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가 다 되어가는 새벽,
급한 마음에
빨간불도 무시한채 길 건너서 잡은 택시 속에서
아저씨가 묻는다~ 어디 가냐고?
설악산이요~ ~
자기가
저번주에 갔다왔는데 아직 단풍이 안들었더라고.
나도 저번주에 갔었는데
산 윗쪽은 곱던데요~. .
의기양양 얘기해놓고 보니까 쪼께 미안하다.
입 다물고 있을 것을..
나이를 먹어도 유치함은 여전하니..쯔쯔쯔
백두대간 서른번째 산행
오늘의 코스는 남설악의 암릉구간을 거쳐~ 망대암산!
백두대간 제 28구간 속에 속해있는 코스로써
암릉이 대간 전~ 구간중에 가장 난코스라하니
벌써부터 떨린다. 할수있을까?
새벽 5시 출발~~~
차는 분명히 달리는데
안개속을 날아가는듯
짙은 안개는 한치 앞도 허락치 않고
길바닥에도 뿌옇게 깔려있다
.
양평을 지나 강원도로 들어가면서
어슴프레 안개는 걷히고
설악으로 가는 차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첫새벽이라
별로 차가 많은것 같지는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8시가 지나서 도착한 한계령엔
언제 왔는지 제법 많은 차들이 늘어서 있었고
산 위쪽엔 알록달록 등산객들 수두룩히 눈에 들어오며
기를 죽이더라.
부지런도 하여라~~~~언제 벌써 그곳까지....
눈아래 내려다 보이는 한계령 고갯길~
첩첩이 겹쳐진 봉우리 사이로 물 흐르듯
굽이굽이 찻길은 신기하기까지 하고
이른아침 비취는 햇살은
온통 명암을 대비시키며
설악의 능선들을 명화로 탄생 시키고 있었다.
오늘 갈려고 하는 구간이
벌써 몇년째 휴식년으로 입산금지가 되어있다고 하니
이곳의 분위기도 알아볼겸 우선은
오색으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주차를 시킬 수 없을 정도로
차와 사람이 붐비는 오색에서
우리들이 가야할 코스가
결코 순조롭게 갈 수 없음을 인지 시키며
연세에 맞는 코스라며
흘림골에서 출발하여
만물상 바위들로 아름다운 등선대 코스를 추천한
식당아저씨의 조언에 약간의 실망을 금치못하며
우선은 시도라도 해보자며
한계령으로 다시 차를 달렸는데
가는도중 흘림골 입구 매표소엔
긴~줄 북적거리며 사람들로 어수선하기 이를데 없고
주전골 입구에도 역시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으니
오늘 설악의 산야들이
이 많은 사람들의 성화를 어떻게 견딜꺼나?
한계령 휴게소 바로 아래
필레약수터 입구로 무작정 들어서서 조금가니
철망문 굳게 잠긴 초소하나 덩그러니 서 있는데
주차시킨 차들 사이로 보이는 초소문 자물통이
유난히 눈에 박히며 절망감을 전해왔다.
그래도 주차는 시키고 보자 어디를 가던지...
우리차와 함께 주차를 시키던 앞차에서
예사롭지 않은 산꾼 일행이 내린다.
달려가 정보 구하니
망대암산을 갈 수 있는 비공식입구(?)를 알려주며
위험하니 로프를 준비하라고...
그 말 듣고 얼었어 내가.
오늘따라 반질반질 뒤굽이 달은 등산화에
어제밤 잠을 설쳐 컨디션도 않좋은데
바람은 불지, 잠바를 꺼내 입었는데도 벌벌 떨리도록 춥고..
더군다나 이곳이 백두대간 구간중
암릉의 난이도가 첫번째로 위험하다니...
잠깐의 머뭇거림을 눈치 챈 대장님~
우선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고
한사람이라도 힘들것 같으면 미련없이 곧 바로 돌아오자고...
철조망까지 높게 친 철망담을 살짝~ 돌아
대간꾼들이 내어놓은 어설픈 통로를 들어서서
산행시작~ 10시
몇년째 휴식년으로
대간종주를 필히 해야할 산꾼들 외엔
발길이 뜸한 등산로 입구 우거진 수풀사이 보이는 길은
낙엽이 밟힌 흔적으로
앞서간 산꾼들 있었음을 알려주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데 점점 들어갈수록
조금씩 몸이 풀려오며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
암릉구간 시작인듯 앞을 막는 바위들 보일 무렵
한계령쪽 건너다 보니 보인다 다아~
설악의 영봉들이 바로 코 앞에 즐비하게 늘어섰네.
감탄할 사이도 없이
진땀 나는 암릉들이 오밀조밀, 얼기설기,
손에 땀을 나게하고
하나 겨우 지나면 또 다시 나타나고 또,또,또
다행히 앞서간 산꾼들이 곳곳에 메어놓은 짧은 밧줄들은
더 없는 생명끈으로 그나마 안도감을 주며
큰힘이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대원들 서로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잡아주고 버팀목 되어주며
똘똘뭉친 한마음들로
하나하나 난코스를 침착하고 차분하게
조심조심 풀어나가는 그 와중에도
잠깐씩 휴식으로 주는 눈앞의 펼쳐지는 곳곳의 풍광들은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며
암릉을 서서히 벗어나게 하였다
얼마나 뿌듯하고 깨운한지...
