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도 ‘안전’으로 고정되어 있다. 안전을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두는 소비자들에겐 볼보의 자동차는 최고의 차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중 특히, 한국에서는 안전보다 디자인과 가격, 그리고 경제성 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는 볼보가 아니라 토요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21세기 이전의 볼보의 사풍은 기본적인 설계부터 디자인, 사상까지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만들었다. 이러한 볼보의 근본적인 성향은 21세기를 전후하여 점진적으로 희석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볼보는 예전의 상자형 디자인과 안전에만 집착하지 않고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역동적인 성능을 어필하고 있다. ‘R-디자인’ 라인업과 ‘폴스타 에디션(Polestar Edition)’ 등의 고성능 라인업들을 내세워서 성능으로 경쟁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번에 만나게 된 2014년형 볼보 S60 D5는 R-디자인도, 그렇다고 해서 폴스타 에디션도 아니다. 현재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소개된 S60 라인업의 맏형격인 차이다.
Exterior
현재 2014년식으로 페이스리프트된 볼보 모델들에게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부분이 모델명의 숫자가 ‘60’으로 끝나는 모델들의 헤드램프이다. 분리형으로 디자인됐던 헤드램프가 일체형으로 바뀌면서 좀더 젠틀하고 정돈된 이미지로 변했다. 스포티한 느낌이 살짝 누그러들긴 했지만, 기자는 현재의 얼굴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하단은 특이하게도 브론즈 컬러로 악센트를 주었고, 휠도 이에 맞게 브론즈 컬러로 마무리 되었다. 밝은 은색의 외장 컬러와 잘 어울려 보인다. 측면과 후면부에서는 큰 변경점이 없다.
S60의 전장X전폭X전고는 4628X1865X1484mm로 중형차라고 하기에도, 준중형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크기이다. 비슷한 포지션의 세단이 있다면 BMW의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정도가 있겠다. 사이즈를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서 이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Interior
S60의 인테리어는 전년도 모델과 비교하여 크게 변경된 점은 없다. 변경점이 있다면 현재 볼보의 모든 라인업에서 채용중인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볼보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점이다. 블랙 톤의 인테리어 를 기본으로 탄(Tan) 컬러의 시트와 트림, 메탈 악센트가 군데군데 적용되어 독특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볼보 모델들이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형태다. 메탈로 마감되어 있고 좌우에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컨트롤러가 위치해 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패들시프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스티어링 뒤의 칼럼으로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도록 되어있는 것도 다른 볼보 모델들과 함께 공유하는 형태이다.
S60의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인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조절 인디케이터가 중앙 하단에 별도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센터페시아에 단 한 개 뚫려있는 독특한 에어벤트 구성은 그대로다. 센터페시아 자체의 구성은 여타의 볼보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센터페시아 하단에 S60 D5와 T4 프리미엄에 적용된 Four-C 시스템의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컴포트’, ‘스포트’, ‘어드밴스드’의 3가지 모드로 조정이 가능하다.
S60의 시트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의 하나다. 쿠션감이 풍부하면서도 몸을 잘 잡아주는 두터운 앞좌석 시트는 장시간의 운전에도 운전자의 등을 편안히 감싸준다. 운전석은 3가지 메모리 기능이 내장된 전동조절 시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조수석은 메모리 기능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8방향의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추받침이 수동식으로 조절해야 하는 부분은 매우 아쉬운 요소이다.
뒷좌석 시트도 우수한 착좌감을 제공해준다. 공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B필러에 마련된 특유의 리어 에어벤트와 열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6:4 비율로 폴딩이 가능하고 뒷좌석의 헤드레스트는 센터페시아 하단에 마련된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간단히 접을 수 있다. 운전 중 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트렁크 공간은 국산 준중형 세단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이다. 트렁크 네트를 사용하기 위한 링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트렁크 바닥에 마련된 별도의 패널을 이용하는 편이 더 낫다. 이 패널에는 고무줄이 붙어 있어서 이 곳에 가벼운 짐을 굴러다니지 않게 묶어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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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train
S60 D5의 파워트레인은 2.4리터 직렬 5기통 터보디젤 엔진과 6단 기어트로닉 구성이다. 직렬 5기통의 엔진 구성은 볼보의 자동차들이 아니면 보기 힘든 독특한 구성이다. 최고출력은 215마력/4000rpm이고 최대토크는44.9kg.m/1500~3000rpm이다. 레드존은 5000rpm부터 시작된다.
