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전 현재의 우리집으로 이사올 때 이야기이다.
이사를 오면 가구를 다시 배치해야 하니 이것저것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도 가구 등 큰 것에 대한 배치는 같이 의논하여 맞추었다.
그런데 어느날 돌아오니 수건이 싱크대 밑의 문에 걸려 있었다.
나는 손을 자주 씻고 바로 바로 닦는 스타일이라 손에 닿는 수건이 필요한데
수건의 높이가 낮으니 허리를 약간 굽혀야 집을 수 있어서 불편했다.
별 생각없이 아내에게 왜 여기 수건을 달았냐고 악간 핀잔을 주니 그 대답이 훌륭했다.
아이들도 수건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 순간 나만의 정적.
나는 또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집은 나와 아내와 사님이와 두니가 함께 사는 집이라는 것을.
옆을 보니 휴지걸이도 아이들의 손 높이에 맞추어 설치되어 있었다.
어른은 아이 손 높이에 맞추기 위해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지만
아이들에게 어른의 손 높이는 도달 불가능한 높이다.
가만히 보면 가구나 냉장고나 무엇이나 높이는 어른에게 맞추어져 있다.
아이들 높이에 맞춘 것이라고 해 봐야 장난감밖에 더 있나.
그러고보면 아내는 목공을 배울 때도 첫 작품이 아이들 높이에 맞춘 책상이었다.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스스로 반성할 일이고, 진정 아내에게 감사할 일이다.

- 우리집 싱크대 아래에 있는 아이들 수건

- 입구 신발장 옆 휴지걸이 자국. 너무 자주 떨어져서 결국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