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정치 창간준비9호] 4면
특집_ 한파를 넘는 노동자 민중의 처절한 저항
삼성자본을 끌어내려면
최종범 열사 50일 투쟁 … 삼성지회 파업+금속노조 전면투쟁
12월 18일 현재 최종범 열사가 하늘에 오르지 못 하고 차가운 냉동실에 있은 지 49일차, 최종범 열사 유가족이 삼성 본관 농성을 한지 16일차. 삼성 자본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삼성 자본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민주당 국회위원 등 4자 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삼성 자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삼성을 움직이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아니었다. 삼성은 '삼성장학금'이라 불렸던 어마어마한 돈을 통해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권력과 함께 돈을 얻고 싶어 하는 출세주의자들을 몇 십년간 키워온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자본이다. 국회의원 몇 명이 나선다고 삼성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삼성 자본은 과연 변화하지 않는가? 삼성노동자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언론에 폭로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사실 삼성의 결정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문건에서 삼성은 노조법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법조항을 이용해 노조를 사전에 뿌리 뽑고, 그래도 노조가 생기면 노․노 분열을 일으키거나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라고 교육했다. 그러나 삼성은 열심히 일해도 배고팠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은 막지 못 했다.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은 이제 민주노조를 폭력으로 파괴하고 돈으로 매수할 수 없다는 중대한 변화를 현실로 보여준 셈이다.
그렇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중대한 결단의 시기에 이르렀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며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생활임금쟁취 등 아직 따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50일 투쟁에 미동도 하지않는 삼성
삼성 자본을 움직이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은 전국 서비스센터들의 파업이다. 물론 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제조업 노동자들의 파업과 달리 분산돼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세심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미 삼성 자본은 내년 3월 1천여명의 서비스 교육생들을 업무에 투입할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 전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퇴직자들과 교육생들, 그리고 정규직 기사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저지에 필사적일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철도노동자들이 대체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단결된 대오로 파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본보기다. 철도노동자들처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도 파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파업은 2007년 홈에버․이랜드 여성노동자 파업처럼 사회적 연대와 엄호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동시다발적이며 집중적인 삼성전자서비스 파업이 이뤄지면 삼성자본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을 파업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금속노조 지도부와 노동자들의 희생을 각오한 전면적인 투쟁이 절실하다. 세상을 변화하게 하고 자본을 움직이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물밑교섭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다.
박정미 금속노조 정책국장/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선전위원
밀양 희망버스, 잇따른 주민들의 자결, 그리고 노동자의 임무
지난 11월 30일, 밀양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밀양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는 76만 5천 볼트의 고압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모였다. 밀양에 도착하자마자 밀양희망버스 탑승객들은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 길도 없는 산을 올라가며 비지땀을 쏟으랴, 가는 길을 막는 경찰과 실랑이하랴, 덕분에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파김치가 되었다.
하지만 공사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동안 경찰에 막혀 공사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없었다던 밀양주민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그리고 밀양역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밀양의 어르신들을 보며 송전탑 건설을 함께 막아내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집으로 떠나면서 밀양주민들과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잇따른 주민들의 자살 시도와 죽음, 희망은?
하지만 고 유한숙 어르신께서 12월 2일 자택에서 제초제를 음독해 자살을 시도하셨고, 6일 새벽에 결국 돌아가셨다. 그리고 13일 또 다른 밀양주민 한 분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셨다. 밀양희망버스 바로 직후에 일어난 자살시도와 죽음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밀양희망버스를 마무리하며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장소에서 함께 외쳤던 살아서 송전탑 건설을 반드시 막아내자는 우리의 외침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밀양에서는 경찰의 방해로 인해 천막도 치지 못하고, 노숙을 하며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서울에서도 시청 청원경찰의 분향소 침탈 만행을 뚫고 서울 시청광장에 국민분향소를 차렸다. 누구나 바빠지는 연말이고, 철도파업을 비롯해서 수많은 투쟁들이 저녁과 주말의 일정을 채우고 있음에도 많은 분들이 분향소를 찾아 힘을 모아주고 있다.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는 20~21일 고 유한숙 어르신 전국 집중 추모의 날을 선포하고, 20일 13시 삼성동 한전 본사 앞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한전 규탄! 고 유한숙 어르신 유족․밀양주민 상경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집중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20일 19시 시청광장 분향소 앞에서 고 유한숙 어르신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니 추모와 연대의 힘이 모아질 수 있어야 한다.
연대의 힘으로 밀양송전탑 공사 중단!
핵 없는 세상으로!
밀양송전탑 공사를 중단시키고,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는 투쟁은 분명 쉽지 않다.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에도 박근혜 정부와 한전은 밀양송전탑 공사를 일시적 중단조차 없이 밀어붙이고 있으며, 12월 7일에는 2035년까지 핵발전소를 16기 더 건설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전은 밀양주민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개별보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쥐꼬리만한 보상으로 송전선로를 쉽게 설치하려는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회 연내통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밀양송전탑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본에게 싼 가격에 산업용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밀양주민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표하였다. 때문에 밀양송전탑 건설반대 투쟁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있는 자본의 이윤을 위한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제동을 거는 것이다.
지금의 힘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좀 더 힘이 모아져야 한다. 지난 11월 30일의 밀양희망버스와 같은 연대의 힘이 모아져 넘쳐흐를 수 있는, 말이 아닌 몸으로 만나는 연대의 실천이 바로 지금 필요하다!
이정호 노동자계급정당(추) 선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