?"
콰-르르르- 강맹한 하토살극공에 관창은 황망히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십대고수와 버금가는 자다.)
그는 은창을 비껴들며 분연히 외쳤다.
"그대는 누구인가?"
"하하..노부는 하토살군이라 한다.
아마도 너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하토살군...?"
삼십여 년 간 무림계를 종횡한 그였지만
하토살군이란 명호를 들어봤을 리가 만무했다.
하토살군은 재차 공세를 펼쳤다.
"하하.. 너는 감히 노사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으니
노부가 대신 놀아 주겠다. "
관창은 월영성궁의 대총사란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의 멸시를 참을 수가 없었다.
"흔허류-"
츠츠츳..은창이 번뜩이며 하토살군의 전신 십 이곳을 동시에 찔러왔다.
하토살군은 그의 예리한 공세에 감히 무시하지 못하고
특유의 지둔술을 펼쳤다.
스스슥- 그의 신형이 땅 속으로 꺼져 버렸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관전하던 군웅들도
그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었다.
"하하... 여기다, 여기.."
하토살군은 십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관창을 놀려댔다.
관창은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에게로 날아 들었다.
한편, 이를 바라보던 서매림은 눈을 가늘게 떴다.
"대단한 수하를 두셨군요."
목극렴은 그녀의 칭찬에 어깨를으쓱했다.
"허허.. 변변치 못하오."
서매림은 그와 굳이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옥정성후 서매림이라 합니다.
노협의 대명을 알고 싶군요."
"목극렴이라 하오..
노부의 명호를 댔다가는 성후가 놀랄까 보아 말하지 않겠소."
"더욱 궁금하군요."
서매림은 그가 허풍이 심하다 싶어 가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목극렴은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신비를 가장했다.
허허...명호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
그때, 서매림은 소매를 가볍게 펄럭였다.
"용서하세요."
피-잉- 그녀의 소매 속에서 세치 길의의 금빛 화살촉이 뻗어 나갔다.
그의 신법과 무공을 통해 그의 신분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 한데, 목극렴은 약지와 중지로 화살촉을 잡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는 마치 날아오는 낙엽을잡는 듯
아주 간단하게 그녀의 의도를 무산시켜 버렸다.
허허.. 여협의 솜씨로 노부를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오.
함께 술을마시러 가자면 몰라도."
서매림은 그의 무례한 태도에 이마를 찌푸리면서도
그의 정체에 대한 의혹은 떨칠 수가 없었다.
군웅들은 서매림을 히롱하려는 그의 행동에 분노를금치 못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한데 이때, 누군가가 목극렴의 등판을 톡톡쳤다.
이제 그만 하시오."
목극렴은 흥취가 깨지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어떤 자식.."
그는 뛰어나오는 욕설을 뚝 그쳤다.
그를 제지한 인물이 용비운이었기 때문이다.
"주...주공, 언제 오셨소?"
그는 험악한 인상을 풀며 손을 모았다.
용비운은 안색을 굳히며 그를 꾸짖었다.
"지금 목로는 감히 내게 욕을 한것이오?"
목극렴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찌 노신이 감히 주공께 욕을 할 수 있겠소?
그저 주공이신지 모르고..."
용비운은 냉소를 치며 그의 변명을 일축했다.
그는 서매림에게 간단히 예를 취했다.
"여협은 가보시지요.
본인의 수하가 잠시 망동을 부린 점, 양해 바라오."
서매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 뿐만 아니라 군웅들 역시
가공할 고수를 수하로 두고 있는 이 청년에 대해 경악하고 말았다.
"귀공께서는 뉘시오?"
무림계의 명숙인 서매림이였지만 용비운에게만은 예의를 지켰다.
용비운은낭랑히 대꾸했다.
"그저 천마공자라 알아 두시오
. 내일 군웅대회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오."
"천마공자께서 아직 숙소를 정하지 않았다면
월영성궁으로 안내해 드리겠소."
서매림은 그가 아직 정과 사에서
어떠한 부류의 인물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하나, 그가 만일 정의 인물이라면
당세를 이끌어 갈 인물임을 능히 간파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에서 묵을 작정이오.
잠시후, 군웅관을 통과해 들어가겠소."
