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8일, 일요일, El Chalten, Hostal Arco Iris (오늘의 경비 US $73: 숙박료 50, 점심 17, 저녁 12, El Calafate 버스표 60, El Chalten 버스표 80, 환율 US $1 = 2.85 peso) 어제 밤 버스로 Caleta Olivia를 떠나서 Rio Gallegos로 향했다. 밤을 힘들게 보내고 아침에 눈을 뜨니 7시경이다. 벌서 창밖은 환하다. 복도 건너 자리 하마같이 생긴 친구는 큰 소리로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나는 귀마개를 사용해서 코고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주위에 몇 사람은 잠을 설쳤겠다. 창밖에 경치는 그림에서만 보던 Patagonia 경치다. 나무하나 없고 짧은 풀만이 있는 황량한 평원이다. 가끔 호수인지 물구덩이인지 얕은 물이 보인다. 호수에는 플라밍고 같은 새들이 보였는데 너무 멀어서 정말 플라밍고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목장이 나오고 양떼도 보인다. 길가에는 노란 꽃, 하얀 꽃이 만발해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씨를 뿌려서 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 하늘은 넓다. 하늘이 넓어서 “Big Sky Country"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Montana 주의 하늘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바람이 전혀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제 이스라엘 여행객과 나눈 얘기가 재미있었다. 현재 이스라엘 인구 600만 중에 아랍인이 100만인데 가끔 유대인과 아랍인이 결혼하는 경우가 있단다. 유대인은 모계 중심이고 아랍인은 부계 중심이라 어머니가 유대인이고 아버지가 아랍인인 가정에 애가 생기면 부모 모두 자기 쪽 종교를 고집할 수 있는 반면에 그 반대인 아버지가 유대인이고 어머니가 아랍인인 경우에는 부모가 모두 애들의 종교에 무관심 할 수가 있어서 애들은 오히려 종교 선택의 자유를 가질 수가 있단다. 또 다른 문제는 아랍사람들의 출생률이 매우 높아서 50년 후에는 아랍인이 이스라엘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단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 정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거기에 대한 대비가 없을 리 만무하다. Rio Gallagos 버스 터미널에 내리니 여행객들로 붐비었다. Rio Gallagos는 교통의 요지인 모양이다. El Calafate와 El Chalten 뿐만 아니라 Punta Arenas와 Puerto Natales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우리가 온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콜롬비아에서 온 히피 가족도 있었다. 20대의 남녀가 한 살 짜리 남자애를 데리고 있었는데 다른 나라들의 히피족들처럼 목걸이, 팔지 등 장식품을 만들어 팔면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큰 보따리 두 개와 애가 타는 유모차가 전 재산이었다. 아무리 봐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후 2시에 El Calafate 가는 버스를 탔다. El Calafate는 남미에서 제일 큰 빙하라는 Moreno Glacier가 있는 곳이다. 지난 며칠 동안 함께 여행하던 이스라엘 여행객들은 Puerto Natales로 가서 이곳에서 우리와 헤졌다. El Calafate가 가까워지면서 멀리 평원 너머로 흰 눈이 덮인 Andes 산맥이 보였다. 며칠 전에 칠레에서 보던 산들이다. 오후 7시경 El Calafate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미니밴 버스로 갈아타고 El Chalten으로 떠났다. El Chalten은 Fitz Roy라는 유명한 산이 있는 곳이다. 4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밤 11시경 El Chalten에 도착했다. 버스가 어느 음식점 앞에 선다. 버스 기사에게 호텔은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바로 이 음식점이 호텔이란다. 간판을 보니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 책에 소개된 El Chalten에서는 배낭 여행객들이 제일 많이 묵는다는 Rancho Grande Hostel이다.