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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제27회
방송일 1999년 4월 28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도로, 밤
급하게 달리는 재호의 차.
$#2. 차 안
재호, 잔뜩 긴장해 기어를 만지며, 운전해 가는.
$#3. 창고 안
석구(속상한 얼굴), 장고, 황소, 밀수꾼1, 2 앉아있다.
장고 : (석구 달래듯) 물건이 아주 안 들어온다는 얘기가 아니구 시간이 좀더 걸린다 얘기 아니야. 너두 알다시피 유통 질서 다 뭐다 해가지구 사재기 강력하게 단속하잖냐. 화내지 말구 조신하게 좀 기다려.
석구 : (장고 보며) 짭새하고 손 잡구, 회사하구 연줄 트구 그러구 일 벌이는 거라고 나한테 그랬지.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하는거야? 물건 하루 이틀 늦는데 아무 문제 아니라구? 약속을 했는데, 약속이 안 지켜지는게 그게 큰 일이지 어떻게 아무 일도 아니냐구?
장고 : (작게 한숨 쉬고 석구 보며 달래듯) 자식, 의심 참 드럽게 많네. 친구끼린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냐. 야, 재호 봐라. 돈 나한테 다 맡기구 형이 알아서 해. 그러구 일언반구 아무 말도 없어. 좀 멋지냐?
석구 : 그거는, 내가 형들 앞에 딱 버티구 있으니까, 재호는 형들 믿는게 아니구 나를 믿는거니까 날.
장고 : 물건이 아주 다 안 들어온다는 게 아니구, 일부는 벌써 냉동 창고에 들어와 있어.
황소 :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장고 보다, 석구 보면) ?
석구 : 얼마나? (뒷쪽에 앉아 있는 황소와 밀수꾼1 쳐다본다.)
장고 : 삼 백 짝 정도. 이제 일이 제대로 된다는 걸 믿겠냐?
석구 : (의심스런) 그거 나 보여줄 수 있어?
$#4. 창고 밖 일각
밀수꾼1과 석구, 승용차로 가서 차에 올라타고 떠난다. 카메라 돌아가면 창고 앞에 황소, 가는 석구 보다가, 장고에게.
황소 : (장고에게, 다급하게) 냉동 창고에 뭐가 있다그래? 너 미쳤어. 석구가 가보면 당장 들킬 거짓말을 왜 하는거야?
장고 : (다급하게) 황소 너 일단은 냉동 창고에 가봐라. 내가 석구 싣고가는 멜빵한테는 일단 칠번 국도로 타라 그랬으니까. 그쪽 공사중이라 상당히 시간이 막힐거야. 넌 팔번 국도로 타라. 가서, 일단은 홍사장한테 물건 좀 빌려가지구 창고에다 대충 좀 쌓아놔.
황소 : 홍사장 물건이 얼마나 있다구 거기다 쌓놔! 어제 상해쪽에서 들어온 거 고작 오십 짝 넘겨줬어, 지금 이 시간에 물건 남아봤자 고작 열 짝남짓이야. 석구한테 삼백 짝 이상 들여놨다구 그랬는데 너 어떡할려 그래 도대체.
장고 : (황소 멱살 잡으며)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임마. 빈짝이라도 싸놔!
$#5. 석구의 방 안
재호, 어두운 방안에 앉아 답답한 얼굴. 한숨 쉬고, 담배 피어 물다가 화나서 담배 던진다.
$#7. 시장 일각, 냉동 창고
트럭 한 대 창고 앞에서 와 선다. 황소, 밀수꾼2와 내린다.
황소 : (밀수꾼1에게) 서둘러 게짝들 옮겨.
밀수꾼2, 차로 올라가 게짝들을 황소에게 던지고 황소 받고.
황소 : 서둘러! 시간 없어.
$#8. 달리는 석구가 탄 차
$#9. 냉동창고
서둘러 게짝 냉동고에 넣고 있다.
$#10. 석구 집
초조해 하는 재호 얼굴 클로즈업된다.
$#11. 냉동창고 안
문 열리고, 석구와 밀수꾼1 안으로 들어선다. 석구, 한쪽에 쌓인 게짝들 쪽으로 가서 휘 둘러 본다.
밀수꾼1 : 이제 안심이 되냐?
석구 : (게 보고, 밀수꾼 보고 고개 끄덕인다)
밀수꾼1 : (턱으로 문쪽 가리키며) 가자.
석구 : (문쪽으로 걸어갔다가, 뭔가 이상한지 다시 뒤돌아 게짝 있는 대로 와서는 하나를 꺼내 뜯어본다)
인써트 - 상자안에 좋은 게.
석구 : (안도하는 얼굴)
밀수꾼1 : 가. (하고 나가는)
$#12. 석구의 집 전경, 새벽
$#13. 석구의 방 안
재호(의심스런, 조바심 난), 석구 앉아 얘기하고 있다.
재호 : 아무 일도 없다구, 어젯밤 일이 잘못된 것 같다고 전화한 건 뭐야?
석구 : (재호 보고) 혹시나해서 알아봤는데... 아니었어?
재호 : 어젯밤에 어디 갔었어? 밤새도록 기다렸는데 어디 갔다 이제 온거야?
석구 : 나두 니말대루 혹시 만에 하나 잘못됐으면 어떡할까 걱정해서 신경쓰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괜찮더라구. 겨우 맘을 놓고 술을 한 잔 먹었는데... 빈속이라 금방 취하드라구, 목욕탕 가서 엎어져 잤어.
재호 : (작게 한숨 쉬고, 석구 보며) 정말이야?
석구 : 정말이야, 믿어. 한 번은 몰라두 두 번은 배신 안 해.
재호 : 미안하다. 내가 너무 예민해서... 미안해.
석구 : 넌 이 일에 이렇게 신경 쓰지 말라니까, 왜 이렇게 신경을 써. 가서 공부해. 취직 시험 봐야 할거 아냐.
재호 : (석구 안보고) 그래야지. (석구 보고) 물건은 모레 밤에 들어온다고 했지? 확인 잘해라. 집에 있을 거니까, 연락 주고.
$#14. 석구의 부엌
재호, 나가며 내다보는 석구에게.
재호 : 너두 눈 좀 붙여라. 피곤해 보인다.
석구 : 잘 가.
재호 : 그래. (하고, 나가고)
$#15. 석구의 방
석구, 전화기 앞에 앉아서 생각한다.
재호E : 장고 믿지마.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살펴. 게가 좋은지, 짝수는 맞는지. 절대 대충 넘어가지마.
석구, 전화기 버튼 누르고. 신호음 떨어지면.
달건E : 여보세요?
석구 : 석구야, 형, 지금 시간 있어?
달건E : 새벽같이 왜그러냐?
석구 : 부탁하나만 좀 들어줘라. 재호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장호에 가서 김사장 좀 만나봐봐.