"공자의 능력이시라면 군웅관을 통과할 핑요없이
궁의 귀빈으로서 대우 받게 될 것이오."
"하하..그러나 규칙은 규칙이니 본인은 규칙대로 할까 하오."
용비운은 한걸음 물러났다.
서매림은 다행히 그가 악인은 아니라 판단했다
"그럼, 안에서 뵙기로 하지요."
그녀는 관창의 경호를 받으며 월영성궁으로 향했다.
목극렴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의 둣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용비운은 엷은 미소를 띄웠다.
"하하... 목로, 새 장가를 들고 싶으시오?"
목극렴은 힐긋 설잔화를 응시하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주공께서는 소후와 함께 있다는 것을 너무 표내지 마시오."
그는 설잔화의 상기된 얼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파악했던 것이다.
"무슨 얘기요, 목로?"
목극렴은 소매를 떨치며 헛기침을 했다.
"험, 노신에게도 마누라가 있단 말이오.
나도 데리고 오는 것인데.."
용비운은 멋적게 웃으며 그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하하.. 어서 갑시다
. 내 오늘 일은 금후에게는 비밀로 하겠소."
목극렴은 금후 설화군의 표독스런 성격을 상기하고는
그가 이끄는대로 갔다.
야천.
하늘에는 방금 서산 너머로 스며든 잔양의 자취만이
불그레하게 남아 있었다.
두두두두두..희미한 야음을 뚫고 한떼의 인마가 달려가고있었다.
일천여 필의 준마들,
준마의 등에는 견고한 철갑이 둘러져 있었다.
<철기회.>
바로 강북 무림계를 주름잡는 삼회 중의 일파였던 것이다.
선두의 철갑 보다,
준마에 박차를 가하며 달리고 있는 인물은
용맹스레 보이는 호안의 노인이었다.
철기회주 철겁탈혼 철무쌍,
그는 강북삼기의 일인으로 패도적인철검의 달인이었다.
그의 성격은 강직하여 사마외도와는 타협을 할 줄 모르는
당세의 열협이었다.
"서둘러라, 이제 선하령만 넘으면 동백산이 바로 보인다."
그는 수하들을 독려하며 기세 좋게 달려 갔다.
한데, 언덕 아래의 길이
베어져 쓰러진 수목으로 완전히 철폐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철무쌍은 말고삐를 힘껏 잡아채며 외쳤다.
"모두 멈춰라!"
이히히힝- 일천여 필의 철갑 준마들은
긴 울음소리와 함께 일제히 멈춰 섰다.
철무쌍은 오랜 강호 경험으로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가로막힌 수목더미 위, 한 명의 꼽추노인이
베어진 동백나무에 겊터 앉은 채 동백 잎사귀를 하나씩 헤아리고 있었다.
볼은 움폭 들어갔고, 광대뼈가 불룩 뛰어나온 볼썽사나운 노인이었다
. 깊숙한 세모꼴 사안에는 인광과 같은 청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철기회주 철명탈혼 철무쌍!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되네,
자네는 그렇게도 빨리 저승으로 가고 싶은가?"
그의 음성은 알아 듣기 어려우리만큼 탁했다.
철무쌍은 그의 전신에 서린 음산한 사기에 절로 경각심을 높였다
. 이때, 철기회의 총관인 도산철부가 앞으로 나섰다.
"요망한 늙은이! 대체 너의 의도는 무엇이냐?"
그는 거대한 철부를 번쩍 치켜 들었다.
사안의 혈의노인은 한웅큼의 잎사귀를 집어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부의 의도는 너희의 몰살이지."
그의 손 끝에서 동백잎이 날았다. 피리리링--
"헉!"
도산철부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철부를 휘둘러 비엽도를 막으려 했다.
하나, 비엽도는 그의 방어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그의 미간사이로 깊숙이 박혀 버렸다
. 퍽-콧등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선혈....
"총관!"
철무쌍은 경악하여 부르짖었다.
자신의 오른팔과 다름없는 수하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사안의 혈의 노인은 허공을 밟고 사신처럼 다가왔다.
"혼자 보내기 외로우면 너도 같이 가면 되겠군."
피이이이이잉- 비엽도는 급선회하며 철무쌍의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하나, 철무쌍의 패도적인 철검은 쾌속하게 발출되며 비엽도를 막아냈다.
