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종교간 화합 주 행사
World Interfaith Harmony Week
2017. 2. 4
종교간 대화와 화합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모색하는 국내외 노력의 발자취-
1986년 캔터베리 대주교 런시 박사 (Dr. Robert Runcie)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수백 년 후 역사가들은 20세기야말로 세계보편종교를 태동한 동양종교와 서양 기독교의 위대한 융합이 처음으로 실현되었던 시기라고 예찬할 것이다.”
이는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생각보다 더 큰 성과를 맺을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종교가 상호존중하며 공존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모든 인류가 바라는 평화 의 기초를 다지는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가슴이 부풀고 감격이 넘치는 일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1914-1918, 1939-1945)이 끝나고 세계는 “동서냉전”으로 다시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서구의 정치가들과 학자들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시대는 멀어지고 왜곡된 정치사상이 등장하고 폭력적으로 상호 대립하는 위기가 오고 있음을 예견했다. 일본의 식민지에서 겨우 벗어난 우리민족도 공산화를 꾀하는 세력에 짓밟혀 6.25라는 참혹한 고난의 길을 밟았다.
그러나 지구 도처에는 아직 정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살아있는 믿음” (Living Faith)의 특징임을 역설하였다. 왜냐하면 종교는 추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 있는 종교들과 선한 영혼이 꿈틀거리고” 있다. 따라서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 Jaspers, 1883-1969)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인류의 정신이 획기적으로 꽃핀 시대를 예로 들었다. 이 시대에는 동서양의 위대한 철학과 종교들이 등장하였다. 중국에서는 공자, 노자,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자이나교, 고타마 싯다르타, 이란에서는 조로아스터교, 팔레스타인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제2 이사야,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이 출현하였다. 이 시대는 사상적으로 몹시 활발한 시대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그런 관점에서 16-18세기까지만 해도 정치, 경제, 기술, 학문으로 서양에 비해 앞섰던 아시아가 19세기 이후 서양에 패권을 내주며 급격하게 몰락한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인류는 이러한 유산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끌어 왔다. 그런데 오늘날 지구는 새로운 정신적 혁명을 고대하고 있다. 물질, 기계, 과학, 기술, 의학 등은 인간의 외적 삶을 풍요롭게 하였으나, 더욱 중요한 정신과 영혼은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공허함과 불안을 달래 줄 도구를 찾고 있으나, 그럴수록 인간의 마음은 욕망을 탐닉하여 일그러졌다.
인간이 추구하는 정점에 있는 종교,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 간의 대화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1864년 스리랑카 파나두라(Panadura)에서 시작해 여러 해 동안 지속되었던 기독교와 불교의 공개 대 토론회의 내용과 분위기를 역사 기록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추구하는 종교간 화합과 대화의 목적과는 차이가 있으나, 파나두라 논쟁은 평화적으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상적으로 진행 되었고 수많은 시민의 종교교육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는 현재 스리랑카 사람들의 타 종교에 대한 존중과 평화적 마음가짐으로 이어진 감명 깊은 사건이었다.
또 하나 기억할 만한 종교 간 대화가 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던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the World Religions)다. 첫 회의에 6,000여명이 참석한 역사상 최초의 종교 화합과 대화의 세계 첫 모임이다. 세계종교의회는 종교인 자체의 힘으로 개최하였으며, 세계의 주요 종교인들을 환희와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뜨렸다. 이 모임은 놀랍게도 첫 회의 폐회 후 지금까지 7차례 대형 대회를 세계 여러 곳에서 개최했다. 이 대회는 자랑스럽고 놀라운 회합 기록을 보관하고 있으며, 인간의 수많은 신앙체계를 인정하고 있다. 세계종교의회는 앞으로도 정기적 회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여러 종교의 평화로운 대회장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10월 18일 서울 용당산 호텔에서 크리스천 아카데미 주최로 모였던 한국의 6개 교단(개신교, 불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의 모임이 있다. 그 후 민족종교를 포함해 7개 교단의 종교지도자 모임이 있었다. 이것은 그 당시 혁명적인 사건이었고 적지 않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모임은 민간 주도의 종교 화합 움직임으로, 이 모임을 주도한 강원용 목사는 선구자적인 안목으로 세계의 정신적 흐름에 동참하려고 한 것이다.
고 여해 (如海) 강원룡(姜元龍, 1917~2006) 목사는 개신교 진보교단인 기독교장로회 출신이다. 고인은 1963년 크리스천 아카데미(현 대화문화 아카데미)를 세워 종교간 벽을 허물고, 종교 간 대화의 통로를 여는 데 앞장섰다. 강 목사는 세 가지 대화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첫째 이념의 대화운동, 둘째, 종교간 대화운동, 셋째 사회 정화운동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대화운동 모두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문제로부터 도출되었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종교계의 일원으로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회 공헌을 강조한 강 목사는 서로간의 대화를 트는 데 관심이 있었을 뿐, 어떤 조직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이웃종교와 소통한 “세 거인” 중의 한 사람이다.