달건E : 김사장?
석구 : 장고가 김사장하고 거래한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어떤지 알아봐줘.
$#16. 신형의 집 전경, 아침
$#17. 신형의 집 안방
병국, 출근 준비하려 옷 갈아입고 있고 혜자, 신형에게 야단치고 있다. 신형, 무릎 꿇고 앉아있다.
혜자 : 너 도대체 몇 시에 들어온거야? 열 두시 땡 칠 때까지 그때까지 안들어오구. 도대체 그때까지 어디서 뭘했니?
병국 : (신형을 곁눈질로 본다)
신형 : (혜자 보지 않고 고개 숙이고 거짓말 한다) 이차 갔다가 너무 늦어졌어요. 열두시 이십분쯤 들어왔는데 주무시는 거 같아서 그냥 제 방으로 올라갔어요.
혜자 : 니들은 소위 교수라는 얘들이 맨날 모여서 어떡하면 애들을 잘 가르칠까 연구 하는게 아니구 매일 모이면 술만 마시니? 아이구 진짜 니 학교 학생들도 불쌍하다. 니들 같은 애들은 선생이라고 믿고 맨날 수업 들으러 아침 일찍부터 나가 앉아있구.
병국 : (신문 보며) 밥 안주냐?
혜자 : (신형 보며) 한 번만 더 열 두 시 땡치구 들어와. 그땐 니 방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게 방문을 잠궈 버릴거야. 나와, 밥상 차리는거 도와. (하고 일어나 나간다)
신형 : (따라 일어나려면)
병국 : (그런 신형 보는데 안된 마음이 든다) 너, 거짓말하다 입술 부르트겠다?
신형 : (병국 보는데) !?
병국 : 너 아버지랑 오늘 점심 같이 먹자. 회사 앞에 12시까지 와. 엄마한테 내가 말해 놓을테니까 이쁘게 차려 입구 와. 간만에 한번 멋진데 가보자. 나가봐.
신형 : (그런 병국이 이상하다, 어색하게 일어나 나간다)
병국 : (답답한 마음이다, 나가는 신형 보고, 넥타이 매고)
$#18. 거실
신형, 안방문 닫고 나와 거실로 가다 병국이 이상하다는 생각 들어 다시 돌아보고.
$#19. 인숙의 방 안
희진, 인숙의 옆에서 학원 가방 챙기고 있고. 인숙, 옷가지들 담긴 서랍들 열어보고 뭔가 이상한 듯 고개 갸웃하며 생각없이 혼잣말 한다.
인숙 : 왜 이렇게 방이 어수선한 느낌이 들어. 남의 손 탄 거 처럼 누가 뒤졌나? (하고 희진 보며) 희진아, 너 혹시 장에서 뭐 찾았어?
희진 : 응.
인숙 : 뭐?
희진 : 학원에서 선생님이 부채춤 가르쳐 준다구 그래서 한복 찾았어요.
인숙 : (안심하고 웃으며 장문 닫고 희진 앞에 앉아 웃으며) 우리 희진이 이제 다 컸네. 혼자서두 척척 자기 물건 챙길 줄도 알구.
희진 : 새엄마가 바쁘시잖아요.
인숙 :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때 달건(화장실 다녀온 것 같은), 신문 들고 방문 열고 들어오며
달건 : 뭐하냐, 지방 내려가야 한다니까, 옷 챙기지 않고?
인숙 : 누가 들어온 방처럼 어수선해가지구.
달건 : (철렁한다) !
인숙 : 이제 다 됐어요. (하고 서랍문 닫고) 희진아, 밥먹자. (하고 희진과 나간다)
달건 : (가슴 철렁한) 눈치 안챘겠지?
$#20. 진숙의 방
재호, 재영, 인숙, 진숙, 달건, 희진 밥 먹고 있다.
진숙 : (재호에게) 넌 직장 안알아봐?
재호 : (밥 먹으며) 알아보구 있어요.
진숙 : (재호 보며) 요즘같은 때 신입 사원 뽑는 데가 있니? 잘은 모르지만 큰 회사들은 연초나 연말에 대대적으로 뽑는거 같던데.
인숙 :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뭐한다구 조기 졸업은 해가지구. 올해 직장 못얻으면 취업 재수생 되는거 아냐. 다른 학생들 보니까 취업 재수생 되는거 무서워서 졸업두 안하구 일부러 학교를 늘려 다닌다던데. 혼자서 잘난 척 했다가 개밥에 도토리 신세 되는거지 뭐야.
재호 : (밥만 먹는다. 인숙의 말이 듣기 싫다)
진숙 : (그런 재호의 눈치 보고 인숙에게) 말을 해두 꼭 그렇게 정 떨어지게 해, 너는. 뭐, 학교는 거저 다닌대? 조기 졸업한 덕에 한 학기 등록금 굳구 잘 됐지 뭐.
달건 : (인숙을 밉게 보고 진숙에게) 이 사람이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가만히 있어도 밉상인데 말 한마디하면 더 밉상이예요.
진숙 : (그런 달건 보며) 자네는 자네 부인 흉보는게 그렇게 좋아? 사람 입을 뻥긋 못하게 해. 지부인 말만하면 쌍지팡이를 짚구, 두둔은 못할 망정, 두사람 부부 맞어?
달건과 인숙, 찔금한다.
진숙 : (재영에게) 재영이, 너 밥 먹고 이모 까만 원피스 있지? 그거 드라이 크리닝 맡겨논 거 찾아놔라. 가게에 일이 있어 일찍 나가봐야 되겠다.
재영 : 가게 무슨 일이 있어?
진숙 : (밥 먹으며 무심히) 경희 기집애가 말도 없이 날렀다.
달건 : (밥 먹다 놀라 캑캑대며) 네?!
진숙 : 하루 이틀 기다려 봤는데, 안 오네.
인숙 : 뭐 훔쳐간 건 없구?
진숙 : (무심히) 응.
달건 : (아무도 모르게 고개 떨구는데, 정신이 나간)
$#21. 병국의 사무실 전경
$#22. 병국의 사무실 안
병국, 사무실에서 서류를 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하는, 용기내어 전화 버튼을 누른다.
$#23. 진숙의 방
진숙, 옷 갈아입고 있는데 전화벨 울린다.진숙 : (전화 받고) 여보세요. (아무말 없자) 여보세요?
병국E : 안녕하십니까? 저 이병국입니다.
$#24. 병국의 사무실 안
병국 : (어렵게) 한 번... 뵙구 싶은데요.
진숙E : 전 뵐 일 없는데요.
병국 : 지난번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한테두 좀 변명할 기회를 주십쇼.