짝!"혀.....혈명사엽!"
철무쌍은 무엇을 느꼈는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심마 만도통해!"
사안의 혈의 노인은 쇠를 긁는 듯한 탁음으로 대꾸했다.
"정확히 맞추었다. "
심마 만도통해..공포의 십이대천마 중 가장 지혜로운 노마,
그는굉폭한 격전보다 계략에 의한 싸움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죽어랏! 만도통해."
철무쌍은 마상에서 솟구치며 만도통해를 향해 철검을 내질렀다.
팟--츠츠츳
.. 그의 절학 중 최강의 위력을 지닌 측천철명의초식 이었다.
하나, 만도통해는 구부정한 모습으로 몸을 슬쩍 뒤집으며
다섯 개의 혈명사엽을 날렸다.
파파팍!
철무쌍의 이 맹렬한 검초는 혈명사엽의 차단으로 중도에서 멈춰지고말았다.
한데 이때, 스스..슷 하나의 인영이 화살과 같은 신법으로 그 앞에 내려섰다.
"하하.. 만도통해의 혈명사엽을 감당해내다니.. 과연 철명탈혼이군."
철무쌍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 반색을 했다.
"오, 공자였구료."
그는 백의인을 잘 아는 듯했다.
백의인의 손등에는 한 마리 금응이 올려져 있었다.
한데, 금응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백의인의 일수가
날카롭게 그어졌다.
무형수강! 퍽! 철무쌍의 두개골이 파열되며 서서히 쓰러져 갔다.
그의 눈에는 경아과 분노, 원독의 빛이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크으으..네가...네가...왜...?"
철무쌍은 눈을 부릅뜬 채 최후를 마쳤다.
졸지에 회주를 잃은 철기회의 제자들은 당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회주의원수를 갚자!"
"심마 만도통해를 죽여라!"
"저 흉수를 죽이자!"
철기회의 일천 철기대는 노도처럼 달려들었다.
두두두두.. 말발굽소리가 지축을 뒤흔든다.
한데 이때, 폭풍과 같은 광소와 함께
하나의 거인이 일천 철기대 앞에 내려섰다.
철투구의 철린갑의 노인,
그는 한 자루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광오하게 외쳤다.
"크하하하... 천하에 나를 당할 자가 누구냐?"
그는 허공으로 치솟으며 방천화극을 비스듬히 그었다.
팟-츠츠츠츠
화극이 번뜩이며 무수한 핏줄기가 댓살처럼 피어올랐다.
"아아악!"
크아아악!"
무너지는 일천 철기대의 선두,
"처...철마!"
"광혈인도!"
철마대는 기세가 주춤하고 말았다
. 철마 광혈인도... 인간 백정이라 불리우는 살마,
그는 십이대천마 중 가장 살육을 즐기는 잔악성의 소유자 였다.
"키히히... 여기도 있다."
한 명의 청발청명의 노인이 귀기스런 괴소와 함께 장내로 뛰어 들었다.
독마 혈해사극,
그는 신형을 빙글 돌리며 양소매를 홱 펼쳤다.
우우우우...
웅후한 파공음과 함께 사위를 덮어가는 비릿한 청무,
그의 독공중 갈혈천독공이 전개된 것이다.
철기대의 후위는 독공에 중독된 채 가슴을 쥐어 뜯으며
마상에서 푹푹 떨어져 내렸다.
한데 기이하게도 철갑마들은 길게 울음만 토할 뿐이었다.
철기대는 급히 전혈을 가다듬었다.
그들은 삼대로 나누어 심마와 철마, 그리고 독마에게로 덤벼들었다.
이 순간, 땡...땡...땡..
천지를 뒤흔드는 금음의 일성이 야천을 진동시켰다.
"카핫.. 여기도 있다!"
일현금을 품에 안고 내려서는 청순한 노인,
그의 입가에는 영원이 지워지지 않을 잔혹한 혈소가
피의 냄새를 풍기며 깊숙히 서려 있었다.
금마 일성토혈,
그의 겁천일성에
철기회 무사 이십여 명이 피를 토하며 마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십이대천마 중 사마가 동시에 출현한 것이다.