1985년에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는 새롭게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 (Korea Conference of Religion and Peace" -KCRP)가 결성되고 다음 해 1986년에는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 (ACRP)가 창립되는 등 종교간 화합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86년에는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ACRP) 총회를 한국에서 성공리에 마쳤다.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종교의 화해와 평화실천을 위한 중추적 기구로 성장했다. “용당산 모임의 정신”이 “한국종교인 평화회의 이념” 으로 계승되고 있다. KCRP는 정부당국의 재정 협조로 종교간 화합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으며, 민족종교를 한국인의 종교와 정신문명으로 격상시켰다.
20세기 후반, 운송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국가 간의 교역과 이민이 늘어나면서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사이의 대화가 활발해졌고 이웃 종교에 대한 바티칸의 겸허한 선언, 그리고 학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종교 간의 다양한 예배와 신념체계의 풍부한 자료를 비교하게 되면서부터 종교 간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진전은 선교사들이 이슬람세계에 복음을 전하면서 “선교와 봉사”라는 문제를 고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바티칸 제2 공의회 (1962-1965)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6세는 비 그리스도교에 대한 연구기관을 세웠고, 특히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재임 (1978-2005)기간에 117개국을 여행하면서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2001년에 방문하였다.
유엔은 종교와 전통적인 믿음, 그리고 민족의 전통 고유 사상은 관할 사항이 아니라는 원칙을 물리치고 1981에 처음으로 총회 결의문은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 제거에 관한 선언“을 채택한 후 11개의 결의문을 추가하여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중 2010년의 결의문은 ”세계 종교간 화합 주(週) 행사“ (A/RES/74/164)의 집행요청 사항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위 주간 중에 화원국은 각자 자신의 종교 전통이나 신념에 따라 이웃사랑, 하나님 사랑, 선행에 대한 사랑에 기초하여 전 세계 기독교회, 모스크(이슬람), 시나고그(유태교), 사찰(불교) 또는 기타 예배장소에서 각자 자유의사에 따라 종교간 화합과 친선의 메시지를 전파할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유엔의 우선 정책결정은 세계종교간 화합 없이 세계평화를 구상할 수 없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세계 종교간 화합 주간 행사를 전 세계적으로 관리하고 관찰하는 “요르단 왕실 이슬람 연구센터(RISSC)”는 지금까지의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행사 횟수는 다음과 같다.
2015 : 1009회 행사
2014 : 409회 행사
2013 : 363회 행사
2012 : 290회 행사
2011 : 213회 행사
한국에서는 유엔 종교간 평화추진 한국협회(KSUNIPAR) 주최로 매년 종교화합 주간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전 크리스천 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한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다시 한 번 자기를 키워오던 알껍데기를 깨고, 영적으로 거듭나려고 꿈틀거리고 있다. 두꺼운 알껍데기는 이미 깨졌으나, 어린 독수리 새끼는 알에서 온몸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날개가 젖어 아직 날 수 없다. 그것이 오늘 일류 종교 문화사에서 보는 한국이다. 20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종교 간의 대화 및 협력운동은 단순히 종교계 안에서 일부 관심 있는 학자들과 성직자들의 사적 관심거리가 아니라, 문명사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며, 그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어떤 문명사의 임계점을 돌파한 사건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1981년 초 유엔은 종교문제를 다루지 않던 전통을 깨고 종교간 화합을 위한 총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 후 여러 회를 계속하여 총 12개의 총회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종교간 화합을 위한 회원국의 적극적 협력을 조용히 촉구 하고 나섰다. 이에 유엔 회원국들의 호응이 어떤지 주시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종교간 평화의 비법을 남보다 먼저 터득한 한국에서는 몇몇 시민들이 유엔과의 사전 협의를 통하여 비정부, 비유엔, 비상업, 비종교를 표방하는 시민사회 봉사기관인 “유엔 종교간 평화추진 한국협회(ksunipar)를 만들어 유엔의 높은 이상을 한국 내에서 구현하고 있다.
“유엔 종교간 평화추진 한국협회(ksunipar)”에서는 앞으로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세계 각국의 종교단체와 선각자들과 시민들이 펼친 종교화합에 대한 자료를 모아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평화와 정의에 대한 열망은 이전과는 달리 질적으로 새로운 인간의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대한 정의는 큉의 말을 빌자면 다음과 같다. “윤리 없이 인류는 생존하지 못한다.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평화는 없다.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제5차 각성운동은 18세기 초의 신앙부흥운동과 죤 웨슬리의 복음주의, 그리고 깔뱅 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는 지금 세계의 종교가 상호존중하며 공존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모든 인류가 바라는 평화의 기초를 다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종교간 화합운동에 동참하여 자신의 평화와, 이웃 간의 평화와, 국가 간의 평화와, 종교 간의 평화가 이루어져 행복한 날을 맞이할 것을 삼가 기원한다.
UN 종교간 평화추진 한국협회(KSUNIPAR)
회장 김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