$#25. 진숙의 방
진숙 : 변명하실거 없어요. 이실장님 맘 모르는거 아니예요. 그리구 제 조카하구 따님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가타부타 할 일은 아니라구 봐요. 제가 좀 바쁘네요. 끊겠습니다.
병국E : 잠시만, 잠시만 좀 기다려 주십쇼.
진숙 : (마지못해 수화기 들고 있다)
병국E : (어렵지만 단호하게) 가게문은 여시죠? 퇴근 후에 찾아�겠습니다. 그리구, 저, 재호 좀 바꿔주십시오.
진숙 : ? !
$#26. 병국의 사무실
병국, 재호와 전화하고 있다.
병국 : 왜 대답을 안해? 나 만나기 싫어?
재호E : 아닙니다.
병국 : 두 시에 회사 로비에서 만나자. 전화 끊는다. (하고 전화 끊는다)
$#27. 진숙의 방
재호, 재영, 진숙 앉아있다.
재호 : (수화기 내려놓는다)
진숙 : (재호 보며, 걱정스레) 만나쟤?
재영 : 누구야?
재호 : (진숙에게) 도서관 갔다가 만나뵙구 그리구 들어올게요. (하구 나간다)
진숙 : (나가는 재호 보며) 별일이네. 왜 갑자기 전화야.
재영 : (나가는 재호 보고 진숙에게) 오빠 만난다는 여자 아버지야?
진숙 : (마음이 심란하다, 재영 보지 않고) 그래.
재영 : 왜 전화했대?
진숙 : 내가 아니?
재영 : (혼잣말 처럼) 그 여자랑 잘 되면 안되는데...
진숙 : (이상하다는 듯, 재영 보며) 그게 무슨 소리야?
재영 : (얼버무리듯) 아니야.
진숙 : 참, 너 그 민철이라는 애는 안만나니?
재영 : 계속 연락 오는데 내가 안해.
진숙 : 개두 참 불쌍하다. 어떻게 석구한테 널 뺏기니.
재영 : (뾰로통하게) 석구 오빠가 어때서?
진숙 : 어떻긴 어때? 별로지.
$#28. 일식집 안
종업원 들어온다.
종업원 : 부르셨습니까?
병국 : 여기 차좀 줘요.
종업원 : 네.
그때, 병국 핸드폰 울리는 병국 받는다.
병국 : 여보세요?
혜자E : 저예요.
병국 : 왜 전화했어.
혜자 : 신형이 당신 만난다고 나갔는데, 진짠가 확인할려고요.
병국 : (답답한) 나랑 같이 있어. 바꿔줘?
혜자 : 아니예요, 됐어요. (하고, 끊는다)
신형 : 엄마예요?
병국 : 그래.
신형 : (속상한) 저 때문에 전화 하신거죠?.
그때, 종업원 차 가지고 들어와, 두 사람 앞에 놔준다. 종업원, '맛있게 드십시오' 하고 나가면.
병국 : (차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고, 어렵게) 니 결혼문제, 엄마...한번 설득해 보자.
신형 : ? ...
병국 : 나두 뭐 썩 내켜서 허락하는건 아니야.
신형 : ...
병국 : (혼잣말처럼, 신형 안보고) 사람 감정이 말린다구 되는 것두 아니구,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나도 더 이상 너하구 틀어지는것도 싫구.
신형 :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아버지..
병국 : (신형 보며, 속상한) 임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너 어떻게 에미에빌 두고 도망을 갈 생각을 하냐, 엉?
신형 : (고개 못들고) 죄송해요... (용기내, 병국보며, 어렵게) 정말, 허락해 주시는 거예요?
병국 : (속상한) 허락 안하면 너 내뺄 작정이었잖아. 그러니 허락안할 수 있냐. 재호두, 그래 니말대로 그 놈 혼자 두고 보면 그 뭐 빠지지 않잖아. 너 잘 살 자신 있지?
신형 : (눈가 그렁해, 병국 보며) 고마워요, 아버지.
병국 : 니엄마, 설득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다. 우리 둘이 좀 노력해 보자. 그리고 니 엄마 외로운 사람이야.
신형 : (병국 보면) ?
병국 : (신형 못보고) 아버지 젊어서, 아주 오래된 일이야. 잠시 잠깐... 그땐 니엄마 나한테 배신감을 많이 느낀거 같애. 그땐 나두 내 생각만 했지.
신형 : (어렵게) 엄마하고... 화해 하셔야죠?
병국 : 화해? 해야지. 나 정말 니 엄마밖에 없다, 알지?
신형 : 믿어요.
병국 : (신형 보며 서글프게 웃으며) 엄마한테 잘해.
신형 : (고개 끄덕인다)
병국 : 차 마셔.
신형 : (찻잔 들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
$#29. 병국의 회사 로비
재호,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때 신형과 병국 들어오다 재호, 병국 보고
재호 : 안녕하세요?
병국 : (재호에게) 왔냐?
재호 : (병국에게 어렵게 인사한다)
신형 : (재호가 여기 웬일인가 싶다)
병국 : (신형에게) 이상할 거 없다, 내가 불렀어. (재호에게) 나는 용무가 있어서 빨리 들어가봐야 하니까. 너, 우리 신형이 좋은데 데려 가서 바람도 구경두 좀 시켜주구 재밌게 놀다가 집에까지 좀 바래다 줘.
재호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병국 : 뭘 멀뚱히 서있어, 임마, 가. 간다. (하고 사무실쪽으로 걸어간다)
신형 : 들어가세요, 아버지.
재호 : (신형에게) 무슨 일이예요?
신형 : (웃으며) 좋은 일.
그때 병국, 뒤에서 재호 부른다.
병국 : 야, 강재호!
재호 : (병국 돌아보면)
병국 : 너... 직장 구했냐?
재호 : (어렵게) 아직 못 구했습니다.
병국 : 그래, 내가 한 번 알아보지. 가 임마. (하고 뒤돌아간다)
재호 :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신형 : 나가자.
재호, 신형 그렇게 나가고. 병국, 사무실쪽으로 가다가 뒤돌아 그런 재호, 신형 보고 작게 웃고, 굳은 얼굴로 다시 사무실쪽으로 가는.
$#30. 몽타쥬성
1. 공원 호숫가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는 신형과 재호, 서로 아이스크림 먹여주며 행복한 모습
2. 리어카에서 머리핀을 보며 즐거워하는 재호와 신형. 재호가 이쁜 머리핀 골라 신형에게 대 보고, 신형은 집게 핀 골라 재호에게 꽂아주며 웃는 모습.
3. 모자 파는 가게. 재호 빨간 모자 골라 신형에게 씌워주고, 신형, 하얀 모자 골라 재호에게 골라주면 재호 안경 벗으며 써 보며 서로 웃는.
$#31. 현수의 사무실
현수, 자리에 앉아 서류 들척이며 서있는 실장과 얘기하고 있다.