Road Impression
시동을 걸자 제법 묵직한 시동음과 함께 시동이 걸린다. 아이들링 상태의 정숙성은 평균적인 수준. 스티어링 휠로 전해져 오는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잔진동이 가장 또렷하게 느껴질 때는 주행중 속도를 줄였다가 재가속을 할 때 나왔다. 약 1500rpm을 전후하여 간간히 나타나는 이 진동은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1만 km도 운행하지 않은 새 차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승차감은 발군이다. 애매한 사이즈 덕에 확보할 수 있는 승차감에 한계가 있을 듯했지만 단단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승차감은 다른차에서 느끼지 못한 만족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면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하자, 5기통 디젤 엔진이 꽤 열정적인 배기음을 뿜어내며 차를 힘껏 밀어 붙이기 시작한다. 4기통도 아니고 6기통도 아닌, 5기통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제법 독특하면서도 박력이 있다. 게다가 제법 플랫한 토크 밴드를 지니고 있고 고회전 영역에서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160km/h까지는 원활하고 일정하게 쭉쭉가속이 진행된다. 가속에 따른 운전자의 스트레스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0km/h를 넘어 서기 시작하면 가속은 눈에 띄게 주춤해 진다. 제원 상 최고속도는 230km/h에서 제한된다.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향상된 성능 또한 만족스러운 가속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싱글 클러치에 토크 컨버터 기반의 자동변속기라는 태생적인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연비만을 고려한 어줍잖은 더블 클러치 변속기보다는 훨씬 만족스런 성능을 가지고 있다. 4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서는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그 이내에서는 빠르게 변속되는 편이다.
이에 따른 가속력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0-100km/h 가속능력은 제원 상 7.6초이지만 시승 일정 내내 비와 눈이 오락가락 하는 기상조건때문에 노면상태가 좋지 않아 제원 상의 성능을 전부 뽑아낼 순 없었다. 시승을 진행하며 테스트한 결과는 7초 후반에서 8초 00을 마크했다.
S60의 섀시와 서스펜션은 볼보의 섀시 매니지먼트 시스템인 ‘Four-C’로 제어된다. Four-C는 ‘컴포트’, ‘스포트’, ‘어드밴스드’의 3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S60 D5는 트랙션 컨트롤 기능을 끌 수 없게 되어 있다. 단지, 각 모드에 따라 개입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가장 오른쪽의 ‘어드밴스드’로 설정하면, 포용력이 있었던 서스펜션이 탄탄해지는 감각이 전해진다. 스로틀의 반응도 눈에 띄게 민감해진다. 버튼 하나로 원기왕성해진 섀시는 ‘놀아 볼’ 준비가 되었다는 듯 운전자를 재촉한다. 이 섀시 덕에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와 하나된 감각적인 몸놀림을 보여준다. 노면의 굴곡이나 요철과 마주하게 돼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그 만큼 흐트러진 자세를 다시 회복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어드밴스드 모드에서는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량은 최소화되지만 운전자가 무리한 조작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자비 없이 개입한다.
연비도 디젤 엔진답게 우수한 편이었다. 정속 주행을 전제로 했을 때 고속도로 구간에서의 평균 연비는 17km/l를 웃도는 정도까지 측정되었다. 시내에서는 교통량에 따라 10~12km/l 대를 오락가락하는 수준이었다. 성능테스시 과격한 주행을 일삼으며 측정해 본 평균 연비는 9km/l 대를 밑돌았다.
Equipment & Price
안전의 대명사 볼보답게 여러가지 안전장비가 적용되어 있다. 세계 최초의 저속추돌방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는 도심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후방 추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안전 시스템이다. 2014 년형부터는 작동 속도가 기존 30km/h에서 50km/h로 확대 되었다. 이 시스템은 시속 50km 이하 주행 중, 앞차의 급정거 등으로 전방 차량과의 간격이 좁혀져 추돌위험이 있음에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으면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S60의 트림은 T4 프리미엄, D4, D5의 총 3종이 준비되어 있다. 가격은 T4 프리미엄이 47,900,000원, D4가 45,200,000원, 그리고 D5가 54,500,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가격은 볼보 모델들이 으레 그렇듯이, 동급의 다른 수입차들과 비교해 봐도 다소 높은 편이다. 시승차인 D5의 경우 5,450만원으로, 비슷한 사이즈의 BMW의 3시리즈나 4시리즈, 심지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마저 구입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독일차의 인기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가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볼보는 올해 10월에 신형 S60을 출시한 이후, S80 판매량의 절반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현재는 S80을 제치고 볼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출시 첫 달에 S80 판매량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Verdict
오늘 만난 볼보 S60 D5는 젠틀하고 세련된 얼굴, 안락하고 안정적인 승차감, 열정적인 느낌을 주는 주행감, 거기다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경제성까지 갖춘 멀티플레이어였다. 다소 어중간한 크기와 포지셔닝이 국내시장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사이즈가 S60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의 밑거름이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서두에 언급하였다시피, 볼보는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LA오토쇼에서도 고성능 트림인 폴스타 에디션을 출시하며 BMW의 3시리즈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리고 본 바탕이 되는 S60은 3시리즈를 상대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볼보가 얼마든지 재미있는 녀석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륜구동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절에 적게 구애받는 다는 것은 BMW나 메르세데스의 세단에 비하여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볼보의 ´안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다는 것. 그것이 S60 D5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11월의 끝자락에서 눈의 계절은 이미 시작되었다. 눈의 나라, 스웨덴에서 온 볼보 S60 D5는 겨울을 만끽할 준비를 마쳤다. 올 겨울에는 볼보, 그리고 S60이 도로에서 더 많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