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달라졌어요! (brunch.co.kr)
밥이 달라졌어요!
매일매일 밥 .. 밥의 협주곡(대추&표고버섯&고구마 밥)
오랜만에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1번 제2악장을 듣고 있었다.
밥솥도 연주를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향기가 났다.
피아노협주곡을 들을 때와 같았다.
잔잔한 바이올린 소리가 지나가면 강렬한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렸다.
가끔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노크하듯 귓가에 들렸다.
"세상에!
밥솥이 오케스트라였어.
오 마이 갓!
쌀이 춤추고 있어!
대추와 표고버섯이 춤추고 고구마가 춤추다니.
이건!
피아노소나타
아니
피아노협주곡이야."
나는 놀랐다.
밥 하는 재미에 빠진 뒤 이상해졌다.
"돌고 돌아!
때로는 잔잔한 바다처럼.
그러다
가끔 성난 파도처럼 더 높이 솟구쳐라!"
밥솥에서 나는 소리였다.
쌀은
같이 넣어준 재료를 가만두지 않았다.
쌀과 재료의 맛을 더한 행복한 밥 짓기에 열정을 쏟았다.
"돌고 돌아!
성난 파도가 부서지듯 움직여 봐.
그냥
밥을 해서는 안 돼!
최고의 밥.
세상에서 단 하나의 밥을 만들어야 해!
돌고 돌아!
성난 파도가 부서지듯 움직여 봐!"
쌀은 지휘를 멈추지 않았다.
밥솥에서 나는 소리는 피아노소나타였다.
아니
피아노협주곡이었다.
<밥의 협주곡>에 들어간 재료(대추&표고버섯&고구마)/이모가 가져옴
표고버섯 향기는 바이올린 연주 같았다.
잔잔하고 은은하게 코를 자극했다.
무엇인가끌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대추 향기는 성난 피아노였다.
피아니스트의 강렬한 손가락이 움직이듯 대추 향기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부라보!
이런 밥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이건!
미친 존재감이야.
대추!
그의 강렬한 피아노 연주를 들어볼까!"
밥솥을 향해 다가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에 푹 빠지고 싶었다.
"와!
꽃보다 더 향기롭다니.
세상에!
이런 향기는 없어."
나도 모르게 밥솥 가까이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았다.
"히히히!
나를 모르시다니."
갑자기 뒤통수를 툭 치는 녀석이 있었다.
밥솥에 들어간 고구마였다.
"그렇지!
고구마도 넣었지.
넌!콘트라베이스처럼 묵직한 향기를 내는구나."
나는 강렬한 대추 향기에 고구마를 잊을 뻔했다.
"히히히!
피아노협주곡 들을 만하죠?"
하고 고구마가 물었다.
"그래!
나도 그 밥솥 안으로 들어가 함께 춤추고 싶다."
"히히히!
들어오세요.
누가 들어와도 밥솥은 그들을 춤추게 할 거예요."
하고 고구마가 말하며 성난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부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밥이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밥솥 옆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향기에 취해!
아니밥솥이 연주한 <밥의 협주곡>에 취해 있었다.
<밥의 협주곡> 속을 들여다 봄(각각의 재료들이 모두 살아있는 듯)
밥솥을 열었다.
피아노협주곡이 끝났음에도 밥솥 안에서는 잔잔한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이건 피아노협주곡보다 더 경이롭다."
나는 밥솥을 열고 밥의 협주곡(대추&표고버섯&고구마)이 주는 향기에 흠뻑 취했다.
차마!
주걱으로 휘졌고 싶지 않았다.그냥이대로 놓고 적당히 덜어 먹고 싶었다.
"이모!
오늘 준비한 밥의 협주곡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녁 먹게 나오세요!"
안방에서 쉬고 있는 어머니와 이모를 불렀다.
오늘 재료는이모가 집에서 준비해온 것이었다.
매일매일
밥을 새롭게 지어먹는 소식을 들은 이모가 준비해 왔다.
"이모!
오늘 밥이 내 인생 최애밥이 될 것 같아요."
"그래!
다음에도 또 가지고 올게."
하고 이모가 대답한 뒤 의자에 앉았다.
"좋아요!
어떤 재료를 가지고 와도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한 나는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한 마디로 말이 필요 없었다.
"이모!
오늘 밥 이름은 <밥의 협주곡>이라 지었어요."
하고 말하자
"하하하!
밥 이름도 지었어.
<밥의 협주곡>!
이름 멋지다."
이모도 맘에 들었는지 기분 좋게 웃었다.
<밥의 협주곡>!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잘 어우러지는 피아노협주곡처럼 밥의 협주곡이었다.
"도도한 녀석!
성난 파도를 이겨내고 도도하게 자신의 모습을 뽑내다니."
고구마는 도도한 색을 보여주며 유난히 빛났다.
나는 고구마가 눈에 보이지 않을 줄 알았다.
대추나 표고버섯은 자연 그대로 였지만 고구마는 껍질을 재거한 것이었다.
"호호호!
인생이란 이런 것이야."
하고 고구마가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고구마였다.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것도 고구마였다.
나는고구마의 가치를 잊고 있었다.
대추와 표고버섯의 가치에만 혼을 빼앗기고 있었다.
고구마 밥!
내가 처음 먹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추억을 잊고 있었다.
아니
지금은 배가 불러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밥이 달라졌다.
벌써
새로운 밥을 기다리는 사람도 생겼다.
내일은 또
어떤 재료를 넣고 밥솥에게 연주를 부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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