현수 : (서류 보다, 실장 보며) 이쪽 지역은 경제성이 없는거 같은데, 김실장님은 어떠세요?
실장 : 근처에 해수욕장도 있고 휴양림도 있어서 경관은 좋은데 개발이 너무 많이 됐죠. 하지만, 개발팀에서 그 문젤 모르는게 아니니까, 세부적인 보고서가 올라오면 그때 다시 검토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현수 : (서류 보고) 당진, 당진이라. (실장 보고) 그럼 개발팀에 새보고서 작성할 때, 서산쪽도 같이 알아봐 달라고 해 주시겠어요. 당진, 서산은 한꺼번에 검토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실장 : (작게 웃으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일에 대한 감이 오시나 봅니다.
현수 : 다 실장님 덕이죠.
그때, 전화벨 울리고, 현수 전화기 들고, 실장에게
현수 : 가보세요. (실장 가면, 전화기에 대고) 예, 조현숩니다.
병국E : 목소리가 멋지다.
현수 : (조금 놀란) 어머, 아저씨.
$#32. 병국의 사무실
병국, 껄껄대고 웃으며 현수와 전화하고 있다.
병국 : (웃으며) 너 집에선 애같더니 회사에선 어른스럽다. 어? (사이, 웃음 띤) 내가 다른게 아니구 너한테 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다. 너희 회사 사람 안필요하냐?
현수E : 왜요, 좋은 사람 추천하시게요?
병국 : (어색한) 낙하산이라구는 생각하지 말구 면접이나 한 번 봐줘라. 전에 너두 한 번 본 사람이다.
현수E : 누군데요?
병국 : 신형이 만난다는 애있잖냐. 재호라구. 너도 알지?
$#33. 현수의 사무실
현수 : (전화 받다 순간 멍한) 강재호씨요?
$#34. 신형의 집가는 길
재호의 차 신형의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선다.
$#35. 재호의 차 안
재호, 신형 서로 얼굴 마주 보고 웃고 있다.
신형 : 아. 오랜만에 정말 맘 편하게 웃어본 거 같애.
재호 : (작게 웃는)
신형 : 오늘 재밌었지?
재호 : (웃는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아버님이 왜 갑자기 우리 만나는 걸 허락 하셨어요?
신형 : (웃으며) 내가 너하고 결혼 안 시켜주면 목맨다구 그랬어.
재호 : 정말요?
신형 : (아무렇지도 않게) 응.
재호 : (어이없게 웃으며) 딸내미 무섭다. 난 절대로 딸 안 나야 되겠다.
신형 : (웃고) 이제... 취직 준비하려면 열심히 공부 해야겠네. 전화할 시간도 없겠다.
재호 : 그만 들어가봐요. 아직 어머니는 안 풀리신 거잖아요. (시계 보며) 지금 시간이 다섯 시 반이니까 저녁 전이네. (신형 보며) 밥 하는거 도와드리면서 점수 따면 되겠다.
신형 : 그래야지.
재호 : (놀리듯 쳐다 보며) 밥 할 줄 알아요?
신형 : (웃으며) 잘 못해.
재호 :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 다시 해봐야되겠는데. 난 밥 못하는 여자 데리구 살 자신 없어요.
신형 : 노력할게.
재호 : 빨리 배우는게 좋을거예요. 난 늦어두 올 가을이면 데려올 생각이니까. 만약에 그전에 시험해봐서 밥 못하면 나 맘 변할지도 몰라요.
신형 : (밉다는 듯 재호 때리며) 미워죽겠어. 정말.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몰라? 하루 종일 기분 좋아있는 사람한테 내내 먹는다구 구박하구, 이젠 밥 못한다구 구박하구. 자꾸 그러면 내가 미워한다.
재호 : (그런 신형이 귀엽다는 듯 보고 웃으며 기습적으로 신형의 뺨에 입 맞추고 땐다)
신형 : (작게 웃으며 뺨 만지며) 좋다.
재호 : (고개 갸웃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부끄러움도 안타네.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되겠다.
신형, 밝게 웃고, 그런 신형 보면서 재호도 행복한 웃음이다.
$#36. 신형의 집 앞
신형, 재호의 차에서 나와 나란히 걸어 짚 옆까지 온다.
신형 : 나 들어갈께.
재호 : 네.
신형 : 공부 열심히 해.?
웃고, 재호에게 손 흔들고, 천천히 걸어간다. 그러다 뒤돌아 보면.
재호 : (웃어보이고, 손 흔들어 준다)
신형 : 그런 재호보고 함박웃으며 손 흔든다)
재호, 그런 신형 보고 뒤돌아서 가는 모습, 신형 가는 재호 보며 행복한 듯 가방 끌어 안고 뒤돌아서 간다.
#37. 석구의 방
석구, 달건과 전화로 얘기하고 있다.
석구 : (어두운) 뭐라구? 천천히 다시 말해봐?
달건E : 장호까지 내려와서 장고가 일한다는 김사장 만났는데, 자기랑 일 안 한대.
석구 : (큰소리) 그럼 장고랑 일하는 사람은 누구야?
달건E : 이 자식이 왜 나한테 성질을 부려? 나두 경희일로 머리가 아퍼 죽겠는데, 그거 다 뒷전으로 하고 지 부탁 때문에 여기까지 내려와 있구만.
석구 : 김사장이 장고랑 일을 안하면, 대체 누구랑 일을하는거냐 말이야?
달건E : 김사장 말로는 장고가 지난번에 내려와가지구 그 백선장이라는 사람을 만났대.
석구 : 백선장?
달건E : 그래. 그러면서 김 사장이 백 선장이 질이 안 좋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하고 장고가 무슨 일로 만나고 다니는지 저도 모르겠다고 걱정하드라.
석구 : 질이 안 좋아?
달건 : 백 선장이라는 놈이 옛날에 게 밀수로 2번이나 걸린 적이 있다나봐.
석구 : (놀라는) 게 밀수?
$#38. 재호의 방, 저녁무렵
재호,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다 뭔가 생각을 하고는 전화거는.
$#39. 석구의 부엌
석구, 옷을 챙겨 들고 서둘러 나가는.
$#40. 석구의 방
빈방에 전화벨만 울리는.
$#41. 재호의 방
재호, 신호음 들리는 전화기 들고 있다. 뭔가 미심쩍은 생각이 드는 얼굴이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 전화기 끊는다. 그리고 생각하는.
석구E : 넌 아무 생각하지말고, 공부나 해. 이번일은 내가 책임질게. 믿어줘.
재호, 한숨 쉬고 공부하는.
$#42. 냉동창고 앞
석구, 한쪽에 숨어있다. 둘레 살피고, 몰래 나와 창고로 가서 문 열고 들어가는.