스스로들 대견함은 이를데 없고
산꾼으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마저 들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겁을 먹었던 위험스런 암릉구간을 벗어나서
1157봉,
마음을 완전히 놓으니 그때사 목이 마르다.
입이 바짝바짝 탔을 수밖에.
마음 편히 물 한모금 마시고 걸음을 옮긴다~
조금 가니 필례약수터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잘못 세워둔 표지판이
잠깐동안 우리를 혼란케 했지만
금방 눈치챘어 잘못 세워진 거라는걸....
식탁으로 안성마춤인 편편한 큰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고
또 다시 걷는다
끝도 안보이는 산죽길 나타나고
붉은 단풍들과 어우러진 푸르른 산죽길은
모처럼 평화스러운 분위기 자아내며
운치있는 산행을 하게하니
오색단풍이 주는 흥분감을 푸르른 산죽들이
안정감으로 마음 다독인 덕분이리라~
짧지않은 산죽길이 끝날무렵
내리막 서서히 내려서게 하더니
흘림골과 주전골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가 거긴 것을...
아까 필례약수터 갈림길에 세워둔 잘못된 표지판을
생각하며 모두들 어의없는 웃음이 입가에 돈다.
오후 2시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라니
하산길 시간 계산하여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며
서서히 가팔라지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길이 마디다.
정상일듯 올라서면 또 저만치 길이 있고
조급증이 일 무렵
얼키설키 큰 바위들 암봉을 이룬곳
높다란 바위틈을 기를 쓰고 오르니
이곳이 망대암산 정상이라.
2시45분
해발 1.236m
옛날 주전골에서 도둑들이 위폐를 만들때
이곳에서 망을 보던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과연 이름값으로 충분한 뛰어난 조망이
망을 보기에 그야말로 안성마춤 이었으니
신음처럼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망망대뫼!!
설악을 이루는 서북주능선의 장쾌함이 실로 경탄스럽다.
대청봉을 받들며 중청, 소청, 끝청, 귀때기청봉,
큰감투, 작은감투봉이 서슬 퍼렇게 설악을 지키고 있었고
그 앞쪽으로 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의 시원함이
가슴을 트이게 하며 구름속 파도치듯 밀려오는
끝도 없이 가물거리는 실루엣으로
그 끝이 백두산까지 일것 같은 기대마저 들게하니
흥분된 마음 가눌길이 없었노라~
순한듯 점잖은 점봉산의 양반스러움은
마음을 푸근하게 하며 중간에 낀 망대암산의 조망에
온몸을 내어놓고 있었다.
3시 하산을 시작
오르는 내내 우리끼리만 있던 산에
인제사 한무리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흘림골에서 사람에 지쳐 피곤한 기색 역력한 등산객들이라 ,
빠듯한 시간에 쫓기듯 이 좋은 전망 볼새도 없이
점봉산으로 내달으니 안타깝기까지 하며
우리끼리 호젓하게 즐긴 오늘 등산길이 행운이었다는걸
뒤늦게 깨닫게 했다.
4시가 가까워서
12담계곡, 12폭포가 있는 주전골 가는길로 들어서니
은은한 단풍은 파스텔로 칠한 풍경화 한폭이라.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의 은은한 화려함에
맑은 물소리는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인적들을
금새 그리워 하는듯 적막하기까지 하다.
1시간을 넘게 내려왔나?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계곡의 물소리가 심상찮을 쯤
흘림골으로 넘어가는 바위틈 길이 나오며
철계단이 시작되니 이곳이 주전골이라
길게 늘어뜨린 하얀 광목이 물 되어 흘러내리며
굽이굽이 열두굽을 힘차게 내려오는데
이게 바로 12폭포.
폭은 좁지만 길이가 끝내주더라구.
주전골 입구 용소폭포 아래서 발 담구며
발톱이 발가락을 파고 들어가 피까지 난 흔적이
제법 크게 있는데도 몰랐으니....
새삼 오늘 넘은 암릉구간에
온 신경을 얼마나 썼으면 이 통증도 못느꼈을까?싶어
그때사 아픈거 같은 발가락을 들여다 보니 .
뽕~ 패인 속살이 보기만 해도 불쌍해지네. .
5시 30 분
주전골 주차장에서 수줍게 뜬 보름달이
산 위로 올라와 우릴 건너다 보는데
좋은이웃의 배려로 한계령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간 대장님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하루 마음 조마조마 했던 산행
무사히 해냈다는 서로의 대견함에
뿌듯하고 푸근해 하며
좋은 이웃 만난덕에 택시비까지 절약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이대로라면 귀경길도 순조로울꺼 같은 예감까지 들었다.
저녁 6시 주전골서 출발
룰루랄라~ 귀경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니....
이로써 백두대간 서른번째의 산행은
순조롭게 마감되고 산행후기까지 올리면
이 주일의 할일은 어느정도 마무리 되겠지.
모두모두에게 정말로 감사 감사!!!!