그들의 광란에 철기대는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없었다.
회주와 총관 두 수뇌를 잃어버린 그들이기에
신속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들의 철제병기들이 빗발치듯 휘날렸지만
사마를 적중시키기에는 너무도 무기력했다.
이윽고, 철기대는 동료와 말을 버리고
제 살길을 찾아 동백림 속으로 줄행랑을 쳤다.
몇 명의비겁한 행동에 철기대는 삽시간에 풍지박살이 나고 말았다.
팔백의 철기대는 병기를 거꾸로 둘러맨 채 수림 속으로 뛰어 들었다.
하나, 그들이 살 길은 전무했다.
번-쩍- 쐐-애애애액-
어둠이 두텁게 깔린 수림 속에는
무수한 살광이 폴출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검은 장의를 뒤집어 쓴 일천 수백의 귀영들..
그들은 수풀 속에서, 나무 등걸 아래서,
바위 뒤에서 쏟아져 나오며 도주에 급급한 철기대들을 도륙했다.
"끄으으..꾸역!"
"으악!"
철기회의 무사들은 계산된 함정 속에서 차례로 죽어 갔다.
귀역...
암흑십세의 하나로 잠입과 기습에 능한 사악한 살인단체,
이들 개개인의 능력은 살인정에 미치지 못했지만
방대한 세력은 살인정의 전력을 능가하고 있었다.
아비규환.. 처절한 지옥도가 동백림 곳곳에서 공포스럽게 펼쳐진다
. 잇따른 단말마와 피보라..
아, 철기회!
그 위용을 사해에 떨치던 하나의 문파가 이렇게 결단나고 있었다.
"제일 태상호법!"
백의청년은 손등에 내려앉은 금응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 천주."
심마 만도통해는 공손히 대답했다.
천주라니... 이 백의 청년이 저 신비의 태양천주란 말인가?
"다른 두 곳의 상황은 어떠한가?"
"각기 세 명의 태상호법이 투입되어 성공리에 수행됐소.
그들은 이미 월영성궁 내에 잡입해 있을 것이오."
"훗훗... 내일 군웅대회는 사망대회가 되겠군."
백의청년은 금응을 날리며 꼿꼿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럼, 제 이계를 시행하시오."
"예, 천주!"
만도통해는 사안을 반짝이며 손을 모았다.
잠시 후
, 대로변의 즐비한 시체가 수림속으로 치워졌다.
철기회의 복장으로 갈아 입은 귀역의 살수들은 철갑보마 위에 올랐다.
사악한 바꿔치기...
월영성궁으로 향하던 세력과 무인들이
태양천의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너무도 안이한 판단이었다
. 초대한 자들은 빠짐없이 도착했지만
그 중에서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태양천의 휘하들과 바꿔치기 되었는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가자!"
철기회주로 변장한 귀역의 역주 귀면잔심은
철검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두두두두두... 월영성궁을 향해 질주해 가는 일천 철기대...
이들이 귀역의 살수들임을 뉘라서 짐작이나 하겠는가?
"아아..."
"학학..."
숲 속의 어둠 속에서 끈끈한 비음과 가쁜 호흡이 들려온다.
사내가 여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이 사내를 지배한다.
사내를 한껏 휘어 감은 여인은 환희에 젖어 경련하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천하를 울린 절세적 용모의 미소녀,
그녀의 화려한 아름다움은 한떨기 붉은 장미꽃을 방불케 했다.
아...
바로 옥봉 녹월서시 사옥교가 아닌가?
그녀는 사내의 몸 위에서 한껏 욕정을 불사르고 있었다.
그녀의 출렁이는 육봉에서 진한 살내음이 풍긴다.
"소저... 그만 합시다. "
사내는 전신의 기력을 탈진한 듯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듯 말했다.
그는 후기지수 중에서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탐화공자 악비였다.
그의 별호가말해 주듯 그는 여인을 다루는 데에 있어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나, 그도 사옥교와의 정사에서는 애송이처럼 취급됐다.
"으음..."
사옥교는 육념이 스러진 듯 광란하듯 춤추던 몸짓을 멈추었다.
그녀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어렸다.
"당신...형펀없군."
"정말이지..옥봉소저께서 이토록 기교가 능숙한 줄은 생각도 못했군..."