$#43. 냉동창고 안
석구, 게짝 앞에 가서 게짝의 개수를 센다. 그러다 게짝 위에 올라 서려는데, 어디선가 툭하고 무게감 없이 게짝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석구, 돌아보면, 게짝 하나 떨어져 있다. 석구, 내려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게짝을 흔들어 보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잡고 그 게짝을 뜯어보며 톱밥만 가득한 빈 상자다. 석구, 진땀나는 놀라 다시 깊숙이 있는 게짝 하나를 뜯어보면 역시 빈짝이다. 석구, 기가 막히고 가슴이 뛰는 듯하다. 넋이 나간.
$#44. 애인처럼 전경, 밤
$#45. 애인처럼 안
병국, 한쪽 테이블에 앉아있다. 진숙, 다른 손님과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진숙 : (밝은 얼굴로 손님1에게) 어우, 어우 내가 못산다, 못살어. 그래서 사장 멱살을 잡구 길길이 뛰었단 말예요?
손님1 : 그랬다니까.
진숙 : (믿지 않는다는 듯) 뻥 아니야?
손님1 : (웃으며) 아니야. 사장이 나한테 싹싹 빌었다니까, 조부장, 한 번만 참아줘. 한 번만 참아줘 그랬다니까.
진숙 : (깔깔대고 웃는) ...
병국 : (그런 진숙 물끄러미 보다 더는 못참겠는지) 정사장님, 저 벌써 기다린지가 한시간째 됩니다.
진숙 : (그런 병국 보고 손님1 보고) 잠깐만요. (하고 병국의 자리로 가 앉는다.)
병국 : (그런 진숙 보며) 사람이 왔는데 본척만척 하십니까?
진숙 : (굳은) 왜 오셨어요?
병국 : (쓰게 웃으며) 진숙씨 답지 않게 참 차갑네요.
진숙 : 나 다운게 어떤건데요? 술손님한테 벨 없이 실실대는거요?
병국 : 저 지금 여기, 손님자격으로 온거 아닙니다. 사돈 자격으로 왔습니다.
진숙 : (물 잔 들다 놀라 병국 보면) !
병국 : 재호랑 신형이 결혼 시킵시다.
진숙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병국 : 재호랑 신형이 결혼시키자구요. 제 집 사람은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진숙씨하구 나하구 관계가 아주 복잡해 졌네요. 마누라 친구에, 사돈까지.
진숙 : 천천히 다시한번 얘기해보세요.
병국 : (홀보고, 진숙 보며) 지금은 손님 많은거 같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우리 얘기합시다. 저 갑니다.
진숙 : (가는 병국 뒤에 대고) 이실장님!
$#46. 신자의 방
미선, 회사에서 퇴근한 차림으로 심각하게 앉아있다.
회상 - 26부의 석구와 재영 입맞추던 모습.
현실 - 미선, 머리 긁으며 속상한, 그때 신자 들어와 그런 미선 이상하다는 듯 보고는 앉으며 말거는.
신자 : 뭐해? 부엌에서 밥 갖다 안쳐먹고.
미선 : ...
신자 : (그런 미선 이상하드는 듯 보며. 실밥 뜯으며) 와 또 삐져 그러노? 공장장이 또 니 머리 쥐박었나.
미선 : (고래만 절레절레 흔든다)
신자 : (입으로 실밥 뜯으며) 근데 와 그러노? 오다가 또 떡볶기하고 순대 사 쳐먹었나 (사이, 안보고) 니는 참, 돈 도 많다. 하루 밥세끼 쳐 묵으면 되지 뭔 놈의 주전부린 그래 해쌌노. (미선 보며) 먼지 구덕 쓴 그런거 사쳐먹으면 배가 부르나, 괜히 헛 배만 부르지.
미선 : (생각만 하며 앉아있다)
신자 : 그년 참 이상하네, 몇 날 며칠. 야. 니 귀 먹었나?
미선 : (제 생각에 빠져 신자 보지 않고 말한다) 엄마, 나 재영이랑 석구오빠랑 뽀뽀하는거 봤다.
신자 : (무심히) 뭘 봐?
미선 : (신자 보지 않고) 저번에 둘이서 집 앞에서 뽀뽀하더라. 엄마, 남자 여자가 뽀뽀하려면 되따 사랑해야 되는거지.
신자 : (갖잖다는 듯 보고 웃으며) 아고, 그것들도 웃기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벌써부터 니 불쌍해서 어떡하노? 석구 물 건너간거 같네. 이 참에 아주 잊어뿌러. 내 자다가 생각해도 석구 그 자식은 니랑 안 맞아. 아따 오늘부터 내가 다리 좀 뻗고 자겠다.
미선 : (신자 보며 슬픈 목소리로) 엄마, 엄만 나 없이 살 수 있어?
신자 : (일만 하며 대수롭지 않게) 와?
미선 : 엄마 나 없이두 살 수 있으면 나 이동네 뜨구 싶어.
신자 : (농담으로 듣고 생각 없이 말한다) 땅콩같은 년, 진상 떨고 있네.
미선 : (신자 보지 않고 심각하게) 대답만 해.
신자 : (일하는데 미선이 귀찮다) 그래, 나가라, 나가. 내 언제 니 보고 살았제. 밥 먹고 살았디. 나쁜년, 뻑하면 에밀 갖고 협박하고 지랄이네. 집 나가구 싶으면 나가, 이년아.
미선 : (심각하게 신자보며) 정말 나 없어도 살 수 있어?
신자 : (갖잖게 미선 보며) 암만, 살수 있구 말구.
미선 : (일어나며) 나갔다 올게. (하고 나간다)
신자 : (가는 미선의 뒤에 대고 소리친다) 왜 그냥 나가? 짐 싸갖구 나가야지. 내 짐 싸줄까? 뭐뭐 챙기면 돼? 화장품하고 옷가지하고 챙기면 돼. (하다, 실밥 뜯으며) 밤마실 나가고 싶으니까 괜히 분위기 잡고 있어. 땅콩같은 년.
$#47. 진숙의 방
재영, 책보며 앉아있는데 미선 다짜고짜 들어와 앉는다.
재영 : 왜 왔어?
미선 : (재영 노려만 보고 있다)
재영 : 왜 그래?
미선 : 난 지금 눈으로 말하구 있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재영 : 모르겠다. 말루 해.
미선 : 강재영, 박석굴 정말 사랑하니?
재영 : (귀찮다) 그래.
미선 : (벌떡 일어난다)
재영 : (그런 미선 보며) ?
미선 : (눈가 그렁해져) 박석구랑 잘 되길 빌께. 난 떠난다. (하고 나간다)
재영 : (이상한) 쟤가 왜 저래?
$#48. 신자의 방
미선, 들어와 자리에 눕는다. 신자, 실밥 뜯다가 그런 미선 보며,
신자 : 집 나간다더니, 왜 들어와.