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여행객들로 꽉 차있었는데 흡사 어느 스키장의 큰 식당 같다. 한 구석에 호텔 리셉션이 있어서 가서 물어보니 빈방이 없단다. 그러면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에는 빈방이 있을 거라며 위치를 가르쳐준다. 깜깜한 밤길을 걸어서 그 호텔에 가보니 빈방은 있는데 우리에게는 $40으로 너무 비싸다. 좀 싼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한 곳을 소개하는데 Lonely Planet에 소개된 곳이다. 또 밤길을 걸어서 가보니 역시 만원이다. 그러면서 또 한 곳을 소개해준다. 이번에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라 20분 정도 바람이 제법 세게 부는 깜깜한 밤길을 걸어서 Hostal Arco Iris에 도착하니 다행히 기숙사 형 방에 빈 침대가 있단다. 방안에는 벌써 사람들 여럿이 자고 있어서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에 조용히 침대에 들어가서 피곤에 지친 몸을 눕혔다. 여행지도 Caleta Olivia에서 El Chalten 가는 길은 넓고 넓은 Patagonia 평원을 지나간다 붓으로 그려 놓은 듯한 구름 경치가 특이하다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나왔다, 그러나 사진에 잘 찍히지 않는다 El Calafate에 가까워 오면서 멀리 Andes 산맥이 나온다,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으니 흔들려서 사진 찍기가 힘들다 Andes 산맥 앞으로 큰 호수가 보이는데 Lago Argentina 같다, 벌판은 황량하다 2004년 1월 19일, 월요일, El Chalten, Hostal Arco Iris (오늘의 경비 US $37: 숙박료 50, 식료품 60, 환율 US $1 = 2.85 peso) 오늘 2인용 독방으로 옮겼다. 방값은 침대가 10개 있는 기숙사 형 방과 마찬가지인 50 peso다. 방도 욕실도 부엌도 모두 깨끗하다. El Chalten에는 이곳보다 더 싼 숙소는 없을 것 같다. 어제 깜깜한 밤중에 무거운 짐을 지고 숙소를 찾으러 헤맬 땐 좀 한심했는데 이제는 이곳에 며칠 묵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시로 갈 때는 보통 낮 시간에 도착도록 하는데 어제는 그렇게 안 되었다. El Chalten에는 널찍한 캠핑장이 있어서 캠핑도구를 가지고 여행하는 배낭 여행객들은 그곳에 싸게 머물 수 있다. 오늘 한국 여행객 가족을 만났다. Buenos Aires에서 옷 생산과 도매를 하는 40대초의 부부인데 지금 3개월 여름방학 때라 애들 둘과 함께 차로 여행 중에 있다. Buenos Aires에는 근래까지 교민이 5만이 있었는데 2001년 IMF 경제 파탄 후 3만이 떠나고 지금은 2만 정도만 남았다한다. 다행히 자기네 사업은 괜찮다고 한다. 3만은 어디로 떠났을까? 오늘은 밀린 빨래도 하고 영양도 보충하고 내일 할 등산준비도 하면서 쉬는 날이다. 이곳에 오느라고 지난 금요일 아침 6시 칠레의 Puerto Rio Tranquilo를 떠나서 어제까지 3일을 소비한 것이다. 그동안 버스를 탄 시간은 Puerto Rio Tranquilo에서 Chile Chico까지 5시간, Chile Chico에서 Caleta Olivia까지 6시간, Caleta Olivia에서 Rio Gallegos까지 9시간, Rio Gallegos에서 El Calafate까지 5시간, El Calafate에서 El Chalten까지 4시간, 도합 29시간이다. 원래 계획대로 칠레 Villa O'Higgins에서 아르헨티나로 입국했더라면 버스도 이렇게 오래 타지 않았을 것이고 1주일 정도의 날짜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칠레 Cochrane에서 Villa O'Higgins까지 좀 비쌌지만 택시를 타고 갔어야 했다. 이곳은 칠레 못지않게 물가가 비싸다. El Chalten이 있는 Patagonia 지역은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물가가 비싼 곳이라 한다. 수퍼마켓에 가서 식료품을 좀 샀는데 60 peso나 나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바람이 친다. 두 블록 떨어진 수퍼마켓에 갔다 오는데 바람이 어찌나 센지 똑바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늘 잘 쉬긴 했는데 내일 날씨가 걱정이다. 날씨가 계속 오늘 같으면 환상적인 Fitz Roy 산 경치를 바로 앞에 두고도 못보고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l Chalten 시가지 풍경은 매우 한적해 보인다 그러나 세계 각처에서 온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