악비는 그녀의 탐스런 육봉을 감싸 쥐었다.
사옥교는 그의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곱게 쌓아 놓은 녹의를 걸쳐 입고는 빗질을 했다.
악비는 누운 채로 한 마디 던졌다.
"한데, 옥봉, 담화린과는 어떠한 사이오?"
사옥교는 아무런 대답없이 빗질만 계속했다.
이윽고, 분세수까지 끝낸 그녀는 악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로 누워 있어라!"
악비는 그녀의 시선에 서린 살기를 감지하고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하나 사옥교의 예리한 지공은 그의 삼대사혈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크엑!"
악비는 기괴한 비명을 토하며 뻣뻣이 쓰러졌다.
"형편 없는 자식! 그 꼴에 탐화공자...? 흥!"
사옥교는 냉소를 치고는 수림 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자신과 관계한 자는 그 자리에서 해치는 사갈 같은 여인...
그녀는좀 전의 정사를 상기하며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문득, 그녀는 담화린을 만날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음양화합을 통해 나를 살린 자가 대체 누구일까..?
혼몽 중에서도 나는 그러한 만족은 처음 느꼈다.
담공자가 그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당시의 혼몽을 되새겼다.
(그 자는 나를 알아 보겠지만..나는 그 자를 알아보지 못하니
이렇게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담..?)
그는 동백림 광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담화린을 뇌리에 떠올렸다
. (담랑은 간혹 며칠씩 어드론가 간다.
말로는 사부님 문안을 간다지맡 어딘가 석연치 않아.
그가 무슨 짓을 하던 상관은 없지만...
왜 나와 동침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잠시 후 동백림 광장 입구에 이르렀다.
아직 담화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늦어 그의 의심을 사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담화린을 수중에 넣은 것을 커다란 행운이라 여겼다.
당대 제일의 후기지수인 그를 정인으로 두엇기에
그녀를 무시하겨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모든 여협들의 부러움을 받는 위치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내를 골라
마음껏 색욕을 채울 수있었다.
(호호...나의 후광 담랑...)
그녀의입가에 간특한 요소가 서렸다.
이때, 대로 저편에서 달려오는 담회린의 모습이 보였다.
두 자루 흑백쌍검을 허리에 찬 채
백의를 휘날리며 날오오는
그의 수려한 모습은 과연 당세 제일의 미공자였다.
"하하...늦어 미안하오, 옥빈."
담화린은 그녀 앞에 이르기가 무섭게 사과했다.
"흥!"
사옥교는 고개를 홱 돌리며 냉소를 쳤다.
담화린은 그녀의 화를 풀기 위해 연신 사죄했다.
그제서야 사옥교는 다소 풀린 기색으로 그를 응시했다.
"당신...설마 다른 계집을 만나고 온 것은 아니겠지요?"
담화린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요, 옥교.
천하에 당신 같은 여인을 놔두고 한눈을 팔 사내가 어디에 있다고.."
그는 품 속에서 네모난 옥갑을 꺼내 들었다.
"실은...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사오느라고 늦었소."
"뭐예요?"
사옥교는 옥갑의 뚜껑을 열었다
. 푸른 광휘가 눈부시도록 비쳐 나왔다.
진귀한 남안산 묘안석 반지..
"어마..."
사옥교의 안색에 화기가 감돌았다.
"변변치 않소."
담화린은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아..담랑, 이렇게 귀한 것을..고마워요."
사옥교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오..옥교.."
담화린은 그녀의 나근나근한 교구를 얼떨결에 안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빈번하게 오가던 무인들은 그의 신분을 생각해서 모른 채 지나갔다.
사옥교를 그저 무림지화로만 알고 있는 무인들은
이들의 관계를 천생연분이라 생각한다.
하나, 사옥교의 추문을 한번이라도 접한 인물이라면
담화린이 왜 저런 여인을 연인으로 삼았는지 안타까와 했다.
천지성검 옥면공자 담화린...
그의 고귀한 인격과 품성을 존경하지 않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기에..
천지성검과 녹월서시,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후기지수들의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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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미진진하여 독 하고있읍니다.싸.
즐감
즐감
잘읽었읍니다
감사 드립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