미선 : (누워 말하는) 나갈 때 되면 나갈거야.
신자 : (헛웃음 치며) 나갈라면 빨리나가라. 보기 싫으니까, 알았제?
$#49. 길진의 집 안
길진, 컴퓨터 보며 일하고 있고 현수, 소파에 앉아 차 마시고 있다.
길진 : (컴퓨터 화면 보면서 공부하는)
현수 : (퇴근한 차림이다) 사람이 왔는데도 아는 척도 안해.
길진 : (컴퓨터만 보며) 인사했잖아. (그런 길진의 모습으로 현수말 들리는)
현수 : 오늘 아저씨가 우리 회사에 전화했더라.
길진 : (돌아보면) 아저씨?
현수 : (보는)
길진 : 신형이 아버님?
현수 : 응.
길진 : 왜?
현수 : 누구 취직 부탁하더라.
길진 :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컴퓨터 화면 보며) 아버님 무리한 부탁 안 하시는 분인데. 누군데 그런 부탁을 하시니?
현수 : 재호.
길진 : (굳은 얼굴로 돌아본다)
현수 : (길진 보며) 그 부탁 들어드릴까 해.
길진 : 그러지 마. 아버님, 너랑 신형이 사이에 재호 있는거 모르구 부탁하신거야. 이용하지마.
현수 : (서운한 듯 길진 보며 쓴웃음 짓고) 이용? 이용은 누가 먼저 했는데. 재호가 했구, 신형언니가 했어. 안 그래?
길진 : (답답한) 현수야...
현수 : 오빠! 정말 재호랑 신형 언니가 잘 되길 바라는거야?
길진 : ...
현수 :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사랑했던 마음은 뭐구, 보내주는, 그것두 모자라 잘되기까지 바라는 마음이 뭔지.
길진 : (그런 현수 보며 담담하게) 내 이런 마음이 뭔진 나두 모르겠다. 난 다만 이제 다 잊구 싶어. 너두 그렇게 해..
현수 : (보고) 나두 잊고 싶어. 근데, 안 잊혀져. (하고 일어나 나간다)
길진 : (그런 현수 보고)
$#50. 신형의 집 안방
혜자(잠옷 차림), 기막힌 표정으로 앉아있고 병국(파자마 차림), 혜자 안스럽게 보고 있다.
혜자 : (기막힌) 허락, 했어요?
병국 : (혜자, 걱정스레 보며) 그랬어.
혜자 : (이 앙다물고 한숨쉬고 일어나려는데)
병국 : (혜자의 손 잡으며) 어디 가?
혜자 : 신형이 방에 갈려고 그래요.
병국 : 얘 자. 낼 말해...
혜자 : 지금 말해야겠어요.
병국 : 또 무슨말 할려구 그래.
혜자 : 당신 말만 믿구 껍죽거리대지 말라구 그러려그래요.
병국 : 말려서 안돼. 나라구 좋아서 허락한 줄 알아? 당신 자꾸 이러다 딸자식 잃어.
혜자 : (기막히다) 왜요. 신형이가 나 버린대요?
병국 : (답답하다 혜자 보며) 내가 당신 맘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우리 부모두 우리에게 졌잖아 이젠 우리가 부모야. 져주는 게 도리야. 재호 만났어. 그 놈 혼자 이렇게 볼때 반듯하고 괜찮아. 져주자구.
혜자 : 당신이나 져요. 난 이길거에요. 재호를 만났어요? 그럼 정진숙이두 만났겠네. 둘이 손 잡구 작당했어요? 나 하나쯤 그냥 힘으로 몰아부치자구?
병국 : 당신, 재호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뭐야? 나하구 진숙씨 관계 때문에? 내 하늘에 두구 맹세해. 우리사이는 아주 깨끗해. 더 이상 깨끗할래야 깨끗해질 수 없을 만큼 깨끗해. 그리고 재호가 부모 없는거? 차라리 잘됐다구 생각 해. 당신두 해봤으니까 알거아냐 시부모 봉양하는거 그거 쉬운일이 아니야. 지자구. 져주자구.
혜자 : (화나 눈가 그렁해 병국 보며) 당신 참 이해심두 많아요. 그 이해심 나한테는 왜 못써줘요? 당신한테는 내가 말하는거 다 그냥 앙앙거리는 소리루밖에 안 들리죠? 나는 싫어요. 재호라는애 모든게 다 싫어. 걔한테 시집가면 고생길이 뻔한데 그걸 알고 어떻게 안말려? 당신두 바람 펴봐서 알겠지만, 사랑? 그거 아무거두 아니야. 신형이 재호 만난지 일 년밖에 안됐어요. 걔들 지금 헤어지면 당장이야 괴롭겠지, 그치만 그 괴로운거 길어봐야 일년이야. 일년 가면 다 잊어버릴 일이야. 우리 신형이 나 재호 못줘요.
병국 : (거칠게 혜자 주저 앉히며) 당신 자꾸 이러면 신형이한테 오해만 사.
혜자 : (소리치는) 내가 무슨 오해 살 짓을 해서 오해를 사! 저 위해서 하는 짓인데!
병국 : (버럭) 걔는 당신이 지금 어떤 짓을 해도 자기를 위해서라구 생각안해! 당신 이기심이라구 생각해. 나두 그렇게 생각하는데 걘들 그렇게 생각안하겠어?
혜자 : (보면)
병국 : 그리고 당신은 모두가 다 당신말 안듣는다고, 당신혼자 외롭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나 신형이도 외로워. 왜 한 번두 그런 생각안해.
혜자 : (같잖다는 듯 병국 보며) 외롭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말아요
병국 : ...
혜자 : 신형이, 정진숙이 한테 못 보네요 난. (하고 나간다)
병국 :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속상한 얼굴로 앉아있다)
$#51. 신형의 방
신형, 잠옷차림으로 황당한 듯 서있고 혜자, 장롱에서 신형의 외출복을 마구 꺼내고 있다.
신형 : (큰소리로) 엄마 이러지마. 제발!
혜자 : (화난 얼굴로 돌아보면 신형에게 무섭게 말한다) 어디서 너. 어따데고 소릴 질러?
신형 : (속상하지만, 대드는) 엄마가 소리치게 안했어? 뭐하는거야? 내가 무슨 큰 죄라도 졌어?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짐 다 싸들구... 이게 뭐야...
혜자 : 너희 아버지랑 같이 엄마 따돌리고 걔 만나고 다니니까 좋디? 그런 거렁뱅이 같은 녀석 때문에 니 엄마 속을 어떻게 그렇게 썩일수가 있어. 엄마가 오죽하면 이러겠어?!
신형 : (지지않고 눈물나는지 눈물 닦고) 재호 만큼 가진 것 없었던 적 엄마두 있었어! 안 그래요?
혜자 : ?!
신형 : 그래서 우리 친할머니가 아버지하고 결혼도 반대하셨다며. 그럼 엄마 재호한테 만큼은 이러면 안되는거 아냐? 엄마가 당한 설움 왜 남한테까지 줘? 아버지하구, 재호 이모 아무관계도 아니라잖아요,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데... 엄마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건 엄마 자격지심이야.
혜자 : (기막힌) 자... 자격지심? (눈물이 날 것 같다, 옷가지 바닥에 보리고, 포기하듯) 그래, 좋아 니 맘대로해.
신형 : ...
혜자 : 너희 부녀, 엄마 알길 헌짚신짝 만큼도 못하게 취급했는데, 그래 좋아. 너맘대로 니좋을대로 한번 해봐. 나쁜기집애. (하고, 나가는)
신형 : (속상해 침대에 주저앉아 흐느껴 우는)
$#52. 신형의 집 전경, 아침
$#53. 안방
혜자, 평상복차림으로 넋놓고 앉아있다. 병국, 출근복 차림으로 그런 혜자보다 문 닫고 나가고.
$#54. 신형의 방
신형(속상한), 평상복차림으로 침대에 앉아있고, 병국, 맞은편자리에 앉아 말하는.
병국 : 상황이 어찌됐든 엄마에 대해서 그런 말버릇은 니가 잘못한거야?
신형 : (고개 숙이고) 죄송해요, 너무 속이 상해서 그랬어요.
병국 : 엄마한테 빌어. 니가 이겼으니까 니가 빌어.
신형 : ...
병국 : (굳은) 대답 안할래?
신형 : 그럴게요.
병국 : (신형 보다 나가는)
신형 : (속상한)
$#55. 재호의 방
재호, 진숙 커피 놓고 얘기하고 있다.
진숙 : (답답한) 신형이 아버님이 허락을 하셨다고 해도, 걔 엄마가 있는데... (하고, 한숨쉬는)
재호 : 제가 다시 찾아 뵙고, 허락 받을려고 해요.
진숙 : 신형이 엄마 너두 너대로 맘에 안들지만, 내가 더 맘에 안드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내가 가서 빌어야되겠다,
재호 : (보면)
진숙 : 넌 아무 생각말고 정말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취직시험 꼭 붙어야돼. 지난번처럼 떨어지지 말구.
재호 : 네.
진숙 : (안보고, 혼잣말처럼) 근데, 결혼은 또 무슨 돈으로 해야될지 모르겠다. (하고, 일어나 나가고)
재호 : (답답한)
$#56. 재호의 집 앞
재호, 대문 열고 나와 걸어가는.
$#57. 진숙의 방
신자, 진숙 앉아있다.
진숙 : 내가 가서 빌면 과연 혜자 걔가 허락을 할까?
신자 : 으찌 빌긴데?
진숙 : (안보고) 글세, 어떻게 빌어야되나.
신자 : 무릎 딱 꿇고, 두 손이 발이 되게 빌어라.
진숙 : (보고, 서운하다는 듯) 내가 걔한테 뭐 그렇게 잘못한게 있다구, 무릎을 꿇고 두손이 발이 되게 빌어?
신자 : 아이구, 쏘가지. 니 그래 갖곤 혜자랑 화해몬한다.
진숙 : ?
신자 : 혜자 ,갸. 지금 속이 전에보다 더 꼬여있을기다. 전엔 그래도 지 신랑이 지편이 되가 니랑 맞섰는데, 이젠 지 신랑이 딸년이랑 니랑 한편이 되가 몰아세우는 형국 아이가. 그럼 갸 속이 어떻겠노?
진숙 : ...
신자 : 이왕 빌거 비는 척만 말고, 무조건 내 죽었네 하고 빌어라. 어차피 재호 위하는 마당에 못할게 뭐있노. 니 승질 때문에 재호 혼사 그르치고, 인숙이 일자리 떨려나고 그렇게 만들지마라.
진숙 : (답답한) ...
$#58. 인숙의 방
희진, 공부하고 앉아있고 인숙, 실밥 뜯고 앉아있다. 달건, 누워서 생각이 많다. 그런 달건의 얼굴위로 경희의 목소리 들린다.
회상. 경희, 애인처럼에서 전화번호주며 말하는.
경희 : 그 전화 번호로 연락하면 나랑 연락될거예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시골에 내려가는거니까요. 괜히 의심하지 말아요.
달건, 돌아눕는다. 그런 달건의 얼굴위로 다시 어떤 아줌마의 목소리 들린다.
아줌마E : 오경희요? 그런 사람 우리 집에 없는데. 여긴 치킨 집이예요. 이런 집에 아가씨를 왜 둬요. (짜증섞인 목소리로) 아, 전화 끊어요. (하고 전화 끊기는 소리나고)
달건, 답답한지 벌떡 일어나 옷 입는다.
인숙 : 당신 어디가?
달건 : 바람 쐬고 올게.
희진 : (달건 밉게 보며) 경희 언니 만나러 가지?
달건 : 쪼그만 게. 넌 으른 일에 끼어들지 마. (하고 문열고 나가며, 문닫고)
$#59. 수돗가
달건, 신발 다 신고 속상해 넋이 나가, 답답하다. 그리고 대문으로 나가는.
$#60. 석구의 방 안
재호, 석구 앉아있다.
재호 : 물건은 안온거야?
석구 : (눈치보며, 그러나 단호하게) 오늘밤엔 들어온대.
재호 : (답답한, 담배 피워물고) 아무래도 이번일 잘못한거 같다.
석구 : (재호 보면)
재호 : 나쁜 일인줄 알면서... 잘못한거 같애.
석구 : 미안하다, 나 때문에...
재호 : 너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야.
석구 : (보면)
재호 : 집이랑 가게 담보 잡았다는 말에 내가 이성을 잃었어. 내 문제두... 그렇구. (담배 한 모금 피우고) 어떻게 됐든, 집이랑 가겐 건져야 하는데...
석구 : (재호 미안하게 보며, 안심시키려는) 내가 열심히... 뛰어다녀 보고 있으니까 잘될거야.
재호 : 너만 믿는다.
석구 : (답답한, 안보고 고개 끄덕이는)
재호 : (담배만 피우고)
$#61. 신형의 집, 주방
신형, 죽그릇쟁반에 담아 간장과 반찬 담아 챙기고 있다.
$#62. 안방
혜자, 누워있다. 신형, 쟁반 가지고 들어와 누워있는 혜자 옆에 놓고 앉는다.
신형 : 엄마, 죽 끓였어요, 죽 좀 드세요.
혜자 : (힘겹게 일어나 신형 보며) 거 갖고 나가.
신형 : (속상한) 엄마...
혜자 : (기운없는) 죽그릇 엎어? 그럼 갖고 나갈래?
신형 : (난감한) ...
혜자 : 너 밥 안먹고 물 안마시고 몇날 며칠 시위해서 너 아버지 허락 받아냈지, 엄마도 너처럼 한번 시위해볼라 그래. 몇 날 며칠 밥 안 먹고 물 안 마시구.
신형 : (눈가 그렁해, 애원하는) 엄마...
혜자 : (속상한) 소용없으까? 그래 느이 아버지 나 없어두 잘 살수 있고, 넌 재호라는애만 있으면 되니까... 소용없겠지?
신형 :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
혜자 : 나가. (하고, 다시 자리에 눕는)
$#63. 거실
신형, 안방에서 나오는데, 인터폰 울리는. 신형, 현관쪽으로 가서 무심히 인터폰 받는다.
신형 : (인터폰 안보고) 누구세요?
진숙E : 신형씨...
신형 : (놀라, 인터폰 보는)
$#64. 안방
혜자, 기운 없고 말하기도 힘든 표정으로 앉아있고, 진숙은 그 앞에 무거운 얼굴로 앉아있다.그때, 신형 과일접시와 차 가지고 와서 두 사람 앞에 놓고 잠시 두사람 눈치보다가 나간다.
진숙 : (신형 나가고, 잠시 그대로 있다가) 혜자야.
혜자 : (안보고, 기운 없이) 보기 싫어, 가.
진숙 : (그런 혜자 보다가, 맘 잡고 무릎을 꿇는다)
혜자 : (그런 진숙 보고, 조금 놀라 쳐다보는) ?
진숙 : (진심이다, 고개 숙이고) 내가 너한테 못할 짓 했다. 용서해라.
혜자 : (눈가 붉어져, 흔들리지 않고 진숙 보는)
진숙 : (눈가 그렁한, 혜자 보며) 이 실장님하곤 정말 친구이상은 아니다. 나 재호한테 이모 노릇 제대로 한 적 한 번도 없었어. 이번에도 내가 그 아이 결혼에 방해가 되고 싶진 않아. 나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내가 이렇게 빌게. 너 화 풀어 여적 내가 너한테 소리치고 그래, 그런 거 다 내 자격지심이야... 이 나이 먹도록 남편 없이 먹고살려고 술장사나 한 년 이 자격지심밖에 더 있겠니, 용서해.
혜자 : (기막히고, 뭔가 뭔지 모르겠다)
진숙과 혜자의 모습 한 화면에 보이고.
$#65. 신형의 집 거실
신형, 조금 불안한 얼굴로 전화하고 앉아있고.
재호E : 이모가 거기 가셨다구요?
신형 : 어...
$#66. 재호의 방
재호, 전화하고 있다.
재호 : (걱정스런) 큰 소리 안났어요?
신형E : 아직은 괜찮은거 같애.
재호 :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모, 사과하러 가신 걸꺼예요.
$#67. 신형의 집 거실
신형 : 잘되겠지.
$#68. 재호의 방
재호 : 네.
신형E : 제발 그래야 될텐데... (사이) 이모님 가시는 거 같다, 전화 끊자. (하고, 전화 끊는)
$#69. 신형의 집 거실
신형 : (전화기 내려 놓고 큰방 쪽 보는)
$#70. 재호 방
재호, 전화기 내려 놓고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71. 창고 가는 길
석구, 심각한 얼굴로 가고 있다. 그런, 석구의 얼굴위로.
석구E : 도대체 언제 물건이 들어온다는거야?!
장고E : 오늘 들어온다니까. 오늘.
석구E : 지금 창고로 갈게. 만약 오늘 물건이 안들어오면 재호돈 뱉어내야 될거야.
$#72. 창고 안
장고, 전화 받고 있고 황소, 장고의 옆에서 긴장된 얼굴로 장고의 전화 내용 듣고 있다.
장고 : (화나 소리친다) 그래서, 그래서 어떡하란말이야. 이자식들아.!
남자E : 물건 못대. 니들두 튀어. 인근 해역에 경비선 쫙 깔렸어. 동해쪽으로 배 한 척두 못들어간다. 중국쪽으로 넘어와. 거기서 물건 대금 받은거 돈으로 줄테니까. 목내놓구 돈 벌긴 싫다. 끊는다. (전화 끊는)
장고 : 끊지마! 끊지마!
황소 : (긴장해 말하는) 왜그래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거야?
장고 : (수화기 내려 놓으며) 야, 애들 다 불러. 서울 떠야 될거 같다.
$#73. 창고 밖 일각
석구, 걸어가는데 자동차 한 대 석구의 옆을 조금 멀리 스쳐지나간다. 석구, 무심히 달려가는 자동차 보다, 이상한 생각 든다.
$#74. 창고 안
장고, 황소 건달 두명 머리 맞대고 얘기하고 있다. 심각한 분위기다.
장고 : 삼일 내로 주변들 싹다 정리해. 가족들 친척집에 보내구 우리는 수요일날 인천항으로 배 들어오기로 했으니까 그거 타구 중국으로 간다. 물건은 못 받았으니까 물건 대금은 받아야 될 거 아냐.
황소 : 냉동 창고에 있는 게는 어떻게 해? 그거 조사하면 금방 밀수한 건지 탄로날텐데.
장고 : (잠시 생각하다) 그건 놔두자.
황소 : 재호가 우리가 뛴거 알면 금방 냉동창고 찾을테구 그럼 경찰에 신고할텐데, 그걸 어떻게 놔둬.
장고 : 우리가 밀수 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장부는 나한테 있구, 어쩌면 이 밀수건을 재호한테 역으로 뒤집어 씌울수가 있어. 그 냉동 창고, 재호 이름으로 계약했어. 혹시 이런 일이 생길지 몰라서 머리 썼지.
황소 : (작게 웃으며) 재호만 불쌍하게 됐네.
장고 : 걔가 불쌍하게 되건말건 우리가 상관할건 없잖아? 자, 빨리 빨리 움직여.
황소 : 그래, (하고 주변의 서류를 정리하는데)
카메라 돌아가면, 높다란 창고 창쪽으로 석구의 황당한, 놀란 얼굴로 안을 들여다 보고 서있다.
$#75. 냉동 창고 밖, 밤
트럭 한 대 세워져 있다. 냉동창고 문 열려져 있다. 트럭에는 게짝이 수북히 쌓여 있다.
$#76. 냉동 창고 안
석구, 땀 뻘뻘 흘리며 마지막 게짝 들고 나간다.
$#77. 석구, 마지막 게짝 마저 싣고 있다.
석구 : 재호 살려야 돼. 재호 살려야 돼.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 나때문에. 트럭에 싣고 차에 탄다.
$#78. 트럭 안
석구, 트럭 운전하며 정신없이 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헤드라이트 비추자 석구 놀라며 멈춰서는데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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